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동아줄’ 광복절 특사 이중잣대 논란

이호진 전 회장은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윤석열정부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주요 경제 인사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의문을 표했다. 사면 대상으로 함께 거론되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사면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 이번 특별사면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뒷말도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2022년 8월15일자로 주요 경제인, 노사관계자,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행자 등 169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광복절 특사 심사에는 다수 경제인이 명단에 올랐다. 최근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경제인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 배경이다.

경제 회복 
민생 중점

법무부는 “자금 상황 악화 등으로 처벌받은 중소기업인,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 사면을 통해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사면에 관해 “경제 회복과 민생에 중점을 뒀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 인사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이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이 부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형기는 7월에 종료됐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다.


장 회장은 2015년 5월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으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2018년 4월 가석방됐다. 같은 해 11월이 형기 만기됐지만, 특경가법상 형 집행 종료 후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돼 현재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신 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사면·복권 대상에 이재용 등 기업인 4명
경제단체 건의 경제인 명단 수십명 달해

경제인 사면과 더불어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노사관계자 8명도 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오랜 기간 정상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다 일시적 경제력 악화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중소기업인·소상공인 32명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경제인 사면 대상으로 함께 거론되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사면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특별사면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한 재개 관계자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번 사면이 결정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식의 사면은 여러 기업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전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 재도약 차원에서 기업인에 대한 전면 사면·복권을 기대했지만, 대기업 총수 4명에 국한돼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기업인 사면을 환영한다면서도 사면 폭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주요 기업인의 사면·복권이 이뤄진 것을 환영한다”면서 “다만 사면의 폭이 크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불발된 회사는?
경영 활동 차질

강 본부장은 “이번에 사면된 분들이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국가의 미래 번영을 이어가기 위해 기업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 줄 것으로 본다”면서 “경제계는 기업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도록 윤리적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회장의 경영 복귀가 불발된 회사는 주요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박 회장 장남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이른바 ‘조카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분쟁을 끝내는 것으로 보였으나 회장 복귀가 불발되면서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17일 재계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최근 일부 주주들과 접촉하면서 다시 경영권 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1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했다. 당시 최대주주(8.58%)인 박 전 상무는 반대표를 던졌지만 10% 수준의 동의만 받아내는 데 그쳤다. 과거 박 전 상무가 주총에서 30% 넘는 지지율을 끌어냈던 것과는 크게 비교된다.

재계는 이번 임시주총을 계기로 사실상 박 전 상무의 재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최상의 시나리오?
와르르 무너졌다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함께 박 회장이 복귀하기만 하면 그룹 경영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분석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박 회장의 사면이 무산되자 박 전 상무 측도 재기 가능성을 본듯하다. 3세 경영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초임 사내이사에 직급 역시 부사장 수준인 박 부사장의 홀로서기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년에는 박 회장이 복귀할 것이라고 점쳐지는 가운데 박 전 상무 입장에서는 내년 초 정기주총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내년 초까지 주주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한다면 3세 경영 본격화와 함께 무대 뒤로 사라져야 하는 처지다.

금호석유화학 내부에서는 광복절 사면이 불발된 상황에서 연말 박 회장 사면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박 전 상무가 또다시 배당금 상향 등 안건을 통해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할 것으로 관측돼 금호석유화학그룹 총수가 존재감을 내뿜으며 회사를 안정시켜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한편 박찬구 회장은 배임 혐의로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대통령의 사면 없이는 2023년까지 형 집행을 유예하고 있는 신분이다.


사실상 총수 없는 10년을 겪어야 했던 태광그룹은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너졌고, 태광그룹은 올해도 신사업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이후 신사업 투자와 M&A 시계가 완전히 멈춘 상태다. 2011년 30위권이었던 태광그룹의 재계 순위는 지난해 49위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기대했지만 ‘외면’
“도대체 기준 뭐냐”

그동안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복귀만 전제된다면 다시 활발한 신사업 투자와 M&A를 추진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약 2조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태광산업도 이 전 회장 복귀와 함께 돈을 푼다는 계획이었다.

이 전 회장의 복귀 기대는 그가 구속 중이었던 지난해부터 있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1980년대 ‘피죤텍스’ TV 광고(CF) 이후 첫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총수 복귀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와 함께 2012년 이후 9년 만에 아라미드 증설, AN합자회사 설립 등 투자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특별사면이 무산되면서 설레발을 친 격이 됐다. 결국 그는 주요 경제인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만기출소로 석방됐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이 ‘황제 보석’ 등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만기출소한 경제인으로서 올해는 광복절 사면복권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경쟁사들의 중장기 사업전략 발표에도 총수 부재로 입을 다물어야 했던 태광그룹은 올해만큼은 투자를 재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내부에서는 이 전 회장 복귀와 맞물린 투자계획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이 전 회장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태광은 준비했던 투자계획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투자 결과를 책임질 총수 없이는 돈을 푸는 게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계획 비공개
“총수 없인 안 돼”

