‘간당간당’ 이재명 구속영장 재청구 시나리오

아직 세 발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찰이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으나 부결과 가결에 큰 차이는 없었다.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에 힘을 실어준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던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 다른 사건으로 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던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을 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이 수사 중이다. 검찰이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두 사건 모두 피의자들의 진술이 180도 바뀌면서 이 대표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사건과 혐의로 추가 영장 청구를 하는 사례가 드문 만큼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다면 두 사건이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 미적시
3개 내용은?

검찰은 보강수사 이후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거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백현동·정자동 개발 비리 사건 등 남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에 비춰 구속 사유가 충분함에도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법원의 구속영장 심문 절차를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향후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본 건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현안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부결 통지 공문이 법무부, 검찰을 거쳐 법원에 전달되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은 심문 없이 기각된다.


검찰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아직 여러 개가 남아 있다. 이 대표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공모해 성남도개공이 적정 배당이익을 받지 못하게 해 4895억원의 손해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당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민간업자를 시행사로 선정해 8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도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한 성남FC 후원금 의혹도 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428억원)를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도 수사했지만, 이번 영장 청구에서는 내용이 제외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428억 약정’ 의혹을 보충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쌍방울·백현동·정자동
세 의혹 추가 수사 보완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정자동 호텔 부지 특혜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백현동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부장검사 엄희준)가, 정자동 호텔 비리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가 수사하다 지난달 1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첩했다.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영장 재청구를 서두르지 않고, 일단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후 보강수사 및 영장 재청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공소장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김씨를 오는 9일까지 구속수사할 수 있는 만큼 그 안에 최대한 관련 진술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김씨에게서 만족할만한 진술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가 보강수사를 마치는 대로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소 시기는 유동적으로 점쳐진다. 위례·대장동 의혹 외에도 백현동·정자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 줄줄이 수사 중이기에 수사 상황에 따라 기소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

검찰이 이 대표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번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위례·대장동 사건, 성남FC 사건에 더해 대북송금 사건과 백현동 사건까지 모두 포함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이 됐지만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1표 많았던데다, 당초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많았다.

태도 바꾸는
핵심 관련자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체포동의안 표결을 둘러싼 기류가 최근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말 노웅래 의원부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까지 세 번이나 내리 부결했을 때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검찰 역시 이 대표 신병 확보에 또 실패하게 되면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난과 함께 수사로 총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검찰은 우선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압박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 전 부지사를 매주 두 번 수요일과 일요일에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사 중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재판이 화요일과 금요일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한 조처다.

검찰은 최근부터 이 전 부지사에 대해 대질 위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측에 대가를 건네고 부적절한 도움을 받았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대북사업 관련 양측의 ‘연결고리’가 이 전 부지사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성태 대포폰 재판부 증거 인정 관건
키맨 엇갈린 진술 신빙성 다툼도 주목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성 등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여전히 부인하고 있으나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의혹 핵심 관련자들이 기존에 했던 진술을 뒤집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 전 부지사와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안모씨를 대질 조사했다. 아태협은 2018년과 2019년 경기도와 대북교류 행사를 공동 주최한 단체로, 이 행사에 수억원의 비용을 아태협이 부담했는데 실제 비용을 쌍방울이 냈다는 의혹이 있다.

안씨는 21만5040달러와 180만위안을 북측 인사들에게 건넨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이 조사에서 안씨는 기존 입장과 달리 ‘이 전 부지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을 알게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김 전 회장을 원래 알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이 전 부지사 소개로 2018년 무렵 김 전 회장을 처음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이 바뀐 것이다.

안씨가 진술을 바꾸면서 당초 쌍방울 방모 부회장, 김 전 회장 순으로 이어가려던 대질 계획도 다음 조사로 밀리게 됐다. 방 부회장의 경우 ‘혐의를 부인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최근 법정에서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방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추가 영장
통과 가능성

김 전 회장은 최근 대질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 전 부지사에게 ‘모르는 일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취지로 따져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조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이 대표를 연결 짓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영장 재청구가 확실시되면 이 대표가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기소·불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판단에 맡겨보는 것이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 역할 등에 관한 내용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대검찰청 예규)에서 규정한다.

수사심의위가 논의할 수 있는 사건의 기준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다. 국민의 알권리, 사안의 중대성, 인권보호 필요성 등도 고려 요소다. 이재명 대표 사건은 이미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에 이런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심의 대상은 ▲수사 계속 ▲기소 및 불기소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이다. 피의자·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의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 이는 검찰 측의 소집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가결 같은 부결 양측에 치명타
검, 물적 증거 확보 여부 핵심

사건관계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고 무조건 열리는 건 아니다. 2개 관문을 넘어야 한다. 우선 관할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검찰시민위원장이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일차적으로 판단한다.

