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자중지란’ 건설공제조합 무슨 일이…

경영 간섭에 바람 잘 날 없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건설공제조합의 경영 독립성을 위해 대한건설협회장이 운영위원회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여전히 협회장의 조합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간섭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협회 임시총회에서 건설공제조합 개혁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 회장은 “(산하기관인)건설공제조합 개혁을 임기 중 완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건설공제조합 직원들은 “개혁을 빙자한 종속 강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혁 맞아?
“종속 강화”

건설공제조합 개혁 논란은 2020년 시작됐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전문건설협회장과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 재임 중 충북 음성 한 골프장에 대한 수백억원대 투자를 임의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논란은 2020년 국정감사 때 크게 주목받았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전문건설협회장이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과 운영위원장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국토부는 위 논란을 계기로 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공제조합 경영 실태를 살핀 뒤 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 분리 경영 강화, 공제조합 경영 효율화 등을 역점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국토부가 선결 과제 중 하나로 지목한 공제조합 경영 효율화는 영업점을 비롯한 지방 조직 축소에 방점이 찍혔다. 


개혁 대상이 된 건설공제조합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 국토부와 건설협회 측의 이른바 개혁 추진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가입률은 90%를 넘는다. 사실상 대부분의 공제조합 직원들이 조합 이름을 빌려 공제조합 조직 축소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공제조합 직원들이 조직 축소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독립성 약화’다. 조직 축소를 빌미로 건설협회에 대한 종속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공제조합 2단계 영업점 개편(안)’이 시행되면 건설공제조합 조직은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개편안의 핵심은 영업점 축소에 있다. 영업점을 축소하면 곳곳에 있던 공제조합 사무실은 대한건설협회 시도회 건물로 이전이 예상된다. 이미 서울, 수원, 춘천, 전주, 울산, 제주 등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측은 이 같은 물적 결합이 ‘독립성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건설협회 회장 “임기 중 조합 개혁 완수”
영업점 개편 관여 “국토부와 협의 마쳤다”

노조는 “13개 영업점 위치가 건설협회 각 시도회 소재지와 정확히 일치해 협회가 조합을 종속시키려는 시도가 국토부의 방조와 묵인 속에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노조는 조직 축소를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노조는 “경영 위기가 없고, 실적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의미도 모호한 혁신을 빙자해 구조조정을 정당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영업점 개편안은 혁신을 가장한 정부와 건설협회의 민관유착이자 정치적 구조조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공제조합에 대한 건설협회의 지배력을 더욱 견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설공제조합 지점 개편안 자체가 김 회장 연고 지역에 편중된 안으로 논의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건설업계에 종사 중인 한 익명의 제보자는 “건설공제조합 지점 개편안은 건설협회장이 소속된 경상남도 지역에 편중된 안으로 건설협회와 국토교통부가 최종 정리한 것으로 밝혀져 다른 시도에서 반발이 발생하는 등 지역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국토부에서는 건설공제조합 지점 개편안을 7본부 3지점안(이하 7+3안)으로 발표했다. 

당시에도 지역 건설업체의 의견이나 건설업체 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국토교통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해 업계에서는 불만이 표출됐다. 특히 충청북도 지역 건설업체들과 강원도 중 춘천과 원주 등 영서지방 건설업체들의 경우 기존의 지근거리에 지점이 있는데도 7+3안에서는 지점이 없어지게 됨에 따라 불평이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내부 개편안
일방적 발표

이후 김 회장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충청북도 건설협회장인 윤현우 회장이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윤 회장은 건설협회장과 함께 충북지역에 지점을 유지하고자 지속적으로 정부에 로비한 결과 국토부와 광역 단위별로 지역별로 총 10개 지점과 3개 출장소를 두는 안으로 최종 정리됐다. 

