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사면? 김경수 사면론 해부

‘1+1’ MB용 패키지 쓰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 특별사면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광복절 특사(지난 8월15일) 당시 불거졌던 정치인 사면론이 이번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맞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정계에선 광복절 특사 때와는 달리 이번엔 비로소 사면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주목하는 사람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두 정치인이다. 양쪽 다 각 진영의 ‘아픈 손가락’인 만큼 사면에 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형국이다.

사실 김경수 전 도지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면할 명분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김 전 도지사는 윤 대통령의 정적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 중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고, 이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해 유죄 확정을 받아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윤 대통령이 직접 사면한다는 것은 여러 모로 모양새가 맞지 않다.

명분 없는
두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사면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여러 정치적 계산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인 사면 카드를 본인의 정치적 이익이 극대화될 때마다 사용해왔다. 정치인이나 경제인을 대통령 직권으로 사면해줌으로써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온 것이다.

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하나회 사면’이 좋은 예다. 이들은 각각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시절에 고 전두환 씨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를 시작했다.

하나회 척결을 대통령 과제로 내세운 김 전 대통령으로선 여러 모로 명분 없는 사면이었으나 당시 김 당선인과의 수차례 면담 뒤 마음을 틀었다.


두 사람에 대한 사면은 형이 확정되기 전부터 나오던 오래된 의제였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가반란수괴 및 내란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며 1심에서 사형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여의도에선 이때 처음 ‘대법원 확정 판결 뒤 사면설’이 흘러나왔고 당시 정계 분위기는 ‘일단 사법부가 두 사람에게 확정 판결을 내린 뒤 대통령이 사면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했다.

일단 명분은 챙기되 정치적 실리는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었다.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은 부당한 방법으로 국가권력을 탈취했다는 사실 때문에 여러 비판 여론이 항상 뒤따랐지만, 그에 못지않는 부동의 지지층도 확보하고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군부독재에 큰 저항감 없는 6070세대와 경상도 지역의 보수 지지층들은 두 전직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다.

당시 이들 중 상당수는 ‘하나회 척결’을 부당한 정치탄압으로 받아들였다. 하나회 척결이 지역감정으로 번질 조짐이 보일 때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특히나 새로운 대통령이 될 김 당선인 입장에서는 국민 통합이 최대 숙제였다. 당시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터라 국정동력을 얻기 위해선 통합된 국민의 힘이 필요했고, 근소한 차이로 이회창 후보를 꺾은 김 당선인은 국정 시작 전에 힘을 다잡아야했다.

실제로 두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람도 김 당선인 본인이었다. 김 당선인은 김 전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사면해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형식은 ‘김 전 대통령 주도, 김 당선인의 동의’라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상 주도는 김 당선인이 했던 것이다.


결국 사면을 이끌어낸 김 당선인은 국민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일부 호남지역 사람은 처음에 크게 실망했으나 이내 김 당선인을 믿어주었고, 영남지역민들도 그가 내민 화해의 제스처를 외면하지 않았다. 

특사 카드 만지작…세 가지 숨은 의도?
야권 분열, MB 구하기 명분, 여론 전환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그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 국가를 뒤흔든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고, 국정동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남북정상회담을 최초로 성사시켰다. 김 당선인은 본인을 죽이려 했던 정적을 용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정적을 사면해 입지를 공고히 한 사례는 이명박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도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를 사면하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노씨는 2006년경 농협중앙회에 세종증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30억원을 받은 뇌물죄와 탈세,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검찰 측 수사 자료에 따르면, 노씨는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 측과 공모해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으로부터 농협 정대근 전 농협회장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의 대가로 29억6300만원을 받았고, 증여세와 부가가치세 총 5억2000만원을 탈세했다.

또 정원토건과 관련해 2004년 3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회사자금 15억원을 주식 매수 등에 사용하는 횡령 범죄까지 저질렀다.

이 모든 과정이 드러나고, 재판을 받은 기간은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과 겹친다. 또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노 전 대통령이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저 뒷산에 있는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해 생을 달리하기도 했다.

광우병 사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반쪽짜리’ 대통령으로 불리던 이 전 대통령은 해당 사건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게 됐다. 유독 심한 레임덕을 겪던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전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사면으로 풀려 노력했다.

야권에서는 이미 노씨에 대한 대통령 사면을 수차례 건의해왔고, 임기 후반 들어 법무부가 나서서 사면을 주도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노씨를 전격 사면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했다.

