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가고 싶어요” 대륙에 갇힌 반도체 노예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A사 자회사 직원들은 중국 우시에서 근무한지 2년째다. 이들은 타향살이하며 반도체 공장을 정착시켰다. 그러나 공로에 비해 미래는 불확실하다. 사측에선 “정해진 게 없다”고만 말한다. 직원들은 “우리는 회사의 소모품일 뿐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의 자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A사는 2019년 4월 신파 그룹과 약 3700억원을 공동출자해 중국 장쑤성 우시 지역에 ‘우시 한중 집적회로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우시 시정부는 설계·제조·장비 등 모든 반도체 산업 체인을 포함한 집적회로 중심지를 목표로 약 5조6100억원을 투입했다.

세계 2위
현장의 그늘

A사는 2006년부터 우시에서 메모리 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운영해 상생·협력 강화 및 공급망 확충 차원에서 현지 기업과 지역사회 협력 사업에 동참했다. 이에 A사의 자회사인 B사가 운영하는 파운드리 공장이 국내 청주에서 우시로 생산거점을 옮겼다.

B사는 2017년 7월 A사의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분사한 자회사다. 8인치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A사의 중국 공장 개량 계획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 A사의 계획은 중국 동부 장쑤성 우시에 있는 D램 공장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들여오려고 했다. 극자외선은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장비로 우시 공장의 양산체계를 갖출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A사가 미국과 중국 분쟁의 다음 희생양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EUV 노광장비 등 첨단장비가 중국에 들어가면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중국 공장 이전으로 위기가 있었지만 곧 이겨냈다. B사의 주력사업인 8인치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의 제품 가격이 수배 오르면서 수익성이 극대화됐다.

중국 봉쇄정책 끝나도 집에 못 가는 현실

지난 3월24일 A사에 따르면 B사는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손익이 각각 6999억원, 197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매출이 7030억원이고, 당기순손익이 933억원이다.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당기순손익은 2배 이상 증대했다.

작년 매출이 줄어든 것은 사업장 이전 때문이다. B사는 2020년 1분기 중국 우시 공장을 준공했다. 당시 청주 M8 공장의 200㎜ 웨이퍼로 제작되는 ▲전력관리 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MCU) 등은 수요 공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특정 제품은 8배까지 비싸졌다.

A사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근무 중인 B사 직원들의 앞날은 불안한 실정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B사 직원들은 사측에 지속적으로 한국 복귀에 대해 물어보고 있지만, 사측은 대답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에서 근무 중인 B사 직원에 따르면 우시에는 한국인 50%, 중국인 50%로 직원이 구성됐다. 중국인은 중국 법인 소속이며, 한국인은 한국 법인 소속으로 파견자 직책이다.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한국 직원들이다. 파견된 직원은 대부분 20~30대로 어림잡아 500명 정도다.

직원들은 우시로 파견되기 전부터 사측에 한국 복귀 일정을 물었다. 

하지만 사측은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구두로 중국 공장이 안정화되면 계획해보겠다는 정도의 설명이 전부였다. 문서나 서류로 고지한 적도 없었다. 일부 B사 직원은 중국 파견에 대해 설명을 들었지만, 몇몇은 입사 당시 중국 파견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500명 정도
파견직 근무

불확실한 상황에도 직원들은 점차 우시로 파견됐다. 여전히 사측은 한국 복귀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직원이 한국 복귀에 대해 물어보려고 사측에 면담을 신청하면 “아직 모르겠다. 다음 달에 공지가 내려올 것”이라는 대답을 받기도 했지만, 이미 이 대답을 들은 지도 6개월이나 지났다. 

중국 공장이 설립돼 직원들이 우시에 정착한지 벌써 2년 지났다. 직원들 사이에선 평생 중국에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중국에 파견되기 전에 기본적으로 한국으로 복귀한다면 어떻게 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결정해야 하지 않냐” “B사 직원의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직원을 부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노조가 없다고 이렇게 대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본사 직원이었으면 어떻게 대처했을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 직원은 “이제 한국에 있는 장비가 중국으로 다 왔다. 그러니 B사 직원은 한국의 복귀처가 어디일지 불분명하다. 그룹 내 타 계열사로 전적을 해준다거나 하는 고용보장도 없다. 간담회나 면담할 때 ‘정해진 게 없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며 “우리는 파견 기간이 만기되고 연장 의사가 없으면 중간관리자의 주도하에 퇴사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국 복귀 일정과 복귀할 곳이 불분명한 것도 불안하지만,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는 다른 데 있다. 

