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문만 무성’ 이케아 계룡점 무산 비스토리

네 탓 공방에 가린 원주민 눈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3만평 땅을 둘러싼 잡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모양새다. 계약의 주체가 됐던 이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복잡하게 얽혀있던 이권이 정리되고 있다. 문제는 정돈되는 상황 이면에 속으로 곪아터진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충남 계룡시를 찾았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흐릿하니 찌뿌둥했다.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도로도 한산했다. 계룡시청에서 차로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는 휑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진 3만평 땅에는 풀만 한가득이었다.

기대 컸는데
황량한 땅만

뒤편의 고층 아파트와 앞쪽의 대형 상가는 짝 안 맞는 퍼즐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대실지구 주변을 함께 돌아본 시민단체 관계자는 많은 상가가 공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곳곳에 ‘공인중개사’ 간판들이 여럿 눈에 띄었지만 손님은 없었다. 간판도 없이 텅 빈 사무실이 대부분이었다. 

계룡시 곳곳에는 고층 아파트, 다이소, 하나로마트 등 주거‧편의시설을 짓는 공사현장이 많았다. 비 예보가 있는 날씨 때문인지 공사현장에 인부는 거의 없었다. 이날 찾은 계룡시는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유동인구가 적은 평일 오후의 느긋함보다는 태풍예보에 사람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인구 4만4000명(10월 기준)의 계룡시는 이른바 ‘개발 호재’로 2016년부터 들썩였다. 계룡시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로 여겨진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에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가 입점하기로 한 것. 계룡시 대실지구 내 두마면 농소리 1017, 3만평에 달하는 땅에 이케아 계룡점을 비롯해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7년이 지난 현재 드넓은 부지엔 잡초만 무성하다. 이케아 계룡점은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이케아는 이번 달 중으로 계룡시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케아 계룡점 입점이 완전히 무산된 순간이다. 

지난 1일 (주)더오름이 이케아 계룡점 부지를 떠안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LH대전충남본부와 계룡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더오름은 이케아 계룡점 부지에 대해 LH의 전매 동의를 받아 이케아 측이 소유한 부지(4만9500㎡) 매입에 성공했다.

2016년부터 계룡시 역점사업
잘 진행되다 돌연 철수 선언

더오름 측은 이케아가 내지 않은 토지 대금 잔금과 이자 일부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와 용지를 양분하고 있던 더오름이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전체의 토지소유권을 사실상 확보하면서 향후 계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오름은 사업계획 변경과 함께 유통시설 용지 전체에 대한 사업계획 수립과 국내외 대형 유통업체 유치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계룡시는 더오름의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건축허가·조기착공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 해결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28일 계룡시청에서 만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토지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계룡시는 이케아의 건축허가 취소 요청에 대한 보완을 요구한 상태였다. 이후 더오름과 이케아의 토지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일단 선결과제는 해결된 상황이다. 


문제는 LH와 이케아·더오름, 계룡시 등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개발에 관련된 주체의 입장은 정리되고 있는 반면, 개발 호재를 믿고 투자한 사람의 속앓이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계룡시민참여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퇴직금, 은행 대출 등의 돈으로 인근 땅을 산 사람의 손해는 ‘말도 못할 수준’이다.

이케아 이슈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그해 8월 계룡시는 대실지구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을 변경했다. 이때 유통시설 용지가 신설됐다. 이케아 계룡점, 복합쇼핑몰(더오름) 등이 들어오기로 예정됐던 곳으로, 면적은 9만7391㎡(2만9500평)에 달한다.

토지매매리턴권
특혜 의혹 나와

계룡시는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직간접 고용 창출 ▲유동인구 증가 ▲개발 기대 및 인구 유입 ▲세수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기대효과를 예측했다. 

같은 해 10월 LH와 이케아 간의 유통시설 용지 토지매입 계약이 체결됐다. 당시 이케아는 평당 120만원에 해당 부지를 산 것으로 알려져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헐값에 노른자위 땅을 구매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LH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당시 감정을 진행했고 그에 따라 적정 수준에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LH가 이케아에 토지매매리턴권을 보장한 부분도 특혜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토지매매리턴권은 토지를 매입한 주체가 일정 기간 후 환급을 요청하면 토지를 회수하고 계약금과 원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케아가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아무 손실 없이 계룡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권리를 계약에 포함했다는 뜻이다.

