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전주환에 사형 구형…선고공판 촉각

검찰 “재발 우려 및 교화 여지 없다”
추후 사형제도 찬반 논란 거셀 듯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해 이른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2)에게 10일, 사형이 구형됐다.

검찰은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의 결심공판서 “극단적 범행을 저지른 이후에도 참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전문가 소견 역시 재발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한 만큼 법정 최고형은 불가피하다”며 재판부에 사형을 요청했다.

또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요청했다.

검찰은 “향후에도 피고인은 타인에게 분노를 느끼면 자기합리화 또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살해와 같은 극단적 형태의 범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 총의로 현행법이 사형을 채택하는 이상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가장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목숨을 빼앗고 유족에게 상처와 고통을 줬을 뿐만 아니라 형사 사법 절차와 사회 치안시스템을 믿고 성실히 사는 국민에게도 범행 피해자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극단적 범행을 저지른 이후 피고인에게는 참회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고 이를 종합하면 교화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범행에 앞서 피해자 주거지를 확인하고 지역 강수량을 검색해 도구를 구매했던 점 ▲살해 당시 피가 튈 경우에 대비해 양면점퍼와 안경, 여벌 바지까지 챙겼던 점 ▲몸싸움하는 동안 밖에 사람이 있음에도 (범행을)중단하지 않고 문을 잠그면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살인이란 목적의식이 분명했음을 뒷받침한 점 등을 근거로 치밀한 계획 범죄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주환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이 자리에 섰다. 너무나 후회스럽고 유족이 겪을 고통과 슬픔, 상실감과 무력감을 누그러뜨릴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모든 행동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최후진술했다.

앞서 전주환은 지난해 9월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여성화장실서 입사 동기였던 여성 직원 A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A씨 스토킹 혐의로 재판 중이었으며 심지어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의 실형을 구형받은 상황이었다. 이에 A씨에 대해 앙심을 품고 미리 살인도구(흉기)를 준비했고 1심 선고 전날에 신당역을 찾아가 A씨를 살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검찰이 전주환에게 사형을 구형하면서 내달 7일로 예정된 선고공판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 국제사회서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실제로 지난 1997년 이후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했지만 단 한 번도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1996년에는 헌법사상 최초로 사형제도의 헌법 위배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에서 합헌 7, 위헌2로 결정 났다.

이후 2010년에는 합헌 5, 위헌 4로 그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합헌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어느 국가에서나 살인을 가장 엄중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죽음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형벌로 다스렸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에 따르면 사형의 쟁점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살인범에게도 일반인들과 동일한 생명권을 논할 가치가 있느냐의 논쟁으로 일각에서는 ‘스스로 포기한 생명의 고귀함까지 국가가 나서 보호해야 하느냐’는 반문도 제기된다.

그는 “국가가 국민에게 살인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범죄이기에 누구도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사형이라는 수단으로 국가 자신이 소위 관제 살인을 행한다는 역설을 지적한다”고도 했다.

이 명예교수는 “최근 형사정책과 형사사법기관의 중요 관심사 중 하나는 그 정당성”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결과적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는 정책과 제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진범이 아닌 무고한 사람에 대한 잘못된 형벌(Wrongful conviction)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사형제도의 맹점에 대해 사형 선고의 오판을 예로 들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사형은 집행 시 되돌릴 수가 없어 이후 진실과 진범이 밝혀지고 오심과 오판이었음이 확인될 경우 복구 및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불완전한 인간의 심판으로 같은 인간의 목숨을 뺏는 것에 대한 정당함도 제기된다.

이 명예교수는 미국의 경우처럼 피의자 개인별 양형이 아닌 건별 양형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100~200년형을 내려 현실적으로 가석방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나 유죄가 확정된 범법자가 과거 두 번 이상의 강력범죄 경력이 있으면 강제로 종신형을 살게 하도록 하는 ‘삼진 아웃제’를 제시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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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