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자중지란’ 건설공제조합 무슨 일이…

경영 간섭에 바람 잘 날 없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건설공제조합의 경영 독립성을 위해 대한건설협회장이 운영위원회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여전히 협회장의 조합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간섭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협회 임시총회에서 건설공제조합 개혁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 회장은 “(산하기관인)건설공제조합 개혁을 임기 중 완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건설공제조합 직원들은 “개혁을 빙자한 종속 강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혁 맞아?
“종속 강화”

건설공제조합 개혁 논란은 2020년 시작됐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전문건설협회장과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 재임 중 충북 음성 한 골프장에 대한 수백억원대 투자를 임의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논란은 2020년 국정감사 때 크게 주목받았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전문건설협회장이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과 운영위원장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국토부는 위 논란을 계기로 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공제조합 경영 실태를 살핀 뒤 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 분리 경영 강화, 공제조합 경영 효율화 등을 역점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국토부가 선결 과제 중 하나로 지목한 공제조합 경영 효율화는 영업점을 비롯한 지방 조직 축소에 방점이 찍혔다. 


개혁 대상이 된 건설공제조합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 국토부와 건설협회 측의 이른바 개혁 추진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가입률은 90%를 넘는다. 사실상 대부분의 공제조합 직원들이 조합 이름을 빌려 공제조합 조직 축소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공제조합 직원들이 조직 축소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독립성 약화’다. 조직 축소를 빌미로 건설협회에 대한 종속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공제조합 2단계 영업점 개편(안)’이 시행되면 건설공제조합 조직은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개편안의 핵심은 영업점 축소에 있다. 영업점을 축소하면 곳곳에 있던 공제조합 사무실은 대한건설협회 시도회 건물로 이전이 예상된다. 이미 서울, 수원, 춘천, 전주, 울산, 제주 등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측은 이 같은 물적 결합이 ‘독립성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건설협회 회장 “임기 중 조합 개혁 완수”
영업점 개편 관여 “국토부와 협의 마쳤다”

노조는 “13개 영업점 위치가 건설협회 각 시도회 소재지와 정확히 일치해 협회가 조합을 종속시키려는 시도가 국토부의 방조와 묵인 속에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노조는 조직 축소를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노조는 “경영 위기가 없고, 실적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의미도 모호한 혁신을 빙자해 구조조정을 정당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영업점 개편안은 혁신을 가장한 정부와 건설협회의 민관유착이자 정치적 구조조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공제조합에 대한 건설협회의 지배력을 더욱 견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설공제조합 지점 개편안 자체가 김 회장 연고 지역에 편중된 안으로 논의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건설업계에 종사 중인 한 익명의 제보자는 “건설공제조합 지점 개편안은 건설협회장이 소속된 경상남도 지역에 편중된 안으로 건설협회와 국토교통부가 최종 정리한 것으로 밝혀져 다른 시도에서 반발이 발생하는 등 지역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국토부에서는 건설공제조합 지점 개편안을 7본부 3지점안(이하 7+3안)으로 발표했다. 

당시에도 지역 건설업체의 의견이나 건설업체 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국토교통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해 업계에서는 불만이 표출됐다. 특히 충청북도 지역 건설업체들과 강원도 중 춘천과 원주 등 영서지방 건설업체들의 경우 기존의 지근거리에 지점이 있는데도 7+3안에서는 지점이 없어지게 됨에 따라 불평이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내부 개편안
일방적 발표

이후 김 회장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충청북도 건설협회장인 윤현우 회장이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윤 회장은 건설협회장과 함께 충북지역에 지점을 유지하고자 지속적으로 정부에 로비한 결과 국토부와 광역 단위별로 지역별로 총 10개 지점과 3개 출장소를 두는 안으로 최종 정리됐다. 