2016년 계룡시장이었던 최홍묵 전 시장은 그해 11월25일 계룡시의회 본회의에서 “세계적 가구기업인 이케아의 계룡시 유치는 지역발전의 호재와 더불어 우리 시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실 도시개발사업구역 내의 유통시설 용지를 매입해 오는 2020년까지 오픈 예정인 이케아의 입점으로 우리 시에서는 대전, 충청권뿐만 아니라 세종, 호남·영남권까지 상업·문화·관광 등의 복합서비스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 창출, 1억3500만달러 외화 유치와 4000여세대의 대실지구 공동주택 분양에도 호황이 예상된다. (이케아 계룡점을)중부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평당 120만원
평당 1150만원

이케아는 2020년까지 고양점(2호점), 기흥점(3호점), 동부산점(4호점) 등에 매장을 열었다. 계룡시에서는 계룡점이 그다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2016년 11월 최홍묵 전 시장이 1호점 광명점에 방문해 당시 이케아코리아 대표였던 안드레 슈미트갈을 면담하고, 2017년 11월과 2018년 4월 이케아코리아 관계자가 계룡시를 찾는 등 계획은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했다.

지난해 7월 복합쇼핑몰(더오름) 건축허가가 먼저 났고 같은 해 9월 이케아 계룡점 건축허가가 완료됐다. 예정대로였다면 올 상반기에 이케아 계룡점 건축공사가 착공됐어야 한다. 최홍묵 전 시장은 2018년 11월20일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시정운영의 기본방향과 주요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최 시장은 이케아 계룡점 개점  완수를 최우선 역점과제로 손꼽았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계룡시의 ‘뜨거운 감자’였던 이케아 이슈가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케아는 올해 3월 계룡점 철수를 선언했다. 이케아는 LH에 토지매매리턴권을 행사하고 계룡시에 건축허가 취소 신청서를 접수했다. 파트너사와의 이견,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등을 철수 배경으로 설명했다. 

2016년부터 계룡시 숙원사업으로 여겨졌던 이케아 입점이 초대형 악재를 만난 것이다. 당시 계룡시는 “이케아의 일방적인 건축허가 취소 결정은 계룡점 개장을 학수고대하던 계룡시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동”이라며 “세계적인 가구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건축허가가 완료된 상태에서 일방적 건축허가 취소 신청은 대기업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계룡시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이케아 계룡점 입점 무산을 둘러싸고 책임소재를 찾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계룡시가 제대로 된 행정 지원을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부터 LH가 땅을 팔기 위해 이케아를 이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케아의 갑작스러운 행보를 두고 ‘갑질’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발 호재 사라지면서 폭망
더오름, 해당 부지 매입 왜?

계룡시의회 윤차원 전 의원은 지난 4월11일 본회의에서 “(이케아 계룡점 입점 무산으로 인한)계룡시민의 상실감, 인근 상권과 대실지구에 투자한 투자자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최홍묵 시장이)시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적 책임은 차치하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거듭 물었다.


계룡시는 윤 전 의원의 질의에 “(이케아의)건축허가 취소사항을 시민에게 즉시 알리고 LH 및 동반업체와 공동으로 협력해 건축허가 취소 신청에 대응하는 한편, 계룡 대실지구 정상화 방안과 계룡시민의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대응 TF팀을 가동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LH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H가 땅을 팔기 위해 이케아에 특혜를 줘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입점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이한석 계룡시민참여연대 대표는 “그(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보다 입지가 좋지 않은 땅도 평당 400만~500만원에 거래된다. 평당 120만원에 토지계약을 진행한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계룡시의 한 관계자는 토지매매리턴권에 의혹을 품었다. 이케아 입장에서는 손실이 전혀 없는 계약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케아가 쉽게 계룡점 입점을 포기하고 사업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 토지매매리턴권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LH나 이케아, 계룡시 등이 ‘네 탓이오’ 하고 있는 사이 인근 땅에 투자한 사람들의 신음은 커져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주체의 책임 공방에 손실을 입은 원주민의 목소리는 뒷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인근에 땅을 샀다가 이케아 계룡점 철수로 금전적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한석 대표에 따르면 LH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계룡시민 등 34명이다. 이들 가운데 1명은 이케아 계룡점 입점을 믿고 평당 1150만원에 인근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땅의 가격은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케아 계룡점 철수로 호재 자체가 사라지면서 거래도 안 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일단 봉합
그다음은?

