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개편’ 명지대 파문 풀스토리

잘못은 재단이 희생은 학생이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파산 위기를 넘기고 한숨 돌린 명지대학교. 회생 절차에 매진하는 가운데 또 다른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학교가 일부 순수학문 폐과 계획을 담은 학사구조 개편안을 교육부에 제출한 탓이다. 해당 학과 구성원은 물론, 교내 여론 대다수가 반대 의사를 표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재단이 초래한 재정 위기를 애먼 교내 구성원의 희생으로 극복하는 모순적 상황. 한술 더 떠 ‘희생 방식’마저 강제하려는 태도에 ‘희생양’들은 뿔이 났다.

“철학과 없애면 그게 종합대학인가요?” 이달 초 <일요시사>와 만난 한 명지대학교 타 과생은 이같이 일갈했다. 원론적인 반문에서 시작된 작심 비판은 재단(명지학원)과 학교의 구체적 실책에 관한 지적으로 끊임없이 뻗어나갔다. 재단이 자초한 재정 위기와 학교의 비민주적 여론 수렴 과정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뤘다. 

회생안
통폐합

명지대학교는 지난해부터 학사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명지전문대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명지대 일부 학과도 통폐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명지대와 명지전문대는 모두 학교법인 명지학원에서 운영 중이다. 여기에 재단이 함께 운영 중인 명지초·중·고까지 합치면 재학생이 3만명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재단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조원대의 수익 사업체를 보유하는 등 안정적인 재정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후 전임 이사장의 무리한 부동산 개발, 재단 사유화 시도 등으로 악재가 누적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재단이 떠안은 부채액은 2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채권자에게 파산·회생 신청을 당하면서 재단 존속 여부가 잠시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해 법원과 교육부가 재단 측 회생안을 받아들이면서 파산 위기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당시 재단은 회생안에서 명지전문대 부지를 매각해 그 대금으로 일부 부채를 메우겠다고 밝혔다.


명지대-명지전문대 통합은 본격적인 회생 절차에 돌입하기 위한 필수 밑 작업인 셈이다.

교내 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와 컨설팅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전공 경쟁력·학생 수요 등을 기준 삼아 적극적인 학사구조 개편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제시한 통폐합안 초안에서 ▲철학과 ▲수학과 ▲물리학과 ▲바둑학과 등을 통폐합 대상으로 선정했다. 대부분 순수학문을 가르치는 학과다.

특히 통추위는 철학과의 폐과 추진 사유를 “자퇴자가 많고 외국인 유학생 유입이 적어 등록금 창출 기여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철학과는 반발했지만, 결국 통추위는 철학과 등의 폐과 계획이 담긴 개편안을 최종안으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28일 교육부에 제출됐다.

순수학문 위주 일부 학과 폐지 예고
교내 반발에도 강행 시사…불통 비판

지난달 철학과 교수진 일동은 입장문을 내고 통추위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교수진은 입장문에서 “철학과 교수의 연구 실적과 학생의 취업률은 비교 대상인 서울시 내 소재 대학 중 중간 정도를 차지했다. 명지대학교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인문대 내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는 통추위가 철학과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학과 실적 지표만 선택적으로 제시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명지대 철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비교적 정원이 적은 철학과는 몇 명만 결원이 생겨도 그 비율이 커 보일 수밖에 없다. 자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걸 지적하기 이전에 이 같은 맥락을 참작해야 한다”며 “그런데 다른 긍정적 지표들은 외면한 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지표를 근거로 드니 우리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내 일각에서는 “통추위가 폐과 대상을 입맛대로 정해두고 자료를 짜맞춘 것 같다”는 식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교수진은 통추위 결정이 상업주의적 판단에 매몰됐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입장문에 “통추위와 학교의 구조조정안은 ‘순수학문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폐지하고 응용학문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편견에 기초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전체 구상은 전혀 교육적이지 않고 상업주의적”이라며 “철학도 충분히 응용적임에도 불구하고 철학의 학문적 성격과 사회적 효용에 무지한 통추위와 대학은 철학과를 인문캠퍼스 25개 학과 중 유일하게 쓸모없는 학과로 낙인찍어 폐지하려고 한다”고 적었다.

다른 교내 구성원들도 이 같은 학사구조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명지대-명지전문대 통합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폐과 등 학사 구조개편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통합 사안과 개편 사안 자체를 분리해서 논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교직원·학생
집단 반발 중

교내 5개 조직(인문·자연총학생회, 인문·자연교수협의회, 대학노조 명지대지부)은 지난해 11월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개편안이 부실하게 작성된 점 ▲구성원과의 협의가 미흡했던 점 ▲개편안이 통합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지 못한 점 ▲폐과 및 폐과에 준하는 개편안은 교육부 필수 요구조건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통합안 재작성’을 촉구했다.

대학 내 최고 의결기구인 대학평의원회 역시 지난해 12월16일 표결에서 통추위의 학사구조 조정안을 부결했다. 총장 요청으로 재심의가 이뤄진 같은 달 29일에도 심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학교 측이 전체 구성원에게 ‘통합’ 동의 여부를 물었을 때, 80%가 훌쩍 넘는 동의율이 나왔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이에 통추위 및 학교 측 관계자는 대학평의원회 측에 “지금까지 교육부에 통폐합을 신청한 학교 중 평의원회 동의를 지참하지 않은 선례가 없었으므로, 통합을 위해서라도 (통합안 및 개편안을) 추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일부 학과의 폐과 여부를 재고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이들은 일부 학과의 폐과 대신 개편안을 제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수학과는 응용통계학과, 물리학과는 융합에너지공학과로 개편될 계획이다. 다만 철학과와 바둑학과는 여전히 폐과 대상이다.