그러나 이 10+3안도 실상 김 회장의 연고 지역인 부울경 지역에 각각 1개씩 총 3개를 유치하고 나머지 시도에 1개씩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경기지역에는 건설업체가 각각 2300여개가 있다. 반면 부울경 지역의 경우 부산 750여개, 울산 200여개, 경남 900여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서울과 경기지역에만 부울경 지역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건설업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경우 1개 지점만 운영되고 건설협회장의 연고 지역인 부울경 지역의 경우 3개가 운영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제보자는 “서울과 경기지역 건설업체들은 김 회장이 자기 연고 지역 챙기기만 신경쓰는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으며 기타 광역시를 포함한 지역들(대구, 대전, 광주 등)에서도 대놓고 얘기하지는 못하지만 ‘울산에 출장소가 생기면 나머지 광역시는 뭐가 되느냐’며 불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 6단체의 오찬에도 참석하지 못할 만큼 건설협회의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중대재해처벌법, 민간공사 일요일 휴무제 확대 등 산적한 업계 현안은 나몰라라 한 채 자신의 지역 챙기기만 신경쓰는 건설협회장에 대해 뒷소문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또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8월 대표이사가 아닌 등기이사도 협회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건설협회의 정관을 개정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해 협회장의 권리는 유지한 채 중대재해처벌법은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면서 “현행 정관상 회장의 임기가 4년 단임인데 연임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려 한다는 소문도 횡행해 업계에서는 속칭 ‘논현동 트럼프’ ‘논현동 푸틴’이는 비아냥거리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방만 경영 주장
중대재해법 회피?

건설공제조합 노조는 “건설공제조합은 매년 20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900억원가량을 조합원에게 배당하는 등 견실한 성과와 운영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취임 이후 건설공제조합 예산의 사금고화 및 골프장 인수사업 부당강요 등 건설공제조합의 경영 전반에 걸쳐 무분별한 경영간섭을 자행해왔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런 상황에 근거도 없는 방만 경영을 주장했고,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국토교통부는 건설공제조합 직원과 조합원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제조합 경영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조직을 갈기갈기 찢어놨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건설공제조합 수익(매출)은 9년 전 대비 20%가량 상승했고, 당기순이익은 2배가량 올랐다. 지배구조상 건설공제조합 대주주인 건설사(대한건설협회)들은 9년 연속 당기순이익(9년 총 합, 1조3308억원)의 50%가 넘는 배당금(7097억원, 53%)을 챙겼다. 

공제회가 관리해야 할 건설공제조합원은 2017년 1만1572명에서 올해 1만3617명으로 1500명가량(약 10%) 늘었다. 출자좌수도 2017년 3910건에서 지난해 4273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건설공제조합 근로자는 현재 453명으로 5년전 대비 1명 증원됐다.

매출, 순이익, 조합원 수, 공제조합 직원 규모 등 모든 지표를 고려할 때,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 영업점 축소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조합 직원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지표로 나타난 공제조합 실적은 국토부가 개혁의 명분으로 내건 ‘방만 경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토부는 공제조합의 주된 역할이 법정 보증상품 판매고,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지 않은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방만 경영’ 판단의 근거로 꼽았다. 

노조 반발 “협회와 별개…선 넘는 발언”
갑자기 지점 축소? “슬림화 운영비 절감”


공제조합 직원들은 이 같은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제조합 직원은 “어떤 영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지, 이를 통해 공제조합 임직원들이 얻은 금전적 혜택은 무엇인지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국토부 판단에 에둘러 불만을 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제조합 경영 효율화 시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 시책은 건설산업혁신위원회를 통해 마련됐다”며 “건설공제조합과 건설협회의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동 위원회는 국토부 1차관과 이복남 서울대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민관자문기구다. 

공제조합 측은 ‘2단계 영업점 개편(안)’에 대해 “해당 문건은 검토 중인 안으로, 당장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협회의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불거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임 이사장이었던 최영묵 이사장은 협회장과의 조합 신입사원 채용을 두고 갈등하다가 이사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한편, 협회는 회장 등 현 집행부의 임기연장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10일 이사회에서는 회장 및 비상임 임원의 임기를 연임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협회 측은 김 회장이 업계의 화합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고사했고, 지난 16일 시·도 회장단 등의 논의를 거쳐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수상한 변경
임원만 살판?

해당 정관 변경안에는 회장과 시·도 회장은 4년 단임에서 3년 1차 중임으로, 대의원과 비상임 임원은 4년 1차 중임에서 3년 중임(횟수 제한 없음)으로, 시·도 비상임 임원과 윤리임원 임기를 4년 1차 연임·3년 중임(횟수 제한 없음)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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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