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⑤> 고독한 죽음 배웅하는 김새별 바이오해저드 특수청소 대표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품정리사. 아직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직업이다. 이들은 세상을 떠난 이가 남기고 간 물건과 그 자리를 정리한다. 이를 통해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다”는 김새별 바이오해저드 특수청소 대표를 만나봤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김 대표를 찾아갔다. 

김새별 바이오해저드 특수청소 대표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유품을 정리하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머문 자리를 청소한다. 범죄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 또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외롭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그의 고객이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유품정리사의 길
“꼭 필요한 직업”

-유품정리사란?

▲국내에선 일반적으로 유품정리를 유족들이 한다. 하지만 남이라면 모를까 가족이 고독사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살해당한 현장을 직접 정리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유족을 대신해 고독사나 극단적인 선택, 살인사건 현장의 특수청소를 하고 고인의 유품을 정리해서 유족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유품정리의 절차는?


▲상황마다 다르다. 바로 현장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공동주택 같은 경우는 바로 작업이 안 된다. 냄새가 많이 나 소독을 먼저 해 놓고 이틀 정도 있다가 작업에 들어간다. 현장에 도착하면 바이러스 소독을 먼저 한다. 그다음에 묵념을 하고 돌아가신 자리부터 청소를 한다.

청소를 다 끝낸 다음에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한 사람은 부엌, 한 사람은 작은 방, 한 사람은 큰 방 이런 식으로 정리해가면서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을 구분한다. 가족에게 전달해야 할 유품을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장례지도사에서 직업을 바꾸게 된 계기는?

▲장례를 치르고 간 유족의 요청으로 고인의 집을 정리해준 적이 있다. 참혹하게 돌아가신 분의 공간을 가족이 청소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장례지도사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그날 있었던 기억과 감정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작성했다.

이를 보고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일을 계속 하다 보니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의 필요성을 느껴 유품정리사를 시작하게 됐다.

유품정리사 이전 10년간 장례지도사로 활동
“꼭 필요한 일이라 느껴 전업…하루하루 보람”

-장례지도사와 유품정리사의 차이점은?


▲유품정리사는 고인의 모든 것을 본다. 시작할 때는 집만 정리하면 되는 줄 알고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인의 옷이나 신발 등으로 체격을 알 수 있고 생전의 사진, 노트, 일기장을 보면 모든 인생이 보인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고비가 있었는지. 스스로 생을 마감하신 분들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 지도 이해하게 된다.

-1세대로서의 고충은?

▲참고할만 한 것이 없었다. 직접 일하면서 ‘이럴 땐 이런 게 필요하겠구나’ ‘저런 게 필요하겠구나’ 직접 체득했다. 처음엔 약도 없었다. 사람이 단백질로 구성돼있다 보니 부패할 때 발생하는 황화수소나 암모니아 등의 물질을 잡는 약이 필요했다. 쓰레기 매립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쓰는 약품을 사용해봤지만 맞지 않았다.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가면서 준비했다. 

-최악의 경험은?

▲한번은 청소를 하고 있을 때 유족이 들이닥쳤다. 고인이 아파트 몇 채에, 현금도 갖고 있었는데 이를 찾으러 온 것이다. 청소를 멈추게 하고 물건을 바닥에 쏟아가며 무언가를 찾았다. 결국 찾으려던 것을 찾지 못하자 우리가 가져간 것 아니냐며 도둑으로 몰고 갔다. 도둑으로 몰린 것보다도 죽음 앞에서 매정한 유족과 마주한 것이 더욱 씁쓸했다. 고인이 생전 만들어놓은 물건을 “지긋지긋하다”며 버리라고 하는 유족도 있다. 

-유품정리사로 일하면서 ‘죽음의 격차’를 느낀 적이 있는지?

▲물론이다. 격차는 현장 분위기나 일을 의뢰하는 유족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장례지도사로 일할 때도 많이 느꼈다. 대체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죽으면 빈소를 차리지 않는다. 손님도 받지 않고. 하지만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이 죽으면 손님이 굉장히 많다. 

-현장 통계를 내본 적이 있나?

▲통계를 따로 정확하게 내보진 않았다. 통계를 낸다고 해서 그게 정확한 통계가 될 수도 없고. 전체적인 통계라고 하긴 그렇지만 40~5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70% 정도 되고 그 70% 중에는 남성이 80%다. 남녀 비율이 8:2 정도다. 그리고 20%가 청년의 극단적인 선택. 청년은 30대 중반까지. 한 10%가 노인 고독사다.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현장에 변화가 있다면?

▲유품정리는 16년이 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청년 고독사는 비슷하다. 최근에 유독 언론이나 매체서 조명을 하고 있을 뿐이지 청년 고독사는 항상 있었다. 노인 고독사가 대부분이었고 40~50대는 없었다. 지금은 40~50대의 인구 비율이 좀 높은 것 같다. 10년 전만 해도 전체 인구에서 노인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노인 고독사가 유독 많았다.

-청년 고독사 현장은 어떤가?


▲청년이 고독사 하는 곳은 90% 정도는 집이 쓰레기장 같다. 10%는 깔끔하다.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놓고 사는 청년은 오랜 기간 동안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으로 힘들어하다가 죽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10% 정도 집이 깔끔한 청년들은 우발적으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많다. 

“도둑 취급보다 씁쓸한 건 매정한 유족”
“죽음의 현장에도 빈부격차 존재한다”

-고독사에 관해

▲‘고독사’ ‘사회적 문제’ ‘이웃 간의 단절’ ‘가족 간의 단절’ 이런 얘기를 한다. 주변 사람들이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신경 쓰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얘기다. 하지만 혼자 사시는 분들이 (스스로)외부와 단절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벽을 만들고 다가오지 못하게 얼굴 한 번 보고 인사를 나누려고 해도 너무 차갑고 무서우니까 사람들이 못 다가가는 것이다.

산 사람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상을 찾으려고 하니 산 사람이 되는 것뿐이다. 이유가 없는 집이 없다. 물어보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물어보면 유족도 마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얘기해준다. 너무 답답하고 어디 얘기할 데가 없으니까. 

-일을 하다보면 감정이 무뎌지진 않는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원래 성격이 유난스럽다. 그래서 격해지기도 하고 화도 나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한 번은 고인이 구멍난 양말을 여러번 꿰매 신으셨더라. 따님이 사준 새 양말은 다 모아두고. 그때 혼잣말로 “왜 이러셨어요”라고 중얼거렸다. 진짜 어머니에게 잔소리하듯이.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성격인 것 같다. 그래서 피곤하기도 하다. 

-유튜브에 영상을 기록하는 이유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사람들이 유품정리사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어떤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리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이 내 영상을 많이 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충격을 받았다. 나는 죽음을 보여 주는데 그 사람들은 그 죽음의 현장에서 ‘이게 내가 사는 우리집과 너무 똑같은데 나도 죽으면 이렇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삶을 봤다고, 죽음을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고 하더라. 내 영상 하나로 사람 한 명을 살릴 수 있겠구나 싶어서 시작한 게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이 수익금으로 돈이 없어서 유품정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슬픈 헤어짐
좋은 죽음은?

그동안 수많은 죽음을 접한 김새별 유품정리사. 그는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죽음은 ‘슬픈 헤어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주고 ‘그래 좋은 사람이었어. 좋은 아버지였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죽음, 가족들 앞에서 죽을 수 있는 죽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한다. 가족과 여행도 많이 가고,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으려고 노력한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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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