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잡는’ 로맨스 스캠꾼과 직접 대화해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05 09:24:02
  • 호수 13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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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빠지는 구애의 덫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그는 UN에 소속된 의사이기도 하고, 미군일 때도 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노인일 때도 있고, 집안에서 재산을 상속받을 청년이기도 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인이 아니며 외국에 있다. 그들은 SNS를 통해 “내가 한국에 가면 2배로 돈을 갚을게. 나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니?”라고 말하며 자신의 통장을 보여준다.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은 SNS에서 이성 혹은 동성에게 호감을 산 후 다양한 수단으로 돈을 빌려 갈취하는 사기 수법으로 로맨스(romance)와 스캠(scam)의 합성어다. 이들은 주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계좌 추적이 어렵고, 검거된다고 해도 ‘사기죄’만 적용받아 ‘전자금융 거래법’을 적용받는 보이스피싱에 비해 양형기준도 낮다.

결국은 돈
느는 추세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상대를 믿고 돈을 준다는 게 말이 될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가 가능한 것은 SNS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만나본 적 없는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쉽게 알 수 있다. 또 인터넷으로 쉽게 상대방에게 접근할 수 있고 대화도 할 수 있다.

온갖 달콤한 말로 꼬셔 상대방을 이용한다. 직접 만날 필요가 없이 메시지만 주고받는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미국 내 로맨스 스캠 피해 건수는 2018년 2만1400건, 피해 금액 1억4300만달러(약 1600억원)에서 2020년 3만2800건, 피해 금액 3억400만달러(약 3356억원)로 증가했다.


2년 만에 피해 건수는 53%, 피해 금액은 137%나 급증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비대면 확산이 로맨스 스캠의 증가 원인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국내에선 로맨스 스캠을 ‘기타 범죄’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정확한 범죄 발생 통계가 확인되진 않는다. 하지만 사이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이 포함된 인터넷 사기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7년에는 10만7271건, 2018년 12만3677건이 발생했고, 2019년에는 15만1916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개인 SNS로 메시지가 왔다. 기존에 알던 사람도 아니었고 한국인도 아니었다. 말투와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부터가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 사기꾼인 것이 티가 났다. 

상대방은 “안녕, 나의 친구야. 이렇게 멋진 친구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데이비스이고 샬롯 노스 캐롤라인 미국입니다. 당신은 누구시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상대방은 프로필로 벚꽃 사진을 설정해놨고, 아이디는 중국어였다. 어설픈 한국어는 인터넷 번역기를 사용한 느낌이었다. 데이비스는 재차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아내가 없지만 딸이 있었고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두 번이나 방문했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데이비스와 딸은 한국에서 부산과 제주도를 방문했다. 아름다운 나라였고,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곧 결혼과 아이의 여부를 물었고 “없다”고 답하자 “나는 혼자야. 몇 년 전에 아내를 잃었지. 그래도 나에겐 사랑스러운 딸이 있어. 미국에 온 적이 있니?”라고 물었다.


이런 식의 사적인 대화가 계속됐다. 곧바로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재촉했다. 이어 “너는 무슨 일을 하니? 나는 정형외과 의사다. UN 의료팀과 함께 일한다. 지금 예멘에서 평화 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 중 부상당한 군인을 돌본다”고 말했다.

불쑥 SNS로 시작해 투자 사기로 진화
피해 늘지만 잡히지 않는 ‘기타 통계’

그는 정말 ‘연인’처럼 연락했다. 사랑한다며 꽃 사진을 보내기도 했고, 자신의 딸을 소개하기도 했다. 딸 이름은 ‘신디’로 8살이었다. 지금은 기숙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의사 생활 때문에 아이를 자주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도 전했다.

이런 식의 대화가 지속됐다. 그는 로맨틱한 음악 유튜브 링크를 보내며 “친애하는 나의 아내” “허니” “아이 러브 유”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나는 한국에서 너를 만나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 정말 ‘연인’인 양 말이다. 호응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아도 데이비스는 지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대화가 이어지자 UN 의사로 일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은퇴하면 한국에서 살고 싶다며, 데이비스가 있는 캠프가 공격당해 본인의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고도 말했다. 

