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문만 무성’ 이케아 계룡점 무산 비스토리

네 탓 공방에 가린 원주민 눈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3만평 땅을 둘러싼 잡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모양새다. 계약의 주체가 됐던 이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복잡하게 얽혀있던 이권이 정리되고 있다. 문제는 정돈되는 상황 이면에 속으로 곪아터진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충남 계룡시를 찾았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흐릿하니 찌뿌둥했다.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도로도 한산했다. 계룡시청에서 차로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는 휑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진 3만평 땅에는 풀만 한가득이었다.

기대 컸는데
황량한 땅만

뒤편의 고층 아파트와 앞쪽의 대형 상가는 짝 안 맞는 퍼즐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대실지구 주변을 함께 돌아본 시민단체 관계자는 많은 상가가 공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곳곳에 ‘공인중개사’ 간판들이 여럿 눈에 띄었지만 손님은 없었다. 간판도 없이 텅 빈 사무실이 대부분이었다. 

계룡시 곳곳에는 고층 아파트, 다이소, 하나로마트 등 주거‧편의시설을 짓는 공사현장이 많았다. 비 예보가 있는 날씨 때문인지 공사현장에 인부는 거의 없었다. 이날 찾은 계룡시는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유동인구가 적은 평일 오후의 느긋함보다는 태풍예보에 사람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인구 4만4000명(10월 기준)의 계룡시는 이른바 ‘개발 호재’로 2016년부터 들썩였다. 계룡시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로 여겨진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에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가 입점하기로 한 것. 계룡시 대실지구 내 두마면 농소리 1017, 3만평에 달하는 땅에 이케아 계룡점을 비롯해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7년이 지난 현재 드넓은 부지엔 잡초만 무성하다. 이케아 계룡점은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이케아는 이번 달 중으로 계룡시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케아 계룡점 입점이 완전히 무산된 순간이다. 

지난 1일 (주)더오름이 이케아 계룡점 부지를 떠안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LH대전충남본부와 계룡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더오름은 이케아 계룡점 부지에 대해 LH의 전매 동의를 받아 이케아 측이 소유한 부지(4만9500㎡) 매입에 성공했다.

2016년부터 계룡시 역점사업
잘 진행되다 돌연 철수 선언

더오름 측은 이케아가 내지 않은 토지 대금 잔금과 이자 일부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와 용지를 양분하고 있던 더오름이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전체의 토지소유권을 사실상 확보하면서 향후 계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오름은 사업계획 변경과 함께 유통시설 용지 전체에 대한 사업계획 수립과 국내외 대형 유통업체 유치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계룡시는 더오름의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건축허가·조기착공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 해결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28일 계룡시청에서 만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토지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계룡시는 이케아의 건축허가 취소 요청에 대한 보완을 요구한 상태였다. 이후 더오름과 이케아의 토지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일단 선결과제는 해결된 상황이다. 


문제는 LH와 이케아·더오름, 계룡시 등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개발에 관련된 주체의 입장은 정리되고 있는 반면, 개발 호재를 믿고 투자한 사람의 속앓이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계룡시민참여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퇴직금, 은행 대출 등의 돈으로 인근 땅을 산 사람의 손해는 ‘말도 못할 수준’이다.

이케아 이슈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그해 8월 계룡시는 대실지구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을 변경했다. 이때 유통시설 용지가 신설됐다. 이케아 계룡점, 복합쇼핑몰(더오름) 등이 들어오기로 예정됐던 곳으로, 면적은 9만7391㎡(2만9500평)에 달한다.

토지매매리턴권
특혜 의혹 나와

계룡시는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직간접 고용 창출 ▲유동인구 증가 ▲개발 기대 및 인구 유입 ▲세수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기대효과를 예측했다. 

같은 해 10월 LH와 이케아 간의 유통시설 용지 토지매입 계약이 체결됐다. 당시 이케아는 평당 120만원에 해당 부지를 산 것으로 알려져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헐값에 노른자위 땅을 구매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LH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당시 감정을 진행했고 그에 따라 적정 수준에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LH가 이케아에 토지매매리턴권을 보장한 부분도 특혜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토지매매리턴권은 토지를 매입한 주체가 일정 기간 후 환급을 요청하면 토지를 회수하고 계약금과 원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케아가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아무 손실 없이 계룡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권리를 계약에 포함했다는 뜻이다.

