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갈’ 이재명 순장조 리스트

당권 잡자마자 싹 다 묻힐 판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고대에는 왕이나 귀족이 죽으면 아내나 신하 등을 함께 매장하던 장례 풍속이있었다. 이를 ‘순장’이라 부르는데, 간혹 자진해서 죽거나 강제로 땅에 묻는 경우가 있었고, 보통 죽여서 묻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순장조’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직접 순장조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 실시된 ‘2022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치열했던 민주당의 계파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선거 후 승복’이라는 민주당 최대의 기치 아래 민주당 의원들은 대동단결했고, 모든 계파가 이재명 대표를 축하해주며 원팀임을 보여줬다.

자의 반 
타의 반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자 가라앉아있던 갈등이 수면 위로 다시금 떠오르는 모양새다. 전당대회 당시 민주당의 계파 갈등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달았다. 신흥 세력인 친명(친 이재명)계를 견제하기 위해 친문(친 문재인), 친낙(친 이낙연)계, 친정(친 정세균)계 등은 합심해 대치 전선을 구축했고, 전대 전략을 함께 짜는 비명(비 이재명)계로 이합집산했다. 

전당대회 초반 무렵엔 불출마 카드를 들고 나와 친명계를 압박했고, 중후반 무렵엔 97 그룹을 필두로 내세운 ‘세대교체론’을 승부수로 띄웠다.

그러나 각종 선거전략에도 불구하고 비명계는 친명계의 압도적인 승리를 막아낼 수 없었다. 이 대표가 77%의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됐고, 수석 최고위원에는 대표적 친명계인 정청래 의원이 당선됐다. 남은 선출직 최고위원 자리도 장경태, 박찬대, 서영교 의원이 한 자리씩 차지해 친명계가 과반을 이뤘다. 


여기에 원내대표로 일찌감치 선출된 박홍근 의원까지 합세하며 비로소 ‘친명 지도부’는 모양새를 갖춰나갔다.

이 대표는 전대 직후, 경상남도 양산에 위치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계파를 모두 아우르는 대표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비명계도 새 지도부의 출범을 축하해줬다.

이처럼 비명계가 울며 겨자 먹기로 잠시 ‘덮어뒀던’ 계파 갈등이 요즘 검찰의 수사로 다시 부상을 준비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이 대표에게 조여가자 비명계 의원이 하나둘 이 대표를 민주당에서 내쫓을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 말 그대로 양팔이 다 잘려나간 상태다.

그가 직접 언급했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 8일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 측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대장동 일당으로 불리는 정민용 변호사, 남욱 변호사, 김만배씨 등과 유착관계를 맺어왔으며, 이 과정에서 금품을 받고 사업상 특혜를 줬다. 특히,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대선자금 20억을 대장동 일당에게 공공연하게 요구했으며, 그중 8억4700만원을 총 4차례에 걸쳐 받았다.

정 실장도 김 전 부원장의 사례와 유사하다. 검찰은 그가 대장동 일당과 유착관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고, 총 1억4000만원의 뇌물수수와 428억원 상당의 대장동 개발 이익금을 공유받기로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법원은 이런 검찰 측의 의심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며 구속 수사를 승인해줬다.


가라앉은 계파 갈등, 검 들쑤시는 형국
정진상·김용 구속…이 대표도 초읽기?

이 대표의 양팔이 떨어져 나간 것에 이어 몇 안 되는 친명계 중진 의원도 검찰 측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4선의 노웅래 의원은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6일과 18일 노 의원의 국회 사무실과 자택을 차례로 압수수색하고, 지난 24일에는 국회 본관을 추가로 조사했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국회 본관에서 컴퓨터 자료가 담긴 서버를 확보해 이메일 등 뇌물 수수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 중이라고 취재진에게 전했다.

검찰 측은 노 의원이 박씨로부터 뇌물을 받고 2020년 2월~12월 물류센터 인허가, 발전소 납품, 폐선로 부지 옆 태양광 설비 설치 등 사업 관련 청탁을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으며 노 의원 자택에서 발견한 현금 다발을 그 증거물로 파악하고 있다.

노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해보이는 가운데 검찰은 압수한 증거물들을 토대로 협의 입증에 자신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 전 부원장과 정 실장, 노 의원까지 검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깝다고 여겨지던 민주당 인사들이 하나 둘 정치적 종말을 맞이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마저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지만,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이 대표를 버리자’는 쪽으로 급격히 쏠려가고 있다”며 “지금 비명계를 제외한 친명계 인사들만 (이 대표를)비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저들도 곧 힘이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에 의원들이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 이들(친명계 의원)이 ‘민주당 지키기’에 힘을 쏟고 있지만,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이 대표를 내치자는 의견이 점점 힘을 받고 있고, 그 시기에 대한 의견만 다를 뿐이지 기본 방향에 대한 이견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표에 대한 의견은 대동소이하다. 크게 다른 점이라면 그 시기”라며 “현재 비명계는 ‘봄꽃’파와 ‘첫눈’파로 나뉘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첫눈파에 속한 의원들은 비교적 강성 친문과 정세균계로, 하루빨리 이 대표를 내치자는 쪽에 의견을 쏟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됐다고…
울며 겨자 먹기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이미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첫눈이 올 때쯤 이 대표를 버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보통 첫눈이 연내에 내리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이 대표의 퇴진이 올해 안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반면 ‘봄꽃’파는 내년 초쯤을 이 대표의 퇴진 시기로 보고 있다. 중도파와 일부 친명계 의원들로 이뤄져 있는 봄꽃파는 아직 이 대표를 버릴 때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 이들은 검찰 수사를 조금 더 지켜보고 난 후 내년 초쯤 이 대표의 퇴진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와 함께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게 봄꽃파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비명계는 민주당에서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자는 주장을 일부 친명계에서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검찰 수사가 결국 이 대표를 향하게 될 것이고 지난 대선에서부터 많은 상처를 입은 민주당이 이 대표의 구속까지 끌어안을 수 없다는 분석 아래서다.

