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문만 무성’ 이케아 계룡점 무산 비스토리

네 탓 공방에 가린 원주민 눈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3만평 땅을 둘러싼 잡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모양새다. 계약의 주체가 됐던 이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복잡하게 얽혀있던 이권이 정리되고 있다. 문제는 정돈되는 상황 이면에 속으로 곪아터진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충남 계룡시를 찾았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흐릿하니 찌뿌둥했다.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도로도 한산했다. 계룡시청에서 차로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는 휑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진 3만평 땅에는 풀만 한가득이었다.

기대 컸는데
황량한 땅만

뒤편의 고층 아파트와 앞쪽의 대형 상가는 짝 안 맞는 퍼즐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대실지구 주변을 함께 돌아본 시민단체 관계자는 많은 상가가 공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곳곳에 ‘공인중개사’ 간판들이 여럿 눈에 띄었지만 손님은 없었다. 간판도 없이 텅 빈 사무실이 대부분이었다. 

계룡시 곳곳에는 고층 아파트, 다이소, 하나로마트 등 주거‧편의시설을 짓는 공사현장이 많았다. 비 예보가 있는 날씨 때문인지 공사현장에 인부는 거의 없었다. 이날 찾은 계룡시는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유동인구가 적은 평일 오후의 느긋함보다는 태풍예보에 사람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인구 4만4000명(10월 기준)의 계룡시는 이른바 ‘개발 호재’로 2016년부터 들썩였다. 계룡시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로 여겨진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에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가 입점하기로 한 것. 계룡시 대실지구 내 두마면 농소리 1017, 3만평에 달하는 땅에 이케아 계룡점을 비롯해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7년이 지난 현재 드넓은 부지엔 잡초만 무성하다. 이케아 계룡점은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이케아는 이번 달 중으로 계룡시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케아 계룡점 입점이 완전히 무산된 순간이다. 

지난 1일 (주)더오름이 이케아 계룡점 부지를 떠안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LH대전충남본부와 계룡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더오름은 이케아 계룡점 부지에 대해 LH의 전매 동의를 받아 이케아 측이 소유한 부지(4만9500㎡) 매입에 성공했다.

2016년부터 계룡시 역점사업
잘 진행되다 돌연 철수 선언

더오름 측은 이케아가 내지 않은 토지 대금 잔금과 이자 일부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와 용지를 양분하고 있던 더오름이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전체의 토지소유권을 사실상 확보하면서 향후 계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오름은 사업계획 변경과 함께 유통시설 용지 전체에 대한 사업계획 수립과 국내외 대형 유통업체 유치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계룡시는 더오름의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건축허가·조기착공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 해결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달 28일 계룡시청에서 만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토지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계룡시는 이케아의 건축허가 취소 요청에 대한 보완을 요구한 상태였다. 이후 더오름과 이케아의 토지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일단 선결과제는 해결된 상황이다. 


문제는 LH와 이케아·더오름, 계룡시 등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개발에 관련된 주체의 입장은 정리되고 있는 반면, 개발 호재를 믿고 투자한 사람의 속앓이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계룡시민참여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퇴직금, 은행 대출 등의 돈으로 인근 땅을 산 사람의 손해는 ‘말도 못할 수준’이다.

이케아 이슈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그해 8월 계룡시는 대실지구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을 변경했다. 이때 유통시설 용지가 신설됐다. 이케아 계룡점, 복합쇼핑몰(더오름) 등이 들어오기로 예정됐던 곳으로, 면적은 9만7391㎡(2만9500평)에 달한다.

토지매매리턴권
특혜 의혹 나와

계룡시는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직간접 고용 창출 ▲유동인구 증가 ▲개발 기대 및 인구 유입 ▲세수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기대효과를 예측했다. 

같은 해 10월 LH와 이케아 간의 유통시설 용지 토지매입 계약이 체결됐다. 당시 이케아는 평당 120만원에 해당 부지를 산 것으로 알려져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헐값에 노른자위 땅을 구매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LH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당시 감정을 진행했고 그에 따라 적정 수준에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LH가 이케아에 토지매매리턴권을 보장한 부분도 특혜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토지매매리턴권은 토지를 매입한 주체가 일정 기간 후 환급을 요청하면 토지를 회수하고 계약금과 원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케아가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아무 손실 없이 계룡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권리를 계약에 포함했다는 뜻이다.

