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은 끝났다…포위당한 윤핵관 플랜B

대통령과 손절?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핵관들이 침묵 중이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을 인식한 모양새다. 믿을 사람은 의리를 강조하는 대통령뿐이다. 최근 일각에선 윤 대통령조차 윤핵관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마저 손을 놓아버리면 달콤했던 실세의 시간이 끝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세력은 여당을 휘어잡을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졌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고, 대권주자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수면으로 떠오른 순간 책임은 해당 인물에게 돌아갔고, 정치 생명이 끝이 나거나 위기에 몰려 입지가 순식간에 쪼그라들기도 했다. 

대선 이후 
완벽 실세

최근 친윤(친 윤석열) 세력과 더불어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관계자)의 입지가 다소 불안하다. 직전까지만 해도 분명 “윤핵관인 게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지난해 7월, 제3지대로 행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해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을 당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였다. 자연스레 윤 대통령의 측근,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는 말은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을 대변하는 수식어가 됐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거머쥔 뒤 윤 대통령에게 신임 받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 인물은 대선 기간 당시 이준석 전 대표와 대립각을 펼친 탓에 여론 악화를 겪었던 순간도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내려놓은 뒤 대선주자로 언급되자,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고,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오른편에 위치하면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경선에 승리하고 나서는 예산과 선거사무를 총괄해 대선 캠프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대세가 된 권 원내대표는 연일 광폭 행보를 보였다. 

대선이 끝난 뒤, 당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통해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 대표까지 노렸다.

권 원내대표의 당시 위상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참석 때도 알 수 있었다. 악수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손을 권 원내대표가 자신 쪽으로 이끌었다.

지난 총선에서 2500여표 차이로 간신히 4선에 성공했던 그의 입지는 탄탄한 편이 아니었다. 원내대표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1차 투표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대선 직후에는 과거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는 늘 파장이 컸다. 여지없는 실세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장 의원 역시 권 원내대표와 함께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장 의원이 본격 부활한 시점은 대선이 끝난 직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직 역할을 맡으며 윤 대통령의 신임을 가득 받았다. 그는 청와대와 인수위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며 인수위에서도 조직 구성과 인선 등 실무적인 부분을 담당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지목한 인물도 장 의원이다. 그가 0선 정치인의 대통령 탄생에 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준석 연일 타격 ‘전면전’
경찰 수사 개입 정황도 나와

대선 캠프 구성 초기 종합상황실장직을 맡으며 인선 대부분을 장 의원이 맡아서 했을 정도다. 대선 기간에는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하며 발로 뛴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호흡으로 국정을 잘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내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윤 대통령이 ‘체리 따봉’을 권 원내대표에게 보냈고,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서다.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때부터 권 원내대표 직무 대행 체제가 흔들렸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권 원내대표의 지인 아들이 용산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권 원내대표를 향한 불신이 커졌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내 혼란을 일으킨 책임 역시 윤핵관이 압도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당 대표 지지도 역시 윤핵관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을 향한 불신이 가득한 탓이다.

본격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권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합류했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방화범이 소방수로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에는 더욱 점입가경인 상황이다.

타이밍을 보던 이 전 대표가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권 원내대표의 입지가 최근 들어 더욱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의 적극적인 여론 플레이가 먹혀든 셈이다. 그는 연일 권 원내대표, 장 의원을 비롯해 이른바 윤핵관 호소인들까지 저격하고 있다.

사방이 적
전방위 압박

그는 지난 13일 윤석열정부가 총선 승리를 하는 데 일조하려면 윤핵관이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윤핵관이 명예롭게 정계 은퇴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여론전을 펼쳤다.

이 전 대표는 경찰 수사에서 윤핵관의 압박이 있었다며 타격했다. 심지어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 따르면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 물러나면 윤리위 징계 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에서 이 전 대표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윤핵관과 경찰 고위급 인사가 만났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두 인물이 만난 시점을 전후해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속도를 낼 것이라는 지시도 내려갔다고 전해진다. 


탄원서에서 언급한 절대자는 윤 대통령, 가까운 사람이 윤핵관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가 다시 돌아올 경우 윤핵관은 바로 설 자리를 잃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신청한 효력 정지 가처분이 일부 인용됐다. 비대위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된 셈이다. 내용상으로 완벽한 이 전 대표의 승리다.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는 게 유력해졌으나 그를 향한 당내 불신이 가득하다. 

이미 이 전 대표는 윤핵관을 향해 몇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이젠 윤핵관의 은퇴까지 거론하며 극심한 대립각을 세운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서도 “나도 속았다”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한 이유는 윤핵관을 견제하려는 측면도 있다. 

