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는 이태원 국조’ 몰래 웃는 검찰 속내

구경하다 주워든 ‘꽃놀이패’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정치권에서 ‘10·29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했다. 각자 손익 계산으로 분주했던 가운데, 관망만 하다 꽃놀이패를 거머쥔 이가 나타났다. 바로 검찰이다. 검찰에게 국정조사란 ‘검수완박’ 논리를 깨부술 열쇠다. ‘검수완박’을 주도한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띄운 모습이 사뭇 역설적이다. 국정조사의 성패는 상관없다. 검찰은 이미 어느 쪽이든 반길 채비를 마친 듯하다.

여야는 치열한 공방 끝에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지난 9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이래로 시종일관 국민의힘을 압박해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며칠간 여야 협의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지난 17일 야당에 특별위원회 후보 의원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 

공방전
반사이익

야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특위 명단을 일찌감치 제출했다. 시한을 정해두고 ‘단독 의결이라도 강행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점차 ‘국정조사를 받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의결을 막을 수 없으니 협상에 임해 최대한 실리를 챙겨야 한다”거나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방향인데 여당이 빠지는 건 큰 부담이다”라는 식의 ‘현실론’이 거론됐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정조사에 관해 애매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국민의힘은 당내 의견수렴에 난항을 겪었다. 대통령실의 부담을 의식한 친윤(친 윤석열)계가 꾸준히 반대 의사를 고수한 탓이다. 앞서 2선 후퇴를 선언했던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전면에 복귀해 당내 반대 여론을 진두지휘했다.


장 의원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중진 의원들이 다 동의했다. 만장일치였다”며 “경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가장 진상규명을 빨리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반대 의견에 힘을 싣는 눈치였다.

결국 현실론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주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예산안 처리를 전제로 국정조사를 함께 실시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를 결의한 의원총회에 친윤계 핵심 인사들이 단체 불참하는 등 국민의힘 내부에선 계속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야당이 못 박은 기한(24일 본회의 의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데 따른 결단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 다음날인 24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불만스러운 점이 많지만, 야 3당의 일방적 국정조사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예산안 처리가 법정기간 안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때문”이라며 “불가피한 합의였다”고 밝혔다.

여야는 합의 이후에도 끝까지 진통을 겪었다. 국민의힘이 조사 대상에 대검찰청이 포함된 것을 뒤늦게 문제 삼았다. 양측은 줄다리기 끝에 마약 수사 관련 부서장만 부르는 선에서 추가 합의를 이뤄냈다. 이들은 지난 24일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진통 끝 10·29 참사 국정조사 합의
정작 싸운 건 여야인데…검승 경패?

이때 국민의힘 장제원·윤한홍·이용 등 친윤계 의원 일부는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렇듯 10·29 참사 국정조사는 온갖 진통과 우여곡절을 거친 뒤에야 첫발을 떼게 됐다. 

국정조사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된 시점부터 검찰은 어떤 결말이든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들어섰다. 국정조사의 실시 여부와 그 성패에 상관없이, 모든 상황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명분을 떨어트릴 수 있어서다.


검찰이 국정조사 국면에서 잃을 것은 딱히 없다는 분석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작 검찰은 국정조사 대상에 대검찰청이 들어가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검수완박 이후 검찰과 경찰은 계속 실적 경쟁 중이다. 이 때문에 마약(사범 단속)과 관련한 정보 공유·상호 협조 등은 매우 한정적”이라며 “참사 당일 경찰의 마약 단속에서 검찰과의 연결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당일 단속은 경찰 측이 직접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고, 국정조사를 통해 검찰 측 과실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검찰청은 지난 4일 “검찰은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사범 단속을 계획하거나 실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의 실시 명분은 기존 수사체계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다. 현행 수사 체제에서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국정조사 도입 요구에 불을 붙였다.

진상규명 난항
검수완박 때문?

지금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다. 참사 당시 경찰의 미숙한 대응과 이후 특수본의 지지부진한 초반 수사 진척도가 국민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특수본은 활동 초반 일명 ‘윗선’보다는 말단 실무자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의도적으로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수사하겠다는 특수본 방침은 진상규명이 어느 선에서 멈출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초래했다. 아울러 ‘경찰 과실을 경찰이 수사한다’는 구조적 모순도 함께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 같은 혼란과 불신의 근본적 원인으로 검수완박을 지목하고 나섰다. 검수완박으로 수사체계가 크게 흔들렸고, 이로 인해 여러 혼선이 빚어졌다는 주장이다. 

