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수사권 폐지’ 경찰 웃지 못하는 이유

몸집 커졌지만 허약한 체력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된다. 간첩수사 전문성이 약한 경찰의 몸집은 더욱 커지게 됐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과정에서 경찰 수사력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으나 짐이 더 추가된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감지된다. “국정원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자신 없다”는 불안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인력 부족이 심각한데 전문성이 약한 간첩수사를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일요시사>와 접촉한 경찰청 본청 관계자의 말이다. 기존 국가정보원이 갖고 있던 대공수사권 이관 준비에 나선 경찰청은 안보수사팀을 신설했다. 인력난 대비를 위해 수사관 추가 채용도 진행 중이다. 

급하게 대비

그러나 문제는 전문성이다. 간첩수사는 마약·살인 같은 강력 범죄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수사 업무 인력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1월1일 자로 경찰로 이관되기에 수사관 추가 채용도 서두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22일 서울강남·금천경찰서, 경기 분당경찰서 등 전국 56개 경찰서에 안보수사팀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신설팀에 수사관 130여명을 확충하면서 경찰 내 안보수사 관련 인력은 현재 840여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안보 전문인력 121명도 추가로 채용 중이다.


경찰은 기존 일선 경찰서 안보과 내에 수사팀을 신설하고, 배정된 수사관은 기존 안보과 업무인 탈북민 신변보호에서 제외해 수사에만 집중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수사 인력 증원에 맞춰 다른 경찰서에도 안보수사팀을 늘릴 예정이다.

경찰은 그간 시·도경찰청 안보수사대를 중심으로 안보 관련 범죄 수사를 해왔으나, 이를 경찰서 단위로 확대해 운영하는 것이다. 압수물이 많거나 주요 기업체가 연루된 경제안보사건 등 주요 사건은 시·도청에서 사건을 담당하지만, 제보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단순 고소·고발 사건이나 인지사건 등은 경찰서에서 맡을 예정이다.

경찰은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도 신설해 내년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그동안 국정원의 고유 업무로 여겨진 형법상 내란, 외환죄 및 국가보안법 등에 대한 수사권이 경찰청으로 이관되는 것을 두고, 국정감사 등에서 수사력 공백 우려가 제기됐던 터라 관련 교육의 중요성도 커졌다.

경찰청 안보수사국 관계자는 “수사 인력을 계속 증원하고 교육센터에서 안보 전문 교육 등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지만 사실상 국정원이 해오던 역할 공백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는 과거부터 지속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방첩 수사 차질 우려가 나왔다.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 북한 직파간첩 수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직파간첩을 검거하려면 장기간 내사가 불가피한데 경찰 수사 능력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2024년 1월 전 담당 수사관 채용…지원은 글쎄?
해외통신망 정보 활용 능력 한계 “FBI 수준 아냐”

국정원이 그동안 전문성을 갖고 장기간 내사를 통해 직파간첩을 검거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국민의힘에서는 국정원법 개정을 통한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거론해왔다.


국정원이 5년에 걸친 내사 끝에 직파간첩 A(55)씨를 체포한 것이 일례다. A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 후 2019년 7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당시 북한에서 중국으로 이동해 중국인 한족 B씨 명의로 된 여권을 위조, 한국으로 잠입했다고 한다. 정보당국은 A씨를 내사한 경위에 대해 수사기법이나 정보원 노출 등을 우려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국정원이 5년간 내사를 거쳐 북한에서 서울로 보낸 직파간첩의 혐의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증거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사를 기반으로 정보당국이 2016년 7월 안양의 한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A씨를 체포했다. 당시 A씨는 서울에 거처를 두고 있었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이 일용직 등을 전전하며 생계유지를 위해 일터를 옮겨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A씨가 암암리에 남한 정세나 인물에 대한 정보수집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을 것으로 의심했지만, A씨는 국정원과 경찰의 합동 신문에서 간첩활동 유무를 묻는 질문에 대체로 부인했다.

A씨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우선 남한에 정착한 다음 한국인 여자와 결혼해서 기반이 안정되면 그때 지령을 내릴 테니 일단 기다리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신분에 위협을 느끼거나 발각됐을 경우에 대비한 지령은 사전에 전달받았다고 한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A씨가 일종의 암호로 과천 서울대공원 앞에서 신문지를 들고 있으면 자신의 신변상태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며 “그러면 한국에 있는 다른 요원들이 A씨와 접선해 귀국을 돕기로 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정보당국은 A씨를 검거하면서 “국내에 있는 직파간첩이 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년간 내사로 검거하는데…수사 노하우 부족
해외 파견 휴민트 통한 정보 입수 체계화 필요

경찰은 수사력 논란을 피하려 안보 전문가 선발 계획을 밝혔으나 대공수사 전문가 선발 실적은 사실상 전무했다. 지난해 경찰은 ‘2021년 하반기 경찰공무원 경력경쟁채용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채용 분야 및 인원은 16개 분야 총 526명이었다.

당시 안보수사 분야는 10명(국가안보 4명, 방첩·대테러 3명, 경제안보 3명)이다. 여기에 안보수사 분야 응시 자격 어디에도 북한 관련 전공자는 포함하지 않았다. 또 11월17일 진행한 안보수사국 특별승진 심사에서도 대공수사와 관련 없는 인물들을 특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수년간 내사를 통해 간첩수사를 진행해온 것과 다르게 경찰은 비슷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안보수사국 출신 관계자는 “국정원은 해외통신망을 통해 경찰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네트워크 활용 수사도 뛰어나다”며 “관련 전문성이 국정원보다 약하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간첩은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를 통해 들어온다. 국정원의 간첩 검거는 국내외 정보를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먼저 해외에 파견된 휴민트(인적 정보)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후 국내 공항에 파견된 외사방첩관들이 확인 절차를 거쳐 국정원 대공수사국에 정보를 넘긴다.

국정원은 간첩을 이용해 북한 관련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기도 한다. 대공수사국 수사 과정에서 정보가 입수되면 해외 휴민트들이 포섭한 북한 공작원들을 이용해 정보를 확인한다. 특히 국정원 대공수사국에선 북한 내부에 있는 휴민트들에게도 정보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같은 국정원만의 대공수사 정보, 공작기법, 신문기법 등을 경찰이 익히려면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커지는 부담

국정원 출신 한 관계자는 “현재 대공수사는 경찰과 군 안보지원사령부 공조로 이뤄진다. 경찰이 미국 FBI의 수준도 아니다. 마약 수사를 할 때도 인터폴을 통한 제한적인 방법을 쓴다”며 “경찰이 대공수사를 맡는 건 북한 입장에서나 좋을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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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