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신에 걸린 이재명 데드라인

검날 막을 최후의 보루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동생이 제대로 화가 났다. 입에서 폭탄이 나온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작심하고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본인이 말하던 최측근들까지 검찰에 하나둘 불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다음은 본인 차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 1년 만인 지난 20일 석방됐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재판 중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추가 구속된 바 있다. 

유동규 
작심 폭로

약 1년간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유 전 본부장이 최근 마음을 바꿨다. 급작스레 검찰 수사에 협조 중인 그에 대한 여러 말들이 나온다. 검찰과 ‘딜’을 했거나 ‘회유’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라며 최소한 뭔가에 회유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하나가 나오면 또 하나가 나온다. 천천히 말려 죽이겠다”고 물러서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그의 발언에는 배신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분노마저 느껴진다. 구속 당시 대장동 사태를 풀 수 있는 핵심 ‘키맨’으로 거론된 바 있는 그였기에 이후로 어떤 폭로들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이다. 앞서 지난해 대장동 사태가 터졌을 당시, 유 전 본부장은 대부분 탈탈 털렸던 바 있다. 모든 이목이 그에게 집중됐고, 과거 이력들까지 만천하에 공개됐다.

잠잠하던 유 전 본부장은 자유의 몸이 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민주당 이 대표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모양새다. 석방 이후 윗선의 지시가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 정진상 정무조정실장과 통화했을 정도”라며 친분을 폭로하는가 하면 “(제게)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검사장과 이야기가 됐으니 입원하라고 종용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까지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과 김 부원장, 정 실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부터 상당히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대장동 수사 도중에 나온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 속에는 위의 세 인물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의형제를 맺었다는 내용까지 등장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 전 본부장은 이들과 한 배를 탄 사이로 생각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사이가 틀어진 모양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들을 두고 “진짜 형으로 생각했다”며 자신을 <삼국지> 장비에 비유하며 한탄하기도 했다. 사실상 피를 나눈 형제나 다름없던 유 전 본부장의 손절은 비단 김 부원장과 정 실장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의 측근들도 대거 그를 손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한주 가천대 부총장은 이 대표의 측근 중 한 명으로 통한다.


과거 형제서 이젠 남으로
최측근 줄줄이 수사 타깃

이 부총장은 이 대표와 30년 넘게 활동해왔다. 전 국민 기본소득 등을 설계하는 정책통으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이 대표 대선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았으나,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이 불거지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과거 유 전 본부장 임용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성남시설관리공단은 2010년 기획본부장 공고를 냈다. 면접 심사 결과 고득점자였던 유 전 본부장은 최종 합격자로 확정됐다. 이는 공고 후 10일 만에 이뤄졌는데 당시 이 부총장은 임용추천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일요시사>는 이 부총장에게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를 물었다. 이 부총장은 “성남에서 왔다갔다 해서 얼굴은 알지만 ‘정분’을 나눈 사이가 아니다”라며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어 “나이 차가 많아 그들이 하는 일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며 기획본부장 채용에 대해서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검찰이 이 대표 최측근들을 향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현재 수사의 방향은 대장동에서 대선자금으로 옮겨간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약 4개월간 정민용 변호사가 남욱 변호사 측근인 이모씨로부터 현금 총 8억4700만원을 받았다. 

이후 4차례 유 전 본부장에게 8억원을 건넸고, 이 돈은 다시 김 부원장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이 중 1억원은 배달사고가 났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배달사고가 난 1억원은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지난해 9월 돌려줬다.

결국 김 부원장에게 7억원이 전달된 셈이다. 정 변호사는 자신이 돈을 전달했다고 시인했고,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검찰은 김 부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후 김 부원장은 구속됐다. 구속된 이유는 검찰 조사 때 유 전 본부장의 진술 때문이다. 

동생의 역공
아직은 침묵

김 부원장은 구속 상태서도 여전히 “돈을 받은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 대표의 최측근 중 최측근으로 사실상 이 대표의 오른팔로 불린다. 실제로 앞서 이 대표도 “유동규 같은 인물이 최측근이라기보다는 김용, 정진상 정도는 돼야 최측근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김 부원장과 이 대표가 맺은 인연은 20년 전부터다. 성남 분당 지역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하며 만난 게 인연의 시작이다. 2009년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을 당시 변호사였던 이 대표에게 리모델링 관련 법률 자문을 받으면서 가까워졌다.

이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성남시의원으로 재직했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직을 지낼 때는 대변인으로 줄곧 함께해왔다. 김 부원장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출판 기념회를 열었을 당시 이 대표는 직접 김 부원장을 “자신의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대선 기간 이재명 캠프에 합류해 열린 캠프 총괄부본부장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대선자금 조달 및 조직관리 업무를 담당했고,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이후에 민주연구원 부원장직을 맡았다. 탄탄대로는 딱 여기까지였다. 