심사 대상으로 인정하면 검찰시민위원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가 꾸려진다. 부의심의위는 신청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안건으로 부칠지 검토한다. 여기서 회부 결정이 내려지면 수사심의위가 개최된다. 기존 사례를 보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뒤 개최까지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수사심의위원은 150~300명이다.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를 검찰총장이 위원으로 위촉한다. 정당에 가입한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 특정 사건의 수사심의위에서 실제 심사를 맡을 위원들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추려진다. 위원장을 제외하면 15명으로 구성된다.

이 대표의 사건을 대상으로 한 수사심의위에서 ‘수사 중단’과 ‘불기소’라는 결론이 나오면 검찰은 부담을 갖게 된다. 수사심의위 결과는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수도 있지만 ‘주임검사는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특히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내놓으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사심의위
방어권 카드

수사심의위 카드는 위험 부담도 크다.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그러면 검찰 수사에 정당성이 더해지면서 이 대표의 위기는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모든 혐의를 부인해온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법원서 무죄를 선고받기 전까지는 ‘사법 리스크’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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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19 장례비 토사구팽 소송전 후일담

[단독] 코로나19 장례비 토사구팽 소송전 후일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만든 감염병이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 최전선에서 일한 사람들이 있다. 방진복을 입고 사망자의 유해를 수습해 화장장까지 옮긴 장례지도사들은 감염의 공포를 무릅쓰고 수천 명의 고인을 모셨다. 하지만 대유행의 시기를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은 감염병에 대한 ‘정산’을 끝마치지 못했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감염병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대부분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라는 이름의 감염병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2020년 1월20일 30대 남성의 감염으로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전 세계 덮친 감염병 공포 코로나19는 기침, 재채기 등에서 발생하는 비말(침방울)을 매개 삼아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감염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동을 통제했다. 집합시설의 이용 시간이 정해졌고 인원도 제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는 빠른 속도로 늘었다. 코로나19는 2020년부터 2023년 5월 윤석열정부가 사실상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을 할 때까지 3년여 동안 사회를 크게 흔들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각계각층은 코로나19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경제는 침체기에 빠졌고 문화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희비가 엇갈렸다. 2020년 4월11일 권준욱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의 말처럼 코로나19는 전 세계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경제 회복을 위해 시중에 엄청난 양의 돈이 풀렸다. 영화계, 공연계 등 관객 친화형 문화 콘텐츠는 나락에 빠졌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현재,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바뀐 소비 패턴이나 생활 방식은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오히려 코로나19 시기에 일어난 변화로 드러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사회든 개인이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코로나19라는 ‘암흑기’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당시 최전선에서 정부와 발맞췄던 장례지도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병원, 집 등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감염자를 화장장으로 옮겨 화장한 후 유골을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시신 수습·화장장 운구 업무 방진복 입고 2년 동안 일해 코로나19 사망자의 유해는 화장장의 마지막 타임인 오후 6시 이후에 화장됐다. 지자체 등의 의뢰를 받은 장례지도사들은 주말도 없이 매일 같이 약 2년 동안 코로나19 사망자를 운구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방진복을 꼼꼼히 챙겨 입었어도 감염에 대한 공포는 남아 있는 상태였다. 최근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전국의 장례지도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A 단체가 서울, 경기, 충청 등의 일부 지자체와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비 관련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회장 B씨에 따르면 아직 소송으로 가지 않은 곳까지 따지면 서른 개가 넘는 지자체가 A 단체에 채무가 있는 상황이다. 2020년 2월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신속하고 원활한 시신 처리 및 장례 지원으로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사회 불안 요인을 차단한다는 취지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을 내놨다. 화장을 원칙으로 하고 유가족의 동의하에 ‘선 화장, 후 장례’를 진행한다는 게 골자다. 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코로나19 감염자의 사망이 임박하면 가족에게 알리고 장례식장에 장례지도사가 대기하도록 요청한다. 감염자가 사망하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보건소 등에 상황을 통보한다. 보건소는 장례지도사에게 개인 보호구를 지원하고 사망자가 머물던 장소를 방역·소독한다. 이후 사망자는 화장장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 장례지도사들이 투입된다. 장례지도사들은 사망자의 유해를 비닐로 감싸고 보디백에 넣은 뒤 관에 담아 화장장으로 운구한다. 감염 위험 때문에 염을 하거나 수의를 입히는 등 통상적인 절차는 할 수 없다. 화장장에 도착해서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은 후 화장한다. 