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는 이태원 국조’ 몰래 웃는 검찰 속내

구경하다 주워든 ‘꽃놀이패’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정치권에서 ‘10·29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했다. 각자 손익 계산으로 분주했던 가운데, 관망만 하다 꽃놀이패를 거머쥔 이가 나타났다. 바로 검찰이다. 검찰에게 국정조사란 ‘검수완박’ 논리를 깨부술 열쇠다. ‘검수완박’을 주도한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띄운 모습이 사뭇 역설적이다. 국정조사의 성패는 상관없다. 검찰은 이미 어느 쪽이든 반길 채비를 마친 듯하다.

여야는 치열한 공방 끝에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지난 9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이래로 시종일관 국민의힘을 압박해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며칠간 여야 협의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지난 17일 야당에 특별위원회 후보 의원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 

공방전
반사이익

야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특위 명단을 일찌감치 제출했다. 시한을 정해두고 ‘단독 의결이라도 강행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점차 ‘국정조사를 받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의결을 막을 수 없으니 협상에 임해 최대한 실리를 챙겨야 한다”거나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방향인데 여당이 빠지는 건 큰 부담이다”라는 식의 ‘현실론’이 거론됐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정조사에 관해 애매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국민의힘은 당내 의견수렴에 난항을 겪었다. 대통령실의 부담을 의식한 친윤(친 윤석열)계가 꾸준히 반대 의사를 고수한 탓이다. 앞서 2선 후퇴를 선언했던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전면에 복귀해 당내 반대 여론을 진두지휘했다.


장 의원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중진 의원들이 다 동의했다. 만장일치였다”며 “경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가장 진상규명을 빨리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반대 의견에 힘을 싣는 눈치였다.

결국 현실론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주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예산안 처리를 전제로 국정조사를 함께 실시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를 결의한 의원총회에 친윤계 핵심 인사들이 단체 불참하는 등 국민의힘 내부에선 계속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야당이 못 박은 기한(24일 본회의 의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데 따른 결단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 다음날인 24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불만스러운 점이 많지만, 야 3당의 일방적 국정조사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예산안 처리가 법정기간 안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때문”이라며 “불가피한 합의였다”고 밝혔다.

여야는 합의 이후에도 끝까지 진통을 겪었다. 국민의힘이 조사 대상에 대검찰청이 포함된 것을 뒤늦게 문제 삼았다. 양측은 줄다리기 끝에 마약 수사 관련 부서장만 부르는 선에서 추가 합의를 이뤄냈다. 이들은 지난 24일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진통 끝 10·29 참사 국정조사 합의
정작 싸운 건 여야인데…검승 경패?

이때 국민의힘 장제원·윤한홍·이용 등 친윤계 의원 일부는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렇듯 10·29 참사 국정조사는 온갖 진통과 우여곡절을 거친 뒤에야 첫발을 떼게 됐다. 

국정조사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된 시점부터 검찰은 어떤 결말이든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들어섰다. 국정조사의 실시 여부와 그 성패에 상관없이, 모든 상황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명분을 떨어트릴 수 있어서다.


검찰이 국정조사 국면에서 잃을 것은 딱히 없다는 분석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작 검찰은 국정조사 대상에 대검찰청이 들어가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검수완박 이후 검찰과 경찰은 계속 실적 경쟁 중이다. 이 때문에 마약(사범 단속)과 관련한 정보 공유·상호 협조 등은 매우 한정적”이라며 “참사 당일 경찰의 마약 단속에서 검찰과의 연결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당일 단속은 경찰 측이 직접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고, 국정조사를 통해 검찰 측 과실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검찰청은 지난 4일 “검찰은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사범 단속을 계획하거나 실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의 실시 명분은 기존 수사체계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다. 현행 수사 체제에서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국정조사 도입 요구에 불을 붙였다.

진상규명 난항
검수완박 때문?

지금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다. 참사 당시 경찰의 미숙한 대응과 이후 특수본의 지지부진한 초반 수사 진척도가 국민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특수본은 활동 초반 일명 ‘윗선’보다는 말단 실무자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의도적으로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수사하겠다는 특수본 방침은 진상규명이 어느 선에서 멈출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초래했다. 아울러 ‘경찰 과실을 경찰이 수사한다’는 구조적 모순도 함께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 같은 혼란과 불신의 근본적 원인으로 검수완박을 지목하고 나섰다. 검수완박으로 수사체계가 크게 흔들렸고, 이로 인해 여러 혼선이 빚어졌다는 주장이다. 