이 대표는 “피해자 대부분은 대출 등을 이용해 땅을 매입했다. 개중에는 퇴직금 등 노후자금으로 땅을 산 사람도 있다. 이케아가 계룡시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땅값이 폭락했고 큰 피해를 입었다. 일부 사람은 ‘극단적 선택’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가정불화가 생겼다고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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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통령실 따로 노는 내막

정부·대통령실 따로 노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부와 대통령실 간 파열음이 커질 전망이다.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정책 및 정치적 대응 노선을 두고 엇박자인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대왕고래’ 사업이 꼽힌다. 정부는 사실상 사업 실패를 인정했다. 대통령실은 정부의 공식 입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문제는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이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게 너무 많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 부처 안팎에서는 동해 심해 유전 탐사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대통령실과 일부 여당의 비판이 정치적이라는 여론이 상당하다. 활화산이던 정부와 대통령실의 갈등이 폭발하기 시작한 모양새다. 나라는 뒷전 일손 놨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가 진행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브리핑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산업부는 1차 탐사 시추 결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잠정 결과는 대왕고래에 대한 단정적 결론이 아니며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에 대한 탐사 시추도 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야권의 비판으로 대왕고래가 정치적 논란을 야기한 상황서, 발표 내용을 다듬어 밝혔어야 했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실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부 부처 안팎에서는 산업부를 향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비판이 내부 총질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한 부처 간부는 “경제성이 있는지 없는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서 발표해버린 대통령의 잘못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브리핑은 산업부서도 몰랐던 사안이다. 비판하려면 누가 먼저 사안을 ‘정치화’했는지 깊이 있게 고민하고 지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3일 첫 국정 브리핑을 통해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동해에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며 예고 없이 직접 대왕고래를 발표했다.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며 구체적 수치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의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최대 매장량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통상 석유 시추사업과 같이 실패 가능성이 큰 사업은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경우가 없다. 윤 대통령이 대왕고래를 직접 발표한 날은 여당의 22대 총선 참패 두 달 뒤였다. 실제로 정치적 위기가 닥치자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총선 참패 뒤 ‘대왕고래 프로젝트’ 과장 발표 산업부, 사실상 사업 실패 인정 “경제성 없다” 윤 대통령의 참모 일부는 대왕고래가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은 이후 야권의 대왕고래 관련 예산 삭감이 12·3 불법 계엄 명분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대왕고래는 시작부터 많은 의심을 받았다. 경북 포항시 인근 바다에 다량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을 주장한 분석업체 ‘액트지오(Act-Geo)’의 전문성을 두고 의구심이 커졌다. 대왕고래는 지난 2023년 2월 한국석유공사가 액트지오에 대왕고래 유망 구조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액트지오는 “대왕고래 유망 구조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석유공사에 보냈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 분석 결과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 국내외 자문단을 꾸렸고 해당 자문단에서는 ‘액트지오의 분석 방법론과 이를 바탕으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를 근거로 석유공사는 지난해 4월 시추선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비슷한 시기 산업부는 내부 검토를 마무리하고 장관 보고까지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대왕고래 유망 구조에 대한 시추가 필요하다고 판단, 대통령실에도 진행 상황을 알렸다. 그러나 액트지오는 글로벌 자원개발회사가 아닌 소규모 분석업체였다. 액트지오 미국 본사 주소지가 일반 주택가인 점도 드러나면서 액트지오 분석 결과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이 분석을 진두지휘한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윤 대통령 발표 이틀 만에 한국으로 들어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론전을 펼쳤으나 의구심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유명 글로벌 자원개발기업 ‘우드사이드’가 이미 대왕고래 유망 구조를 검토했다가 철수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졌다. 폭발 직전 활화산 산업부는 우드사이드가 검토한 유망 구조 지역과 액트지오가 분석한 대왕고래 유망 구조 지역이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여론은 액트지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산업부는 액트지오 분석 결과를 신뢰한다며 1차 시추를 밀어붙였다. 지난해 7월에는 사실상 매장 가능성이 큰 곳으로 첫 탐사 위치를 정했다. 