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⑪죽어도 모르는 소외된 자들의 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투명인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법의학자는 ‘죽음의 격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흔해서 격차의 존재를 인식조차 못했을 수도 있다. 부검대 위에 올라오는 사체 자체가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던 이들일 수 있으니…. 

니시오 하지메 일본 효고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주임교수는 저서 <죽음의 격차>에서 “법의학 현장에 있다 보면 ‘도시의 일상 공간에서 발생하는 동사’는 결코 진기한 죽음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집에서도 사람이 얼어 죽는다. 에어컨이 없는 경우 집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2020년 기준 저소득층의 에어컨 보급률은 0.18대에 불과하다. 

마지막까지
외면당한다

니시오 교수는 “책 출간 제안을 받고 과거 부검 사례를 되돌아보니 지금까지 부검해온 사람이 대체로 사회적 약자의 위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니시오 교수에 따르면 효고의대 법의학교실에서 부검한 전체 사체의 약 50%가 독거자이고 약 20%가 생활보호수급자(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 10%가량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이다. 신원 미상의 사체는 전체의 10%에 달했다. 

그는 “이 숫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변사체’가 되는 죽음 자체가 일본 사회의 음지에 속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매일 사인을 밝히는 사명에 집중하다 보니 그들이 놓인 사회적 상황에 둔감해졌는지도 모른다. 부검을 받아야 하는 변사체와 격차는 늘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낮은 부검률로 인해 놓치고 지나간 범죄, 감춰진 사건을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하다고 했다. 한국은 3만명 전후의 변사자 가운데 한 해 평균 8500건을 부검한다. 부검률은 전체 사망자 수로 따지면 3%, 변사자 수로 보면 23~24%에 이른다.


문제는 부검대에 오를 확률이 높은 사회적 약자가 마지막에 이르러 끝내 외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29일 서울 구로의 고아권익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조윤환 대표는 이미 몇 명의 ‘고아’를 잃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밥을 사주고 고민을 나누던 아이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실종신고했더니 이미 사망해 ‘처리’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조 대표는 “사인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외롭게 죽었다는 사실 하나만 남기고 떠났다”고 말했다.

폐쇄된 고아원에 홀로 살던 ‘고아 선배’도 홀연히 사라졌다. 조 대표는 “산속에 있는 고아원이 문을 닫았다. 선배는 그냥 거기서 살았던 것 같다. 나중에 가봤더니 사람이 산 흔적은 있는데 선배만 없어졌다. 어디 가서 목숨을 끊었는지 산짐승한테 잡아먹혔는지 알 수 없다. 실종신고도, 사망신고도 안 됐으니 아직 선배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 고아는 그런 식으로 사회에서 지워진다”고 한탄했다. 

18세부터 국가 보호 끝
연고 없어 ‘처리’ 쉽다

실제 조 대표가 고아권익연대 대표로 활동하면서 겪은 죽음 중 부검을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사망자 가운데 생명보험에 가입된 사람이 있어 사인을 알기 위해 부검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가 고아원에 살 무렵 옆에서 자던 친구가 갑자기 죽었을 때도, 22세 때 친구가 사망했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고아원 시절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한 여성은 집창촌을 전전하다 38세 나이로 사망했다. 조 대표는 그녀가 죽기 7~8개월 전에 만나 한 남성과 동거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게 끝이었다.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신고를 했더니 사망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 대표에 따르면 그녀는 극단적 선택으로 처리됐다. 조 대표는 아직도 그녀의 사체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조 대표는 “그 친구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경찰에게 적극적인 수사를 부탁했다. 살해됐는지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으니까. 당시 경찰은 더 이상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 친구에게 가족이 있었다면 사인 규명, 진상규명을 외쳤을 거다. 하지만 고아는 그렇게 해줄 사람도 없고 국가도 관심 없다. 경찰이 임의로 판단하기 참 좋은 케이스”라고 했다. 

고아는 국가의 보호 아래서 살다가 18세가 되면 ‘보호종료’ 딱지를 달고 사회로 나간다. 자립정착금, 정부지원금이 들어있는 디딤돌씨앗통장, 옷가지 몇 벌 정도가 아이가 챙겨 나올 수 있는 전부다. 이때부터는 혼자 살아가야 한다. 조 대표는 “고아는 18세가 돼서 사회에 나온 순간 국가의 관심에서 멀어진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21일 보육원 출신 18세 유모군이 광주 광산구의 한 대학교 건물 주변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군이 건물로 올라간 날짜는 같은 달 18일로 그는 사흘 만에 발견됐다.

조 대표는 “3일 동안 유군을 찾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고아의 죽음은 이렇다. 지나가는 누군가가 발견해야만 그나마 위로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 절반
죽고 싶다

8월24일에는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임모양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임양은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사는 임대아파트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고 있었다. 불과 엿새 사이에 일어난 보육원 출신 10대의 잇따른 죽음은 금세 잊혔다.

