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치명적 잠재 리스크

‘때려야 산다’ 선빵 필승론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또 얽히고설켰다. 당이 안정화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도 잠시다. 이제는 차기 당권주자들이 서로를 때린다. 약점만 파고들면서 당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아픈 곳만 계속 할퀴자 상처만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하루도 조용하지 않은 날이 없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가처분 2라운드에서 패배했다. 국민의힘이 당헌·당규를 개정해 비대위를 꾸린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가처분 리스크를 털어내고 당이 안정화하는 과정으로 가고 있지만 당권주자들의 물밑싸움이 시작됐다.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전당대회 모드로 접어들면서 서로를 향한 견제가 치열하다.

복잡한
이해관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초미의 관심거리다. 이 전 대표가 떠난 자리를 과연 누가 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당권 경쟁이 과열돼 또 다른 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기 당 대표는 차기 총선서 막강한 공천권을 쥐게 되는 권력을 갖게 된다. 

게다가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쥔다면 공을 인정받아 차기 대권주자 후보까지 보장되는 자리다. 당권주자끼리 일찍부터 신경전을 펼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김기현·안철수·조경태 의원 등이 당권 도전 의지를 밝혔다. 원외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는 개최가 불가능하다.


국정감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한 탓이다.

또 전대 준비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도 있다. 현재 당권주자들이 전대 개최를 요구하는 시기는 차이가 난다.

이런 탓에 견제 수위도 상당히 높다. 우선 원내 인물을 당권주자로 밀어주려는 모양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지난 13일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를 찾아서다. 정 비대위원장은 TK를 찾은 자리에서 첫 현장 비대위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TK를 국민의힘 뿌리이자 심장으로 거론하며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원내 주자들도 일찌감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TK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까지 도전 의사를 드러낸 인물은 세 명이다. 앞서 출사표를 던진 김 의원은 최근 현안들에 빠짐없이 훈수를 두고, 차기 당권주자를 모두 견제하고 있다.

안 의원을 비롯해 유 전 의원을 때리며 세력 확장에 열을 올린다. 이 같은 행보는 김 의원 본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는 당내 의원들의 신뢰를 받을 만큼 호감도가 높다. 

친윤(친 윤석열) 그룹과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최근에는 ‘윤심’을 바짝 강조한다. 윤심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가장 강력한 원내 경쟁자로 거론되는 안 의원도 연일 저격한다. 실제로 김 의원의 SNS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다음으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안 의원이다.

원내주자, 외부세력 모아야
원외주자, 내부세력 다져야


안 의원을 타격하면서도 자신의 뿌리가 국민의힘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윤석열정부를 향한 충성심도 연일 드러낸다. 

김 의원은 대선(대통령선거)과 지선(지방선거)를 지휘해본 이력으로 지도력이 어느 정도 입증돼있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과제로 원외 지지율과 인지도가 꼽힌다. 4선의 중진인데 반해 인지도가 다른 당권주자들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그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별 의미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거론된다.

김 의원의 짙은 ‘친윤’ 색채도 차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권 의원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캐릭터는 정권 초기 압도적인 힘을 보였으나 결국 책임론에 휩싸인 채 불명예 퇴진을 했고,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됐다.

직전 원내대표 선거 역시 비윤(비 윤석열)계로 분류된 이용호 의원이 선전하면서 친윤 그룹에 대한 적잖은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김 의원이 속한 당내에서 최강자 격인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안 의원이 꼽힌다. 그는 원·내외 당권 후보군 중 ‘탑급’이다. 대선에서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이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절차를 거치며 보수당에 몸담은 정치인이 됐다. 

이때부터 ‘간철수’라는 꼬리표도 함께 따라다녔는데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내려졌다. 그는 한동안 각종 현안에서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안 의원은 최근 보수 근거지를 방문하면서 타깃을 중도 보수로 삼았다. 중도 보수를 표방하면서 차기 당권주자로 자신이 적합하다고 강조한다. 

존재감 어필
인지도 싸움

안 의원이 중도 보수를 목표로 설정한 이유는 자신의 국민의힘 경력이 짧은 점을 극복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과거 민주당 계열의 정치인이었던 그는 스스로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셈이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비윤 그룹에 속하는 주자도 함께 소환했다. 유 전 의원을 물고 늘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출마 뜻을 밝히라고 언급한다. 

차기 전대의 투표방식이 당원 7 여론조사 3임을 감안할 때 안 의원이 비교적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김 의원이 안 의원을 물고 늘어지고 있는 와중에 다자구도로 전선을 확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다자대결 구도가 확정될 경우, 높은 인지도를 가진 안 의원이 당내 표심이 갈린다는 점에서 유리해진다. 