검수완박 이전에 ‘대형 참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검찰과 경찰 등은 합동수사단(합수단)을 꾸렸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검찰과 해양경찰청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 이후에는 대형 참사 관련 수사가 검찰의 영향권 밖으로 벗어났다. 유독 이번 참사에서만 검찰 주도의 합수단 구성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이다.

특수본에서 다루고 있는 세부 혐의를 살펴봐도 검찰의 직접적 개입 여지가 부족하다. 원칙적으로 경찰의 범죄는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에 들어가고, 직무유기 범죄 또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개정 이후로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로 포섭됐다. 

하지만 특수본에서 다루는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가 대부분이다. 직무유기와 달리 업무상 과실치사 범죄에 관한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용산구청 등 경찰 이외의 조직을 수사할 권한도 검찰이 아닌 경찰에 있다.


특수본 수사 자체가 검찰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수본이 용산서장 등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검찰의 역할이 더욱 축소됐다는 주장이다. 규정상 검찰과 경찰이 같은 범죄사실을 수사할 때, 경찰이 먼저 영장을 신청하면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경찰이 수사할 수 있다.

‘반 검찰’ 
연대 와해

이에 검찰은 관련 대응 체계를 마련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한발 물러선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영장 청구 등을 위해 과거 사례를 분석하고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경찰의 사건 종결 후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일 대검찰청이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를 꾸린 것을 두고는 “일반론적으로 말하면 여러 법리 검토 부분에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면서 “지금까지 각종 대형 참사 수사를 주도해온 검찰이 뒤로 물러서 있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일부 있지만, 검찰 내부에 축적된 대형 참사 범죄에 대한 수사 경험를 썩히는 게 아깝다는 논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외 1993년 서해 훼리호,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여러 대형 참사 사건을 직접 수사한 바 있다. 특히 대형 참사 범죄는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편에 속해 검사가 수사 초기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렇듯 ‘검찰 재등판론’이 꾸준히 언급되는 가운데, 특수본이 진상규명을 깔끔히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검수완박 역풍’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야당의 태도 변화도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부터 최근까지 경찰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검찰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경찰을 전략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윤석열정부는 경찰 길들이기·검찰 살리기 시도를 노골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야당-경찰, 여당-검찰 간의 전략적 연합관계가 구축됐다. 이들의 대표적인 충돌지점이 검수완박 국면이었다. 

실제로 민주당은 검수완박 국면에서 밀려난 경찰을 지원사격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경찰에 법무부·검찰이 헌재에 낸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경찰은 이를 참고자료 형태로 작성해 기 의원에게 건넸다.

경찰은 의견서에서 법무부·검찰의 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 대폭 축소에 대한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논박했다. 

과거 제대로 결과 낸 사례 드물어
맹탕으로 끝나면 검 역할론 재점화 

한때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300페이지 분량의 정식 의견서를 작성, 헌재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간 경찰이 권한쟁의심판에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경찰과 공유하지 않아 경찰이 의견서를 낼 수 없었다. 이에 기 의원이 법무부·검찰의 청구서를 경찰에 전해주고 나서야 경찰이 의견서 제출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경찰 엄호에 적극적이었던 민주당도 이번 참사 이후로는 경찰에 등을 돌린 모양새다. 경찰이 전 국민적인 비판 대상이 되자 ‘손절’한 셈이다. 이는 검찰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단순히 수사 경쟁 상대인 경찰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반(反)검찰 연대의 약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다시금 검수완박 폐지론이 제기돼도 이전에 비해 반발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에겐 국정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점도 호재다. 국정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나게 된다면 결국 특검이나 검찰 역할론으로 화제가 옮겨갈 공산이 크다. 두 경우 모두 검찰에게는 존재가치를 강조할 절호의 기회다. 

앞선 국정조사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번 국정조사에 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국정조사 요구서가 발의된 사례는 총 106건이다. 하지만 이 중 실제 여야 협의를 통해 조사가 실시된 사례는 29건에 그쳤다.

게다가 결과보고서를 낸 사례는 이 절반에 불과하다. 애초에 국정조사로는 철저한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정조사는 강제성이 없어 통상적인 사정당국 수사에 비해 제약이 많은 편이다.

손 안 대고 
코 풀었다

만에 하나 국정조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잃을 건 없다.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매번 국정조사를 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국정조사 결과와 특수본 수사 결과가 비교될 수밖에 없고, 결국 경찰 수사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조성될 공산이 크다. 경찰 수사의 대안으로는 ‘임시’인 국정조사위원회나 특검보다 ‘상설’인 검찰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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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