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대참사>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다섯

살릴 수 있는 기회 다 날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수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간 데 이어 후폭풍이 온 나라를 강타했다. 이 가운데 참사 막전막후가 알려지면서, 이번 참사가 ‘인재’였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일요시사>가 참사 전후로 주어졌던 수많은 기회를 되돌아봤다. “만약…”이란 부질없다지만 “왜?”는 꼭 필요하다.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경찰이 참사 발생 몇 시간 전부터 위험 징후 신고를 꾸준히 접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첫 신고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구체적 표현이 등장했음에도 안일한 대응에 그쳤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경찰청은 지난 1일 사고 당일 112신고 접수 녹취록을 공개했다. 

[1] 참사 징후 신고, 정말 묵살됐나?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 당일(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 신고자는 경찰에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와서 압사당할 거 같다. 통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거냐”며 “출동해서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경찰은 현장 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보행로 통제 등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119에 최초 사고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오후 10시15분이다. 그전까지 112 상황실은 총 11건의 ‘위험 징후’ 신고를 접수했다. <일요시사>가 녹취록 11건을 모두 살펴본 결과, 직접적으로 ‘압사’라는 표현이 들어간 신고만 6건에 달했다.


119 최초 신고보다 최소 1시간 이상 빨랐던 신고들에서도 “진짜 사고 날 것 같다” “장난전화 아니다” “대형사고 나기 직전이다” 등 심각성을 강조한 표현이 포착됐다.

경찰 측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각 2·5·6번째 신고 때 현장에 출동해 ‘강력 해산’ ‘시민 통제’ 조치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결국 대형참사를 제때 막지 못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관이 어떤 방식으로 해산·통제에 나섰는지’에 의문이 남지만, 출동 기록을 담은 문서에는 구체적인 조치 내용이 기술된 바 없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치 내용을 설명하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감찰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경찰이 설명을 미루는 사이, 정말 실효성 있는 조치가 취해졌었는가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고 이전까지 경찰의 해산·통제 조치가 없었다”는 현장 증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 간담회 성과, 왜 없었나?

용산구청 등 관계기관 네 곳은 참사 발생 사흘 전 ‘대비 간담회’를 열고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 또 간담회 당시 안전대책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걸 넘어, 외려 ‘경찰 통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이튿날 열린 용산구청의 자체 대책회의도 예년 대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 함께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용산구청은 용산경찰서·이태원상인연합회·서울교통공사 등이 참석한 4자 간담회를 주재했다. 용산구청은 이날 상인들에게 안전대책 대신 쓰레기 문제 등을 안내했다. 실제로 간담회에 참석한 용산구청 측 인원은 자원환경순환과 관계자 2명뿐이었다.


자원환경순환과는 생활쓰레기 처리를 맡은 부서다. 축제 관리·안전 관리는 각각 문화체육과·안전재난과 몫이다. 애초에 안전 대책을 논할 부서는 간담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던 셈이다. 

상인연합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경찰 통제를 사실상 완화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경찰 측 간담회 주요 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연합회는 경찰에게 “작년에는 경찰기동대를 각 거리에 배치해 영업을 중단시키고 인파를 해산시켰는데 사정은 이해하나 과도한 조치였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간담회에 참석한 업주는 “앞선 지구촌축제에 경찰과 용산구청 등에서 요원을 배치해 장사에 방해가 됐다”며 “경찰력이 배치된다면 형사 조끼를 벗어달라”고 말했다.

어이없는 대형사고 막전막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진단

용산구청은 지난달 15~16일 이태원에서 지구촌축제를 개최했다. 용산구청은 당시 인원 통제를 위해 경찰 경비인력 109명과 구청 직원 1078명을 배치했다. 이 덕에 100만명 남짓한 인파가 몰리고도 큰 사고가 없었다.

반면 축제에 참여한 일부 이태원 업주들은 “안전조치 강화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관련 의혹에 대해 “간담회 당시 기동대 200명 정도가 온다는 이야기에 (연합회)관계자 한 명이 ‘핼러윈은 자발적인 축제기 때문에 기동대 차량이 길가에 늘어서 있으면 시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경찰력 배치 자제 요청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용산구청은 지난달 27일 ‘핼러윈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용산구청 보도자료에는 이날 회의에서 ▲식품 접객업소 점검 ▲주요 시설물 안전점검 ▲종합상황실 운용 ▲방역 관리 ▲소음 특별점검 ▲청소 대책 등이 논의됐다고 적혀 있다. 대규모 인원 밀집에 따른 안전 대책은 이날도 논의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부구청장 주재로 11개 부서장이 참석해 진행됐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구청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용산경찰서·소방서장이 참석해 대책을 의논했던 것과 비교하면 회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용산구청이 애초부터 안전 대책 마련에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달 31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고 발언해 비난을 자초했다. 아울러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박 구청장은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3] 무정차 지시, 진실 공방


참사 당일 이태원 인근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참사 이후 지하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조치 미시행 배경을 두고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사이 진실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쟁점은 경찰이 서울교통공사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한 시점이다. 경찰은 참사 발생 이전인 오후 9시38분 무정차 통과를 최초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참사 발생 이후인 오후 11시11분 요청받았다는 입장이다. 

