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가고 싶어요” 대륙에 갇힌 반도체 노예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A사 자회사 직원들은 중국 우시에서 근무한지 2년째다. 이들은 타향살이하며 반도체 공장을 정착시켰다. 그러나 공로에 비해 미래는 불확실하다. 사측에선 “정해진 게 없다”고만 말한다. 직원들은 “우리는 회사의 소모품일 뿐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의 자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A사는 2019년 4월 신파 그룹과 약 3700억원을 공동출자해 중국 장쑤성 우시 지역에 ‘우시 한중 집적회로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우시 시정부는 설계·제조·장비 등 모든 반도체 산업 체인을 포함한 집적회로 중심지를 목표로 약 5조6100억원을 투입했다.

세계 2위
현장의 그늘

A사는 2006년부터 우시에서 메모리 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운영해 상생·협력 강화 및 공급망 확충 차원에서 현지 기업과 지역사회 협력 사업에 동참했다. 이에 A사의 자회사인 B사가 운영하는 파운드리 공장이 국내 청주에서 우시로 생산거점을 옮겼다.

B사는 2017년 7월 A사의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분사한 자회사다. 8인치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A사의 중국 공장 개량 계획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 A사의 계획은 중국 동부 장쑤성 우시에 있는 D램 공장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들여오려고 했다. 극자외선은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장비로 우시 공장의 양산체계를 갖출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A사가 미국과 중국 분쟁의 다음 희생양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EUV 노광장비 등 첨단장비가 중국에 들어가면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중국 공장 이전으로 위기가 있었지만 곧 이겨냈다. B사의 주력사업인 8인치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의 제품 가격이 수배 오르면서 수익성이 극대화됐다.

중국 봉쇄정책 끝나도 집에 못 가는 현실

지난 3월24일 A사에 따르면 B사는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손익이 각각 6999억원, 197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매출이 7030억원이고, 당기순손익이 933억원이다.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당기순손익은 2배 이상 증대했다.

작년 매출이 줄어든 것은 사업장 이전 때문이다. B사는 2020년 1분기 중국 우시 공장을 준공했다. 당시 청주 M8 공장의 200㎜ 웨이퍼로 제작되는 ▲전력관리 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MCU) 등은 수요 공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특정 제품은 8배까지 비싸졌다.

A사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근무 중인 B사 직원들의 앞날은 불안한 실정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B사 직원들은 사측에 지속적으로 한국 복귀에 대해 물어보고 있지만, 사측은 대답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에서 근무 중인 B사 직원에 따르면 우시에는 한국인 50%, 중국인 50%로 직원이 구성됐다. 중국인은 중국 법인 소속이며, 한국인은 한국 법인 소속으로 파견자 직책이다.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한국 직원들이다. 파견된 직원은 대부분 20~30대로 어림잡아 500명 정도다.


직원들은 우시로 파견되기 전부터 사측에 한국 복귀 일정을 물었다. 

하지만 사측은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구두로 중국 공장이 안정화되면 계획해보겠다는 정도의 설명이 전부였다. 문서나 서류로 고지한 적도 없었다. 일부 B사 직원은 중국 파견에 대해 설명을 들었지만, 몇몇은 입사 당시 중국 파견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500명 정도
파견직 근무

불확실한 상황에도 직원들은 점차 우시로 파견됐다. 여전히 사측은 한국 복귀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직원이 한국 복귀에 대해 물어보려고 사측에 면담을 신청하면 “아직 모르겠다. 다음 달에 공지가 내려올 것”이라는 대답을 받기도 했지만, 이미 이 대답을 들은 지도 6개월이나 지났다. 

중국 공장이 설립돼 직원들이 우시에 정착한지 벌써 2년 지났다. 직원들 사이에선 평생 중국에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중국에 파견되기 전에 기본적으로 한국으로 복귀한다면 어떻게 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결정해야 하지 않냐” “B사 직원의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직원을 부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노조가 없다고 이렇게 대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본사 직원이었으면 어떻게 대처했을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 직원은 “이제 한국에 있는 장비가 중국으로 다 왔다. 그러니 B사 직원은 한국의 복귀처가 어디일지 불분명하다. 그룹 내 타 계열사로 전적을 해준다거나 하는 고용보장도 없다. 간담회나 면담할 때 ‘정해진 게 없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며 “우리는 파견 기간이 만기되고 연장 의사가 없으면 중간관리자의 주도하에 퇴사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국 복귀 일정과 복귀할 곳이 불분명한 것도 불안하지만,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는 다른 데 있다. 

