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대참사>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다섯

살릴 수 있는 기회 다 날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수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간 데 이어 후폭풍이 온 나라를 강타했다. 이 가운데 참사 막전막후가 알려지면서, 이번 참사가 ‘인재’였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일요시사>가 참사 전후로 주어졌던 수많은 기회를 되돌아봤다. “만약…”이란 부질없다지만 “왜?”는 꼭 필요하다.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경찰이 참사 발생 몇 시간 전부터 위험 징후 신고를 꾸준히 접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첫 신고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구체적 표현이 등장했음에도 안일한 대응에 그쳤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경찰청은 지난 1일 사고 당일 112신고 접수 녹취록을 공개했다. 

[1] 참사 징후 신고, 정말 묵살됐나?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 당일(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 신고자는 경찰에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와서 압사당할 거 같다. 통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거냐”며 “출동해서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경찰은 현장 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보행로 통제 등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119에 최초 사고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오후 10시15분이다. 그전까지 112 상황실은 총 11건의 ‘위험 징후’ 신고를 접수했다. <일요시사>가 녹취록 11건을 모두 살펴본 결과, 직접적으로 ‘압사’라는 표현이 들어간 신고만 6건에 달했다.


119 최초 신고보다 최소 1시간 이상 빨랐던 신고들에서도 “진짜 사고 날 것 같다” “장난전화 아니다” “대형사고 나기 직전이다” 등 심각성을 강조한 표현이 포착됐다.

경찰 측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각 2·5·6번째 신고 때 현장에 출동해 ‘강력 해산’ ‘시민 통제’ 조치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결국 대형참사를 제때 막지 못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관이 어떤 방식으로 해산·통제에 나섰는지’에 의문이 남지만, 출동 기록을 담은 문서에는 구체적인 조치 내용이 기술된 바 없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치 내용을 설명하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감찰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경찰이 설명을 미루는 사이, 정말 실효성 있는 조치가 취해졌었는가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고 이전까지 경찰의 해산·통제 조치가 없었다”는 현장 증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 간담회 성과, 왜 없었나?

용산구청 등 관계기관 네 곳은 참사 발생 사흘 전 ‘대비 간담회’를 열고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 또 간담회 당시 안전대책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걸 넘어, 외려 ‘경찰 통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이튿날 열린 용산구청의 자체 대책회의도 예년 대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 함께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용산구청은 용산경찰서·이태원상인연합회·서울교통공사 등이 참석한 4자 간담회를 주재했다. 용산구청은 이날 상인들에게 안전대책 대신 쓰레기 문제 등을 안내했다. 실제로 간담회에 참석한 용산구청 측 인원은 자원환경순환과 관계자 2명뿐이었다.


자원환경순환과는 생활쓰레기 처리를 맡은 부서다. 축제 관리·안전 관리는 각각 문화체육과·안전재난과 몫이다. 애초에 안전 대책을 논할 부서는 간담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던 셈이다. 

상인연합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경찰 통제를 사실상 완화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경찰 측 간담회 주요 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연합회는 경찰에게 “작년에는 경찰기동대를 각 거리에 배치해 영업을 중단시키고 인파를 해산시켰는데 사정은 이해하나 과도한 조치였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간담회에 참석한 업주는 “앞선 지구촌축제에 경찰과 용산구청 등에서 요원을 배치해 장사에 방해가 됐다”며 “경찰력이 배치된다면 형사 조끼를 벗어달라”고 말했다.

어이없는 대형사고 막전막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진단

용산구청은 지난달 15~16일 이태원에서 지구촌축제를 개최했다. 용산구청은 당시 인원 통제를 위해 경찰 경비인력 109명과 구청 직원 1078명을 배치했다. 이 덕에 100만명 남짓한 인파가 몰리고도 큰 사고가 없었다.

반면 축제에 참여한 일부 이태원 업주들은 “안전조치 강화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관련 의혹에 대해 “간담회 당시 기동대 200명 정도가 온다는 이야기에 (연합회)관계자 한 명이 ‘핼러윈은 자발적인 축제기 때문에 기동대 차량이 길가에 늘어서 있으면 시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경찰력 배치 자제 요청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용산구청은 지난달 27일 ‘핼러윈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용산구청 보도자료에는 이날 회의에서 ▲식품 접객업소 점검 ▲주요 시설물 안전점검 ▲종합상황실 운용 ▲방역 관리 ▲소음 특별점검 ▲청소 대책 등이 논의됐다고 적혀 있다. 대규모 인원 밀집에 따른 안전 대책은 이날도 논의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부구청장 주재로 11개 부서장이 참석해 진행됐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구청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용산경찰서·소방서장이 참석해 대책을 의논했던 것과 비교하면 회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용산구청이 애초부터 안전 대책 마련에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달 31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고 발언해 비난을 자초했다. 아울러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박 구청장은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3] 무정차 지시, 진실 공방


참사 당일 이태원 인근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참사 이후 지하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조치 미시행 배경을 두고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사이 진실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쟁점은 경찰이 서울교통공사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한 시점이다. 경찰은 참사 발생 이전인 오후 9시38분 무정차 통과를 최초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참사 발생 이후인 오후 11시11분 요청받았다는 입장이다. 