참사 발생 이전에 지하철 무정차가 시행됐다면 인원 유입을 줄여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양측 대립은 단순한 진실공방을 넘어 ‘책임 떠넘기기’ 색채가 짙은 셈이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에게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 자리에 왔다”며 ‘사전 요청 주장’을 재차 피력했다.

황 관리관은 “사고 당일 상황실장은 사무실이 아닌 이태원역 부근에서 상황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전화로밖에 통화를 할 수 없었다”면서 “상황실장 말에 따르면 오후 9시 38분 이태원역장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본인한테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이후인 오후 11시11분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데, 그것도 확인했다”며 “오후 11시11분에는 야외가 아닌 사무실에서 상황실 요원이 이태원역사 직원에게 전화해 2차로 무정차 통과를 요청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만명 넘는 인파
알고도 대책 전무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사고 당일 오후 9시38분에 경찰과 통화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때는 귀갓길 승객이 역사 내에 포화된 상황이라 외부 출입구 유입 승객을 일시적으로 통제해달라고 요청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오후 9시38분에 전화로 요청이 오고 간 건 사실이지만, 이때 무정차 통과 논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양측 대립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측이 결백을 호소하면서도 애도 기간임을 고려해 ‘전면전’은 삼가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애도 기간이 끝나는 대로 진상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 현장 구조, 왜 지지부진?

참사 당시 소방당국이 최초 신고 접수 직후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지만, 경찰의 현장 상황 오판으로 사고 수습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교통통제 등을 위한 대규모 인력 투입을 주저하는 사이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관계당국의 보고 내용을 종합하면 소방당국은 오후 10시15분 최초 신고를 접수한 지 2분 이내에 구조 인력을 출동시켰다. 이어 접수 3분 뒤인 오후 10시18분 소방종합방재센터가 ‘핫라인’을 통해 서울경찰청에 공동 대응 요청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 대응 요청은 참사 현장이 복잡한 만큼, 경찰이 현장·교통 통제를 즉각 지원해달라는 맥락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대응 요청 10여분 만에 현장에 급파된 경찰 선발대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확성기 등 통제 장비도 갖추지 않아 사실상 현장 통제는 시도조차 어려운 수준이었다. 현장 증언에 따르면 경찰 선발대는 사고 현장을 통제하기보다 구조에 나선 소방당국을 지원하는 데 매진했다.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교통통제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구급차 이송이 지연되자, 소방당국이 먼저 경찰청에 교통통제를 요청했다. 관할 경찰서인 용산경찰서 인력만으로 현장을 온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다. 추가 인력 투입이 절실했지만, 서울경찰청이 기동대 일부를 투입해 현장을 지원한 시점은 오후 11시50분이었다.

소방당국이 교통 통제를 요청한 시점으로부터 1시간이 넘게 지난 뒤였다. 

경찰은 현장 상황 오판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일 대국민 사과 브리핑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부터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감찰을 통해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며 경찰 측 잘못을 시인했다.

[5] 토끼 머리띠 처벌 가능성

일각에서는 참사 초래 주범으로 이른바 ‘토끼 머리띠’를 지목한다. 토끼 머리띠를 착용한 남성 일행이 골목 위쪽에서 “밀어! 밀어!”라는 외침과 함께 사람들을 밀쳤다는 증언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남성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공분이 큰 가운데 관련자들의 처벌 여부에 이목이 쏠리지만, 이들이 실제로 처벌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경찰은 지난 1일 이 남성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고의로 군중을 밀쳤는지 등 사고 당시 상황을 집중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본인의 이동경로 등을 근거로 들었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경찰은 고의적으로 군중을 민 것으로 보이는 인원 다수의 신원을 확인·추적하고 있다.

경찰이 이들을 ‘가해자’로 보고 처벌하고자 한다면 폭행치사죄나 과실치사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자신이 군중을 밀면 누군가가 죽거나 다칠 수 있다고 예견하고도 고의로 이들을 밀었다면 폭행치사죄, 참사를 예견한 상태에서 고의성 없이 밀었다면 과실치사죄 적용 대상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이들의 신원을 상당수 특정한다고 해도, 이것이 형사처분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형사처분으로 이끌어내려면 가해자 행위가 연쇄작용을 일으켜 참사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골목 안에서 수백명이 서로 밀고 밀리던 중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미는 행위가 누구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파악·입증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난점으로 꼽힌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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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