현재 B사에는 파견 날짜부터 1년 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직원에게 ▲중국 내 타지역 이동이나 격리 지원 및 개인 연차 소진 시 한국 방문 ▲300만원 상당의 금전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경영진이 만들었고, 회사 인사팀은 직원들에게 일정을 조율해서 다녀오라고 했다.

방문도
불가능

하지만 직원들이 한국 방문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직원이 팀장에게 한국에 가겠다고 말하면, 팀장은 가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직원들을 계속 설득했다. 한국 병원, 건강상 이유, 결혼식 등의 이유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직원은 상견례를 해야 된다는 이유로 한국 방문을 희망했다. 그러자 중간관리자는 “정말 결혼을 할 것 같냐” “다음에 가면 안되냐” “나도 아직 못 갔다” “조금만 참고 내년에 한국 방문하면 안될까” 등의 회유성 발언을 했다.

물론 팀장이 말리더라도 한국에 방문하는 사람은 있다. 그렇지만 사내 이미지가 안 좋아지거나, 추후 있을 인사고과가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직원들 중에는 2년 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직원도 있다.

문제가 이 정도면 좋으련만, 직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부분은 또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의한 중국 정부의 봉쇄정책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봉쇄정책이라고 해도 회사 정책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지난 3일 중국 정부는 우시에 봉쇄정책을 실시했다. B사 역시 봉쇄됐는데, 당시 근무자가 아닌 사람까지 회사로 불러서 봉쇄시켰다. 왜 회사로 부르는지 설명하지도 않았다.

중국 정부의 회사 봉쇄는 지난 15일 풀렸으나 회사는 직원들을 복귀시키지 않았다. 아직 중국 정부가 집 봉쇄를 풀지 않았기 때문인데, 사측은 집에 들어가면 ‘개인 연차’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직원들이 연차를 쓰더라도 집에 가겠다고 하면 팀장이 안 된다고 소리치고 화를 냈다. 아픈 직원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직원 중 한 명은 “비상 대응 시나리오는 예전부터 공유했으면서, 준비는 하나도 안 했다. 직원들을 가둬놓고 밥만 주면서 일을 시키는 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고 지적했다.

아파도 결혼해도 “가지 마”
복귀 일정도 모르는 직원들

이 일에 대해 A씨는 “중국 정부의 봉쇄정책으로 회사에 감금됐든, 아파트에 감금됐든 구성원들을 위해 숙식과 편의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팀장들은 돌아다니면서 침낭 자리에 대한 지적질이나 하고 배고파서 시킨 배달음식 등을 절대 사내로 반입하지 못하게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파트에 봉쇄된 사람은 관심도 없다. 회사는 매출에만 신경 쓰고, 우리는 소모품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중국 우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A사 측에 물었다.

B사 직원들의 향후 한국 내 자리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2020년 초부터 코로나가 퍼졌고, 중국은 제로 코로나로 봉쇄정책을 시행했다. 그래서 거기 근무하시는 분들의 고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B사 생산 현장을 우시로 옮기는 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장이 완전히 이전된 뒤에나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도 중국에 가게 될 때 ‘이런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거시경제가 불확실해서 언제 돌아오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한국 방문을 막는다는 주장에 대해선 “중국 정부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 봉쇄 중일 때는 누구도 못 움직인다. 시점이 아닐 때는 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외국에 다녀왔다가 들어올 때는 격리를 오래 해야 하고, 입국할 때는 핵산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가지 마라고 하진 않는다. 이동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개인이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서 좋지 않게 받아들일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회사의
소모품이다”

A사 관계자의 대답에 대해 한 직원은 “직원들이 복귀 일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1차적으로 우시 공장에 장비 이설 및 설치가 모두 완료됐기 때문”이라며 “현장 기준으로 중국인 직원 중에서도 소수 반장으로 근무하는 인원도 있고, 이들끼리 자체적인 교육도 가능한 상황이다. 지금 회사가 한국 복귀에 대해 약속을 하지 않으니, 이런 상황을 이용해 퇴사시키려는 게 아닌지 의심도 든다”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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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