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는 이태원 국조’ 몰래 웃는 검찰 속내

구경하다 주워든 ‘꽃놀이패’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정치권에서 ‘10·29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했다. 각자 손익 계산으로 분주했던 가운데, 관망만 하다 꽃놀이패를 거머쥔 이가 나타났다. 바로 검찰이다. 검찰에게 국정조사란 ‘검수완박’ 논리를 깨부술 열쇠다. ‘검수완박’을 주도한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띄운 모습이 사뭇 역설적이다. 국정조사의 성패는 상관없다. 검찰은 이미 어느 쪽이든 반길 채비를 마친 듯하다.

여야는 치열한 공방 끝에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지난 9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이래로 시종일관 국민의힘을 압박해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며칠간 여야 협의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지난 17일 야당에 특별위원회 후보 의원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 

공방전
반사이익

야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특위 명단을 일찌감치 제출했다. 시한을 정해두고 ‘단독 의결이라도 강행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점차 ‘국정조사를 받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의결을 막을 수 없으니 협상에 임해 최대한 실리를 챙겨야 한다”거나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방향인데 여당이 빠지는 건 큰 부담이다”라는 식의 ‘현실론’이 거론됐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정조사에 관해 애매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국민의힘은 당내 의견수렴에 난항을 겪었다. 대통령실의 부담을 의식한 친윤(친 윤석열)계가 꾸준히 반대 의사를 고수한 탓이다. 앞서 2선 후퇴를 선언했던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전면에 복귀해 당내 반대 여론을 진두지휘했다.

장 의원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중진 의원들이 다 동의했다. 만장일치였다”며 “경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가장 진상규명을 빨리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반대 의견에 힘을 싣는 눈치였다.

결국 현실론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주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예산안 처리를 전제로 국정조사를 함께 실시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를 결의한 의원총회에 친윤계 핵심 인사들이 단체 불참하는 등 국민의힘 내부에선 계속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야당이 못 박은 기한(24일 본회의 의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데 따른 결단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 다음날인 24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불만스러운 점이 많지만, 야 3당의 일방적 국정조사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예산안 처리가 법정기간 안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때문”이라며 “불가피한 합의였다”고 밝혔다.

여야는 합의 이후에도 끝까지 진통을 겪었다. 국민의힘이 조사 대상에 대검찰청이 포함된 것을 뒤늦게 문제 삼았다. 양측은 줄다리기 끝에 마약 수사 관련 부서장만 부르는 선에서 추가 합의를 이뤄냈다. 이들은 지난 24일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진통 끝 10·29 참사 국정조사 합의
정작 싸운 건 여야인데…검승 경패?

이때 국민의힘 장제원·윤한홍·이용 등 친윤계 의원 일부는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렇듯 10·29 참사 국정조사는 온갖 진통과 우여곡절을 거친 뒤에야 첫발을 떼게 됐다. 

국정조사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된 시점부터 검찰은 어떤 결말이든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들어섰다. 국정조사의 실시 여부와 그 성패에 상관없이, 모든 상황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명분을 떨어트릴 수 있어서다.

검찰이 국정조사 국면에서 잃을 것은 딱히 없다는 분석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작 검찰은 국정조사 대상에 대검찰청이 들어가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검수완박 이후 검찰과 경찰은 계속 실적 경쟁 중이다. 이 때문에 마약(사범 단속)과 관련한 정보 공유·상호 협조 등은 매우 한정적”이라며 “참사 당일 경찰의 마약 단속에서 검찰과의 연결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당일 단속은 경찰 측이 직접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고, 국정조사를 통해 검찰 측 과실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검찰청은 지난 4일 “검찰은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사범 단속을 계획하거나 실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의 실시 명분은 기존 수사체계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다. 현행 수사 체제에서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국정조사 도입 요구에 불을 붙였다.

진상규명 난항
검수완박 때문?

지금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다. 참사 당시 경찰의 미숙한 대응과 이후 특수본의 지지부진한 초반 수사 진척도가 국민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특수본은 활동 초반 일명 ‘윗선’보다는 말단 실무자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의도적으로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수사하겠다는 특수본 방침은 진상규명이 어느 선에서 멈출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초래했다. 아울러 ‘경찰 과실을 경찰이 수사한다’는 구조적 모순도 함께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 같은 혼란과 불신의 근본적 원인으로 검수완박을 지목하고 나섰다. 검수완박으로 수사체계가 크게 흔들렸고, 이로 인해 여러 혼선이 빚어졌다는 주장이다. 