2016년 계룡시장이었던 최홍묵 전 시장은 그해 11월25일 계룡시의회 본회의에서 “세계적 가구기업인 이케아의 계룡시 유치는 지역발전의 호재와 더불어 우리 시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실 도시개발사업구역 내의 유통시설 용지를 매입해 오는 2020년까지 오픈 예정인 이케아의 입점으로 우리 시에서는 대전, 충청권뿐만 아니라 세종, 호남·영남권까지 상업·문화·관광 등의 복합서비스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 창출, 1억3500만달러 외화 유치와 4000여세대의 대실지구 공동주택 분양에도 호황이 예상된다. (이케아 계룡점을)중부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평당 120만원
평당 1150만원

이케아는 2020년까지 고양점(2호점), 기흥점(3호점), 동부산점(4호점) 등에 매장을 열었다. 계룡시에서는 계룡점이 그다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2016년 11월 최홍묵 전 시장이 1호점 광명점에 방문해 당시 이케아코리아 대표였던 안드레 슈미트갈을 면담하고, 2017년 11월과 2018년 4월 이케아코리아 관계자가 계룡시를 찾는 등 계획은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했다.

지난해 7월 복합쇼핑몰(더오름) 건축허가가 먼저 났고 같은 해 9월 이케아 계룡점 건축허가가 완료됐다. 예정대로였다면 올 상반기에 이케아 계룡점 건축공사가 착공됐어야 한다. 최홍묵 전 시장은 2018년 11월20일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시정운영의 기본방향과 주요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최 시장은 이케아 계룡점 개점  완수를 최우선 역점과제로 손꼽았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계룡시의 ‘뜨거운 감자’였던 이케아 이슈가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케아는 올해 3월 계룡점 철수를 선언했다. 이케아는 LH에 토지매매리턴권을 행사하고 계룡시에 건축허가 취소 신청서를 접수했다. 파트너사와의 이견,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등을 철수 배경으로 설명했다. 

2016년부터 계룡시 숙원사업으로 여겨졌던 이케아 입점이 초대형 악재를 만난 것이다. 당시 계룡시는 “이케아의 일방적인 건축허가 취소 결정은 계룡점 개장을 학수고대하던 계룡시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동”이라며 “세계적인 가구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건축허가가 완료된 상태에서 일방적 건축허가 취소 신청은 대기업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계룡시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이케아 계룡점 입점 무산을 둘러싸고 책임소재를 찾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계룡시가 제대로 된 행정 지원을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부터 LH가 땅을 팔기 위해 이케아를 이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케아의 갑작스러운 행보를 두고 ‘갑질’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발 호재 사라지면서 폭망
더오름, 해당 부지 매입 왜?

계룡시의회 윤차원 전 의원은 지난 4월11일 본회의에서 “(이케아 계룡점 입점 무산으로 인한)계룡시민의 상실감, 인근 상권과 대실지구에 투자한 투자자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최홍묵 시장이)시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적 책임은 차치하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거듭 물었다.


계룡시는 윤 전 의원의 질의에 “(이케아의)건축허가 취소사항을 시민에게 즉시 알리고 LH 및 동반업체와 공동으로 협력해 건축허가 취소 신청에 대응하는 한편, 계룡 대실지구 정상화 방안과 계룡시민의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대응 TF팀을 가동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LH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H가 땅을 팔기 위해 이케아에 특혜를 줘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입점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이한석 계룡시민참여연대 대표는 “그(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보다 입지가 좋지 않은 땅도 평당 400만~500만원에 거래된다. 평당 120만원에 토지계약을 진행한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계룡시의 한 관계자는 토지매매리턴권에 의혹을 품었다. 이케아 입장에서는 손실이 전혀 없는 계약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케아가 쉽게 계룡점 입점을 포기하고 사업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 토지매매리턴권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LH나 이케아, 계룡시 등이 ‘네 탓이오’ 하고 있는 사이 인근 땅에 투자한 사람들의 신음은 커져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주체의 책임 공방에 손실을 입은 원주민의 목소리는 뒷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인근에 땅을 샀다가 이케아 계룡점 철수로 금전적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한석 대표에 따르면 LH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계룡시민 등 34명이다. 이들 가운데 1명은 이케아 계룡점 입점을 믿고 평당 1150만원에 인근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땅의 가격은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케아 계룡점 철수로 호재 자체가 사라지면서 거래도 안 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일단 봉합
그다음은?

이 대표는 “피해자 대부분은 대출 등을 이용해 땅을 매입했다. 개중에는 퇴직금 등 노후자금으로 땅을 산 사람도 있다. 이케아가 계룡시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땅값이 폭락했고 큰 피해를 입었다. 일부 사람은 ‘극단적 선택’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가정불화가 생겼다고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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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