식량은 모두 약탈당했고 쉬지도 씻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밥은 하루에 한 끼만 먹을 수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나는 너무 피곤하다” “안정된 생활과 아내를 가지고 싶다” “너와 동거해서 같이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는 계속해서 연락을 했다. 연락하는 빈도만 확인해도 그가 UN 소속 의사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화에 시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친분이 쌓였다고 생각한 건지, 그는 어느 날부터 예멘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이유는 곧 예멘에서의 근로 계약이 종료돼 한국에 오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예멘 정부와 UN이 자신을 이라크에서 근무시키려고 회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이라크로 갈 생각도 없고, 한국으로 무조건 갈 거라고 밝혔다. 이 계획을 바꾸려면 한국행 비행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UN 의사
달달 메시지

도와줄 수 없다고 하자 “제발 도와줘. 내가 한국에 가면 꼭 돌려 주겠다. UN 의사가 한국으로 오려면 한국에 있는 지인이나 배우자가 수수료를 지불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속 돈이 없다고 하자 이내 연락이 끊겼다.

이것이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이다. SNS로 연인처럼 대화를 이어가다가 돈을 요구한다. 본인은 특수한 직업이라는 것을 계속 어필했다. 로맨스 스캠의 사기꾼은 대부분 의사, 변호사, 군인 등 특수직종 사람들이었다.


기혼자가 로맨스 스캠 사기에 걸리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7월27일 A씨는 SNS을 통해 알게 된 외국인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 외국인은 원유 배달을 하는 사람으로, A씨에게 항상 다정하게 대화했다. 

외국인은 A씨에게 “원유 대금이 모자란다. 내 은행 사이트를 알려줄 테니, 나 대신 내 통장에 3만달러 돈을 받고 이체해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자신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계좌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상황을 물어본 A씨에게 외국인은 “송금 수수료로 500만원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돈이 필요한 것에 부담을 느끼고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계속 연락이 왔고, 다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이번에 방법을 바꿨다. 아들이 있는데 몸이 아파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00만원을 빌려주면 한국에 올 때 두 배로 갚겠다고도 했다. 통장도 보여줬다. 통장에는 35억원이 있었다. 그 뒤로 외국인은 ▲배 고장 수리비 ▲변호사 비용 ▲구조 비용 등 계속 돈을 요구했다. 벌금이 있다며 벌금도 요구했다.

A씨는 모든 돈을 주고 나서야 이것이 로맨스 스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피해 금액은 7000만원. 경찰에 신고했지만 피해 금액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남편이 이 사실을 알면 이혼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살고 있다. 

전형적 방법
그래도 속아 


A씨는 “빌려준 돈은 모두 대출받은 돈이다. 한국에 오면 두 배로 갚아주겠다는 말을 의심 없이 믿었다. 또한 가족들이 알게 되는 게 무섭다. 처음에는 죽을까 생각도 했다. 남편에게는 말하고 이혼하자고 해야 하는 게 아닌지…”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로맨스 스캠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이번에는 SNS로 신뢰를 쌓은 후 ‘수익률이 좋은 가상자산 투자를 함께하고 싶다’고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상대방이 의심하지 않도록 처음 몇 번은 수익을 발생시켜 주고 약간의 손실도 나도록 위장한다. 이렇게 상대방은 로맨스 스캠 사기라는 것을 감쪽같이 속는다.

B씨는 SNS로 말레이시아 사람 C씨와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나갔다. C씨는 곧 카카오톡 아이디를 물어봤고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카카오톡으로 넘어간 후 C씨는 자신을 블록체인 전문가라고 밝히며 “블록체인으로 돈을 많이 벌고 있다. 어플을 다운로드해 암호화폐를 산 뒤, 다른 코인 주소로 옮겨 어플을 통해 선물거래를 하는게 아니라 다른 해외사이트로 암호화폐를 옮기고 거기서 수익을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익이 났다. B씨는 다시 “코인 충전 이벤트가 있다. 5만 암호화폐를 충전하면 8500 암호화폐를 주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당장 돈이 없었다. 하지만 B씨는 C씨의 조언으로 수익을 얻은 적이 있기 때문에 C씨를 신뢰하고 있었다. B씨는 돈을 빌려서 코인 충전 이벤트에 참여했다. 하지만 5만 암호화폐 조건을 만족시키진 못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조건이 안 되니 신용에 문제가 생겼다고 출금 거부를 해버렸다. 계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만 암호화폐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그제야 B씨는 C씨가 사기꾼인 것을 알게 됐다.