2020년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보호종료 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종료 아동의 50%가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일반 가구원 조사 결과인 2.61%, 저소득 가구원 조사 결과인 3.29%(2019년 한국복지패널조사)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조 대표는 “고아권익연대를 만들고 활동하면서 느낀 고아와 일반인 사이의 격차는 애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외롭게 혼자 떠나는지 아니면 짧은 시간이라도 같이 애도해주고 아파해주는 사람이 있는지에서 생기는 격차”라며 “고인은 화려한 장례보다 위로받는 장례를 원할 것 같다. 고아는 그런 정서적인 애도가 떠날 때도 너무 차이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른바 애도의 격차다. 조 대표는 유군의 장례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처음에 보육원에서는 ‘자기들끼리 조용히 보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래서 안 된다. 친구들이 장례식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교수님과 친구들이 찾아간 걸로 안다. 그래도 친했던 친구들이 마지막을 지켜줘서 유군도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아의 사망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은 연고자만이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제2조(정의) 제16항에 따르면 연고자는 ▲가. 배우자 ▲나. 자녀 ▲다. 부모 ▲라. 자녀 외의 직계비속 ▲마. 부모 외의 직계존속 ▲바. 형제·자매 ▲사. 사망하기 전에 치료·보호 또는 관리하고 있었던 행정기관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아. 가목부터 사목까지에 해당하지 않는 자로서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로 한정돼있다. 

사실혼 관계나 조카, 사위, 친구 등은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조 대표는 고아의 죽음을 들을 때마다 경찰을 찾아가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정한다. 그나마 2020년 보건복지부의 ‘2020 장사업무안내’에 따라 개인적인 친분이나 사회적 연대에 따라 장례 주관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는 경우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사법 제2조 제16호 아목에 따른 연고자로 인정받거나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주관자로서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것. 

영하 16도
난방 안 돼

조 대표는 “고아는 국가가 입양한 자식인 만큼 사망했을 때 지자체장이 와서 애도해주고 아파했으면 한다. 또 고아의 죽음이 석연치 않은 경우에는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아에게 유일한 가족은 국가다. 죽을 때만큼은 눈물 흘리면서 가지 않도록,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위안받고 하늘에 갈 수 있도록 제도와 인식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고아가 보호종료와 동시에 사회에서 지워지는 처지라면 이주노동자는 일할 때는 어디에나 있지만 사고가 나면 어디에도 없는 포지션이다.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00만명에 이른다. 이주노동자는 일손이 부족한 제조업이나 농업 분야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을 정도다. 

2020년 12월20일 경기도 포천에서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자신이 일하던 농장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인 김달성 목사는 “속헹씨가 사망하기 이틀 전부터 숙소에 난방이 안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포천도시공사에 따르면 당시 포천의 기온은 영하 14.2도였다. 속헹씨가 사망한 농장이 위치한 일동면은 영하 16도에 달했다. 

속헹씨와 동료들은 농장 한가운데 있는 가건물에서 먹고 잤다. 김 목사에 따르면 속헹씨 등은 해당 가건물에 살면서 매달 15만원씩 냈다고 한다. 2016년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속헹씨는 4년10개월 만기를 앞두고 비행기 표를 끊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차가운 부검대에 올랐다. 

부검 결과 ‘간경화로 인한 혈관 파열과 합병증’이 사인으로 지목됐다. 김 목사는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리고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대책위는 열악한 주거환경이 속헹씨의 병을 악화시켜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산재 사망 내국인 3배
죽어야만 바뀌는 환경

지난 5월2일 속헹씨에 대한 산재 승인이 결정됐다. 속헹씨 사망 499일 만이었다. 

김 목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에서 취업 활동을 하다가 캄보디아로 돌아간 노동자들이 현지에서 많이 도와줬다. 차로 몇 시간이나 들어가야 하는 시골에 가서 유가족을 만나 산재보험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해서 위임받아 간신히 신청했다”며 “농업 이주노동자가 직업성 질환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큰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속헹씨의 죽음 이후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농지법은 농지에 주거목적인 건축물을 지을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건축법 역시 가설건축물을 상시주거시설로 제공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6월 경기연구원이 내놓은 <경기도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 주거모델 개발을 위한 정책 연구>에 따르면 전체 사업장의 48.4%(896개소)가 농지법 또는 건축법 혹은 둘 다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전체 건축물 중 신고돼있는 등기건축물은 44.6%(826개소)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등기건축물 중 주택이 아닌 가설건축물을 제공하는 경우와 미등기 건축물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0.5%(1490개)가 가설건축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제2, 제3의 속헹씨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의미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산재 사망자 828명 가운데 외국인은 102명(12.3%)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전체 임금 근로자(2099만2000여명) 가운데 외국인(81만1000여명) 비율이 3.8%인 것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자는 내국인과 비교해 3배 이상 많은 셈이다. 

김 목사는 ‘산재 은폐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한국노동연구원에 실린 <노동조합은 산업재해 발생과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논문에서 한국에서 발생하는 산재 3건 중 2건은 은폐되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1인당 산재 발생 대비 은폐율이 66.6%로 나타난 것이다. 

김 목사는 “해당 논문은 3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주노동자는 주로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근무한다. 전체 노동자로 따져도 30인 이하 사업장의 산재 은폐율은 최소 66.6%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주노동자의 산재 은폐율은 70% 이상이라고 본다”며 “경험으로 볼 때 이주노동자의 산재 신고 비율은 20% 내외”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는 노동 조건과 환경이 합법적 이주노동자에 비해 더 낮다는 점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산재를 당하면 합법적 이주노동자와 똑같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합법적 이주노동자에 비해 산재 신청 비율이 떨어진다. 스스로 기피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한다.

불법체류자
더 바닥이다

김 목사는 “속헹씨의 희생으로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등 변화된 게 많다. 누군가가 죽어야 변하는 시늉이라도 한다는 뜻이다. 속헹씨 사건에 수십개 단체가 달라붙어 떠들었는데도 산재 인정까지 1년 반이나 걸렸다”며 “내가 늘 하는 말인데 ‘위험의 이주화’ ‘죽음의 이주화’를 국가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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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