유가족은 유골을 가지고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완전 바뀐 사회 상황 B 회장은 “매일 아침 지자체에서 모셔야 할 고인이 몇 분인지, 어디에서 돌아가셨는지 등의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면 오후 6시 전까지 장례지도사들에게 연락해 고인을 모실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어디로 몇 명을 보낼지, 운구차는 어떻게 할지 등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는 셈이다. 이 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2년 동안 매일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자가 많은 날에는 하루에 20명도 모셔봤다. 방진복을 챙겨 입었지만 다들 감염될까 무섭지 않았겠나. 그래도 최대한 예우를 다해 한 분, 한 분 잘 보내드리려고 노력했다. 그게 장례지도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A 단체가 2년여 동안 모신 사망자 수는 수천 여명에 이른다. 그로부터 2년여 뒤 A 단체가 직면한 상황은 법정 공방이다. 단체는 코로나19가 한창 퍼질 무렵 서울시로부터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 처리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지침에 따라 시신 수습과 화장장까지의 운구를 담당하는 일이었다. B 회장은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사망자를 수습하는 경우 우리 단체의 장례지도사들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비용이다. 당시 정부는 ‘전파 방지 비용’이라고 해서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중이던 환자가 사망해 장례를 치를 경우 감염 예방 및 관리 조치에 소용되는 비용을 300만원 한도로 지원했다. 2022년 6월19일 이전까지 사망자에게 지급된 비용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에게 주던 1000만원가량의 위로금과는 별개였다. 시신 수습, 안치, 입관 등 장례 절차 관련 비용과 관, 보디백 등 장례 물품, 운구 등 기타 전파 방지 관련 비용 등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주먹구구 일 처리 B 회장은 “당시 우리 단체가 먼저 용역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질병관리청에 청구해 돈을 받아 다시 우리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초과 비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그는 “장례 관련 모든 절차를 300만원 한도 내에서 진행해야 했기에 비용 지급 과정에서 우리 단체가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장례 과정에 많은 인력이 동원되다 보니 말 그대로 먼저 (비용을) 청구하는 쪽이 우선이었다. 늦어지면 말 그대로 돈을 못 받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렇게 32개 지자체에서 받지 못한 비용이 4700여만원에 이른다. A 단체가 서울시의 협조 요청을 받아 일을 진행했지만, 전파 방지 비용은 사망자의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서 지급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예를 들어 천안시에 주소지를 둔 감염자가 서울의 병원에서 사망하면 서울에서 화장 절차를 진행하지만 비용 지급은 천안시에서 하는 식이다. A 단체는 받지 못한 돈이 큰 지자체를 상대로 ‘용역비’ 지급 명목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지역 8곳, 경기 1곳, 충청 1곳 등 총 10개 지역 지자체에 2500여만원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나머지 지자체에 대해서는 판결을 근거로 내용증명을 보낸 후 여의치 않으면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A 단체는 “지자체는 이 비용에 관해 질병관리청에 질의한다는 이유 등으로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자체와 질병관리청의 관계는 우리 단체와는 별개다. 지자체가 추경 예산을 사용하거나 질병관리청으로부터 교부받는 등의 문제는 우리와 무관하다. 우리가 비용 수령을 포기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지자체는 우리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상대로 초과 비용 달라 법원마다 판결 천차만별 ‘분통’ B 회장이 분통을 터트리는 대목은 또 있었다. 지자체마다 같은 내용으로 소를 제기했는데 법원의 판결이 제멋대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도 법을 공부했다. 아무리 민사소송이라지만 법원 판결이 판사의 재량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오는 게 말이 되는 건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실제 A 단체가 제기한 소송은 대부분 ‘화해권고결정’으로 이어졌다. 지자체가 A 단체에 비용의 일부를 지급하고 특정 날짜 이후에는 지연손해금이 붙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어떤 지자체는 전액, 어떤 지자체는 반액, 또 다른 지자체는 ‘줄 수 있는 만큼’ 지급하는 방향으로 법정 공방이 마무리됐다. A 단체에 따르면 10개 지자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중 7건의 판결이 나왔다. 비용 전액을 준 지자체는 두 곳에 불과했고 대부분 절반, 일부 지자체는 1/3 수준의 비용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총 1800여만원을 청구해 1200만원가량을 받은 셈으로 전체 비용의 70% 정도다. B 회장은 “우리 단체가 초과 비용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면 이 돈은 그냥 없어지는 거였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판결이 나온 직후 바로 비용을 지급했다. 거꾸로 말하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직무유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방식에도 우려를 표했다. 지침 등 안내서를 주먹구구식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 관련 비용 지원> 안내서는 8판까지 나왔다. 그는 “일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다음 안내서에 그 내용을 포함하는 식이다. 문제는 사안이 다 끝나고 나면 그 안내서도 휴짓조각이 된다는 점이다. 초과 비용 청구 문제도 초기 안내서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일어나면 그땐 누가? B 회장은 “우리 단체는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때도 장례 관련 업무를 맡아 일했다. 사망자는 많지 않았지만 그때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어 놨다면 이번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요청에 따라 목숨 걸고 일했는데 그 대가가 이것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지자체마다 받지 못한 돈이 몇십 만원 단위인 곳도 있고 많아야 수백만원 수준인데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정부의 태도가 너무 괘씸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중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떤 단체가 발 벗고 나서겠느냐”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