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그룹 ‘황제 경영’회귀 속사정

‘왕의 귀환’…사령탑 기습 사건

청호그룹이 ‘오너 경영’으로 회귀했다. 그동안 유지했던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과감히 접은 것. 대신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이 놓았던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난 지 불과 2년 만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청호 사령관’들은 서둘러 떠났고, 정 회장이 빈자리에 눌러앉은 모양새다. 다른 기업들이 투명경영 차원에서 CEO 체제를 고수하거나 서둘러 도입하는 추세와 정반대 양상이다.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은 1994년 7월 그룹 설립 이후 단독으로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2004년 6월부터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도입했다. 영업·마케팅 전문가인 황종대 씨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한 것.
이어 황씨는 2006년 1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황씨는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영진약품 영업·마케팅 이사 등을 거쳐 1996년 청호나이스에 부사장으로 합류한 뒤 이듬해 사장에 올랐다.

이후 정 회장은 2007년 1월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황씨와 호흡을 맞출 CEO를 물색 끝에 2007년 8월 ‘삼성맨’출신 이용우 씨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씨는 삼성물산 런던지사 주재원과 삼성증권 상무 등을 지냈다.
청호나이스는 이로써 황종대-이용우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시스템 경영의 실천을 통해 CEO 중심의 자율경영을 정착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커지고 사업영역이 넓어지면서 경영의 독립성과 전문성, 추진력이 요구되는 사례가 많아져 CEO 체제를 도입했다”며 “제약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황씨는 국내 영업·마케팅 부문을, 삼성에서 관리 파트와 수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이씨는 내부 혁신과 해외 사업을 총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CEO에게 회사를 맡긴 정 회장은 연구원 출신답게 오로지 신제품 개발에만 전념했다. 정 회장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와 로욜라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때 출시된 신제품이 얼음과 냉수, 온수가 모두 나오는 ‘이과수 얼음정수기’다.
정 회장은 ‘물은 아래로 흐르고 사람은 위로 달린다’란 경영에세이를 내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 책은 정 회장의 청호나이스 경영활동 노하우와 경험담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도 잠시. 황씨는 2007년 10월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돌연 사임했다. 이어 이씨도 취임한 지 불과 1년만인 지난해 8월 갑자기 회사를 떠났다. 대신 정 회장이 바로 공석인 대표이사 자리를 다시 꿰찼다. CEO 체제를 접고 오너 경영으로 회귀한 셈이다.
청호그룹 측은 두 사장이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지만 석연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청호나이스의 매출액은 2004년 877억원, 2005년 887억원, 2006년 1200억원, 2007년 1616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도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경영인 2년 만에 접고 오너 체제 재전환
대표이사 돌연 사임… 바로 정휘동 회장 복귀

업계에선 청호그룹이 사장직 공모와 추천에도 불구하고 적임자를 찾지 못했고 급기야 재계 임원들 사이에서 ‘청호 사장’기피 현상마저 엿보인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지만, 정 회장의 복귀와 이씨의 사퇴 시기가 맞아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이 직접 칼을 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정 회장은 복귀하자마자 국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고삐를 바짝 당겼다. 연구는 물론 영업과 마케팅을 챙기고 있는 것.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영업조직 강화를 위해 대우그룹 출신의 영업담당 임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특히 정 회장은 정수기뿐만 아니라 신사업 진출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료회사나 의약용 ‘물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청호그룹의 ‘황제 경영’부활을 의심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오너 경영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각 기업은 앞 다퉈 투명경영을 모토로 CEO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CEO 체제는 무리한 사업확장이나 과도한 차입경영 등 오너 경영의 독단을 막을 수 있다”며 “오너 경영은 과거 오랫동안 국민적 지탄을 받아온 만큼 신뢰를 받기 어려운데 청호그룹이 오너 경영으로 다시 전환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청호그룹 측은 오너 경영 전환에 대해 글로벌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 경영’일환이란 입장이다. 한마디로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선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다”며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각 부문의 책임자들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 회장의 대표이사직 복귀는 ‘오너 경영’이 아니라 ‘책임 경영’으로 봐야 한다”며 “정 회장이 CEO 체제를 도입했지만 줄곧 경영의 끈은 놓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오너라 해도 CEO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수기 시장 판도는?
독보적 1위 웅진

