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자중지란’ 건설공제조합 무슨 일이…

경영 간섭에 바람 잘 날 없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건설공제조합의 경영 독립성을 위해 대한건설협회장이 운영위원회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여전히 협회장의 조합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간섭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협회 임시총회에서 건설공제조합 개혁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 회장은 “(산하기관인)건설공제조합 개혁을 임기 중 완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건설공제조합 직원들은 “개혁을 빙자한 종속 강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혁 맞아?
“종속 강화”

건설공제조합 개혁 논란은 2020년 시작됐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전문건설협회장과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 재임 중 충북 음성 한 골프장에 대한 수백억원대 투자를 임의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논란은 2020년 국정감사 때 크게 주목받았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전문건설협회장이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과 운영위원장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국토부는 위 논란을 계기로 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공제조합 경영 실태를 살핀 뒤 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 분리 경영 강화, 공제조합 경영 효율화 등을 역점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국토부가 선결 과제 중 하나로 지목한 공제조합 경영 효율화는 영업점을 비롯한 지방 조직 축소에 방점이 찍혔다. 


개혁 대상이 된 건설공제조합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 국토부와 건설협회 측의 이른바 개혁 추진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가입률은 90%를 넘는다. 사실상 대부분의 공제조합 직원들이 조합 이름을 빌려 공제조합 조직 축소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공제조합 직원들이 조직 축소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독립성 약화’다. 조직 축소를 빌미로 건설협회에 대한 종속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공제조합 2단계 영업점 개편(안)’이 시행되면 건설공제조합 조직은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개편안의 핵심은 영업점 축소에 있다. 영업점을 축소하면 곳곳에 있던 공제조합 사무실은 대한건설협회 시도회 건물로 이전이 예상된다. 이미 서울, 수원, 춘천, 전주, 울산, 제주 등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측은 이 같은 물적 결합이 ‘독립성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건설협회 회장 “임기 중 조합 개혁 완수”
영업점 개편 관여 “국토부와 협의 마쳤다”

노조는 “13개 영업점 위치가 건설협회 각 시도회 소재지와 정확히 일치해 협회가 조합을 종속시키려는 시도가 국토부의 방조와 묵인 속에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노조는 조직 축소를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노조는 “경영 위기가 없고, 실적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의미도 모호한 혁신을 빙자해 구조조정을 정당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영업점 개편안은 혁신을 가장한 정부와 건설협회의 민관유착이자 정치적 구조조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공제조합에 대한 건설협회의 지배력을 더욱 견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설공제조합 지점 개편안 자체가 김 회장 연고 지역에 편중된 안으로 논의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건설업계에 종사 중인 한 익명의 제보자는 “건설공제조합 지점 개편안은 건설협회장이 소속된 경상남도 지역에 편중된 안으로 건설협회와 국토교통부가 최종 정리한 것으로 밝혀져 다른 시도에서 반발이 발생하는 등 지역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국토부에서는 건설공제조합 지점 개편안을 7본부 3지점안(이하 7+3안)으로 발표했다. 

당시에도 지역 건설업체의 의견이나 건설업체 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국토교통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해 업계에서는 불만이 표출됐다. 특히 충청북도 지역 건설업체들과 강원도 중 춘천과 원주 등 영서지방 건설업체들의 경우 기존의 지근거리에 지점이 있는데도 7+3안에서는 지점이 없어지게 됨에 따라 불평이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내부 개편안
일방적 발표

이후 김 회장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충청북도 건설협회장인 윤현우 회장이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윤 회장은 건설협회장과 함께 충북지역에 지점을 유지하고자 지속적으로 정부에 로비한 결과 국토부와 광역 단위별로 지역별로 총 10개 지점과 3개 출장소를 두는 안으로 최종 정리됐다. 