“한국 가려면 한국인이 수수료 내줘야”
“사기당해도 이혼당할까 혼자 속앓이”

돈을 찾아야 했던 B씨는 C씨에게 “너를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C씨는 “너가 몸캠을 찍어서 나에게 보내주면 나머지 묶여있는 암호화폐를 해결해주겠다”고 답했다. 이를 거절하자 C씨와의 연락은 끊겼다. B씨의 피해 금액은 1650만원이다.

지난해에는 로맨스 스캠 투자 사기로 큰 돈을 날린 사례도 있었다. 자영업을 해온 D씨는 지난해 5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인 ‘아이 쉐어즈(iShares)’를 사칭한 신생 암호화폐 거래소에 3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지인 소개로 접속한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만난 홍콩 시민운동가가 추천한 거래소였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투자자에게 특정 코인 종목의 매수·매도 정보를 흘렸다. D씨는 실제로 ‘승률 100%’라는 그의 지시대로 코인을 사고팔았고 매일 평균 10% 수익을 올렸다.

단체방에는 수익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100만원으로 시작한 C씨의 투자금은 350배로 늘어났다. D씨는 이내 텔레그램 단체방을 맹목적으로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국을 맞이한 건 불과 두 달이 지난 후였다. 두 달이 지나자 거래소는 출금도 거부한 채 잠적했다.

당시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려워져 D씨는 자신의 가게를 정리했고, 돈은 공중분해됐다. D씨는 “경찰에 신고하러 갔지만 잡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투자 텔레그램 방은 D씨를 비롯해 70명 이상의 피해자로부터 최소 48억여원을 편취했다. 가짜 코인 거래소였고, 로맨스 스캠 사기를 벌였던 조직이 만든 것이었다.

모바일 채팅 앱에서 만난 중국인에게 2억5000만원을 사기당한 E씨도 있다. E씨가 사기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피해액이 바이낸스와 후오비 글로벌로 빠져나갔다.

E씨의 사건을 접수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들 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해외 거래소라 한국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활용해 거래소에 등록된 신원 정보 협조를 요구한 것이다. 아이쉐어즈 사칭 사기로 코인 셜록에 접수된 국내 피해자들의 신고 건수는 77건에 이른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날뛰어도
잡기 어려워

하진규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변호사는 “로맨스 스캠이 대부분 해외 앱과 대포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범을 잡기는 어렵다”며 “인스타그램처럼 유명한 앱을 사용해도 가짜 계정인 탓에 본범을 잡는 것은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금 인출책이나 대포통장 계좌주들은 사기 방조 혐의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할 순 있다”고 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찰청-인터폴 로맨스 스캠 합동단속

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10월 말까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함께 경제범죄 3차 합동단속을 추진한다고 지난 7월4일 밝혔다.

한국 경찰은 보이스피싱 등 초국경 경제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3월 인터폴에 3년간 17억원을 펀딩했고 매년 합동단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두 차례 합동단속으로 경찰청에 관련 범죄자 86명을 송환했으며, 범죄 수익 23억원을 동결했다.

이번 합동단속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11개국, 유럽 8개국, 아프리카 4개국, 미주 2개국 등 총 25개국이 참여한다.

단속 대상 범죄는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투자사기 ▲몸캠피싱 ▲자금세탁 등이다. 참가국들은 사건정보와 수법을 공유하고, 해외거점 콜센터를 합동단속한다.

또 주요 피의자를 합동단속하고 강제송환하며, 범죄 수익을 동결·환수하게 된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 및 각국 인터폴 등과 협업해 보이스피싱 등 주요 경제범죄 피의자를 검거하고 범죄자금을 동결하는 등 단속성과를 최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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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