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①> 시민들과 머리 맞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듣다

“10년간 후진, 이제야 바로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4번이나 서울시민의 부름을 받은 ‘최다선’ 서울시장이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는 1.5선의 시장이라 생각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정을 제대로 운영해본 기간이 6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일’하고 싶은 그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4선에 성공해 다시 4년을 보장받았고, 시의회의 구성도 그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것이다. 이제 오 시장은 본인의 능력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지난 10년간, 서울시장 선거는 유독 여러 번 치러졌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전임 시장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고, 무상급식 파동으로 그 전 시장이 사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 시장직에 4번이나 도전해 당선된 사람이 있다. 11년 전, 무상급식 파동으로 스스로 물러났던 오세훈 서울 시장이다.

그는 지난해 보궐선거와 이번 해 지방선거에 연이어 당선되며 서울시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일요시사>는 추석을 맞아 오 시장에게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시정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역대 최다선 서울시장이 되셨습니다. 초선, 재선, 3선, 그리고 지금 중 어떤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총 4번 당선된 건 맞지만 실질적으로 일한 기간으로 따지면 이제 6년을 좀 넘겼습니다. 사실상 1.5선이라는 시장이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중입니다. 시기마다 중요한 사업이나 이슈들이 있었고 모든 순간들이 다 각별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0년 만에 시장으로 복귀한 지난해 여름입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민들께서 서울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적임자로 저를 선택해주셨습니다. 10년 동안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서울시와 시민을 위해 진심으로 분골쇄신해서 시민분들의 성원에 보답할 생각입니다.


-유례없는 전폭적인 지지였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25개 자치구, 426개 동에서 모두 승리한 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에서까지 승리했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체적으로 분석해 봤는데요, 제1호 공약인 ‘약자와의 동행’ 덕분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약자와의 동행’처럼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대물림 문제에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 경우는 그동안 많이 없었습니다. 그 진정성을 공감하신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제 표를 위한 구호가 아닌 서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이정표라는 것을 증명해내겠습니다.

-‘식물시장’으로 1년을 보내셨는데.. 지난 1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지난 1년은 과거로 역주행하던 서울시정을 정상화하고 미래로의 도약을 다지는 새로운 출발의 시간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사실상 민주당 1당 독제체제였던 시의회에 의해 서울시의 미래구상이 번번이 제동 걸렸던 점입니다.

과거 시의회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서울 미래사업’이나 ‘서울시 바로 세우기’에 ‘오세훈 치적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예산삭감을 계속 시도했어요. 결국 ‘반의 반’ 성과로 끝났죠. 서울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내재된 문제를 뿌리 뽑고 흔들림 없는 여정을 이어가려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시의회 과반을 가져오면서 동력이 생겼습니다. 어떤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행하실 건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께서 현명한 선택을 해주셨습니다. 이제 협력할 땐 협력하고 견제가 필요할 땐 견제할 수 있는 균형구도가 회복됐습니다. 저는 시급한 민생과 안전 현안 해결을 위해 ‘동행·매력특별시’ 구현에 힘을 쏟으려합니다. 지금은 밑그림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가는 단계인데요.

생계·교육·주거·의료 등에 대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미래공간기획관과 디자인정착관도 신설하겠습니다. 누구나 살고, 일하고, 투자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 거에요. 부정·부패 척결도 중요합니다. 민간위탁 사업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이뤄져온 ‘끼리끼리 채용’을 차단하고 특정 기관 독점, 장기 수탁 방지를 위해 동일 기관이 10년을 초과해 장기 수탁할 수 없게 하는 지침도 마련하겠습니다. 

4번 임기 중 작년 기억 남아…분골쇄신 다짐
물난리, 11년 전 제안한 정책 시행됐더라면…

-이번 물난리로 서울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됐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 보시나요?

▲전임 시장 시절, 비용과 진영논리를 핑계로 2011년 제가 발표한 ‘빗물 터널’ 설치 구상을 철회했습니다. 잘못된 결정이라고 봐요. 빗물 터널만 철회하지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난리가 나진 않았을 겁니다. 

-빗물 터널이요?

▲네, 제가 2011년 강남 등 7곳에 빗물 터널을 만들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계획이 변경돼 신월 시설만 완료됐더라고요. 전임 시장님께서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와 함께 이 계획을 ‘토목공사’로 치부한 결과죠.

빗물 배수 터널은 지하 50m 깊이에 홍수기 빗물을 가둘 수 있는 시설입니다. 신월의 경우 시간당 95~100mm의 폭우가 왔는데도 감당이 가능했습니다. 32만톤 규모의 저류 능력을 갖고 있거든요. “이걸 7곳 모두 실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재 정부, 여당, 시의회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순조롭게 재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코로나가 끝나가며 서울시를 찾는 관광객들도 많아졌습니다. 많아질 관광객에 대한 대처방안은 준비해놓으셨는지?

▲코로나로 멈췄던 관광시장이 재개되면서 서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기간 K-콘텐츠가 글로벌 대세로 부상한 점도요. 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서울의 보물 같은 매력을 계속 발굴해낼 생각입니다. 관광 수요 회복을 위한 노력은 이미 착수 중입니다.

