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공영홈쇼핑 편법 운영 의혹

하도급 유착에 낙하산 인사, 채용 비리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 공영홈쇼핑과 하도급 유지보수업체 파인씨앤아이와의 유착관계 의혹이 제기됐다. 파인씨앤아이 소속 인물이 공영홈쇼핑 온라인 부분 개발자들의 인사권을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 공영홈쇼핑 임원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일각에선 예전부터 제기돼오던 공영홈쇼핑의 낙하산 인사 문제가 여러 채용 비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파인씨앤아이는 공영홈쇼핑의 쇼핑몰 유지보수 하도급 업체다. 공영홈쇼핑 온라인 부분 PM으로 파인씨앤아이 소속 박모 부장이 자리하고 있다. 박 부장은 이안크레이티브라는 별도 업체 소속이다.

수백만원
중간서 챙겨

박 부장이 직접 개발자 인력을 조달하고 있으며 산하에 약 12명 정도의 개발자들이 있다. 박 부장이 이런 개발자 인력을 공영홈쇼핑 프리랜서로 밀어넣고 있다는 주장이다. 파인씨앤아이의 정규직 직원이 이안크레이티브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방법이다. A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인해 개발자들의 경력 위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박 부장은 공영홈쇼핑에서 받는 인력 단가에 한 사람당 200만원~300만원 정도를 중간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가로채고 있다. A씨는 “박 부장 한 사람이 약 7년 이상 PM을 받아 일하고 있다”면서 “공공기관 특성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부장은 PM이지만 영업사원 출신으로 개발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의 업무능력에 관한 뒷말도 나온다. A씨는 “박 부장은 개발자들에게 논리 없는 업무지시는 기본이고 현대사회에 걸맞지 않은 불필요한 새벽 출근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홈쇼핑과 파인씨앤아이의 뒷거래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박 부장과 공영홈쇼핑 소속 정보운영팀 양모 팀장과의 친분 때문이다. A씨에 따르면 박 부장은 공영홈쇼핑 소속 정보운영팀 양모 팀장과 개인적으로 술도 먹고 낚시도 다닐 정도로 매우 친한 사이다. 

파인씨앤아이 직원이 홈쇼핑 인사권, 왜?
개발자들 경력 위조…수수료 가로채기도

현재 공영홈쇼핑은 2023년 1분기 오픈 예정으로 재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A씨는 “최근 나라장터 재구축 사업에 단 한 군데만 입찰해 유찰됐다”면서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전부터 내정된 업체가 있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에도 공영홈쇼핑 정보 전산시스템 구축사업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당시 개국 예정인 공영홈쇼핑이 정보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제안서 평가가 불공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영홈쇼핑은 정보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하루 뒤 각 컨소시엄별 발표 후 한 시간 만에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은 세 가지다. 우선 지나치게 짧았던 제안 기간이다. 공영홈쇼핑은 입찰공고를 내고 하루 뒤 사업설명회를 진행했다. 실질적으로 제안을 준비하는 컨소시엄 입장에서는 단 5일 만이 주어졌을 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100억이 넘어가는 사업의 경우, 열흘 이상의 제안 준비 기간을 둬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영홈쇼핑에서 할애한 기간은 너무도 촉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촉박한 제안 준비 기간으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사업 참여를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사 직원
내부 간섭?


두 번째 논란은 평가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이다. 공영홈쇼핑 측은 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바로 다음날 결과를 발표했다. 각 컨소시엄단에게 할애된 시간은 불과 1시간. 제안서 발표에는 공영홈쇼핑 측이 선정한 평가위원들이 참여했다. 

문제는 각 컨소시엄 발표가 끝난 후 1시간 만에 선정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심사위원단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사전에 어떠한 정보도 받을 수 없도록 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홈쇼핑 심사위원단은 두 컨소시엄에서 제출한 300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를 1시간 만에 다 읽고 평가까지 내렸다.