국내 정수기 시장의 판도는 어떨까.
정수기 업계 1·2위는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웅진코웨이는 5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청호나이스가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0%를 놓고 교원L&C, 동양매직 등 후발주자들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교원L&C와 동양매직은 자체 집계한 실적을 근거로 서로 3위란 주장을 펼치는 등 신경전이 뜨겁다.
이외에 10여개의 군소업체에서도 정수기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최근 행적이 확인됐다. 지난해 탈옥에 성공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박씨와 함께 탈옥에 성공했던 인물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올해 초까지 말레이시아로 여러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최근 필리핀 카비테 부근 한 시골 마을로 주거지를 옮겼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초부터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탈옥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교·수사당국은 현지 담당자가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소극 행정’으로 대처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꼴이다. 1년이 지난 현재, 박씨는 필리핀 서부 지역 한 시골 마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못 잡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필리핀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올해 초까지 총 세 차례 이상 말레이시아 사바주로 밀항을 시도했다. 이들이 밀항을 시도한 곳은 필리핀 남서부 잠비앙가와 민다나오 다바오 시티다. 잠비앙가의 경우 여행경보 4단계인 흑색 경보(여행금지) 발령 지역이다.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없이 흑색 경보 지역을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잠비앙가는 우리나라 국민이 여행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박씨와 송모씨 등 ‘탈옥 멤버’들은 다바오 시티에서 두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잠비앙가로 이동했다. 잠비앙가에서 술루 제도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술루 제도로 이동하던 박씨 일당들은 필리핀 반군에 억류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씨가 밀항을 시도한 잠비앙가를 비롯해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는 이슬람 반군들이 주둔해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민다나오 마긴다나오델수르주의 파갈룽간시에서 필리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두 지휘관과 수하 병력이 총기와 흉기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1970년대부터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벌여온 MILF는 2014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정부가 민다나오섬에 설치한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과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BARMM)’ 구성에 참여했다. 잠비앙가·민다나오서 ‘뒷돈 도주’ 시도 이슬람 반군에 억류 후 풀려나 마닐라로 MILF는 2019년 9월부터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기 반납을 시작했지만, 무장 해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전히 총기를 보유한 MILF 병력은 수천 명 이상이다. 박씨는 반군들에게 마약 및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돈 수천만원을 뇌물로 전달한 이후 풀려났다. 지난 5월 초 박씨는 송씨와 헤어진 후 필리핀 루손섬 카비테주 카비테 시티로 이동했다. 지난달 말에는 카비테 시티 외곽 한 시골 마을에 자신의 현지 부인인 A씨까지 불러 정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간 마닐라 타기그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거주했다. 현지인들은 보니파시오를 BGC 또는 글로벌 시티로 부른다.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불릴 만큼 고층 빌딩, 고급 주거지, 쇼핑 거리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파시오의 경우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만~15만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에 위치한 원룸 형식의 콘도 월세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도 관련 첩보를 파악해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중이다. 아직 정확한 집 주소나 확실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 왔다. 수억 비트코인에 차명 주택 부동산 소유 현지 부인이 조력해 “지속적 현금 조달” 특히,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게 “박씨가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하고 있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했다. 국내 정보기관은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23년 12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교정당국에 박씨의 탈옥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박씨가 탈옥한 것을 두고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외교부와 경찰, 법무부 국제형사과 등이 일부 파견을 가 현지에서 한국 범죄자들을 관리하는데, 공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범죄자와 면담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저 공문만 보내는 것으로는 범죄자들의 탈옥을 막을 수 없다.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잡나 박씨는 A씨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교도소의 취약점을 파악해 탈옥을 계획했다. 사전에 철저히 ‘탈옥 계획’을 구상하고 보안이 허술한 교도소에 잡혔단 뜻이다. 말레이시아로의 밀항 준비도 A씨가 현금 조달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박씨가 교도소에서부터 환전한 수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관리해 왔다. 박씨와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한 제보자는 “환전한 비트코인 외에도 A씨가 박씨의 차명 소유 자택 부동산 등 수십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