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대참사>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다섯

살릴 수 있는 기회 다 날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수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간 데 이어 후폭풍이 온 나라를 강타했다. 이 가운데 참사 막전막후가 알려지면서, 이번 참사가 ‘인재’였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일요시사>가 참사 전후로 주어졌던 수많은 기회를 되돌아봤다. “만약…”이란 부질없다지만 “왜?”는 꼭 필요하다.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경찰이 참사 발생 몇 시간 전부터 위험 징후 신고를 꾸준히 접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첫 신고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구체적 표현이 등장했음에도 안일한 대응에 그쳤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경찰청은 지난 1일 사고 당일 112신고 접수 녹취록을 공개했다. 

[1] 참사 징후 신고, 정말 묵살됐나?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 당일(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 신고자는 경찰에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와서 압사당할 거 같다. 통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거냐”며 “출동해서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경찰은 현장 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보행로 통제 등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119에 최초 사고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오후 10시15분이다. 그전까지 112 상황실은 총 11건의 ‘위험 징후’ 신고를 접수했다. <일요시사>가 녹취록 11건을 모두 살펴본 결과, 직접적으로 ‘압사’라는 표현이 들어간 신고만 6건에 달했다.

119 최초 신고보다 최소 1시간 이상 빨랐던 신고들에서도 “진짜 사고 날 것 같다” “장난전화 아니다” “대형사고 나기 직전이다” 등 심각성을 강조한 표현이 포착됐다.

경찰 측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각 2·5·6번째 신고 때 현장에 출동해 ‘강력 해산’ ‘시민 통제’ 조치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결국 대형참사를 제때 막지 못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관이 어떤 방식으로 해산·통제에 나섰는지’에 의문이 남지만, 출동 기록을 담은 문서에는 구체적인 조치 내용이 기술된 바 없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치 내용을 설명하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감찰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경찰이 설명을 미루는 사이, 정말 실효성 있는 조치가 취해졌었는가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고 이전까지 경찰의 해산·통제 조치가 없었다”는 현장 증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 간담회 성과, 왜 없었나?

용산구청 등 관계기관 네 곳은 참사 발생 사흘 전 ‘대비 간담회’를 열고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 또 간담회 당시 안전대책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걸 넘어, 외려 ‘경찰 통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이튿날 열린 용산구청의 자체 대책회의도 예년 대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 함께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용산구청은 용산경찰서·이태원상인연합회·서울교통공사 등이 참석한 4자 간담회를 주재했다. 용산구청은 이날 상인들에게 안전대책 대신 쓰레기 문제 등을 안내했다. 실제로 간담회에 참석한 용산구청 측 인원은 자원환경순환과 관계자 2명뿐이었다.

자원환경순환과는 생활쓰레기 처리를 맡은 부서다. 축제 관리·안전 관리는 각각 문화체육과·안전재난과 몫이다. 애초에 안전 대책을 논할 부서는 간담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던 셈이다. 

상인연합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경찰 통제를 사실상 완화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경찰 측 간담회 주요 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연합회는 경찰에게 “작년에는 경찰기동대를 각 거리에 배치해 영업을 중단시키고 인파를 해산시켰는데 사정은 이해하나 과도한 조치였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간담회에 참석한 업주는 “앞선 지구촌축제에 경찰과 용산구청 등에서 요원을 배치해 장사에 방해가 됐다”며 “경찰력이 배치된다면 형사 조끼를 벗어달라”고 말했다.

어이없는 대형사고 막전막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진단

용산구청은 지난달 15~16일 이태원에서 지구촌축제를 개최했다. 용산구청은 당시 인원 통제를 위해 경찰 경비인력 109명과 구청 직원 1078명을 배치했다. 이 덕에 100만명 남짓한 인파가 몰리고도 큰 사고가 없었다.

반면 축제에 참여한 일부 이태원 업주들은 “안전조치 강화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관련 의혹에 대해 “간담회 당시 기동대 200명 정도가 온다는 이야기에 (연합회)관계자 한 명이 ‘핼러윈은 자발적인 축제기 때문에 기동대 차량이 길가에 늘어서 있으면 시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경찰력 배치 자제 요청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용산구청은 지난달 27일 ‘핼러윈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용산구청 보도자료에는 이날 회의에서 ▲식품 접객업소 점검 ▲주요 시설물 안전점검 ▲종합상황실 운용 ▲방역 관리 ▲소음 특별점검 ▲청소 대책 등이 논의됐다고 적혀 있다. 대규모 인원 밀집에 따른 안전 대책은 이날도 논의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부구청장 주재로 11개 부서장이 참석해 진행됐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구청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용산경찰서·소방서장이 참석해 대책을 의논했던 것과 비교하면 회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용산구청이 애초부터 안전 대책 마련에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달 31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고 발언해 비난을 자초했다. 아울러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박 구청장은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3] 무정차 지시, 진실 공방

참사 당일 이태원 인근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참사 이후 지하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조치 미시행 배경을 두고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사이 진실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쟁점은 경찰이 서울교통공사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한 시점이다. 경찰은 참사 발생 이전인 오후 9시38분 무정차 통과를 최초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참사 발생 이후인 오후 11시11분 요청받았다는 입장이다. 