첫눈이 올 즈음이든, 봄꽃이 필 즈음이든 이 대표를 향한 민주당 내부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탐탁지 않았던 새 지도부에 ‘사법 리스크’라는 핑계가 생기니 민주당 의원들이 빠른 속도로 이 대표 곁을 떠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에 오래 몸담고 있었던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이 대표의 경험 부족을 꼽았다. 

그는 “여러 번 당 대표를 지내봤는데 이 대표는 유독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전당대회 이후 모든 계파를 아우르겠다던 그는 계파 통합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무소불위
100일천하


그가 지적하는 것은 이 대표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다. 이 대표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최측근들과만 소통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지도부 회의나 다른 계파 의원들과의 소통을 배제한 채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어온 본인의 보좌진과 일부 친명계 의원들과만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당선 이후 꾸준히 배제돼왔으며,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대표와의 신뢰 관계는 무너져갔다고 밝히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불통을 느껴온 민주당 의원들은 당 대표가 된 후에는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이 대표에게 변화를)기대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뭐 하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때 느낀 배신감이 지금 비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 측에 대한 검찰 수사를 대하는 태도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고 전했다.

그가 말하는 태도는 최근 이어진 민주당 인사들의 ‘불편한’ 의견이다.

조응천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동규의 오염된 진술에 의존할 뿐 물증이 없다고 우리 당에서는 항변해 왔는데, 어쨌든 법관 앞에서 8시간 넘게 정말 치열한 영장심사를 거쳐서 영장이 발부됐다”며 “구속영장 발부의 전제조건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즉 어느 정도 소명이 됐다고 일단 전제를 한다면, 사실 상당히 공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정 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타당성을 입증받았고, 당도 더 이상 이 대표 측 사법 리스크를 ‘당 차원에서’ 방어하기엔 무리라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박용진 의원도 “유죄인지 무죄인지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이 일과 관련해서 당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김 전 부원장이 기소됐으니까 당헌 80조 적용 문제에 대해서 논의해야 될 때가 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꿈틀대는 ‘봄꽃파’와 ‘첫눈파’
강성 처럼회, 지도부 함께 엮이나

그가 말한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검찰 기소 시 바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의 당규다. 즉, 박 의원은 김 전 부원장과 정 실장이 기소됐으니 당 차원에서 당무 정지 및 징계 주장을 한 것이다. 

조 의원과 박 의원처럼 쓴소리를 잘하는 현역 의원들이 슬슬 이 대표에 대한 비판에 시동을 거는 가운데, 비명계 내부에서는 아예 ‘순장조’에 대한 이야기까지 맴도는 중이다.

지도부에 친명계가 들어선 후, 불통 문제를 심하게 겪었던 일부 의원들은 그 앙금이 아직 남아 있다고 했다. 이들은 “만일 이 대표의 퇴진이 이뤄진다면 민주당에 남아 있지 못할 사람들이 더 있다”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즉 이 대표와 함께 땅에 묻혀야 하는 순장조가 지금 민주당에 존재한다는 얘기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순장조’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은 비리 의혹에 연루돼 이미 구속 수감된 김 전 부원장과 정 실장, 그리고 이 대표와 정치적 뜻을 함께한 강성 처럼회 의원들, 현재 민주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의원들이 포함된다.

<일요시사>와 만난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친명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무소불위를 휘둘렀던 몇몇 이를 민주당 인사들이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다. 이름을 다 거론하긴 그렇지만 현재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면면을 보면 누군지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통의 원인이 이 대표에게도 있지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의 권력욕과 아첨도 한 몫했다고 했다. 또 만일 당권이 친명에서 비명으로 넘어갈 경우, 지금 권력을 잡고 있는 이들 중 몇몇은 민주당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순장조 리스트가 곧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려는 의리도 중요하겠지만, 본인의 실리를 잃으면서까지 그러는(이 대표를 비호) 것을 보면 ‘저 사람이 리스트에 올라가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비명계도
갈리는 노선

정 실장과 김 전 부원장, 강성 처럼회 초선 의원들, 그리고 현재 이 대표와 함께 주요 의사결정 회의를 진행하는 지도부원들이 순장조 리스트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퇴진이 지금 당장 이뤄진다면, 전당대회 이후 이어졌던 현 민주당 지도부의 무소불위 권력 역사는 ‘100일 천하’로 끝나게 될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이낙연 조귀 귀국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조기 퇴진설이 점차 퍼지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조기 귀국설도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중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 전 총리는 현재 워싱턴주에 거주하며 현지 교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워싱턴 교민들을 상대로하는 강연에 자주 나가며 워싱턴 특파원들, 그리고 한국 지지자들과의 줌미팅도 수시로 하고 있다.

이달 셋째 주, 민주당에서는 몇몇 의원이 이 전 총리를 만나러 미국에 간다는 루머가 퍼졌다.

실제로 설훈, 이병훈, 윤영찬 의원 등 친문 의원 여러 명이 거론됐으며 민주당 출입기자들은 해당 사실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의원실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전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소문은 이내 가짜로 밝혀졌다.

윤영찬 의원실은 긴급 문자를 돌려 “설훈, 이병훈 의원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단체로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 없으며 일부 언론에 보도된 이 전 총리의 조기 귀국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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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