검수완박 이전에 ‘대형 참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검찰과 경찰 등은 합동수사단(합수단)을 꾸렸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검찰과 해양경찰청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 이후에는 대형 참사 관련 수사가 검찰의 영향권 밖으로 벗어났다. 유독 이번 참사에서만 검찰 주도의 합수단 구성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이다.

특수본에서 다루고 있는 세부 혐의를 살펴봐도 검찰의 직접적 개입 여지가 부족하다. 원칙적으로 경찰의 범죄는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에 들어가고, 직무유기 범죄 또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개정 이후로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로 포섭됐다. 

하지만 특수본에서 다루는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가 대부분이다. 직무유기와 달리 업무상 과실치사 범죄에 관한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용산구청 등 경찰 이외의 조직을 수사할 권한도 검찰이 아닌 경찰에 있다.


특수본 수사 자체가 검찰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수본이 용산서장 등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검찰의 역할이 더욱 축소됐다는 주장이다. 규정상 검찰과 경찰이 같은 범죄사실을 수사할 때, 경찰이 먼저 영장을 신청하면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경찰이 수사할 수 있다.

‘반 검찰’ 
연대 와해

이에 검찰은 관련 대응 체계를 마련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한발 물러선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영장 청구 등을 위해 과거 사례를 분석하고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경찰의 사건 종결 후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일 대검찰청이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를 꾸린 것을 두고는 “일반론적으로 말하면 여러 법리 검토 부분에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면서 “지금까지 각종 대형 참사 수사를 주도해온 검찰이 뒤로 물러서 있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일부 있지만, 검찰 내부에 축적된 대형 참사 범죄에 대한 수사 경험를 썩히는 게 아깝다는 논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외 1993년 서해 훼리호,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여러 대형 참사 사건을 직접 수사한 바 있다. 특히 대형 참사 범죄는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편에 속해 검사가 수사 초기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렇듯 ‘검찰 재등판론’이 꾸준히 언급되는 가운데, 특수본이 진상규명을 깔끔히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검수완박 역풍’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야당의 태도 변화도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부터 최근까지 경찰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검찰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경찰을 전략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윤석열정부는 경찰 길들이기·검찰 살리기 시도를 노골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야당-경찰, 여당-검찰 간의 전략적 연합관계가 구축됐다. 이들의 대표적인 충돌지점이 검수완박 국면이었다. 

실제로 민주당은 검수완박 국면에서 밀려난 경찰을 지원사격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경찰에 법무부·검찰이 헌재에 낸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경찰은 이를 참고자료 형태로 작성해 기 의원에게 건넸다.

경찰은 의견서에서 법무부·검찰의 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 대폭 축소에 대한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논박했다. 

과거 제대로 결과 낸 사례 드물어
맹탕으로 끝나면 검 역할론 재점화 

한때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300페이지 분량의 정식 의견서를 작성, 헌재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간 경찰이 권한쟁의심판에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경찰과 공유하지 않아 경찰이 의견서를 낼 수 없었다. 이에 기 의원이 법무부·검찰의 청구서를 경찰에 전해주고 나서야 경찰이 의견서 제출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경찰 엄호에 적극적이었던 민주당도 이번 참사 이후로는 경찰에 등을 돌린 모양새다. 경찰이 전 국민적인 비판 대상이 되자 ‘손절’한 셈이다. 이는 검찰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단순히 수사 경쟁 상대인 경찰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반(反)검찰 연대의 약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다시금 검수완박 폐지론이 제기돼도 이전에 비해 반발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에겐 국정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점도 호재다. 국정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나게 된다면 결국 특검이나 검찰 역할론으로 화제가 옮겨갈 공산이 크다. 두 경우 모두 검찰에게는 존재가치를 강조할 절호의 기회다. 

앞선 국정조사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번 국정조사에 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국정조사 요구서가 발의된 사례는 총 106건이다. 하지만 이 중 실제 여야 협의를 통해 조사가 실시된 사례는 29건에 그쳤다.

게다가 결과보고서를 낸 사례는 이 절반에 불과하다. 애초에 국정조사로는 철저한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정조사는 강제성이 없어 통상적인 사정당국 수사에 비해 제약이 많은 편이다.

손 안 대고 
코 풀었다

만에 하나 국정조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잃을 건 없다.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매번 국정조사를 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국정조사 결과와 특수본 수사 결과가 비교될 수밖에 없고, 결국 경찰 수사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조성될 공산이 크다. 경찰 수사의 대안으로는 ‘임시’인 국정조사위원회나 특검보다 ‘상설’인 검찰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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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