당내 또 다른 당권주자 중 한 명은 비윤 그룹으로 통하는 조경태 의원이다. 아직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하진 않았지만, 이달 말쯤 출마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 조 의원은 최근 부산 등지를 방문하면서 당원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또 최근 기자회견에서 공매도 문제를 띄우며 중도층 흡수를 위해 노력 중이다. 

청년층을 노린 행보도 눈에 띈다. 최근 청년층이 관심이 많은 ‘망 사용료’ 이슈를 띄우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일에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당 전반의 개혁 등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그는 30대 중반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5선을 지내고 있는 당내 중진 중 한 명으로 초선 의원들과 나이 차도 얼마 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에도 당권 도전에 나섰으나 낮은 관심도 탓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약점으로는 약한 조직 기반이 꼽힌다.

비윤 그룹이 조 의원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조 의원을 확실히 지지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안다. 

친·비윤
2차 대전

조 의원과 함께 비윤 그룹의 대표 주자는 유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원내가 아닌 원외 대표 주자 중 한 명으로 최근 차기 당 대표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는 유 전 의원이 반사이익까지 누린다. TK에서의 지지율도 눈여겨볼 만하다. 


과거 배신자 꼬리표가 점차 떨어져 가는 모양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45%로 급등한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당권주자들은 유 전 의원의 높은 지지율이 ‘역선택’이라며 타격한다. 배신자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었고, 심지어는 민주당의 스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유 전 의원도 아직은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출마가 임박한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그는 원외에서 세력을 규합하는 중이다.

윤 대통령과 완벽하게 등을 돌리고 연일 국민의힘과 윤정부를 향해 맹폭을 가한다. 얼마 전 가처분 패배 결과를 받아든 이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 이는 이 전 대표의 팬덤을 흡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제는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비윤 그룹이 유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지도 관건이다. 또 여당과 반대되는 목소리만 낼수록 당내 충성심 높은 세력에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미 완전히 윤 대통령과 등을 돌린 사이인 탓에 당내 지원을 받기 어렵다. 그는 직전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도 초선 의원에 불과했던 김은혜 홍보수석에게 패배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대통령은 결국 쓰던 사람?
시작도 전에 서로 상처만

당시에도 유 전 의원은 김 수석에게 전체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에서 유 전 의원을 밀어주는 이가 없었다. 당시 김 수석이 현역 의원이라 5% 감산을 반영한 수치를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유 전 의원은 처참하게 깨졌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전대 룰을 바꾸자는 목소리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비율에서 당원 반영 비율을 늘리자는 방안이 제기됐는데 이는 유 전 의원에게 불리해지는 형식이다.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이 대권주자로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 미리 민심을 확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 섞인 시선도 가득하다. 이런 탓에 유 전 의원은 원외 보수 세력뿐 아니라 당내 세력을 어떻게 끌어모으느냐가 눈앞에 놓인 숙제다.

당권주자들이 전대 시기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도 서로를 물고 늘어지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는 아예 다른 인물이 거론된다. 바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다. 권 장관은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홍에 시달리고, 선대위가 폭파됐을 때 선대본부장으로서 임명돼 위기를 극복해냈던 인물이다.

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에도 부위원장을 맡아 윤 대통령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는 신중하고 묵묵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일 처리 역시 매끄러워 보수 진영 내 대표적인 지략가로 통한다. 성향 역시 중립적 성향으로 소통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평가까지 있다. 또 권 장관이 당권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인물인 만큼 권 장관이 직접 등판하는 게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차기 당권주자 중 윤 대통령의 입맛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권 장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흡을 여러 번 맞췄고, 윤 대통령이 다루기에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이 밖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차출설도 하마평에 올랐다. 원 장관 역시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원 장관도 차기 대권을 노리는 만큼 당권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 대표 선출을 두고 윤 대통령의 강한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한다. 

윤핵관
대리전?

한 정치권 관계자는 “차기 당권주자들이 대권을 노리고 있고, 공천권까지 걸린 만큼 앞으로도 사활을 건 물어뜯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와 갈등을 장기간 겪어온 만큼 차기 당 대표는 자신과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인물을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언제?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시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내년 초가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정해진 게 없다. 

대부분의 당권주자들은 빠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를 원한다.

대체적으로는 내년 2월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권주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도 첨예한 대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서는 2월보다 더 미루자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와 안보 위기 등이 눈 앞에 펼쳐진 상태에서 당분간은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역시 이른 조기 전당 대회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TK(대구·경북)를 찾은 자리에서 “아직 조기 전당대회 단계가 아니다”라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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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