정부와 협의를 통해 일본·대만·마카오 대상 무비자 입국 연장을 허용하기로 했고요. K-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축제와 한층 다채로워진 한강, 그리고 새롭게 문을 열 문화역사 랜드마크를 준비하려 합니다.

-준비 중이신 것 한 가지만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신다면?


▲예를 들어, 한강에서 보는 석양이 아름답잖아요?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한강을 세계적 석양 명소로 만들 생각입니다. 매일 저녁 황금빛 물결을 만드는 낙조를 뷰포인트로 만들겠습니다. 여기에 세계적 규모의 대관람차, 수상 공연장, ‘노들섬 선셋랜드마크’까지 조성할 계획입니다.

-서울시 집값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폭락까지 우려하는데?

▲현재 서울시 집값이 기대보다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난 5년 서울 집값이 두 배 이상 뛴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 폭락을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안정세를 보다 확실하게 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현재 서울시는 부동산시장에 재건축과 재개발 정상화를 통해 서울시내 신규 주택이 지역별, 시기별로 안배돼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신뢰와 시그널을 주려 합니다.

-그렇다면 그 계획은?

▲서울시는 정부 발표 이전부터 2026년까지 53만호의 신규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앞으로도 주택공급 확대, 규제 완화를 골자로한 정부의 ‘8·16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을 기초로 국토부와 정책 정합성을 맞춰가며 서울 집값의 연착륙을 이끌겠습니다.

-TBS의 기능 전환을 자주 언급하셨습니다. 왜 전환해야 하나요?


▲TBS는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영방송입니다. 그런데 그 기능이 쇠퇴한 것 같아요. 이미 교통정보를 얻기 위해 TBS를 켜는 시민이 없고, 다가온 미래인 ‘자율주행시대’에서는 교통방송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집니다. TBS의 기능 전환은 시민의 신뢰와 사랑받는 방송으로 자립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늘어나는 관광 수요 걱정 없어 ‘만반의 준비’
“TBS 소임은 끝났다…지금부터 기능 전환해야”

-현재 구체화된 계획은 있나요? ‘교육방송’으로의 전환도 얘기하셨던데?

▲TBS의 구체적 개편 방향은 향후 시의회와 함께 논의할 예정입니다. 제가 당초 제안한 ‘교육방송’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시일 뿐입니다. 교육에서 더 나아가 문화예술, 직업교육, 교양방송 등 외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주고 계십니다.

시의회가 TBS 지원 폐지 조례를 발의하는 등 자립과 존립 요구를 이미하는 중이고 TBS 자체적으로 기능 전환을 비롯한 주체적인 자구책 논의가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TBS 내부는 이미 진행자 교체 및 출연료 삭감 등 프로그램의 개편을 통한 자립 노력을 개시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에 인연이 많으십니다. 이번에 유치원까지 확대하셨던데?

▲그동안 학교 급식법에 적용받는 초중고교는 2011년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해온 데 반해, 유치원 급식은 별도의 제도적 지원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유치원별 급식단가에 편차도 생기고 식재료의 안전성과 품질도 어린이집 급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유치원도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의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유치원 무상급식 확대에 서울시가 더 적극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서울시는 교육청의 제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울시는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성장기 아이들에 차별 없이 안전하고 영양 높은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어린이집 급식비를 유치원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방안도 시가 먼저 제안한 거구요.

올해부터 시비를 추가 책정해 어린이집 급식비 단가를 인상, 유치원 급식비 단가와 동일하게 맞추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미래인 아이들이 건강한 급식과 올바른 식생활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시와 교육청 모두 한 마음입니다.

-청년의 시정 참여 필요성에 동감하시는 걸로 압니다.

▲청년의 시정 참여는 청년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서울시정 전반에 청년의 창조적 역량을 수혈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청년참여제도는 확대·개선하고, 다양한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새로운 참여 채널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청년들과 어떤 형태로 일하고 있나요?

▲전문성을 가진 청년들이 각 분야별 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친화위원회를 확대했습니다. 위원회의 위원 중 10% 이상은 반드시 청년으로 위촉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도 신설해놨습니다.

청년정책 콘테스트 ‘내가 청년 서울시장이다’ 등 참여 채널도 다양화했고,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도 지속해서 운영 중입니다.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현장방문 등을 통해 지원 중입니다.

-끝으로, 서울시민과 독자분들에게 추석인사 한마디 해주신다면.

▲서울시민 여러분, 그리고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풍성한 결실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민생경기와 치솟은 밥상물가로 추석을 앞둔 우리 주변의 풍경이 예년처럼 활기차지만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크고 환한 보름달의 빛이 모든 시민을 고르게 비춰주듯이 서울시 역시 한가위의 풍요로움이 서울시민 모두에게 와 닿을 수 있도록 ‘동행·매력 특별시’를 힘차게 만들어 가겠습니다. 서울시민 여러분,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 건강하고 행복하며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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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