그러나 이 10+3안도 실상 김 회장의 연고 지역인 부울경 지역에 각각 1개씩 총 3개를 유치하고 나머지 시도에 1개씩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경기지역에는 건설업체가 각각 2300여개가 있다. 반면 부울경 지역의 경우 부산 750여개, 울산 200여개, 경남 900여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서울과 경기지역에만 부울경 지역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건설업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경우 1개 지점만 운영되고 건설협회장의 연고 지역인 부울경 지역의 경우 3개가 운영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제보자는 “서울과 경기지역 건설업체들은 김 회장이 자기 연고 지역 챙기기만 신경쓰는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으며 기타 광역시를 포함한 지역들(대구, 대전, 광주 등)에서도 대놓고 얘기하지는 못하지만 ‘울산에 출장소가 생기면 나머지 광역시는 뭐가 되느냐’며 불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 6단체의 오찬에도 참석하지 못할 만큼 건설협회의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중대재해처벌법, 민간공사 일요일 휴무제 확대 등 산적한 업계 현안은 나몰라라 한 채 자신의 지역 챙기기만 신경쓰는 건설협회장에 대해 뒷소문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또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8월 대표이사가 아닌 등기이사도 협회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건설협회의 정관을 개정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해 협회장의 권리는 유지한 채 중대재해처벌법은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면서 “현행 정관상 회장의 임기가 4년 단임인데 연임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려 한다는 소문도 횡행해 업계에서는 속칭 ‘논현동 트럼프’ ‘논현동 푸틴’이는 비아냥거리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방만 경영 주장
중대재해법 회피?

건설공제조합 노조는 “건설공제조합은 매년 20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900억원가량을 조합원에게 배당하는 등 견실한 성과와 운영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취임 이후 건설공제조합 예산의 사금고화 및 골프장 인수사업 부당강요 등 건설공제조합의 경영 전반에 걸쳐 무분별한 경영간섭을 자행해왔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런 상황에 근거도 없는 방만 경영을 주장했고,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국토교통부는 건설공제조합 직원과 조합원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제조합 경영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조직을 갈기갈기 찢어놨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건설공제조합 수익(매출)은 9년 전 대비 20%가량 상승했고, 당기순이익은 2배가량 올랐다. 지배구조상 건설공제조합 대주주인 건설사(대한건설협회)들은 9년 연속 당기순이익(9년 총 합, 1조3308억원)의 50%가 넘는 배당금(7097억원, 53%)을 챙겼다. 

공제회가 관리해야 할 건설공제조합원은 2017년 1만1572명에서 올해 1만3617명으로 1500명가량(약 10%) 늘었다. 출자좌수도 2017년 3910건에서 지난해 4273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건설공제조합 근로자는 현재 453명으로 5년전 대비 1명 증원됐다.

매출, 순이익, 조합원 수, 공제조합 직원 규모 등 모든 지표를 고려할 때,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 영업점 축소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조합 직원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지표로 나타난 공제조합 실적은 국토부가 개혁의 명분으로 내건 ‘방만 경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토부는 공제조합의 주된 역할이 법정 보증상품 판매고,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지 않은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방만 경영’ 판단의 근거로 꼽았다. 

노조 반발 “협회와 별개…선 넘는 발언”
갑자기 지점 축소? “슬림화 운영비 절감”


공제조합 직원들은 이 같은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제조합 직원은 “어떤 영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지, 이를 통해 공제조합 임직원들이 얻은 금전적 혜택은 무엇인지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국토부 판단에 에둘러 불만을 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제조합 경영 효율화 시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 시책은 건설산업혁신위원회를 통해 마련됐다”며 “건설공제조합과 건설협회의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동 위원회는 국토부 1차관과 이복남 서울대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민관자문기구다. 

공제조합 측은 ‘2단계 영업점 개편(안)’에 대해 “해당 문건은 검토 중인 안으로, 당장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협회의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불거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임 이사장이었던 최영묵 이사장은 협회장과의 조합 신입사원 채용을 두고 갈등하다가 이사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한편, 협회는 회장 등 현 집행부의 임기연장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10일 이사회에서는 회장 및 비상임 임원의 임기를 연임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협회 측은 김 회장이 업계의 화합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고사했고, 지난 16일 시·도 회장단 등의 논의를 거쳐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수상한 변경
임원만 살판?

해당 정관 변경안에는 회장과 시·도 회장은 4년 단임에서 3년 1차 중임으로, 대의원과 비상임 임원은 4년 1차 중임에서 3년 중임(횟수 제한 없음)으로, 시·도 비상임 임원과 윤리임원 임기를 4년 1차 연임·3년 중임(횟수 제한 없음)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ktikt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