대학 평의원회는 이달 초 관련 안건을 재논의했다. 평의원회는 학교 측 요청에 따라 통합안에 우선 동의하되, 조건부 동의 의사를 강조하기 위해 별지를 작성하기로 결정했다. 별지에는 ‘향후 정원 증원 가능성이 발생했을 때 철학과와 바둑학과의 폐과 철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를 권고’ ‘통폐합 추진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구성원의 의견 수렴 권고’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작금의 사태 
구조적 모순

<일요시사>는 학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통추위 고위관계자에게 이메일로 질의서를 송부했다. 해당 관계자는 답신에서 “교육부 심의가 진행 중인 사안에 관해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대학은 구성원과 간담회·공청회를 진행해 의견을 수렴했으며, 최선의 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내용이 수정되고 발전적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학사 조정에 얽힌 지표 선택 논란에 대해서는 “대학의 학사구조 조정은 대학서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매우 중요한 업무”라며 “이를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경쟁력 지표 등은 기밀사항 중 하나로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교내 구성원들은 현 사태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다. 학교가 통폐합을 사실상 강제로 진행하게 된 데에는 재단의 책임이 큰데, 이로 발생한 피해는 애꿎은 구성원들에게 향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구성원들은 불합리한 상황에도 애교심을 가지고 희생을 결심했는데, 재단과 학교가 구성원들을 최대한 보호하기는커녕 과도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재단을 둘러싼 빚더미 대부분은 유모 전 이사장 때 만들어졌다. 학교 설립자의 아들이자 명지건설 회장이었던 유 전 이사장은 무리한 사업으로 부도 위기에 놓인 명지건설을 살리기 위해 재단을 끌어들였다. 재단의 알짜 자산을 명지건설이 가져가는 대가로 재단에 명지건설의 적자 사업을 떠넘겼다.


명지대 관련 공사는 명지건설이 모두 맡는, 일감 몰아주기가 발각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외에도 유 전 이사장은 임금 돌려막기, 기금 횡령 등을 일삼다가 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났고, 2012년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7년 형이 확정돼 2018년 출소했다. 채권자가 신청한 파산·회생 절차 또한 유 전 이사장 재임 당시 재단서 진 빚에 근거한 것이다.

현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유 전 이사장에게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도 필수 아니라는데…폐과 추진, 왜?
파산 초래한 재단, 구성원 희생 강요 논란 

하지만 유 전 이사장의 친·인척은 여전히 재단과 학교 요직을 맡고 있다. 2020년 교육부는 부실 재정의 책임을 물어 이들을 포함한 재단 이사 10명과 감사 2명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관선이사 파견을 추진하기도 했다. 재단 측은 가처분신청과 본안소송 등을 통해 이를 저지했다.

재단의 실책은 계속됐다. 얼마 전 재산을 큰 폭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이를 그르치며 입길에 올랐다(1364호 명지대 위험한 땅거래 내막). 2020년 재단은 교육부의 협조를 얻어 교내 유휴용지 매각에 나섰다. 인문캠퍼스 인근 부지 일부(면적 172㎡)와 자연캠퍼스 16개 필지(면적 36만5273㎡)가 그 대상이었다. 

당시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대상 부지들은 교육부의 매각 허가가 있어야만 처분할 수 있었다. 

교육부는 재정이 어려운 재단 측 사정을 고려해 절세 및 교육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유휴용지 처분을 먼저 권유했다. 하지만 2021년 재단은 교육부령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매각 계약을 진행하다가 이를 교육부 정기 감사에서 발각당했다. 

교육 재산 소유권은 매각대금을 모두 받은 뒤 넘겨줘야 하는데, 당시 재단은 계약금만 받은 채로 부지 소유권을 매수자에게 넘겨줬다. 이는 일반 개발사업 중 흔히 볼 수 있는 매각 방식이다. 미리 넘겨받은 소유권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고, 대출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선 엄연히 불법이었다.

결국 교육부는 재단에 연말까지 매각대금을 회수할 것을 지시했지만, 재단은 잔금 확보에 실패했다. 교육부가 매각 허가를 취소하면서 재단의 재산 처분 계획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2월 명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매각 허가가 취소된 것은 맞지만, 조만간 다시 매각 계획을 수립해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일시적으로 답보상태에 놓였어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재단은 지난해 5월부로 해당 부지에 매매계약 해제에 따른 가처분신청을 걸어둔 상태다.

좌절된 매매계약 규모는 약 43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진행만 됐다면 명지대 어반캠퍼스 준공비용(약 500억원 추산) 대부분이나 채무 상당 비율을 메울 수 있었을 만한 액수다.

계속될
책임론

지난해 들어 교육부의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해당 부지를 처분할 길도 재차 열린 것으로 보인다. 채무 변제 자체가 쉬워지면서 “한숨 덜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교내 여론이 꾸준히 재단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만큼, 관련 논란에 대한 비판과 ‘철학과 구명 운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철학과 관계자는 <일요시사> 측에 “학교 측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과 구조적 모순을 끝까지 지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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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