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문만 무성’ 이케아 계룡점 무산 비스토리

네 탓 공방에 가린 원주민 눈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3만평 땅을 둘러싼 잡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모양새다. 계약의 주체가 됐던 이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복잡하게 얽혀있던 이권이 정리되고 있다. 문제는 정돈되는 상황 이면에 속으로 곪아터진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충남 계룡시를 찾았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흐릿하니 찌뿌둥했다.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도로도 한산했다. 계룡시청에서 차로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는 휑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진 3만평 땅에는 풀만 한가득이었다.

기대 컸는데
황량한 땅만

뒤편의 고층 아파트와 앞쪽의 대형 상가는 짝 안 맞는 퍼즐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대실지구 주변을 함께 돌아본 시민단체 관계자는 많은 상가가 공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곳곳에 ‘공인중개사’ 간판들이 여럿 눈에 띄었지만 손님은 없었다. 간판도 없이 텅 빈 사무실이 대부분이었다. 

계룡시 곳곳에는 고층 아파트, 다이소, 하나로마트 등 주거‧편의시설을 짓는 공사현장이 많았다. 비 예보가 있는 날씨 때문인지 공사현장에 인부는 거의 없었다. 이날 찾은 계룡시는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유동인구가 적은 평일 오후의 느긋함보다는 태풍예보에 사람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인구 4만4000명(10월 기준)의 계룡시는 이른바 ‘개발 호재’로 2016년부터 들썩였다. 계룡시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로 여겨진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에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가 입점하기로 한 것. 계룡시 대실지구 내 두마면 농소리 1017, 3만평에 달하는 땅에 이케아 계룡점을 비롯해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7년이 지난 현재 드넓은 부지엔 잡초만 무성하다. 이케아 계룡점은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이케아는 이번 달 중으로 계룡시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케아 계룡점 입점이 완전히 무산된 순간이다. 

지난 1일 (주)더오름이 이케아 계룡점 부지를 떠안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LH대전충남본부와 계룡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더오름은 이케아 계룡점 부지에 대해 LH의 전매 동의를 받아 이케아 측이 소유한 부지(4만9500㎡) 매입에 성공했다.

2016년부터 계룡시 역점사업
잘 진행되다 돌연 철수 선언

더오름 측은 이케아가 내지 않은 토지 대금 잔금과 이자 일부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와 용지를 양분하고 있던 더오름이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전체의 토지소유권을 사실상 확보하면서 향후 계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오름은 사업계획 변경과 함께 유통시설 용지 전체에 대한 사업계획 수립과 국내외 대형 유통업체 유치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계룡시는 더오름의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건축허가·조기착공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 해결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28일 계룡시청에서 만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토지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계룡시는 이케아의 건축허가 취소 요청에 대한 보완을 요구한 상태였다. 이후 더오름과 이케아의 토지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일단 선결과제는 해결된 상황이다. 


문제는 LH와 이케아·더오름, 계룡시 등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개발에 관련된 주체의 입장은 정리되고 있는 반면, 개발 호재를 믿고 투자한 사람의 속앓이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계룡시민참여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퇴직금, 은행 대출 등의 돈으로 인근 땅을 산 사람의 손해는 ‘말도 못할 수준’이다.

이케아 이슈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그해 8월 계룡시는 대실지구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을 변경했다. 이때 유통시설 용지가 신설됐다. 이케아 계룡점, 복합쇼핑몰(더오름) 등이 들어오기로 예정됐던 곳으로, 면적은 9만7391㎡(2만9500평)에 달한다.

토지매매리턴권
특혜 의혹 나와

계룡시는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직간접 고용 창출 ▲유동인구 증가 ▲개발 기대 및 인구 유입 ▲세수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기대효과를 예측했다. 

같은 해 10월 LH와 이케아 간의 유통시설 용지 토지매입 계약이 체결됐다. 당시 이케아는 평당 120만원에 해당 부지를 산 것으로 알려져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헐값에 노른자위 땅을 구매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LH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당시 감정을 진행했고 그에 따라 적정 수준에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LH가 이케아에 토지매매리턴권을 보장한 부분도 특혜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토지매매리턴권은 토지를 매입한 주체가 일정 기간 후 환급을 요청하면 토지를 회수하고 계약금과 원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케아가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아무 손실 없이 계룡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권리를 계약에 포함했다는 뜻이다.

