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문만 무성’ 이케아 계룡점 무산 비스토리

네 탓 공방에 가린 원주민 눈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3만평 땅을 둘러싼 잡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모양새다. 계약의 주체가 됐던 이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복잡하게 얽혀있던 이권이 정리되고 있다. 문제는 정돈되는 상황 이면에 속으로 곪아터진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충남 계룡시를 찾았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흐릿하니 찌뿌둥했다.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도로도 한산했다. 계룡시청에서 차로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는 휑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진 3만평 땅에는 풀만 한가득이었다.

기대 컸는데
황량한 땅만

뒤편의 고층 아파트와 앞쪽의 대형 상가는 짝 안 맞는 퍼즐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대실지구 주변을 함께 돌아본 시민단체 관계자는 많은 상가가 공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곳곳에 ‘공인중개사’ 간판들이 여럿 눈에 띄었지만 손님은 없었다. 간판도 없이 텅 빈 사무실이 대부분이었다. 

계룡시 곳곳에는 고층 아파트, 다이소, 하나로마트 등 주거‧편의시설을 짓는 공사현장이 많았다. 비 예보가 있는 날씨 때문인지 공사현장에 인부는 거의 없었다. 이날 찾은 계룡시는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유동인구가 적은 평일 오후의 느긋함보다는 태풍예보에 사람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인구 4만4000명(10월 기준)의 계룡시는 이른바 ‘개발 호재’로 2016년부터 들썩였다. 계룡시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로 여겨진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에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가 입점하기로 한 것. 계룡시 대실지구 내 두마면 농소리 1017, 3만평에 달하는 땅에 이케아 계룡점을 비롯해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7년이 지난 현재 드넓은 부지엔 잡초만 무성하다. 이케아 계룡점은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이케아는 이번 달 중으로 계룡시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케아 계룡점 입점이 완전히 무산된 순간이다. 

지난 1일 (주)더오름이 이케아 계룡점 부지를 떠안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LH대전충남본부와 계룡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더오름은 이케아 계룡점 부지에 대해 LH의 전매 동의를 받아 이케아 측이 소유한 부지(4만9500㎡) 매입에 성공했다.

2016년부터 계룡시 역점사업
잘 진행되다 돌연 철수 선언

더오름 측은 이케아가 내지 않은 토지 대금 잔금과 이자 일부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와 용지를 양분하고 있던 더오름이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전체의 토지소유권을 사실상 확보하면서 향후 계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오름은 사업계획 변경과 함께 유통시설 용지 전체에 대한 사업계획 수립과 국내외 대형 유통업체 유치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계룡시는 더오름의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건축허가·조기착공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 해결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28일 계룡시청에서 만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토지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계룡시는 이케아의 건축허가 취소 요청에 대한 보완을 요구한 상태였다. 이후 더오름과 이케아의 토지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일단 선결과제는 해결된 상황이다. 

문제는 LH와 이케아·더오름, 계룡시 등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개발에 관련된 주체의 입장은 정리되고 있는 반면, 개발 호재를 믿고 투자한 사람의 속앓이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계룡시민참여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퇴직금, 은행 대출 등의 돈으로 인근 땅을 산 사람의 손해는 ‘말도 못할 수준’이다.

이케아 이슈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그해 8월 계룡시는 대실지구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을 변경했다. 이때 유통시설 용지가 신설됐다. 이케아 계룡점, 복합쇼핑몰(더오름) 등이 들어오기로 예정됐던 곳으로, 면적은 9만7391㎡(2만9500평)에 달한다.

토지매매리턴권
특혜 의혹 나와

계룡시는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직간접 고용 창출 ▲유동인구 증가 ▲개발 기대 및 인구 유입 ▲세수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기대효과를 예측했다. 

같은 해 10월 LH와 이케아 간의 유통시설 용지 토지매입 계약이 체결됐다. 당시 이케아는 평당 120만원에 해당 부지를 산 것으로 알려져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헐값에 노른자위 땅을 구매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LH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당시 감정을 진행했고 그에 따라 적정 수준에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LH가 이케아에 토지매매리턴권을 보장한 부분도 특혜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토지매매리턴권은 토지를 매입한 주체가 일정 기간 후 환급을 요청하면 토지를 회수하고 계약금과 원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케아가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아무 손실 없이 계룡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권리를 계약에 포함했다는 뜻이다.