그러나 이 10+3안도 실상 김 회장의 연고 지역인 부울경 지역에 각각 1개씩 총 3개를 유치하고 나머지 시도에 1개씩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경기지역에는 건설업체가 각각 2300여개가 있다. 반면 부울경 지역의 경우 부산 750여개, 울산 200여개, 경남 900여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서울과 경기지역에만 부울경 지역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건설업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경우 1개 지점만 운영되고 건설협회장의 연고 지역인 부울경 지역의 경우 3개가 운영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제보자는 “서울과 경기지역 건설업체들은 김 회장이 자기 연고 지역 챙기기만 신경쓰는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으며 기타 광역시를 포함한 지역들(대구, 대전, 광주 등)에서도 대놓고 얘기하지는 못하지만 ‘울산에 출장소가 생기면 나머지 광역시는 뭐가 되느냐’며 불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 6단체의 오찬에도 참석하지 못할 만큼 건설협회의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중대재해처벌법, 민간공사 일요일 휴무제 확대 등 산적한 업계 현안은 나몰라라 한 채 자신의 지역 챙기기만 신경쓰는 건설협회장에 대해 뒷소문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또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8월 대표이사가 아닌 등기이사도 협회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건설협회의 정관을 개정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해 협회장의 권리는 유지한 채 중대재해처벌법은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면서 “현행 정관상 회장의 임기가 4년 단임인데 연임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려 한다는 소문도 횡행해 업계에서는 속칭 ‘논현동 트럼프’ ‘논현동 푸틴’이는 비아냥거리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방만 경영 주장
중대재해법 회피?

건설공제조합 노조는 “건설공제조합은 매년 20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900억원가량을 조합원에게 배당하는 등 견실한 성과와 운영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취임 이후 건설공제조합 예산의 사금고화 및 골프장 인수사업 부당강요 등 건설공제조합의 경영 전반에 걸쳐 무분별한 경영간섭을 자행해왔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런 상황에 근거도 없는 방만 경영을 주장했고,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국토교통부는 건설공제조합 직원과 조합원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제조합 경영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조직을 갈기갈기 찢어놨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건설공제조합 수익(매출)은 9년 전 대비 20%가량 상승했고, 당기순이익은 2배가량 올랐다. 지배구조상 건설공제조합 대주주인 건설사(대한건설협회)들은 9년 연속 당기순이익(9년 총 합, 1조3308억원)의 50%가 넘는 배당금(7097억원, 53%)을 챙겼다. 

공제회가 관리해야 할 건설공제조합원은 2017년 1만1572명에서 올해 1만3617명으로 1500명가량(약 10%) 늘었다. 출자좌수도 2017년 3910건에서 지난해 4273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건설공제조합 근로자는 현재 453명으로 5년전 대비 1명 증원됐다.

매출, 순이익, 조합원 수, 공제조합 직원 규모 등 모든 지표를 고려할 때,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 영업점 축소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조합 직원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지표로 나타난 공제조합 실적은 국토부가 개혁의 명분으로 내건 ‘방만 경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토부는 공제조합의 주된 역할이 법정 보증상품 판매고,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지 않은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방만 경영’ 판단의 근거로 꼽았다. 

노조 반발 “협회와 별개…선 넘는 발언”
갑자기 지점 축소? “슬림화 운영비 절감”


공제조합 직원들은 이 같은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제조합 직원은 “어떤 영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지, 이를 통해 공제조합 임직원들이 얻은 금전적 혜택은 무엇인지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국토부 판단에 에둘러 불만을 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제조합 경영 효율화 시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 시책은 건설산업혁신위원회를 통해 마련됐다”며 “건설공제조합과 건설협회의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동 위원회는 국토부 1차관과 이복남 서울대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민관자문기구다. 

공제조합 측은 ‘2단계 영업점 개편(안)’에 대해 “해당 문건은 검토 중인 안으로, 당장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협회의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불거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임 이사장이었던 최영묵 이사장은 협회장과의 조합 신입사원 채용을 두고 갈등하다가 이사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한편, 협회는 회장 등 현 집행부의 임기연장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10일 이사회에서는 회장 및 비상임 임원의 임기를 연임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협회 측은 김 회장이 업계의 화합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고사했고, 지난 16일 시·도 회장단 등의 논의를 거쳐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수상한 변경
임원만 살판?

해당 정관 변경안에는 회장과 시·도 회장은 4년 단임에서 3년 1차 중임으로, 대의원과 비상임 임원은 4년 1차 중임에서 3년 중임(횟수 제한 없음)으로, 시·도 비상임 임원과 윤리임원 임기를 4년 1차 연임·3년 중임(횟수 제한 없음)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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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