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주범 권도형 수수께끼 행방

잘나간 사업가 ‘적색 수배자’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싱가포르가 아닌 제3국에 있는 것으로 확인돼 수사당국이 소재 파악에 나섰다. 이로 인해 권 대표의 “도주한 적 없다”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여권마저 무효화되며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권 대표. 벼랑 끝에 몰린 권 대표의 ‘국적 포기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지난달 7일 싱가포르를 출발해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으나 두바이 입국 기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거점 공항인 두바이를 경유해 다른 나라로 향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3국으로?
소재 불확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 단성한)은 경찰에 권 대표의 행적을 파악하면 알려 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권 대표의 소재를 파악 중이다. 경찰도 인접 국가에 소재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국산 암호화폐 테라·루나를 개발한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다. 루나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한때 세계 10위 안팎까지 오르며 화제를 모았었다. 그러나 지난 5월 테라와 루나가 동반 하락하면서 불과 일주일 만에 가격이 99% 폭락했고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했다.

이후 투자자들은 권 대표를 특가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은 지난 6월 말 테라폼랩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임직원의 출국을 금지했다. 권 대표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지 경찰이 이를 부인해 현재로서는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고 권 대표에 대한 적색 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권 대표의 해외 체류가 더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공소시효를 정지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 도피할 경우 공소시효를 정지할 수 있다.

외교부 공시 14일 경과…불법체류자 신분 전환
체포영장 발부 뒤 자진 귀국 직원만 신병 확보

외교부는 지난 5일 권 대표에 대한 여권 반납 명령을 외교부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여권법 13조는 공시 날짜로부터 14일 이내 여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그 효력이 상실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권 대표는 여권은 지난 19일 무효화돼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강제 추방 대상이 됐다.

하지만 여권 무효화와 별개로 검찰 수사는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 법원이 권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신중을 기하면서 검찰의 수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권 무효화를 통해 검찰이 권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수사 상황은 첩첩산중이라는 평가다. 최근 법원이 권 대표의 측근인 테라폼랩스 업무총괄팀장 유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홍진표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6일 검찰이 유모씨에 대해 사기·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당시 기각 사유로 루나 코인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인지 여부 등에 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불법체류 신세
수사는 제자리

앞서 수사팀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대해 루나 코인을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이라고 보고 권 대표 등 피의자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투자자가 이익을 위해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다.

검찰의 논리에 대해 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상황이라 권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더라도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할 법리 싸움이 첫 단계부터 막혔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대표가 싱가포르에서 두바이를 거쳐 제3국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권 대표가 한국 국적을 포기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권 대표가 최근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한국 사법당국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재기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도 ‘국적 포기설’에 힘을 싣고 있다.

겸손해진 이유
재기의 움직임

그가 제3국으로 출국한 점도 한국 사법당국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최근 가상자산 팟캐스트 방송 언체인드(Unchained)와의 인터뷰를 보면 권 대표는 재차 자신과 관련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인터뷰에서 권 대표는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1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웃음기가 전혀 없는 모습을 보였고, 천문학적인 피해를 안긴 루나-테라 사태에 대해 자신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또 과거 그를 구설에 오르게 한 인터넷 설전 및 독설에 대해 사과한다며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런 모습을 자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한국 사법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그를 기소한 점에 대해선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언론이 사실과 다른 부분을 확대, 재생산했다며 다소 억울하다고도 했다.

권 대표는 “알려진 부분과 다른 점이 많다”며 “한국 사법당국의 기소장을 정식으로 받은 적이 없으며 내게 적용된 혐의 또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950억 동결 등 전방위 압박
측근은 영장 기각…투자계약증권 관건


그는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실험적인 태도는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그의 성격이 거칠다는 논란이 일게 한 ‘트위터 설전’ 등에 대해선 “재미있게 말하려던 것이 오해를 샀다”며 “과거로 돌아간다면 실험적인 모습은 계속 보일 것이나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덜 공격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권 대표의 돌변한 모습을 두고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대표가 추후 프로젝트를 가능성을 열어두며 기존 투자자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이 수상쩍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검찰 수사 및 여러 법적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회피한 후 새로운 프로젝트로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그가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업계에서 돌았던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적 포기설
“가능성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권 대표가 연이은 신변 위협으로 인해 위축돼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가 현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새로운 코인 프로젝트로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뿐”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 역시 “업계에서는 권 대표의 출국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며 “그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후 새 출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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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