이후 시추 관련 용역업체를 고른 뒤 지난해 12월 시추선이 1차 시추 지점으로 이동, 한 달 전인 1월 탐사 시추를 시작했다. 탐사 시추 이후에는 1차 지점서 얻은 ‘시료’ 분석에 들어갔다. 유망 구조 내에 가스나 원유 성질의 물질이 얼마나 묻혀 있는지, 경제성이 확보될 정도의 규모 인지를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장 물리 검층·이수 검층 결과 가스, 석유 매장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대왕고래 시추 작업 과정서 가스 징후가 잠정적이나마 일부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1차 탐사 시추 실패 가능성이 제기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애초에 밝힌 시추 성공률이 20%였기에 최소 다섯 번은 뚫어야 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프로젝트를 성급하게 발표하면서, 사업에 의구심과 정치적인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산업부도 “정무적인 영향이 많이 개입” “첫 시추서 성공 확률은 로또보다 작은 데 많은 부담을 안고 있었다” 등의 해명을 내왔다. 사실상 대통령실 등 정치권의 책임론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야당의 대왕고래 예산 삭감 관련 질문을 받자 “중국이나 일본은 근해서 해저자원 개발을 많이 하고 있다”며 “두 나라를 따라가려면 바다서 많이 시추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열음 정면 충돌 나머지 유망 구조 6개가 있는 만큼 전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석유공사는 이번 시추서 얻은 시료 등을 전문 분석 기업으로 보내 약 6개월간 정밀 분석과 실험을 진행한다. 오는 5~6월께에는 중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부 외에도 대통령실과의 갈등 조짐을 보이는 정부 부처는 기획재정부다. 추경 편성 자체를 반대하는 데 이어 여당의 협조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중국 딥시크로 인해 AI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산하 분과들이 경쟁적으로 여러 제안들을 내놨다. 그러나 예산 벽에 부딪혀 추경 편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도 추경을 통해 AI 관련 예산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서 국가AI컴퓨팅센터에 쓰일 GPU(그래픽처리장치) 조기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경을 하면 AI 분야에선 반드시 GPU 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내에 국가AI위원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국가AI위는 이 자리서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해 온 워크숍과 내부회의를 통해 마련한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보고할 예정인 만큼, 추경을 통한 예산 확보 건의도 이뤄질 계획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회의적이다. 국민의힘은 추경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전액 삭감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등을 복구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향후 추경을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복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딥시크 대응 AI 예산 필요한데… 대화도 안 하고 당국과 거리두기 국정협의체 본회담이 삐거덕거리면서 추경 편성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모두 반도체특별법과 국민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안팎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구체적으로 반도체법상 주52시간 근로제 예외와 국민연금 구조·모수개혁 병행 여부를 두고서다. 여당은 삭감예산 복구에, 야당은 AI와 R&D 예산 추가 편성에 방점을 찍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계엄 이후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간 소통이 확연히 줄었다. 추경과 관련해서도 야당과 입장이 비슷하다. 대화를 해야 의견이 모이거나 좁혀지는데 양보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실과 국무위원의 주장이 충돌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 권한대행은 지난 6일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해 불법 계엄 당시 국무회의를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무회의의 본질이 부정당하는 시간은 아니었다”며 다른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최 권한대행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부인하고 있지만, 최 권한대행은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자신을 부른 뒤 옆에 있던 참모가 자신에게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전달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각 정부 부처는 지난해 말 올해 업무계획 추진을 위한 보고서 작성을 끝마쳤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모든 업무계획이 늦어졌다. 통상 정부와 각 부처는 12~1월쯤 다음 연도 업무계획을 위해 부처별, 국·과별로 업무보고를 받는다. 정부는 출범 이래 교육개혁 3대 정책인 ▲국가 책임 교육·돌봄(유보통합 등)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 개혁과 국정과제로 추진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추진 계획 등을 밝혔다. 행정안전부 산하서도 ▲지방행정체제 개편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 조직개편과 관련한 굵직한 정책들이 예고된 바 있다. 예산 두고 갈팡질팡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정부 인사는 “국정 동력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진 상황이고 대통령실이 모든 정책과 예산 및 계획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게 문제”라며 “‘어떻게 하면 윤 대통령을 살릴 수 있을까’가 아니라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외교와 경제가 파탄 나기 직전인데 대화도 하지 않으려는 건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