2011년 1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 전 회장은 두 차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치면서 2019년 6월에 이르러서야 형이 최종 확정됐다. 재판 진행 중 구속집행정지와 병보석을 반복했던 그는 2020년 12월 재수감돼 지난해 10월 만기출소했다. 이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해 대통령이나 법무부의 사면복권 없이는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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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대명 흔드는 이재명 대항마 합종연횡 막후

어대명 흔드는 이재명 대항마 합종연횡 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조기 대선을 확실시하면서 이재명 대표 체제를 굳히고 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하며 일제히 활동 반경을 넓히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곱지 않은 시선이 따갑지만, 앞당겨진 대선 시계에 저마다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 각자도생하던 이들이 목소리를 합치면서 이 대표를 견제하고 나섰다. 대선은 더 많은 중도를 확보하는 쪽의 승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자 국민의힘이 유산취득세 전환으로 맞불을 놓은 것 역시 조기 대선을 의식한 여론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의 통합과 화합도 빼놓을 수 없다. 총선 전 이미 계파 갈등 최고조를 찍은 민주당이 조기 대선이라는 또 다른 상황에 놓였다. 명분 내세워 앞으로 전진 지난달 30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인사차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이 대표가 통합하는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과 같이 극단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는 통합과 포용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여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당내에 비판적인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내에 (정치적 의견과 관련해)여러 스펙트럼이 있어 애로사항이 있다”면서도 문 전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고 통합 행보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이 같은 문 전 대통령의 당부는 비명(비 이재명)계가 이 대표 일극 체제를 비판하고 이를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시 받아치며 계파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염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루 전날인 29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이 대표와 친명계를 겨냥한 글을 작성했는데, 이를 도화선으로 날 선 말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는 최근 정치 보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집권 세력의 핵심적인 책임과 의무는 통합과 포용”이라며 당에서 멀어진 사람들에 대한 사과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폄훼한 당사자의 반성, 그리고 당 차원의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김 전 지사는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당내서 서로에게 전가하는 모습은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마녀사냥하듯 특정인 탓만 하고 있어서는 후퇴할지언정 결코 전진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 문화가 우리가 저들과 다름을 증명하는 길”이라며 “일극 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 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직언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남을 가진 당일에도 이 대표 체제를 겨냥한 쓴소리는 이어졌다. 지난 총선서 원외로 밀려난 비명계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민주당의 도덕적 내로남불을 그대로 두면서 이재명 1극 체제만 극복되면 청년 세대들은 우리를 지지해 줄까”라고 가감 없이 말했다. 이 두고 비호감+사법 리스크 집중 공격 “수박 들이면 아사리판” 개딸 맹공격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생명력은 결국 포용성, 다양성, 민주성”이라며 “민주당이 김 전 지사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비판 정도는 충분히 받아내야 당 지지가 올라간다”고 조언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성찰해야 답이 보인다”며 “민주당은 공식적인 대선 평가를 하지 않았다.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문재인정부에 떠넘겨졌고 지금까지도 문정부 탓을 하고 있다”고 아픈 부분을 찔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 대표가 내세우는 실용주의를 에둘러 비판하며 “진보의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푸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비판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이유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서 ‘이재명 체제로 대선서 승리할수 있는가?’라는 의문점이 제기됐고, 이를 명분으로 삼은 이들이 같은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이 대표 체제를 흔들려는 목소리는 비판의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분석과 사법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굳어지면서 이재명 대안론이 고개를 들었다. 비판 목소리가 하루걸러 하나꼴로 나오면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여러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함께 이기는 길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며 “작은 차이로 싸우는 일은 멈추고 총구는 밖으로 향했으면 한다”고 말해 다시 한번 당내 통합을 언급했다. 이어 “저 극단과 이단들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것보다 시급한 일은 없다”며 “내부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보다 민생, 경제, 안보, 민주주의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집안싸움은 뒤로하고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특수한 상황서 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말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역시나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이 대표는 “강성 팬덤에 휘둘린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던 만큼 지지층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설득하는지가 통합의 의지로 여겨질 전망이다. 까마득한 화합의 길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이미 한참 전부터 살벌한 비판이 오가기 시작했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단어는 ‘수박’이다. 이는 겉(파란색)과 속(빨간색)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명계를 지칭하는 은어다. 지난해 8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에 이름을 올리거나 체포동의안에 동의한 의원을 색출해 ‘수박 리스트’를 만들기까지 했다. 