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흔드는 검찰 꽃놀이패

질질 끌다 한방에 깐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키맨’이라고 알려진 남욱 변호사마저 입을 열었다. 남 변호사는 지난 11일, 모 방송사와 진행한 옥중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김만배씨가 돈을 주지 않자 김용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부원장 측에서 자신에게 경선자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말 많은 대장동 사업에 관해서도 “위례와 대장동 모두 이재명 당시 시장에게 결재받고 진행한 사업”이라고 못 박았다. 남 변호사의 이 같은 폭로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은 더 큰 위기에 빠졌다.

정계에서는 이번 남욱 변호사의 폭로를 두고 민주당이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고 평가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에 비틀대고 있던 이 대표 진영이 남 변호사 폭로에는 쓰러질 것이라 평가하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유동규
이어…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당 차원에서 방어하려 해도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라며 “유씨 폭로 때 눈치만 보던 의원들도 하나둘 등을 돌릴 준비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가 결국 이 대표에게 향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사 압수수색으로 충격받은 의원들이 처음에는 단결해서 검찰에 반감을 갖다가, 수사가 날카로워지자 반감이 이 대표 쪽으로 점점 옮겨 붙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에 의원들이 일단 단일대오를 이뤄 방어하긴 했지만 “당 대표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수십명의 의원들이 지속해서 힘을 쏟을 순 없다”는 볼멘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당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 수사하고 있던 검찰은 보다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고 김 부원장의 집무실에서 몇몇 증거물을 수집해갔다. 

이로부터 16일 뒤, 검찰은 두 번째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지난 1차 압수수색이 김 부원장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민주당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향한 압수수색이었다. 이날 검찰은 정 실장의 자택과 국회 본청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 민주당사 세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10여명의 검찰 수사관은 오전 8시40분경 민주당 당사 정문에 도착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당사 통과를 저지했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근 민주당은 오후 12시40분이 되자 변호사 입회를 전제로 검찰의 출입을 허가했다.

민주당 측은 일단 검찰의 진입을 허용하긴 했으나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대변인단은 압수수색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은 당사 비서실에 정 실장과 관련한 물품과 없고 증거 물품이 없다는 점 등을 확인하고 철수했다”며 “검찰이 무리하고 위법한 과잉 수사를 하고 있고 컴퓨터와 책상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키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취재진에게 추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을 구속한 뒤 모든 총력을 정 실장 수사에 쏟고 있는 검찰은 지난 15일 그를 소환조사해 그동안 쌓여 있던 혐의점을 하나하나 심문했다.

남욱도 검찰에 합세 카운터펀치
국정조사 덮고, 총선·대선까지?

김 부원장이 묵비권을 행사한 것과는 달리,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이 제시한 혐의점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려 14시간가량 이어진 조사에서 검찰 측은 그의 뇌물수수 혐의를 두고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는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총 1억4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뇌물의 댓가가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에 대한 특혜로 의심하고 있고, 뇌물의 규모도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정 실장은 김만배씨의 배당(약 428억원)을 나눠갖기로 했고, 김씨의 배당액을 늘리기 위해 개발사업과 관련된 주요 정보를 대장동 일당에게 넘겨줬다.

또 지난해 유 전 본부장 구속 당시엔 그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라고 종용한 혐의도 받는다. 혐의가 입증된다면 정 실장에겐 증거인멸교사죄도 추가돼 형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정 실장은 검찰에 출석해 수사팀이 제시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정 실장 측은 이날 소환조사 후 취재진에게 “구체적으로 다 대답했고, 검찰 측이 제시한 혐의는 터무니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검찰이 정 실장의 반박을 듣고 또 다른 질문은 하지 않은 채 다른 쟁점으로 넘어가는 등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정 실장의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을 빠르게 신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예측대로 검찰은 소환조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보고 민주당에서는 ‘이슈몰이를 이 대표 수사로 가져가려는 게 아닌가’란 의심이 싹트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시점이 기가 막힌다. 이번 주(11월 셋째 주)에 청구해 다음주 쯤에 이슈를 덮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다들 아시다시피 다음 주쯤에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표결이 예정돼있다.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안인 만큼 여론몰이도 신경 쓰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속영장
검은 속내?


지난 9일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해당 국조 요구서에는 이태원 참사 발생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고, 대통령실·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서울시·용산구청 등 참사에 관련된 모든 국가 부처가 조사 범위로 포함됐다.

그러나 국정조사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셌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이 대표에게 검찰 수사가 쏠리니 ‘물타기용’으로 국정조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는 초선 운영위원들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 부대표 등이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에 모인 취재기자들은 원내 지도부와 당의 주요 세력인 초선 의원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의미있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 중 과반(63명)인 초선 의원들은 6명의 운영위원에게 초선의 뜻을 담아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모두의 기대대로 이 자리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발표됐다. 국정조사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수용 불가 의견이 만장일치는 아니지만 다수 의원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모았으며, 반대를 위해 민주당과 끝까지 대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선 운영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이날 간담회 후 “초선 의원 대다수는 현재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오는 수사의 칼끝을 피하려는 물타기용, 방탄용이기 때문이다. <더탐사> 등 친 민주당 성향 언론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행위를 볼 때 이번 국조 역시 결국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도 초선 의원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는 국회서 ‘국정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본다. 거의 다가 반대”라며 “예산이든 법안이든 하고 난 뒤에 국정조사를 받는 것이 어떠하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반대가 너무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국조 찬성을 당론으로, 국민의힘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된 이상,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와의 합의를 진행시켜야만 한다.