그는 성남시의원이던 시절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부원장 변호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지난 26일 김 부원장을 접견했는데 그의 입장은 동일하다. 돈을 받은 적 없고, 검찰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현 변호사는 “검찰이 메모를 우리 측에 제시한 적이 없다”며 “중요한 증거라면 제시해야 하는데 어떻게 돈을 전달했고, 마련했다는 전달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남 변호사 측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이 전달된 시기, 장소, 메모, 차량 등 물증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되고 곧바로 김 부원장이 구속된 게 중요 포인트라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검찰은 추가 영장을 발급받아 유 전 본부장의 구속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현 변호사는 “ 검찰이 유 전 본부장 구속을 연장할 사유가 있는데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김 부원장을 구속한 이유가 증거인멸이라는 점에서 혹시라도 밖에서 유 전 본부장과 말을 맞출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받았나
안 받았나


현재 유 전 본부장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실행만 했고, 윗선에서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받는 혐의는 배임, 뇌물 수수인데 그 책임을 윗선으로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현 변호사는 “이해관계가 검찰과 맞은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인멸로 유 전 본부장이 추가 기소될 때만 해도 영장 청구가 들어갔는데, 약식 재판 중이다. 검찰과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여전히 김 부원장이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검찰은 범죄 혐의 입증에 자신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어서다. 또 자금책인 남 변호사, 중간책인 정 변호사 진술도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27년 함께해온 정진상 정무조정실장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정 실장도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최근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그 역시 이 대표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불리며 1995년부터 시작된 인연은 30년 가까이 가깝게 지내고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출마 당시 선거대책본부 참모직을 맡았으며 성남시장 당선 후엔 정책비서관, 경기도지사 때는 비서실 정책실장을 지냈다. 지근거리서 이 대표를 계속 보필해온 셈이다.

정치권에서 정 실장은 이 대표의 ‘복심’으로 통한다. 대선 기간 전면에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캠프 1인자였다고 전해진다. 그는 자신이 받는 혐의가 허위사실이라며 관련 의혹들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정치자금 흐름을 추적할 예정이다. 

김용·정진상 입에 달린 운명
남욱·김만배 나오면 더 파장

그에게는 2020년에 돈을 받고, 명절마다 고가의 명절 선물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를 고리로 추가 자금 수수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을 둘러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과연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디에 쓰였는지를 밝혀내는 게 관건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김 부원장의 시의원, 또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목적으로 활용됐다는 말이 가장 무성하다. 이 밖에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등 청탁의 대가 성격인지에 대한 가능성도 따져 본다는 방침이다. 

만일 청탁의 대가 등이 입증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다. 공소시효가 비교적 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한 셈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을 향해 수사 초점을 맞추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이 입을 열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이 대표 역시 다음 목표로 설정된다. 

유 전 본부장은 지금도 추가 폭로 중이다. 정 실장,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이 참여했다고 알려진 텔레그램 정무방에는 ‘이너서클(중추세력)’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유 전 본부장에 따르면 해당 대화방은 산하기관장 모임, 정무방, 법조팀 등 3~4개다. 이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은 클라우드 비밀번호까지 제출했다. 추후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관련 폭로를 하게 될 경우, 이 대표에게는 적잖은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대장동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발설하지는 않았지만, 폭로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한 취재진의 ‘대장동 개발사업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알았냐’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환수시켰다고 치적을 자랑했다”며 “자신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이야기가 거짓이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중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는 직원의 건의를 받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틀 뒤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무자 간에 이뤄졌고,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이 대표는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 대신 특검을 띄우며 민주당 결집에 나서고 있지만 녹록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된다. 일단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전방위적인 방어 태세에 돌입했으나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더 큰 역풍
또 다른 변수

이 대표에게는 구속 중인 남 변호사와 김만배씨도 하나의 변수다. 지난해에는 이 대표가 꼼짝도 하지 않던 사람이라고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기류가 달라졌다. 유 전 본부장과 일치된 진술이 나오기 시작한 까닭이다. 두 인물은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미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이 공통된 진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석방될 경우 어떤 종류의 매머드급 폭로가 쏟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아들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큰아들 이동호씨에게 제기된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상습도박 혐의를 인정한 모양새다.

지난 26일 이씨를 불구속 송치했기 때문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씨를 상습도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씨는 2019년 초부터 지난해까지 온라인 포커 사이트에서 불법 도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과거 미국에 서버가 있는 온라인 포커 사이트에서 포커 머니 구매 글을 올렸고, 심지어 판매까지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강남구의 도박장에 갔던 후기가 포착돼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바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이씨는 온라인 도박 혐의는 대부분 인정했다고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를 압박하는 카드로 이 대표의 또 다른 위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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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