2016년 계룡시장이었던 최홍묵 전 시장은 그해 11월25일 계룡시의회 본회의에서 “세계적 가구기업인 이케아의 계룡시 유치는 지역발전의 호재와 더불어 우리 시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실 도시개발사업구역 내의 유통시설 용지를 매입해 오는 2020년까지 오픈 예정인 이케아의 입점으로 우리 시에서는 대전, 충청권뿐만 아니라 세종, 호남·영남권까지 상업·문화·관광 등의 복합서비스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 창출, 1억3500만달러 외화 유치와 4000여세대의 대실지구 공동주택 분양에도 호황이 예상된다. (이케아 계룡점을)중부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평당 120만원
평당 1150만원

이케아는 2020년까지 고양점(2호점), 기흥점(3호점), 동부산점(4호점) 등에 매장을 열었다. 계룡시에서는 계룡점이 그다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2016년 11월 최홍묵 전 시장이 1호점 광명점에 방문해 당시 이케아코리아 대표였던 안드레 슈미트갈을 면담하고, 2017년 11월과 2018년 4월 이케아코리아 관계자가 계룡시를 찾는 등 계획은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했다.

지난해 7월 복합쇼핑몰(더오름) 건축허가가 먼저 났고 같은 해 9월 이케아 계룡점 건축허가가 완료됐다. 예정대로였다면 올 상반기에 이케아 계룡점 건축공사가 착공됐어야 한다. 최홍묵 전 시장은 2018년 11월20일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시정운영의 기본방향과 주요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최 시장은 이케아 계룡점 개점  완수를 최우선 역점과제로 손꼽았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계룡시의 ‘뜨거운 감자’였던 이케아 이슈가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케아는 올해 3월 계룡점 철수를 선언했다. 이케아는 LH에 토지매매리턴권을 행사하고 계룡시에 건축허가 취소 신청서를 접수했다. 파트너사와의 이견,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등을 철수 배경으로 설명했다. 

2016년부터 계룡시 숙원사업으로 여겨졌던 이케아 입점이 초대형 악재를 만난 것이다. 당시 계룡시는 “이케아의 일방적인 건축허가 취소 결정은 계룡점 개장을 학수고대하던 계룡시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동”이라며 “세계적인 가구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건축허가가 완료된 상태에서 일방적 건축허가 취소 신청은 대기업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계룡시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이케아 계룡점 입점 무산을 둘러싸고 책임소재를 찾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계룡시가 제대로 된 행정 지원을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부터 LH가 땅을 팔기 위해 이케아를 이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케아의 갑작스러운 행보를 두고 ‘갑질’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발 호재 사라지면서 폭망
더오름, 해당 부지 매입 왜?

계룡시의회 윤차원 전 의원은 지난 4월11일 본회의에서 “(이케아 계룡점 입점 무산으로 인한)계룡시민의 상실감, 인근 상권과 대실지구에 투자한 투자자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최홍묵 시장이)시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적 책임은 차치하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거듭 물었다.


계룡시는 윤 전 의원의 질의에 “(이케아의)건축허가 취소사항을 시민에게 즉시 알리고 LH 및 동반업체와 공동으로 협력해 건축허가 취소 신청에 대응하는 한편, 계룡 대실지구 정상화 방안과 계룡시민의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대응 TF팀을 가동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LH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H가 땅을 팔기 위해 이케아에 특혜를 줘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입점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이한석 계룡시민참여연대 대표는 “그(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보다 입지가 좋지 않은 땅도 평당 400만~500만원에 거래된다. 평당 120만원에 토지계약을 진행한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계룡시의 한 관계자는 토지매매리턴권에 의혹을 품었다. 이케아 입장에서는 손실이 전혀 없는 계약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케아가 쉽게 계룡점 입점을 포기하고 사업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 토지매매리턴권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LH나 이케아, 계룡시 등이 ‘네 탓이오’ 하고 있는 사이 인근 땅에 투자한 사람들의 신음은 커져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주체의 책임 공방에 손실을 입은 원주민의 목소리는 뒷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인근에 땅을 샀다가 이케아 계룡점 철수로 금전적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한석 대표에 따르면 LH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계룡시민 등 34명이다. 이들 가운데 1명은 이케아 계룡점 입점을 믿고 평당 1150만원에 인근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땅의 가격은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케아 계룡점 철수로 호재 자체가 사라지면서 거래도 안 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일단 봉합
그다음은?

이 대표는 “피해자 대부분은 대출 등을 이용해 땅을 매입했다. 개중에는 퇴직금 등 노후자금으로 땅을 산 사람도 있다. 이케아가 계룡시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땅값이 폭락했고 큰 피해를 입었다. 일부 사람은 ‘극단적 선택’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가정불화가 생겼다고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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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