여야 합의
사실상 불가

민주당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한다는 방침이지만 김 의장의 결정에 따라 그 시기가 조될 수도 있다. 만일 김 의장이 국정조사 강행을 반대한다면, 이날 본회의 처리를 의장 직권으로 연장시킬 수 있다.

반대로 찬성 시 여야 합의가 없더라도 의장이 ‘특위 구성’을 직권으로 추진할 수 있다. 특위 구성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국정조사가 실시되는 셈이다. 김 의장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특위 구성 추진을 기대하는 눈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정조사 진행을)낙관적으로 본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라며 “여야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균형을 잡으면 양측의 합의를 조정하던 김 의장은 지난 17일 균형을 깨고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야당이 요구한 국정조사 특위 명단을 국민의힘에게 요청했다. 여당에게 국정조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날 김 의장은 특위 구성 시 필요한 위원 명단을 오는 21일 정오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 보냈다.

공문에는 조사 목적과 범위, 국정조사 특위 구성 시 위원 수와 배분 방안 등이 적혀 있어 공문을 받은 각 정당은 김 의장이 국조를 구체화하길 원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야 “국조 물타기로 사법리스크 이용”
여 “사법리스크 물타기로 국조 이용”

김 의장의 반대가 없다면 국민의힘으로선 물리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야당만의 의석수로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당으로서는 여러 모로 부담스러운 국조를 민주당이 끝까지 고수하는 만큼, 정쟁의 불꽃은 계속 타오를 전망이다.

국조를 두고 양당은 치열하게 평행 구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민주당의 승리로 정쟁이 귀결될 조짐을 보이자 국민의힘이 사법 리스크로 균형을 맞추려한다고 민주당은 생각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싸움에 사법 리스크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야당의 힘을 이렇게 치사하게 뺄 수 있느냐”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더 나아가 다음 총선, 다음 대선에까지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번 정 실장의 경우처럼 수사를 질질 끌다가 결정적일 때 터트린다는 분석 아래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이런 짓(정실장 구속)을 벌이는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 항상 타이밍이 교묘했다”며 “이제 정 실장 다음은 이 대표일 텐데, 이 대표는 당장 터트리지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 직전, 즉 내년 이맘때쯤 수사가 종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팔다리를 다 잘린 이 대표를 두고 검찰은 여권이 유리할 ‘적기’를 찾아 몸통을 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즉, 총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칠 내년 말쯤이 검찰이 생각하는 적기라는 것이다. 그는 “늘 그랬다. 김 부원장도 그랬고, 정 실장도 그랬다. 이것(이 대표 구속)은 총선과 그 다음 집권까지 노리는 포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예상대로 만일 이 대표가 내년 말쯤 구속된다면 총선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재명이라는 유력한 대권주자도 한순간에 잃게 된다. 정계에서는 차기 대통령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는 눈엣가시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시기는 
내년 말?

여의도 관계자들은 검찰의 수사가 집요하게 이 대표를 노리는 이유 중 하나가 ‘그의 정치생명을 끊어놓겠다’는 현재 집권여당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여권 내부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동훈 장관은 이미 정치인의 행보를 걷고 있다. 윤 대통령도 그것을 원하는 것 같다”며 “이 대표를 직접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지금은 한 장관 대권가도에 파란불이 켜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김건희 여사, 수사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예견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수사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지적이다.

야권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항의할 때마다 여권 측은 “이미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나왔던 혐의들을 수사할 뿐인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라며 응수했다.

그러나 대선 기간 중 불거진 혐의점은 이 대표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뛰던 시절, 김건희 여사는 학력 위조와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여러 범죄 정황이 발각되며 수차례 곤욕을 치렀다.

특히 학력 위조와 관련된 부분은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사과하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한마디로 ‘지지부진한’ 수준이다.

우선 김 여사에게 제기됐던 이력서 허위 기재건은 9월19일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일단 멈춤’ 상태가 됐다.

불송치 결정에 반발한 고발인이 불송치 결정에 반박하며 이의 신청을 냈고, 결국 같은 달 26일 검찰에 송치됐으나 이후 뚜렷한 수사 진전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김 여사는 각종 수상 실적을 허위로 기재하고 경력을 뻥튀기하는 등 취업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력서를 조작했다.

김 여사는 이에 대해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또한 수사가 속도가 매우 더디다.

주가조작 사건 관련해 권오수 회장은 연일 재판을 받는중이지만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권 회장에게만 수사가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 심리로 재판이 열렸다.

여기서 권 회장은 “(주가조작)계좌를 김 여사의 모친이 일임받아 관리했다”며 “(김 여사의 모친이) 손해나 이익이 나는 것도 전부다 관리했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권 회장이 해오던 법정 진술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이 폭로로 검찰의 수사가 김 여사에게까지 향할지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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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