연속적으로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를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두 인물을 저격하면 윤 대통령에게까지 악영향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까닭이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도 윤핵관과 거리두기를 고심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첫 인적쇄신을 단행한 바 있다. 지속적으로 쇄신 요구가 빗발치자, 결국 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 새로 만들어진 정책기획수석에는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홍보수석에는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수석을 임명했다. 쇄신을 통해 국면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인물 중 여러 인물이 사적 채용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행정관 등 중에는 윤핵관을 보좌했던 인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수가
방화범으로?

현재 비서관 산하 행정관급에서 윤핵관 라인으로 분류되던 교육비서관실, 인사기획관실의 행정관 등이 최근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본격적인 감찰에 돌입했고, 쇄신 의지가 상당하다. 이와 함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비서관급 참모를 감찰 중이다. 

해당 인물은 대선 캠프 시절부터 일해왔다. 그러나 인사와 관련해 적절하지 않은 처신을 했다는 첩보가 입수됐고, 감찰 대상이 된 상태다. 

감찰 대상은 해당 참모뿐이 아니다. 해당 비서관 역시 시민사회수석실에서 일하고 있었고, 부하 직원이 대통령실의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 해당 문건을 유출한 행정요원은 대통령실 채용 전 윤핵관을 보좌한 인물로 현재 사표를 제출했다.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행정관을 대통령실에 넣은 게 윤핵관이며 실제 인사 실무를 윤핵관 라인인 행정관이 다 주무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를 통해 최대 20명까지 물갈이를 하겠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선 때 공을 세운 인물과 새로 합류한 참모진 사이 권력다툼의 시작이라고 해석한다. 해당 감찰과 인사개편 등이 윤핵관 라인을 걸러내자는 작업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현재 내부 감찰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통상 있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수석은 개편 등에 대해 “늘 인사가 이뤄진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국정 어젠다를 국민 시각에서 재편하고 조정해 업무 방향과 목표를 재설정했기 때문에 인적 변화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감찰과 인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인적개편에서 사퇴설에 휩싸였던 김대기 비서실장도 기강 잡기에 나섰다. “비서는 원래 말이 없다”며 조용히 윤 대통령을 보좌해왔던 김 실장이지만, 최근에는 공개석상에 나타나는 빈도가 늘었다. 

지난 18일에는 윤정부의 개편 방향을 발표했고, 지난 21일에는 직접 인선 발표를 했다. 내부 감찰과 함께 기강을 다지려는 흐름도 김대기 역할론과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민생 위주 행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메시지 관리 기조도 비친다. 

대통령실도 쇄신, 감찰로 정리
과거 혁신위 사조직 반발 발목?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메시지나 뜻을 파악하려면 대통령실보다 국회가 더 정확하다는 말이 있었다. 국정운영 등에 있어 윤 대통령의 뜻을 윤핵관이 더 잘 파악하고 있다는 소리다. 직접 마주하고 논의하는 참모진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윤핵관을 압박하고 있는 카드는 비단 대통령실의 개편뿐만은 아니다. 혁신위의 활동 역시 윤핵관의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대선 직후 혁신위가 출범하자 친윤 세력과 윤핵관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의 사조직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당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윤핵관은 혁신위가 이 전 대표의 사조직이라며 열을 올렸다. 당시에는 이 전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서 혁신위도 존폐기로에 섰다. 

그러나 비대위가 출범하고 주호영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게 되면서 최근 되살아났다. 주 위원장이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발표한 1호 혁신안은 국민의힘 내부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보는 게 핵심이다.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1호 혁신안으로 공천관리위원회의 후보자 부적격 심사 권한을 당 중앙윤리위원회로 이관토록 한다고 발표했다. 존폐론을 딛고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주 위원장 역시 혁신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재차 힘을 실어줬다.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당 대표의 권한인 공천권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지만 가장 불편한 이는 역시 윤핵관 세력이다.

반발이 심했고, 내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혁신위를 걸고 넘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이 같은 우려에 최 의원은 “예측 가능한 시스템, 객관화 가능한 평가자료를 축적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며 윤핵관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현재 윤핵관을 향한 여론은 최악으로 평가 내려진다. 강성 지지층 역시 윤핵관에 불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윤핵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응답이 70%가 넘는다. 여러 곳에서 윤핵관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만큼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거리두기
고립 직전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핵관이 지금은 한발 물러날 때”라며 “많은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전면전을 치르면 오히려 입지가 좁아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신뢰마저 잃게 된다면 윤핵관의 정치 미래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신 못 차린 권성동?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당 연찬회 이후 별도로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김동하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권 원내대표가 술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28초 분량의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는 권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관계자로 보이는 여러 인물과 함께 회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 인물들은 카메라를 꺼내 권 원내대표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환호성까지 들린다.

영상 속 권 원내대표는 연찬회 때 입었던 국민의힘의 당명이 새겨진 흰색 반팔 티셔츠를 착용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연찬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군 훈련인 을지연습을 대비해 음주가 없는 연찬회를 개최하기로 계획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연찬회에 직접 참석해 “술은 못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회포를 풀자”고 언급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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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