2016년 계룡시장이었던 최홍묵 전 시장은 그해 11월25일 계룡시의회 본회의에서 “세계적 가구기업인 이케아의 계룡시 유치는 지역발전의 호재와 더불어 우리 시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실 도시개발사업구역 내의 유통시설 용지를 매입해 오는 2020년까지 오픈 예정인 이케아의 입점으로 우리 시에서는 대전, 충청권뿐만 아니라 세종, 호남·영남권까지 상업·문화·관광 등의 복합서비스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 창출, 1억3500만달러 외화 유치와 4000여세대의 대실지구 공동주택 분양에도 호황이 예상된다. (이케아 계룡점을)중부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평당 120만원
평당 1150만원

이케아는 2020년까지 고양점(2호점), 기흥점(3호점), 동부산점(4호점) 등에 매장을 열었다. 계룡시에서는 계룡점이 그다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2016년 11월 최홍묵 전 시장이 1호점 광명점에 방문해 당시 이케아코리아 대표였던 안드레 슈미트갈을 면담하고, 2017년 11월과 2018년 4월 이케아코리아 관계자가 계룡시를 찾는 등 계획은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했다.

지난해 7월 복합쇼핑몰(더오름) 건축허가가 먼저 났고 같은 해 9월 이케아 계룡점 건축허가가 완료됐다. 예정대로였다면 올 상반기에 이케아 계룡점 건축공사가 착공됐어야 한다. 최홍묵 전 시장은 2018년 11월20일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시정운영의 기본방향과 주요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최 시장은 이케아 계룡점 개점  완수를 최우선 역점과제로 손꼽았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계룡시의 ‘뜨거운 감자’였던 이케아 이슈가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케아는 올해 3월 계룡점 철수를 선언했다. 이케아는 LH에 토지매매리턴권을 행사하고 계룡시에 건축허가 취소 신청서를 접수했다. 파트너사와의 이견,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등을 철수 배경으로 설명했다. 

2016년부터 계룡시 숙원사업으로 여겨졌던 이케아 입점이 초대형 악재를 만난 것이다. 당시 계룡시는 “이케아의 일방적인 건축허가 취소 결정은 계룡점 개장을 학수고대하던 계룡시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동”이라며 “세계적인 가구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건축허가가 완료된 상태에서 일방적 건축허가 취소 신청은 대기업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계룡시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이케아 계룡점 입점 무산을 둘러싸고 책임소재를 찾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계룡시가 제대로 된 행정 지원을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부터 LH가 땅을 팔기 위해 이케아를 이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케아의 갑작스러운 행보를 두고 ‘갑질’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발 호재 사라지면서 폭망
더오름, 해당 부지 매입 왜?

계룡시의회 윤차원 전 의원은 지난 4월11일 본회의에서 “(이케아 계룡점 입점 무산으로 인한)계룡시민의 상실감, 인근 상권과 대실지구에 투자한 투자자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최홍묵 시장이)시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적 책임은 차치하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거듭 물었다.


계룡시는 윤 전 의원의 질의에 “(이케아의)건축허가 취소사항을 시민에게 즉시 알리고 LH 및 동반업체와 공동으로 협력해 건축허가 취소 신청에 대응하는 한편, 계룡 대실지구 정상화 방안과 계룡시민의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대응 TF팀을 가동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LH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H가 땅을 팔기 위해 이케아에 특혜를 줘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입점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이한석 계룡시민참여연대 대표는 “그(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보다 입지가 좋지 않은 땅도 평당 400만~500만원에 거래된다. 평당 120만원에 토지계약을 진행한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계룡시의 한 관계자는 토지매매리턴권에 의혹을 품었다. 이케아 입장에서는 손실이 전혀 없는 계약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케아가 쉽게 계룡점 입점을 포기하고 사업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 토지매매리턴권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LH나 이케아, 계룡시 등이 ‘네 탓이오’ 하고 있는 사이 인근 땅에 투자한 사람들의 신음은 커져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주체의 책임 공방에 손실을 입은 원주민의 목소리는 뒷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대실지구 유통시설 용지 인근에 땅을 샀다가 이케아 계룡점 철수로 금전적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한석 대표에 따르면 LH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계룡시민 등 34명이다. 이들 가운데 1명은 이케아 계룡점 입점을 믿고 평당 1150만원에 인근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땅의 가격은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케아 계룡점 철수로 호재 자체가 사라지면서 거래도 안 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일단 봉합
그다음은?

이 대표는 “피해자 대부분은 대출 등을 이용해 땅을 매입했다. 개중에는 퇴직금 등 노후자금으로 땅을 산 사람도 있다. 이케아가 계룡시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땅값이 폭락했고 큰 피해를 입었다. 일부 사람은 ‘극단적 선택’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가정불화가 생겼다고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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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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