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기? ‘당헌 80조’ 이재명 숨은 꼼수

양보하는 척…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친명(친 이재명)계의 완벽한 승리로 전당대회가 마무리됐다. 계파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더불어민주당의 양 계파는 이제 하나가 돼야만 한다. 민주당 내부는 그동안 ‘전당대회 룰 개정’ ‘당 대표 사퇴론’ ‘세대교체론’ ‘당헌 80조 개정’ 등 수많은 현안들로 다퉈왔다. 이 중 ‘당헌 80조 개정’은 전당대회 최종투표 전까지 논의되고 있는 최대 화두다. 

당헌 80조 개정에 대한 왈가왈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의원이 당헌 80조에 접촉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헌 제9장 80조(부패 연루자에 대한 제재) 1항에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고 젹혀 있다. 

7년 만에…

해당 당헌은 2015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민주당 혁신안에 담겨있던 내용이다. 이듬해 총선에 앞서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이 달라지겠다’고 선언하며 신설한 항목인 것이다. 당시 민주당 의원 수십명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터라 많은 국민들이 당헌에 감동했고 문 전 대통령의 진정성에 박수를 보냈다.

혁신안에 대한 호평을 증명이라도 하듯, 2016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제19대 의회에서 원내 2당이었던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올려준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과 탄핵 전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를 이겨내고 혁신만으로 민주당은 승리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총선 승리로 일약 대권후보로 떠오르게 됐으며 쇄신으로 따낸 승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는 참신한 인사 영입과 당내 기강을 새로 잡으면서 대중의 마음을 돌려놨고 거기에는 당헌·당규 개정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당헌 80조에 대한 설왕설래는 많았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향하고 있는 나라에서 ‘기소’만으로 당원권을 정지시킨다는 내용은 너무 엄격하지 않느냐는 당내 반발이 제기됐다.

당시 반발한 의원들은 “당헌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민주당의 당원권은 사법기관의 판단에 맡긴다는 소리”라며 “당원권은 당 지도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견이 반영되면서 3항이 만들어졌다. 3항은 ‘제1항의 처분을 받은 자 중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앙당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윤리심판원은 30일 이내에 심사·의결한다’는 내용이다.

즉, 기소가 되더라도 당의 윤리심판원이 자체적으로 그 의원을 구제할 수 있는 것이다.

개정 7년 만에 이 대표의 ‘기소 위기’로 80조 논란이 재점화됐다. 현재 이 대표에게 재기돼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인 고소건만 6개다. 이 중 검찰은 몇 가지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끝마쳤고, 기소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가 검찰에 기소받을 확률이 점점 높아지자 그의 강성 팬덤이 움직였다. 이 대표의 팬덤은 80조를 수정해 이 대표의 당원권을 지켜주자는 압박을 비대위에 지속적으로 가했다. 이들은 각종 커뮤니티와 인터넷 기사 댓글 운동 등을 전개하며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보호 운동을 전방위적으로 펼쳤다.

압박을 이기지 못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는 결국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전체회의에서 당헌 80조 개정안을 의결하기에 이른다.


개정안에는 ‘검찰에 기소되면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기존의 당헌을 깨고 ‘1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기존 3항에 있던 정치탄압에 의한 기소를 ‘윤리심판원’이 구제할 수 있다는 내용도 구제할 수 있는 주체를 윤리심판원에서 당 지도부로 바꿨다. 즉, 당 지도부의 의결만 있으면 1항에 적용받아 당원권이 정지된 사람이라도 언제든 복권할 수 있는 셈이다.

15년 문 전 대통령 쇄신안…사법부에 당원권을?
3항 개정으로 이 대표 ‘셀프 사면’ 가능해져

그러나 비대위가 의결한 지 꼭 하루가 지난 17일, 비대위는 전준위의 의결을 뒤집었다. 1항 개정을 반려시킨 것이다.

신현영 대변인은 비대위 의결 직후 브리핑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부정부패 개선과 척결 의지는 그대로 보존하고, 정치적 탄압이나 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당무위에서 달리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은 합리적인 절충안”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팬덤은 소식을 듣고 뿔이 났다. 비상식적인 검찰 공화국에서 이 대표가 부당하게 탄압받는다면 당이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비대위의 반려가 발표된 날, 민주당 홈페이지 당원 청원 코너에는 “당원 80조 완전 삭제를 요청합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쓴이는 “전준위가 한 달 가까이 협의한 당헌 80조 개정안 결과를 뒤집는 비대위를 규탄한다”는 청원 취지를 밝혔다. 청원 글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글이 게재 되자마자 수만명이 동의하며 힘을 실어줬고 각종 커뮤니티에 소개되어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보호 운동도 다시 펼쳐졌다.

이에 부담을 느낀 비대위는 9일 뒤인 지난 26일, 이 당헌 80조 개정 논의를 다시 중앙위에 재상정해 공을 이번에 선출된 이재명 지도부에 넘겼다. 하나의 당헌을 위해 지도부가 2번이나 결정을 번복한 셈이다.

그러나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개정 사항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실 1항에 가려진 3항이 중요하다. 구제 주체를 장악하기 쉽지 않은 윤리심판원에서 당 지도부로 바꾼 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비대위는 최종 의결에서 3항에 대한 개정안은 받아들였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당초 친명계는 기소 여부나 1심 유죄판결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들은 3항의 주체를 당 지도부에 돌려놓자는 데 더 큰 경중을 둬왔다.

전당대회가 친명계의 압승으로 끝날 조짐이 서서히 짙어질 무렵인 지난 16·17일에 이미 해당 사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을 장악하게 된 이 대표는 3항에 의해 ‘셀프 사면’이 가능해진 상태다.

논란 재점화


비대위의 결정이 전해지자 이 대표는  지난21일 전남지역 합동연설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뇌물수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같은 부정부패 사건에 관한 것이며, 자동정지도 아니고 사무총장이 정지하고 윤리위에 회부할 수 있는 것이라 실제로 큰 의미가 없다”며 “더는 이런 것(80조 개정)으로 논란을 벌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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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