문 전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최초로 두 명의 대통령이 구속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친문
구심점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 아래 대대적인 전 정권 수사를 벌인 검찰은 우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후, 이듬해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도 입증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 수감될 때마다 한쪽 진영은 박수를 보냈으나 다른 한쪽 진영은 큰 앙심을 품게 됐다. 그리고 그 앙심은 문 전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지지층은 부당한 수사에 의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매주 광화문에서는 태극기 집회가 벌어졌고, 집회에서는 항상 ‘박근혜, 이명박 석방’이라는 피켓이 등장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때도 명분은 국민 대통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5번째로 시행한 대통령 특별사면에서 총 3092명을 사면시켰고, 그중에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를 포함시켰다.

당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사면·복권의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국민 통합’을 들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김 전 도지사의 사면론이 불거지는 이유도 이때의 이유와 많이 닮아있다. 대대적인 전 정권 수사를 시작한 윤정부 검찰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그의 양팔로 불리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실장은 구속 상태고,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은 연일 핵폭탄급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의 수사선상에는 문 전 대통령 측도 포함된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4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구속시켰다. 서 전 실장과 더불어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수사선상에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계는 결국 문 전 대통령에게 화살이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여러 모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사면 카드가 ‘신의 한 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사면 카드는 항상 정치적으로 이용돼왔다. 이번에도 같은 맥락”이라며 “현재 여권은 전 정권 수사에 대한 반발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면 카드는 한시름 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면 전환
신의 한 수?

야권에서 김 전 도지사의 사면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는 그를 사면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세 가지 이득이 생길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야권에서 바라보고 있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은 야권 분열, 여론 전환, MB 사면 명분 등 세 가지다.

김 전 도지사는 일명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를 받았다.

검찰은 김 전 도지사가 김씨에게 댓글 조작을 의뢰하고 일본 총영사직을 주기로 한 혐의(공직선거법)도 있다고 의심했고, 김 전 도지사는 1심과 2심에서 댓글 조작 혐의가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다만 공직선거법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며 해당 혐의는 벗게 됐다.

김 전 도지사는 징역형이 확정돼 옥살이를 이어오고 있으며 형기 만료 이후에도 약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이번 사면의 관전 포인트는 그의 복권 여부다. 윤 대통령이 그를 사면함으로 야권 분열까지 노린다면 복권까지 이뤄져야 한다. 복권되지 않을 경우 김 전 도지사는 2028년까지 선거에 나갈 수 없다.

반면 복권 시 차기 총선에서 영향력을 보다 크게 발휘할 명분이 생긴다. 친문(친 문재인) 진영이 2024년에 있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김 전 도지사가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만일 사법 리스크로 낙마하면 민주당은 새로운 리더가 필요해진다.

친문 의원들은 김 전 도지사가 돌아와 제 힘을 발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가 부당하게 수감됐다고 생각한 몇몇 민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친문이 결집하면 현재 집권세력인 친명(친 이재명)계를 몰아낼 수 있다는 계산 아래서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정치 1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져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새로운 리더를 찾아야만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측은 사면은 하되, 복권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사면은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다만 복권은 안 할 계획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항상 비판 여론 일었는데…
‘국민 통합’ 시대적 요구?

이 관계자는 사면은 (거의)하자는 분위기지만 정치적 복권까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도지사를 사면함으로써 야권의 분열을 노릴 것이라는 여의도 전문가들의 예측을 대통령실이 전면 부정한 것이다. 

정계에 오래 몸담고 있던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어차피 이낙연 전 대표가 내년에 돌아올 것인데 김경수 전 도지사를 왜 사면해줘야 하냐는 내부 의견을 들었다”며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에 대한 의혹 제기를 가장 많이한 인물인 만큼 우리는 사태를 관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 대통령실은 명분만 챙기되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정치적 명분은 주지 않을 것이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 가 있는 이 전 대표가 돌아온다면 김 전 도지사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게 대통령실의 의중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후, 1년간 미국 워싱턴주에 머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구원 신분으로 미국 현지에서 교민들과 활발히 교류 중이며 워싱턴대학교에서 공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상 내년 6월에 복귀가 예정된 그는 2024 22대 총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는 현지 교민들과 활발한 강연활동을 벌이고 있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지지층들과도 자주 화상 연결을 통해 교류하고 있다. 여야가 이 전 대표의 귀국 시기를 점치고 있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특정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이라는 중형을 확정 판결받은 바 있다. 

그는 현재 건강상의 사유로 형집행이 정지된 상태지만 혐의는 아직 벗지 못했다. 정계에선 이번 정치인 사면 배경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힘 주류 세력이라고 알려진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측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며 “아시다피시 윤핵관 의원 대부분이 친이(친 이명박)계 출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이계 출신의 윤핵관 의원들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도지사에 대한 사면 논의도 이 전 대통령 사면의 일환이며 여권 측에서는 정치적 노림수를 크게 두기보다는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노림수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에 의한 대통령 사면은 관례로 인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김 전 도지사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본인에게 어떤 이익을 줄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준 ‘사면권’이 정치싸움의 무기로 전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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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