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사면? 김경수 사면론 해부

‘1+1’ MB용 패키지 쓰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 특별사면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광복절 특사(지난 8월15일) 당시 불거졌던 정치인 사면론이 이번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맞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정계에선 광복절 특사 때와는 달리 이번엔 비로소 사면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주목하는 사람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두 정치인이다. 양쪽 다 각 진영의 ‘아픈 손가락’인 만큼 사면에 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형국이다.

사실 김경수 전 도지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면할 명분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김 전 도지사는 윤 대통령의 정적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 중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고, 이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해 유죄 확정을 받아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윤 대통령이 직접 사면한다는 것은 여러 모로 모양새가 맞지 않다.

명분 없는
두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사면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여러 정치적 계산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인 사면 카드를 본인의 정치적 이익이 극대화될 때마다 사용해왔다. 정치인이나 경제인을 대통령 직권으로 사면해줌으로써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온 것이다.

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하나회 사면’이 좋은 예다. 이들은 각각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시절에 고 전두환 씨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를 시작했다.

하나회 척결을 대통령 과제로 내세운 김 전 대통령으로선 여러 모로 명분 없는 사면이었으나 당시 김 당선인과의 수차례 면담 뒤 마음을 틀었다.


두 사람에 대한 사면은 형이 확정되기 전부터 나오던 오래된 의제였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가반란수괴 및 내란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며 1심에서 사형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여의도에선 이때 처음 ‘대법원 확정 판결 뒤 사면설’이 흘러나왔고 당시 정계 분위기는 ‘일단 사법부가 두 사람에게 확정 판결을 내린 뒤 대통령이 사면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했다.

일단 명분은 챙기되 정치적 실리는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었다.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은 부당한 방법으로 국가권력을 탈취했다는 사실 때문에 여러 비판 여론이 항상 뒤따랐지만, 그에 못지않는 부동의 지지층도 확보하고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군부독재에 큰 저항감 없는 6070세대와 경상도 지역의 보수 지지층들은 두 전직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다.

당시 이들 중 상당수는 ‘하나회 척결’을 부당한 정치탄압으로 받아들였다. 하나회 척결이 지역감정으로 번질 조짐이 보일 때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특히나 새로운 대통령이 될 김 당선인 입장에서는 국민 통합이 최대 숙제였다. 당시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터라 국정동력을 얻기 위해선 통합된 국민의 힘이 필요했고, 근소한 차이로 이회창 후보를 꺾은 김 당선인은 국정 시작 전에 힘을 다잡아야했다.

실제로 두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람도 김 당선인 본인이었다. 김 당선인은 김 전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사면해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형식은 ‘김 전 대통령 주도, 김 당선인의 동의’라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상 주도는 김 당선인이 했던 것이다.


결국 사면을 이끌어낸 김 당선인은 국민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일부 호남지역 사람은 처음에 크게 실망했으나 이내 김 당선인을 믿어주었고, 영남지역민들도 그가 내민 화해의 제스처를 외면하지 않았다. 

특사 카드 만지작…세 가지 숨은 의도?
야권 분열, MB 구하기 명분, 여론 전환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그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 국가를 뒤흔든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고, 국정동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남북정상회담을 최초로 성사시켰다. 김 당선인은 본인을 죽이려 했던 정적을 용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정적을 사면해 입지를 공고히 한 사례는 이명박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도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를 사면하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노씨는 2006년경 농협중앙회에 세종증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30억원을 받은 뇌물죄와 탈세,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검찰 측 수사 자료에 따르면, 노씨는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 측과 공모해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으로부터 농협 정대근 전 농협회장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의 대가로 29억6300만원을 받았고, 증여세와 부가가치세 총 5억2000만원을 탈세했다.

또 정원토건과 관련해 2004년 3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회사자금 15억원을 주식 매수 등에 사용하는 횡령 범죄까지 저질렀다.

이 모든 과정이 드러나고, 재판을 받은 기간은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과 겹친다. 또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저 뒷산에 있는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해 생을 달리하기도 했다.

광우병 사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반쪽짜리’ 대통령으로 불리던 이 전 대통령은 해당 사건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게 됐다. 유독 심한 레임덕을 겪던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전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사면으로 풀려 노력했다.

야권에서는 이미 노씨에 대한 대통령 사면을 수차례 건의해왔고, 임기 후반 들어 법무부가 나서서 사면을 주도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노씨를 전격 사면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했다.

