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사면? 김경수 사면론 해부

‘1+1’ MB용 패키지 쓰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 특별사면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광복절 특사(지난 8월15일) 당시 불거졌던 정치인 사면론이 이번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맞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정계에선 광복절 특사 때와는 달리 이번엔 비로소 사면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주목하는 사람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두 정치인이다. 양쪽 다 각 진영의 ‘아픈 손가락’인 만큼 사면에 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형국이다.

사실 김경수 전 도지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면할 명분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김 전 도지사는 윤 대통령의 정적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 중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고, 이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해 유죄 확정을 받아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윤 대통령이 직접 사면한다는 것은 여러 모로 모양새가 맞지 않다.

명분 없는
두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사면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여러 정치적 계산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인 사면 카드를 본인의 정치적 이익이 극대화될 때마다 사용해왔다. 정치인이나 경제인을 대통령 직권으로 사면해줌으로써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온 것이다.

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하나회 사면’이 좋은 예다. 이들은 각각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시절에 고 전두환 씨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를 시작했다.

하나회 척결을 대통령 과제로 내세운 김 전 대통령으로선 여러 모로 명분 없는 사면이었으나 당시 김 당선인과의 수차례 면담 뒤 마음을 틀었다.


두 사람에 대한 사면은 형이 확정되기 전부터 나오던 오래된 의제였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가반란수괴 및 내란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며 1심에서 사형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여의도에선 이때 처음 ‘대법원 확정 판결 뒤 사면설’이 흘러나왔고 당시 정계 분위기는 ‘일단 사법부가 두 사람에게 확정 판결을 내린 뒤 대통령이 사면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했다.

일단 명분은 챙기되 정치적 실리는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었다.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은 부당한 방법으로 국가권력을 탈취했다는 사실 때문에 여러 비판 여론이 항상 뒤따랐지만, 그에 못지않는 부동의 지지층도 확보하고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군부독재에 큰 저항감 없는 6070세대와 경상도 지역의 보수 지지층들은 두 전직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다.

당시 이들 중 상당수는 ‘하나회 척결’을 부당한 정치탄압으로 받아들였다. 하나회 척결이 지역감정으로 번질 조짐이 보일 때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특히나 새로운 대통령이 될 김 당선인 입장에서는 국민 통합이 최대 숙제였다. 당시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터라 국정동력을 얻기 위해선 통합된 국민의 힘이 필요했고, 근소한 차이로 이회창 후보를 꺾은 김 당선인은 국정 시작 전에 힘을 다잡아야했다.

실제로 두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람도 김 당선인 본인이었다. 김 당선인은 김 전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사면해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형식은 ‘김 전 대통령 주도, 김 당선인의 동의’라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상 주도는 김 당선인이 했던 것이다.


결국 사면을 이끌어낸 김 당선인은 국민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일부 호남지역 사람은 처음에 크게 실망했으나 이내 김 당선인을 믿어주었고, 영남지역민들도 그가 내민 화해의 제스처를 외면하지 않았다. 

특사 카드 만지작…세 가지 숨은 의도?
야권 분열, MB 구하기 명분, 여론 전환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그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 국가를 뒤흔든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고, 국정동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남북정상회담을 최초로 성사시켰다. 김 당선인은 본인을 죽이려 했던 정적을 용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정적을 사면해 입지를 공고히 한 사례는 이명박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도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를 사면하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노씨는 2006년경 농협중앙회에 세종증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30억원을 받은 뇌물죄와 탈세,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검찰 측 수사 자료에 따르면, 노씨는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 측과 공모해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으로부터 농협 정대근 전 농협회장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의 대가로 29억6300만원을 받았고, 증여세와 부가가치세 총 5억2000만원을 탈세했다.

또 정원토건과 관련해 2004년 3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회사자금 15억원을 주식 매수 등에 사용하는 횡령 범죄까지 저질렀다.

이 모든 과정이 드러나고, 재판을 받은 기간은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과 겹친다. 또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저 뒷산에 있는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해 생을 달리하기도 했다.

광우병 사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반쪽짜리’ 대통령으로 불리던 이 전 대통령은 해당 사건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게 됐다. 유독 심한 레임덕을 겪던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전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사면으로 풀려 노력했다.

야권에서는 이미 노씨에 대한 대통령 사면을 수차례 건의해왔고, 임기 후반 들어 법무부가 나서서 사면을 주도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노씨를 전격 사면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했다.