현재 B사에는 파견 날짜부터 1년 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직원에게 ▲중국 내 타지역 이동이나 격리 지원 및 개인 연차 소진 시 한국 방문 ▲300만원 상당의 금전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경영진이 만들었고, 회사 인사팀은 직원들에게 일정을 조율해서 다녀오라고 했다.

방문도
불가능

하지만 직원들이 한국 방문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직원이 팀장에게 한국에 가겠다고 말하면, 팀장은 가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직원들을 계속 설득했다. 한국 병원, 건강상 이유, 결혼식 등의 이유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직원은 상견례를 해야 된다는 이유로 한국 방문을 희망했다. 그러자 중간관리자는 “정말 결혼을 할 것 같냐” “다음에 가면 안되냐” “나도 아직 못 갔다” “조금만 참고 내년에 한국 방문하면 안될까” 등의 회유성 발언을 했다.


물론 팀장이 말리더라도 한국에 방문하는 사람은 있다. 그렇지만 사내 이미지가 안 좋아지거나, 추후 있을 인사고과가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직원들 중에는 2년 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직원도 있다.

문제가 이 정도면 좋으련만, 직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부분은 또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의한 중국 정부의 봉쇄정책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봉쇄정책이라고 해도 회사 정책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지난 3일 중국 정부는 우시에 봉쇄정책을 실시했다. B사 역시 봉쇄됐는데, 당시 근무자가 아닌 사람까지 회사로 불러서 봉쇄시켰다. 왜 회사로 부르는지 설명하지도 않았다.

중국 정부의 회사 봉쇄는 지난 15일 풀렸으나 회사는 직원들을 복귀시키지 않았다. 아직 중국 정부가 집 봉쇄를 풀지 않았기 때문인데, 사측은 집에 들어가면 ‘개인 연차’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직원들이 연차를 쓰더라도 집에 가겠다고 하면 팀장이 안 된다고 소리치고 화를 냈다. 아픈 직원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직원 중 한 명은 “비상 대응 시나리오는 예전부터 공유했으면서, 준비는 하나도 안 했다. 직원들을 가둬놓고 밥만 주면서 일을 시키는 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고 지적했다.

아파도 결혼해도 “가지 마”
복귀 일정도 모르는 직원들


이 일에 대해 A씨는 “중국 정부의 봉쇄정책으로 회사에 감금됐든, 아파트에 감금됐든 구성원들을 위해 숙식과 편의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팀장들은 돌아다니면서 침낭 자리에 대한 지적질이나 하고 배고파서 시킨 배달음식 등을 절대 사내로 반입하지 못하게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파트에 봉쇄된 사람은 관심도 없다. 회사는 매출에만 신경 쓰고, 우리는 소모품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중국 우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A사 측에 물었다.

B사 직원들의 향후 한국 내 자리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2020년 초부터 코로나가 퍼졌고, 중국은 제로 코로나로 봉쇄정책을 시행했다. 그래서 거기 근무하시는 분들의 고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B사 생산 현장을 우시로 옮기는 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장이 완전히 이전된 뒤에나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도 중국에 가게 될 때 ‘이런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거시경제가 불확실해서 언제 돌아오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한국 방문을 막는다는 주장에 대해선 “중국 정부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 봉쇄 중일 때는 누구도 못 움직인다. 시점이 아닐 때는 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외국에 다녀왔다가 들어올 때는 격리를 오래 해야 하고, 입국할 때는 핵산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가지 마라고 하진 않는다. 이동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개인이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서 좋지 않게 받아들일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회사의
소모품이다”

A사 관계자의 대답에 대해 한 직원은 “직원들이 복귀 일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1차적으로 우시 공장에 장비 이설 및 설치가 모두 완료됐기 때문”이라며 “현장 기준으로 중국인 직원 중에서도 소수 반장으로 근무하는 인원도 있고, 이들끼리 자체적인 교육도 가능한 상황이다. 지금 회사가 한국 복귀에 대해 약속을 하지 않으니, 이런 상황을 이용해 퇴사시키려는 게 아닌지 의심도 든다”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