특히 평가 결과는 공개적으로 발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영홈쇼핑 측은 각 컨소시엄 대표를 따로 불러 심사위원이 통보했다. 통상 업계에서는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마친 후 그 점수를 주관사에 넘기고 이후 주관사가 이를 다시금 검토한 후에 공개적으로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세 번째 논란은 평가 결과다. 공영홈쇼핑 정보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은 기술 점수가 90%, 가격이 10%를 차지했다. 총 두 곳의 컨소시엄이 응찰했으며 LG CN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국내 홈쇼핑 사업에 참여한 경험과 레퍼런스를 다수 보유했다. 

2015년에도
똑같은 논란

반면 웅진홀딩스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상대적으로 사업경험과 기업평가 등급 등이 불리한 입장이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LG CNS 컨소시엄이 선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는 웅진홀딩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여기서 파인씨앤아이라는 업체가 또 등장한다. 당시 일각에서는 공영홈쇼핑 정보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RFP를 작성하면서 웅진홀딩스 컨소시엄 측의 파인씨앤아이라는 업체가 깊이 컨설팅해줬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파인씨앤아이가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했다. 이 회사가 제안요청서를 작성하면서 공영홈쇼핑 측과 사전에 교감이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파인씨앤아이 주도로 컨소시엄을 꾸리기 시작했고 웅진홀딩스는 제안서 마감 일정에 임박해 합류하게 됐다”고 전했다.

공영홈쇼핑의 낙하산 인사가 여러 채용 비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실 공영홈쇼핑의 낙하산 인사 의혹은 매년마다 등장했다. 지난 2019년 10월엔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가 347개 공공기관 및 정부 산하 자회사 총 임원 3368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515명이 낙하산 인사였다고 밝혔다. 

수년 전에도 입김
도대체 무슨 사이?

아울러 CJ오쇼핑 상무직 등을 역임하는 등 홈쇼핑 업계에서 인정받은 인물로 알려진 이영필 전 대표는 임기를 약 1년6개월 앞두고 중소기업유통센터로부터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등 도덕적 해이 문제 등의 이유로 해임 통보를 받았다. 후로 이 전 대표의 빈자리를 홈쇼핑과 유통 관련 경력이 전무한 최창희 전 대표가 올라 또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최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문 전 대통령과 경남고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중도해임 결정에 억울함을 토로하며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억원대의 임원보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엔 모 의원 비서관 출신 유창오씨가 공영홈쇼핑 감사 이사직에 올라 논란이 예상된다.

일부 임직원들이 정권 때마다 경영진 낙하산 인사 문제가 불거지자 “극악을 달리는 조직문화” “발전 가능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 “정치가 심하고 라인에 따라 승진이 결정되는 곳”이라며 자사를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공영홈쇼핑 관계자마저 “결국 오래 버틴 직원들이 여기선 최고다. 회사 입장에선 내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본인 역시 전 정권 때 낙하산으로 들어왔다. 공공기관은 어쩔 수 없다. 직원들이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주인의식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복된 논란 
수년간 지속

A씨는 “명색이 중기부에서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알고 있는데 내부 감사팀도 없는지 지속해서 위에 열거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공영홈쇼핑과 공공기관 중기부의 적폐 실태를 부디 널리 알려달라”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정정보도문>

본지가 2022년 9월1일자 보도한 <‘주인 없는’ 공영홈쇼핑 편법 운영 의혹>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파인씨앤아이 소속 인물이 공영홈쇼핑 온라인 부분 개발자들의 인사권을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공영홈쇼핑 임원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개발자들의 경력 위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파인씨앤아이 직원 박 부장이 공영홈쇼핑에서 받는 인력 단가에 한 사람당 200~300만원 정도를 중간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가로채고 있다” “파인씨앤아이 직원이 홈쇼핑 인사권 행사” “2015년 공영홈쇼핑 정보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RFP를 작성하면서 웅진홀딩스 컨소시엄 측의 파인씨앤아이라는 업체가 깊이 컨설팅해줬다” “파인씨앤아이 주도로 컨소시엄을 꾸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위 보도는 본지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제보자의 진술을 인용하여 행한 것으로서 실제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위 보도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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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