문 전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최초로 두 명의 대통령이 구속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친문
구심점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 아래 대대적인 전 정권 수사를 벌인 검찰은 우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후, 이듬해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도 입증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 수감될 때마다 한쪽 진영은 박수를 보냈으나 다른 한쪽 진영은 큰 앙심을 품게 됐다. 그리고 그 앙심은 문 전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지지층은 부당한 수사에 의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매주 광화문에서는 태극기 집회가 벌어졌고, 집회에서는 항상 ‘박근혜, 이명박 석방’이라는 피켓이 등장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때도 명분은 국민 대통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5번째로 시행한 대통령 특별사면에서 총 3092명을 사면시켰고, 그중에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를 포함시켰다.

당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사면·복권의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국민 통합’을 들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김 전 도지사의 사면론이 불거지는 이유도 이때의 이유와 많이 닮아있다. 대대적인 전 정권 수사를 시작한 윤정부 검찰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그의 양팔로 불리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실장은 구속 상태고,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은 연일 핵폭탄급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의 수사선상에는 문 전 대통령 측도 포함된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4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구속시켰다. 서 전 실장과 더불어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수사선상에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계는 결국 문 전 대통령에게 화살이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여러 모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사면 카드가 ‘신의 한 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사면 카드는 항상 정치적으로 이용돼왔다. 이번에도 같은 맥락”이라며 “현재 여권은 전 정권 수사에 대한 반발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면 카드는 한시름 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면 전환
신의 한 수?

야권에서 김 전 도지사의 사면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는 그를 사면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세 가지 이득이 생길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야권에서 바라보고 있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은 야권 분열, 여론 전환, MB 사면 명분 등 세 가지다.

김 전 도지사는 일명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를 받았다.

검찰은 김 전 도지사가 김씨에게 댓글 조작을 의뢰하고 일본 총영사직을 주기로 한 혐의(공직선거법)도 있다고 의심했고, 김 전 도지사는 1심과 2심에서 댓글 조작 혐의가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다만 공직선거법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며 해당 혐의는 벗게 됐다.

김 전 도지사는 징역형이 확정돼 옥살이를 이어오고 있으며 형기 만료 이후에도 약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이번 사면의 관전 포인트는 그의 복권 여부다. 윤 대통령이 그를 사면함으로 야권 분열까지 노린다면 복권까지 이뤄져야 한다. 복권되지 않을 경우 김 전 도지사는 2028년까지 선거에 나갈 수 없다.

반면 복권 시 차기 총선에서 영향력을 보다 크게 발휘할 명분이 생긴다. 친문(친 문재인) 진영이 2024년에 있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김 전 도지사가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만일 사법 리스크로 낙마하면 민주당은 새로운 리더가 필요해진다.

친문 의원들은 김 전 도지사가 돌아와 제 힘을 발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가 부당하게 수감됐다고 생각한 몇몇 민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친문이 결집하면 현재 집권세력인 친명(친 이재명)계를 몰아낼 수 있다는 계산 아래서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정치 1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져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새로운 리더를 찾아야만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측은 사면은 하되, 복권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사면은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다만 복권은 안 할 계획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항상 비판 여론 일었는데…
‘국민 통합’ 시대적 요구?

이 관계자는 사면은 (거의)하자는 분위기지만 정치적 복권까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도지사를 사면함으로써 야권의 분열을 노릴 것이라는 여의도 전문가들의 예측을 대통령실이 전면 부정한 것이다. 

정계에 오래 몸담고 있던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어차피 이낙연 전 대표가 내년에 돌아올 것인데 김경수 전 도지사를 왜 사면해줘야 하냐는 내부 의견을 들었다”며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에 대한 의혹 제기를 가장 많이한 인물인 만큼 우리는 사태를 관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 대통령실은 명분만 챙기되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정치적 명분은 주지 않을 것이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 가 있는 이 전 대표가 돌아온다면 김 전 도지사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게 대통령실의 의중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후, 1년간 미국 워싱턴주에 머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구원 신분으로 미국 현지에서 교민들과 활발히 교류 중이며 워싱턴대학교에서 공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상 내년 6월에 복귀가 예정된 그는 2024 22대 총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는 현지 교민들과 활발한 강연활동을 벌이고 있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지지층들과도 자주 화상 연결을 통해 교류하고 있다. 여야가 이 전 대표의 귀국 시기를 점치고 있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특정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이라는 중형을 확정 판결받은 바 있다. 

그는 현재 건강상의 사유로 형집행이 정지된 상태지만 혐의는 아직 벗지 못했다. 정계에선 이번 정치인 사면 배경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힘 주류 세력이라고 알려진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측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며 “아시다피시 윤핵관 의원 대부분이 친이(친 이명박)계 출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이계 출신의 윤핵관 의원들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사면 논의도 이 전 대통령 사면의 일환이며 여권 측에서는 정치적 노림수를 크게 두기보다는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노림수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에 의한 대통령 사면은 관례로 인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김 전 도지사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본인에게 어떤 이익을 줄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준 ‘사면권’이 정치싸움의 무기로 전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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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