문 전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최초로 두 명의 대통령이 구속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친문
구심점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 아래 대대적인 전 정권 수사를 벌인 검찰은 우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후, 이듬해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도 입증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 수감될 때마다 한쪽 진영은 박수를 보냈으나 다른 한쪽 진영은 큰 앙심을 품게 됐다. 그리고 그 앙심은 문 전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지지층은 부당한 수사에 의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매주 광화문에서는 태극기 집회가 벌어졌고, 집회에서는 항상 ‘박근혜, 이명박 석방’이라는 피켓이 등장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때도 명분은 국민 대통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5번째로 시행한 대통령 특별사면에서 총 3092명을 사면시켰고, 그중에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를 포함시켰다.

당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사면·복권의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국민 통합’을 들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김 전 도지사의 사면론이 불거지는 이유도 이때의 이유와 많이 닮아있다. 대대적인 전 정권 수사를 시작한 윤정부 검찰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그의 양팔로 불리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실장은 구속 상태고,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은 연일 핵폭탄급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의 수사선상에는 문 전 대통령 측도 포함된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4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구속시켰다. 서 전 실장과 더불어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수사선상에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계는 결국 문 전 대통령에게 화살이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여러 모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사면 카드가 ‘신의 한 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사면 카드는 항상 정치적으로 이용돼왔다. 이번에도 같은 맥락”이라며 “현재 여권은 전 정권 수사에 대한 반발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면 카드는 한시름 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면 전환
신의 한 수?

야권에서 김 전 도지사의 사면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는 그를 사면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세 가지 이득이 생길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야권에서 바라보고 있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은 야권 분열, 여론 전환, MB 사면 명분 등 세 가지다.

김 전 도지사는 일명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를 받았다.

검찰은 김 전 도지사가 김씨에게 댓글 조작을 의뢰하고 일본 총영사직을 주기로 한 혐의(공직선거법)도 있다고 의심했고, 김 전 도지사는 1심과 2심에서 댓글 조작 혐의가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다만 공직선거법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며 해당 혐의는 벗게 됐다.

김 전 도지사는 징역형이 확정돼 옥살이를 이어오고 있으며 형기 만료 이후에도 약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이번 사면의 관전 포인트는 그의 복권 여부다. 윤 대통령이 그를 사면함으로 야권 분열까지 노린다면 복권까지 이뤄져야 한다. 복권되지 않을 경우 김 전 도지사는 2028년까지 선거에 나갈 수 없다.

반면 복권 시 차기 총선에서 영향력을 보다 크게 발휘할 명분이 생긴다. 친문(친 문재인) 진영이 2024년에 있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김 전 도지사가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만일 사법 리스크로 낙마하면 민주당은 새로운 리더가 필요해진다.

친문 의원들은 김 전 도지사가 돌아와 제 힘을 발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가 부당하게 수감됐다고 생각한 몇몇 민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친문이 결집하면 현재 집권세력인 친명(친 이재명)계를 몰아낼 수 있다는 계산 아래서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정치 1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져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새로운 리더를 찾아야만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측은 사면은 하되, 복권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사면은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다만 복권은 안 할 계획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항상 비판 여론 일었는데…
‘국민 통합’ 시대적 요구?

이 관계자는 사면은 (거의)하자는 분위기지만 정치적 복권까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도지사를 사면함으로써 야권의 분열을 노릴 것이라는 여의도 전문가들의 예측을 대통령실이 전면 부정한 것이다. 

정계에 오래 몸담고 있던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어차피 이낙연 전 대표가 내년에 돌아올 것인데 김경수 전 도지사를 왜 사면해줘야 하냐는 내부 의견을 들었다”며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에 대한 의혹 제기를 가장 많이한 인물인 만큼 우리는 사태를 관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 대통령실은 명분만 챙기되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정치적 명분은 주지 않을 것이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 가 있는 이 전 대표가 돌아온다면 김 전 도지사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게 대통령실의 의중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후, 1년간 미국 워싱턴주에 머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구원 신분으로 미국 현지에서 교민들과 활발히 교류 중이며 워싱턴대학교에서 공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상 내년 6월에 복귀가 예정된 그는 2024 22대 총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는 현지 교민들과 활발한 강연활동을 벌이고 있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지지층들과도 자주 화상 연결을 통해 교류하고 있다. 여야가 이 전 대표의 귀국 시기를 점치고 있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특정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이라는 중형을 확정 판결받은 바 있다. 

그는 현재 건강상의 사유로 형집행이 정지된 상태지만 혐의는 아직 벗지 못했다. 정계에선 이번 정치인 사면 배경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힘 주류 세력이라고 알려진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측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며 “아시다피시 윤핵관 의원 대부분이 친이(친 이명박)계 출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이계 출신의 윤핵관 의원들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사면 논의도 이 전 대통령 사면의 일환이며 여권 측에서는 정치적 노림수를 크게 두기보다는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노림수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에 의한 대통령 사면은 관례로 인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김 전 도지사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본인에게 어떤 이익을 줄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준 ‘사면권’이 정치싸움의 무기로 전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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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