아무리 이 대표가 통합을 주장해도 강성 지지층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또 다른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수박이 들어오면 아사리판(깽판)이 난다” “제철도 아닌데 수박이 보인다” 등의 게시글을 작성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대표 체제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내서도 비명계에 대한 적대심을 드러내는 이들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계파 갈등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친명 인사인 양문석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당신들의 사유물인가?”라며 이들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양 의원은 “웬만하면 참으며,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까지 입 다물고 인내하려 했다”면서도 “당신들이 천방지축 나대는 지금, 우리 당원과 지지자들의 박탈감을 생각하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신들만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을 사석에서는 이리저리 흉보며 씹고, 공석에서는 찬양하는 특권을 부여받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고 ‘민주당의 대통령’이지 당신들이 사적으로 소유해 당신들의 출세를 위해 언제든지 호주머니서 꺼내 들고 장사할 수 있는 구슬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최선을 다 했나?’ 묻고 또 묻는다. 임종석님은 스스로 성찰이란 것을 해봤나?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다 기록된다. 임 실장의 ‘통일 반대’ 주장은 어떤 성찰의 결과였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 체제로 대선을 준비하는 만큼 민주당이 날을 세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비상계엄’ ‘내란’의 잔재를 겪고 있다. 따라서 지금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싸울 대상은 이 대표가 아니라 윤석열정부와 이들을 옹호하는 세력이라는 것이다. 사공 많으니 배가 산으로? 유시민 작가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비명계 인사를 겨냥하며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비명계가 ‘윤리적으로 틀렸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황이 특수하다는 것”이라며 “12·3 내란 세력의 준동을 철저히, 끝까지 제압해야 하는 비상시국이다. 게임의 구조가 지난 총선 때보다도 극화된 상황서 훈장질하듯 ‘이재명 네가 못나서 대선서 진 거야’ 등 소리를 하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명계와 이 대표가 힘을 합쳐야 내란을 종식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 대표가 조기 대선에 못 나가게 된다면 이 대표를 지지했던 유권자가 누굴 지지하겠느냐”며 “‘이재명이 사법 리스크가 있어서 안 돼’라고 했던 사람이 아니라 제일 열심히 싸웠던 사람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상계엄과 12·3 내란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에 실패하는 것이다. 지난 20대 대선서 민주당이 패배한 후 남은 건 경선 과정서 서로 주고받은 상처뿐이었다. 계파 갈등이 폭발하고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가 펼쳐지면 이번 조기 대선 역시 지난 대선과 같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지난 2021년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이 대표의 경선은 그야말로 피바람이었다. 후보 토론회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도덕성 논란을 띄웠고 이 대표는 이에 맞서 “네거티브 공격을 자제해달라”며 언성을 높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선 과정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0.7%p 차이로 정권을 뺏기자 서로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계파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뼈아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대표 체제로 조기 대선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남은 20대 대선 패배 트라우마 K먹사니즘 VS 개헌 흑백선전 최소화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성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빅테크 육성과 더불어 ▲방산 ▲에너지 ▲식량산업 등 안보산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를 제외한 이들은 개헌 논의를 띄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김 전 지사는 “내란 세력에 대한 단죄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탄핵의 종착지는 이 땅에 그런 내란과 계엄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이 대표 대항마로 나선 김두관 전 의원도 “지금이 개헌의 가장 적기”라며 “다시는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개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1당인 민주당이 개헌에 미온적이라는 태도를 지적하며 “이 대표가 결단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개헌 국민투표까지 부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분들이 개헌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표면적으로 계엄을 차단하기 위함이지만 저마다 명분을 쌓고 있는 것 같다”며 “‘이재명 체제로 대선을 이길 수 없는 이유’를 내세우는 것보다 낫지만, 정말 개헌 의지가 있다면 구체적인 단계를 제시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 안팎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이 건강하다는 증거”라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이 담긴 비판과 남을 깎아내리기 위한 비난은 다르다. 이 두 가지를 잘 구분해야 하는데, 만일 당내 경선이 치러진다면 네거티브 공세가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를 깎아내리면 오히려 상대방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다. 대선 끝나고 다시는 안 볼 사이처럼 굴면 안 된다. 보수 대권주자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칼을 휘둘러야지, 안 그러면 함께 탄 배에 구멍을 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공통의 적 선택과 집중 ‘이재명 흔들기’가 강해져도 민주당은 이 대표 외에 다른 노선은 염두에 두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에 속한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대표 외에 플랜B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 대표 체제로)승리할 것이라고 모두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명이니 친명이니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윤정부의 내란 사태를 정리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기 대선은 내란범과 내란 동조 세력을 심판하는 심판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국혁신당은 지금…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가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당에서 대선후보를 낼 가능성을 언급했다. 황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서 “실제로 후보를 낼 수 있을지 당원들과 의원들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도 “제3당으로서 후보를 낸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진보 연합 세력 구축을 강조하며 “거기에 조국혁신당이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권교체를 담당해야 할 쪽의 후보는 이 대표가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