2016년 계룡시장이었던 최홍묵 전 시장은 그해 11월25일 계룡시의회 본회의에서 “세계적 가구기업인 이케아의 계룡시 유치는 지역발전의 호재와 더불어 우리 시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실 도시개발사업구역 내의 유통시설 용지를 매입해 오는 2020년까지 오픈 예정인 이케아의 입점으로 우리 시에서는 대전, 충청권뿐만 아니라 세종, 호남·영남권까지 상업·문화·관광 등의 복합서비스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 창출, 1억3500만달러 외화 유치와 4000여세대의 대실지구 공동주택 분양에도 호황이 예상된다. (이케아 계룡점을)중부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평당 120만원
평당 1150만원

이케아는 2020년까지 고양점(2호점), 기흥점(3호점), 동부산점(4호점) 등에 매장을 열었다. 계룡시에서는 계룡점이 그다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2016년 11월 최홍묵 전 시장이 1호점 광명점에 방문해 당시 이케아코리아 대표였던 안드레 슈미트갈을 면담하고, 2017년 11월과 2018년 4월 이케아코리아 관계자가 계룡시를 찾는 등 계획은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했다.

지난해 7월 복합쇼핑몰(더오름) 건축허가가 먼저 났고 같은 해 9월 이케아 계룡점 건축허가가 완료됐다. 예정대로였다면 올 상반기에 이케아 계룡점 건축공사가 착공됐어야 한다. 최홍묵 전 시장은 2018년 11월20일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시정운영의 기본방향과 주요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최 시장은 이케아 계룡점 개점  완수를 최우선 역점과제로 손꼽았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계룡시의 ‘뜨거운 감자’였던 이케아 이슈가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케아는 올해 3월 계룡점 철수를 선언했다. 이케아는 LH에 토지매매리턴권을 행사하고 계룡시에 건축허가 취소 신청서를 접수했다. 파트너사와의 이견,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등을 철수 배경으로 설명했다. 

2016년부터 계룡시 숙원사업으로 여겨졌던 이케아 입점이 초대형 악재를 만난 것이다. 당시 계룡시는 “이케아의 일방적인 건축허가 취소 결정은 계룡점 개장을 학수고대하던 계룡시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동”이라며 “세계적인 가구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건축허가가 완료된 상태에서 일방적 건축허가 취소 신청은 대기업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계룡시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이케아 계룡점 입점 무산을 둘러싸고 책임소재를 찾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계룡시가 제대로 된 행정 지원을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부터 LH가 땅을 팔기 위해 이케아를 이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케아의 갑작스러운 행보를 두고 ‘갑질’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발 호재 사라지면서 폭망
더오름, 해당 부지 매입 왜?

계룡시의회 윤차원 전 의원은 지난 4월11일 본회의에서 “(이케아 계룡점 입점 무산으로 인한)계룡시민의 상실감, 인근 상권과 대실지구에 투자한 투자자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최홍묵 시장이)시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적 책임은 차치하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거듭 물었다.

계룡시는 윤 전 의원의 질의에 “(이케아의)건축허가 취소사항을 시민에게 즉시 알리고 LH 및 동반업체와 공동으로 협력해 건축허가 취소 신청에 대응하는 한편, 계룡 대실지구 정상화 방안과 계룡시민의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대응 TF팀을 가동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LH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H가 땅을 팔기 위해 이케아에 특혜를 줘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입점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이한석 계룡시민참여연대 대표는 “그(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보다 입지가 좋지 않은 땅도 평당 400만~500만원에 거래된다. 평당 120만원에 토지계약을 진행한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계룡시의 한 관계자는 토지매매리턴권에 의혹을 품었다. 이케아 입장에서는 손실이 전혀 없는 계약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케아가 쉽게 계룡점 입점을 포기하고 사업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 토지매매리턴권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LH나 이케아, 계룡시 등이 ‘네 탓이오’ 하고 있는 사이 인근 땅에 투자한 사람들의 신음은 커져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주체의 책임 공방에 손실을 입은 원주민의 목소리는 뒷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인근에 땅을 샀다가 이케아 계룡점 철수로 금전적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한석 대표에 따르면 LH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계룡시민 등 34명이다. 이들 가운데 1명은 이케아 계룡점 입점을 믿고 평당 1150만원에 인근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땅의 가격은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케아 계룡점 철수로 호재 자체가 사라지면서 거래도 안 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일단 봉합
그다음은?

이 대표는 “피해자 대부분은 대출 등을 이용해 땅을 매입했다. 개중에는 퇴직금 등 노후자금으로 땅을 산 사람도 있다. 이케아가 계룡시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땅값이 폭락했고 큰 피해를 입었다. 일부 사람은 ‘극단적 선택’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가정불화가 생겼다고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