참사 발생 이전에 지하철 무정차가 시행됐다면 인원 유입을 줄여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양측 대립은 단순한 진실공방을 넘어 ‘책임 떠넘기기’ 색채가 짙은 셈이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에게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 자리에 왔다”며 ‘사전 요청 주장’을 재차 피력했다.

황 관리관은 “사고 당일 상황실장은 사무실이 아닌 이태원역 부근에서 상황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전화로밖에 통화를 할 수 없었다”면서 “상황실장 말에 따르면 오후 9시 38분 이태원역장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본인한테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이후인 오후 11시11분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데, 그것도 확인했다”며 “오후 11시11분에는 야외가 아닌 사무실에서 상황실 요원이 이태원역사 직원에게 전화해 2차로 무정차 통과를 요청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만명 넘는 인파
알고도 대책 전무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사고 당일 오후 9시38분에 경찰과 통화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때는 귀갓길 승객이 역사 내에 포화된 상황이라 외부 출입구 유입 승객을 일시적으로 통제해달라고 요청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오후 9시38분에 전화로 요청이 오고 간 건 사실이지만, 이때 무정차 통과 논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양측 대립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측이 결백을 호소하면서도 애도 기간임을 고려해 ‘전면전’은 삼가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애도 기간이 끝나는 대로 진상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 현장 구조, 왜 지지부진?

참사 당시 소방당국이 최초 신고 접수 직후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지만, 경찰의 현장 상황 오판으로 사고 수습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교통통제 등을 위한 대규모 인력 투입을 주저하는 사이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관계당국의 보고 내용을 종합하면 소방당국은 오후 10시15분 최초 신고를 접수한 지 2분 이내에 구조 인력을 출동시켰다. 이어 접수 3분 뒤인 오후 10시18분 소방종합방재센터가 ‘핫라인’을 통해 서울경찰청에 공동 대응 요청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 대응 요청은 참사 현장이 복잡한 만큼, 경찰이 현장·교통 통제를 즉각 지원해달라는 맥락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대응 요청 10여분 만에 현장에 급파된 경찰 선발대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확성기 등 통제 장비도 갖추지 않아 사실상 현장 통제는 시도조차 어려운 수준이었다. 현장 증언에 따르면 경찰 선발대는 사고 현장을 통제하기보다 구조에 나선 소방당국을 지원하는 데 매진했다.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교통통제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구급차 이송이 지연되자, 소방당국이 먼저 경찰청에 교통통제를 요청했다. 관할 경찰서인 용산경찰서 인력만으로 현장을 온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다. 추가 인력 투입이 절실했지만, 서울경찰청이 기동대 일부를 투입해 현장을 지원한 시점은 오후 11시50분이었다.

소방당국이 교통 통제를 요청한 시점으로부터 1시간이 넘게 지난 뒤였다. 

경찰은 현장 상황 오판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일 대국민 사과 브리핑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부터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감찰을 통해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며 경찰 측 잘못을 시인했다.

[5] 토끼 머리띠 처벌 가능성

일각에서는 참사 초래 주범으로 이른바 ‘토끼 머리띠’를 지목한다. 토끼 머리띠를 착용한 남성 일행이 골목 위쪽에서 “밀어! 밀어!”라는 외침과 함께 사람들을 밀쳤다는 증언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남성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공분이 큰 가운데 관련자들의 처벌 여부에 이목이 쏠리지만, 이들이 실제로 처벌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경찰은 지난 1일 이 남성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고의로 군중을 밀쳤는지 등 사고 당시 상황을 집중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본인의 이동경로 등을 근거로 들었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경찰은 고의적으로 군중을 민 것으로 보이는 인원 다수의 신원을 확인·추적하고 있다.

경찰이 이들을 ‘가해자’로 보고 처벌하고자 한다면 폭행치사죄나 과실치사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자신이 군중을 밀면 누군가가 죽거나 다칠 수 있다고 예견하고도 고의로 이들을 밀었다면 폭행치사죄, 참사를 예견한 상태에서 고의성 없이 밀었다면 과실치사죄 적용 대상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이들의 신원을 상당수 특정한다고 해도, 이것이 형사처분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형사처분으로 이끌어내려면 가해자 행위가 연쇄작용을 일으켜 참사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골목 안에서 수백명이 서로 밀고 밀리던 중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미는 행위가 누구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파악·입증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난점으로 꼽힌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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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