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지자체 공시송달 개인정보 유출 논란

살인자도 아닌데…줄줄 새는 신상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공시송달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있다. 지자체 공시송달에는 이름, 생년월일, 차량번호, 주소 등 과태료 부과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공개돼있다. 공공기관의 사이트가 개인정보 유출 ‘사각지대’로 떠오른 것.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시송달은 법적 처분 등 관련 사항을 대상자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련 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문제는 이 같은 인터넷 공시송달의 내용이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속적 유출

공시송달을 유지하는 것은 고지서 송부를 과거의 우편 통지방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민원사무처리는 문서 통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문서 수취가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문서도 공식 행정문서로 인정하고 있다. 인터넷 공시송달은 이런 원칙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관계자는 “일반우편의 경우 우편물 배달사고가 나면 당사자 수령 여부 확인이 불가능하고, 등기우편은 주소불명과 수취인 부재로 상당 부분 반송돼 최종적으로 공시송달로 갈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당사자에 고지가 되지 않는 경우 일괄처리를 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공시송달이라는 제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문서의 개인정보 공개범위와 공개 시기다. 개인정보를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문서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현 행자부)가 2012년 2월에 발간한 ‘개인정보보호법 상담사례집’에 따르면, 개인정보란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모두 개인정보에 포함된다. 시·군·구에서 자동차 과태료를 공시송달할 때 기재하는 ‘이름+주민등록번호 앞자리+차량번호’도 행자부 지침에 따르면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개인정보의 공개범위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공시송달의 개인정보 공개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447조, 국세기본법 제11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공시송달 공고의 경우, 해당 법령에 규정돼 공개토록 한 항목은 공개 가능하나 공개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공개해야 한다. 

이름·생년월일·주소 등 인터넷에 무방비 노출
해킹·보이스피싱 2차피해 우려…대책 마련 시급

이에 따라 개인정보 공개를 최소화하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의 경우 이름과 주소, 차량번호의 일부를 가려 전체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두고 있다.


공시 기간도 제한적이다. 문서 공시 기간은 보통 15일 정도로 정해져 있다. 민사소송법 제196조 1항은 ‘공시송달의 효력 발생 시기’에 대해 최초로 실시한 공시송달의 경우에는 그 사유를 게시한 날로부터 2주를 경과하면 효력이 생기고 동일 당사자에 대한 그 이후의 송달은 게시한 다음날 그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다. 

최초 효력이 발생하려면 14일이 지나야 하고, 이후 재공시의 효력 발생일이 1일이므로 최소 15일 이상 공시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자면 15일간 게재해 법적 효력이 갖춰지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해당 공시 내용을 지체 없이 내려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는 공고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개인정보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해당 정보의 삭제는커녕 다운로드까지 가능한 첨부파일이 버젓이 남아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 황당한 것은 관공서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더라도 구글 검색을 통하면 이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직접 검색해 찾아낸 공시송달 자료들 중에는 7년 전인 2008년에 작성된 자료도 상당수 포함돼있다. 검색된 자료들은 해당 기관에서 짧게는 몇 개월에서 몇 년간 그대로 방치해놓고 있는 것이다.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공시송달 과정에서 비롯되는 민감한 개인정보 노출이다. 이는 온라인 개인정보 사냥꾼(수집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공개된 개인정보를 악용한 해킹, 보이스 피싱 등 2차 피해에 노출되는 것이다. 

인터넷 개인정보 사냥꾼들에게 집주소와 차량번호 등은 더 자세한 개인정보를 찾아내는 훌륭한 미끼가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는 “공시송달 대상자는 체납이나 주소 불명 등 행정기관의 추적을 기피하거나 개인적으로 빈틈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악용해도 주의를 소홀히 해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기 쉽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공시송달을 통해 목적 달성이 이뤄진 뒤 특별한 목적이나 근거가 없다면 지워야 한다”며 “또 현행 시스템에선 기간만료에 따라 자동으로 삭제된다면 과거 기록에도 이를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다면 명백히 헌법상 평등권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곧바로 파기해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처리 목적이 달성됐다면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은 곧바로 파기하는 게 원칙”이라며 “다른 법에 의거해 따로 보존기간이 정해진 게 아니라면 대상자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정보들은 기간만료에 따라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