검수완박 이전에 ‘대형 참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검찰과 경찰 등은 합동수사단(합수단)을 꾸렸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검찰과 해양경찰청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 이후에는 대형 참사 관련 수사가 검찰의 영향권 밖으로 벗어났다. 유독 이번 참사에서만 검찰 주도의 합수단 구성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이다.

특수본에서 다루고 있는 세부 혐의를 살펴봐도 검찰의 직접적 개입 여지가 부족하다. 원칙적으로 경찰의 범죄는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에 들어가고, 직무유기 범죄 또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개정 이후로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로 포섭됐다. 

하지만 특수본에서 다루는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가 대부분이다. 직무유기와 달리 업무상 과실치사 범죄에 관한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용산구청 등 경찰 이외의 조직을 수사할 권한도 검찰이 아닌 경찰에 있다.

특수본 수사 자체가 검찰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수본이 용산서장 등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검찰의 역할이 더욱 축소됐다는 주장이다. 규정상 검찰과 경찰이 같은 범죄사실을 수사할 때, 경찰이 먼저 영장을 신청하면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경찰이 수사할 수 있다.

‘반 검찰’ 
연대 와해

이에 검찰은 관련 대응 체계를 마련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한발 물러선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영장 청구 등을 위해 과거 사례를 분석하고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경찰의 사건 종결 후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일 대검찰청이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를 꾸린 것을 두고는 “일반론적으로 말하면 여러 법리 검토 부분에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면서 “지금까지 각종 대형 참사 수사를 주도해온 검찰이 뒤로 물러서 있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일부 있지만, 검찰 내부에 축적된 대형 참사 범죄에 대한 수사 경험를 썩히는 게 아깝다는 논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외 1993년 서해 훼리호,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여러 대형 참사 사건을 직접 수사한 바 있다. 특히 대형 참사 범죄는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편에 속해 검사가 수사 초기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렇듯 ‘검찰 재등판론’이 꾸준히 언급되는 가운데, 특수본이 진상규명을 깔끔히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검수완박 역풍’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야당의 태도 변화도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부터 최근까지 경찰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검찰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경찰을 전략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윤석열정부는 경찰 길들이기·검찰 살리기 시도를 노골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야당-경찰, 여당-검찰 간의 전략적 연합관계가 구축됐다. 이들의 대표적인 충돌지점이 검수완박 국면이었다. 

실제로 민주당은 검수완박 국면에서 밀려난 경찰을 지원사격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경찰에 법무부·검찰이 헌재에 낸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경찰은 이를 참고자료 형태로 작성해 기 의원에게 건넸다.

경찰은 의견서에서 법무부·검찰의 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 대폭 축소에 대한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논박했다. 

과거 제대로 결과 낸 사례 드물어
맹탕으로 끝나면 검 역할론 재점화 

한때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300페이지 분량의 정식 의견서를 작성, 헌재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간 경찰이 권한쟁의심판에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경찰과 공유하지 않아 경찰이 의견서를 낼 수 없었다. 이에 기 의원이 법무부·검찰의 청구서를 경찰에 전해주고 나서야 경찰이 의견서 제출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경찰 엄호에 적극적이었던 민주당도 이번 참사 이후로는 경찰에 등을 돌린 모양새다. 경찰이 전 국민적인 비판 대상이 되자 ‘손절’한 셈이다. 이는 검찰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단순히 수사 경쟁 상대인 경찰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반(反)검찰 연대의 약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다시금 검수완박 폐지론이 제기돼도 이전에 비해 반발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에겐 국정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점도 호재다. 국정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나게 된다면 결국 특검이나 검찰 역할론으로 화제가 옮겨갈 공산이 크다. 두 경우 모두 검찰에게는 존재가치를 강조할 절호의 기회다. 

앞선 국정조사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번 국정조사에 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국정조사 요구서가 발의된 사례는 총 106건이다. 하지만 이 중 실제 여야 협의를 통해 조사가 실시된 사례는 29건에 그쳤다.

게다가 결과보고서를 낸 사례는 이 절반에 불과하다. 애초에 국정조사로는 철저한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정조사는 강제성이 없어 통상적인 사정당국 수사에 비해 제약이 많은 편이다.

손 안 대고 
코 풀었다

만에 하나 국정조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잃을 건 없다.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매번 국정조사를 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국정조사 결과와 특수본 수사 결과가 비교될 수밖에 없고, 결국 경찰 수사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조성될 공산이 크다. 경찰 수사의 대안으로는 ‘임시’인 국정조사위원회나 특검보다 ‘상설’인 검찰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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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