참사 발생 이전에 지하철 무정차가 시행됐다면 인원 유입을 줄여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양측 대립은 단순한 진실공방을 넘어 ‘책임 떠넘기기’ 색채가 짙은 셈이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에게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 자리에 왔다”며 ‘사전 요청 주장’을 재차 피력했다.

황 관리관은 “사고 당일 상황실장은 사무실이 아닌 이태원역 부근에서 상황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전화로밖에 통화를 할 수 없었다”면서 “상황실장 말에 따르면 오후 9시 38분 이태원역장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본인한테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이후인 오후 11시11분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데, 그것도 확인했다”며 “오후 11시11분에는 야외가 아닌 사무실에서 상황실 요원이 이태원역사 직원에게 전화해 2차로 무정차 통과를 요청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만명 넘는 인파
알고도 대책 전무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사고 당일 오후 9시38분에 경찰과 통화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때는 귀갓길 승객이 역사 내에 포화된 상황이라 외부 출입구 유입 승객을 일시적으로 통제해달라고 요청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오후 9시38분에 전화로 요청이 오고 간 건 사실이지만, 이때 무정차 통과 논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양측 대립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측이 결백을 호소하면서도 애도 기간임을 고려해 ‘전면전’은 삼가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애도 기간이 끝나는 대로 진상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 현장 구조, 왜 지지부진?

참사 당시 소방당국이 최초 신고 접수 직후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지만, 경찰의 현장 상황 오판으로 사고 수습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교통통제 등을 위한 대규모 인력 투입을 주저하는 사이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관계당국의 보고 내용을 종합하면 소방당국은 오후 10시15분 최초 신고를 접수한 지 2분 이내에 구조 인력을 출동시켰다. 이어 접수 3분 뒤인 오후 10시18분 소방종합방재센터가 ‘핫라인’을 통해 서울경찰청에 공동 대응 요청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 대응 요청은 참사 현장이 복잡한 만큼, 경찰이 현장·교통 통제를 즉각 지원해달라는 맥락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대응 요청 10여분 만에 현장에 급파된 경찰 선발대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확성기 등 통제 장비도 갖추지 않아 사실상 현장 통제는 시도조차 어려운 수준이었다. 현장 증언에 따르면 경찰 선발대는 사고 현장을 통제하기보다 구조에 나선 소방당국을 지원하는 데 매진했다.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교통통제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구급차 이송이 지연되자, 소방당국이 먼저 경찰청에 교통통제를 요청했다. 관할 경찰서인 용산경찰서 인력만으로 현장을 온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다. 추가 인력 투입이 절실했지만, 서울경찰청이 기동대 일부를 투입해 현장을 지원한 시점은 오후 11시50분이었다.

소방당국이 교통 통제를 요청한 시점으로부터 1시간이 넘게 지난 뒤였다. 

경찰은 현장 상황 오판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일 대국민 사과 브리핑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부터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감찰을 통해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며 경찰 측 잘못을 시인했다.

[5] 토끼 머리띠 처벌 가능성

일각에서는 참사 초래 주범으로 이른바 ‘토끼 머리띠’를 지목한다. 토끼 머리띠를 착용한 남성 일행이 골목 위쪽에서 “밀어! 밀어!”라는 외침과 함께 사람들을 밀쳤다는 증언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남성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공분이 큰 가운데 관련자들의 처벌 여부에 이목이 쏠리지만, 이들이 실제로 처벌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경찰은 지난 1일 이 남성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고의로 군중을 밀쳤는지 등 사고 당시 상황을 집중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본인의 이동경로 등을 근거로 들었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경찰은 고의적으로 군중을 민 것으로 보이는 인원 다수의 신원을 확인·추적하고 있다.

경찰이 이들을 ‘가해자’로 보고 처벌하고자 한다면 폭행치사죄나 과실치사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자신이 군중을 밀면 누군가가 죽거나 다칠 수 있다고 예견하고도 고의로 이들을 밀었다면 폭행치사죄, 참사를 예견한 상태에서 고의성 없이 밀었다면 과실치사죄 적용 대상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이들의 신원을 상당수 특정한다고 해도, 이것이 형사처분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형사처분으로 이끌어내려면 가해자 행위가 연쇄작용을 일으켜 참사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골목 안에서 수백명이 서로 밀고 밀리던 중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미는 행위가 누구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파악·입증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난점으로 꼽힌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