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사기’ 베일 속 신라투자그룹 정체

“모든 것이 가짜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신라투자그룹에 의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피해 금액은 수백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신라투자그룹의 대표는 수억원의 투자금을 들고 잠적했다. 그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보내준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도 모두 가짜로 밝혀졌다. 모두가 속아넘어갔다.

온라인을 통해 광범위한 개인투자자 유인이 가능해짐에 따라,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 영업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허황된 수익률을 홍보하는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투자자를 유인하고, 미등록 투자자문·일임 제공 대가로 고가의 이용료를 수취하는 방식이다. 

피해사례 급증
수억원대 사기

또 무자격자의 자문·일임에 따라 투자자는 이용료 외에도 투자원금 손실 등 금전적 피해 발생하면서 유사투자자문업자 관련 민원·피해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식리딩방은 불특정다수에게 오픈채팅방, 스팸 메시지 등을 통해 무료로 주식 종목을 추천하고, 유료회원 가입 시 비공개 채팅방으로 초대한다. 주식리딩방은 불법 유사 투자자문 행위가 발생하는 SNS 단체대화방을 말한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으는 유사수신행위를 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주식리딩방이 우후죽순처럼 확산되면서 불법행위나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급증하는 추세다.


제보자 A씨는 평소 주식투자를 조금씩 해오던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런 A씨에게 자신을 ‘신라투자그룹’의 대표라고 소개한 이명희(가명)씨가 접근해왔다. 이씨는 불특정다수에게 주식 리딩, 코인 리딩 등 무료체험방 홍보 문자를 보내, 이를 보고 연락해오는 이들을 상대로 ‘신라투자그룹 이명희 대표 1:1 종목 상담’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대화를 유도했다. 

이씨는 비트코인(BTC) 가격과 블록체인 암호화폐(USDT) 시장가의 평균 값어치를 동배율로 잡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컨설팅을 해줬다.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원금 손실이 전혀 없다” “컨설팅 마감 후 순수익금의 10%를 후불제로 결제받는다” “파트너스 옵션 거래소에서 진행한다” 등의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고수익 미끼로 수십억 가로채 잠적
경찰에 고소장 제출했지만 지지부진

특히 이씨는 A씨에게 본인이 리딩해준 고객들이 엄청난 수익을 보고 있다며 ‘성공후기’까지 보여줬다. 그가 보내준 성공후기는 실제로 다른 고객들이 성공적으로 컨설팅을 받은 사례가 아닌 이씨가 공범들과 조작한 자료였다.

이씨에게 속은 A씨는 지난 4월 4000만원을 송금했다. 송금 요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씨는 “현재 투자금 4370만원”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단기간 내에 370만원이라는 수익이 난 것처럼 A씨를 속이기도 했다. 

A씨는 같은 날 2000만원, 4000만원을 추가로 입금했다. 이씨는 “장 상황이 언제 급등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추가 시드를 미리 확보해놔야 한다”며 추가 투자금을 준비할 것을 독촉했고, A씨는 결국 추가로 1000만원을 더 입금하며 1일차에 총 1억100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이씨는 A씨에게 받은 금액을 어디에도 투자하지 않았다. 다음날 그는 A씨의 투자금이 하루 만에 1억9800만원이 된 것처럼 말하며 추가 투자금 입금을 유도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A씨가 투자금 출금을 신청하자 이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이씨는 “외국납부 세액공제는 종합소득과세 대상자가 해외서 납부한 세금을 국내의 종합소득세 계산 시 정산한다”면서 “세금 징수금액은 6000만원이며 세금납부 후 환급된다”고 전해왔다. 세금 명목으로 6000만원을 추가 입금해야 투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것.

A씨는 투자금을 찾고 싶은 마음에 6000만원마저 이씨의 통장으로 보내게 된다. 

수익났다 속여
추가 입금 유도

A씨에게 5차례에 걸쳐 총 1억7000여만원을 뜯어낸 이씨는 잠적해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뒤늦게 사기인 것을 인지하고 인터넷에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고소를 진행했다.

피해자 B씨도 A씨와 동일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했다. B씨는 하루에도 여러 통의 주식리딩방 초대 문자를 받았으나 그중 한 개의 방에 들어갔다가 사기 피해를 입었다. 해당 주식리딩방도 특정 사이트에 가입한 후 돈을 보내면 예상 수익률이 350% 이상 될 것이라며 투자금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B씨는 대출까지 받아 3000만원을 송금한 후에야 사기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 사건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인 리딩 사기’로 전형적인 투자 사기에 해당한다.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비트코인 리딩방’을 운영한 공범들에게 징역 6~9년의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 주식리딩방을 통한 사기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에 여러 계좌가 이용돼 신고가 접수된 다른 서와 공조해 수사할 예정”이라며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만 노린 추가 범죄도 기승이다. 지난 7일 사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피해를 회복해 주겠다면서 7억4000여만원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차 범죄 노출
하락 노린 범죄

피의자 C씨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서 금융 사기 피해자나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들에게 “돈을 돌려받게 해주겠다”고 거짓말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16명에게 7억4000여만원을 갈취했다. 

C씨는 지난해 8월 온라인 카페에서 ‘암호화폐로 2억4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는데 해결법을 구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나에게 피해금을 보내주면 디도스 공격으로 피해금을 돌려 받아주겠다”며 9150만원을 가로챘다. 

또 암호화폐 투자, 주식리딩방 사기 등을 당한 피해자에게 “나도 같은 사건의 피해자”라며 동질감을 형성한 뒤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일부 피해자에겐 신용카드로 상품권이나 오토바이 등을 결제하게 했다. 뒤늦게 사기 행각을 알아챈 피해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취소해 미수에 그친 범행도 있었다.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고 채권추심업자를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채권추심업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받거나 신용카드 결제를 대신 하게 하는 방식으로 적게는 200여만원에서 많게는 1억3000여만원 상당의 돈을 가로챘다.

2020년 12월 한 투자그룹 상담사로 근무하던 중 암호화폐 투자를 권유하며 “투자금을 주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고 2억65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았다. 이외에 중고거래나 대리구매 사기 등으로 피해자 3명에게 수백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주식리딩방 사기 피해 해마다 급증
팔 걷은 금감원 실효성 지적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과 코인 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자 이를 노린 범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피해자의 대다수가 주식·코인 투자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고 싶은 마음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말을 믿고 돈을 송금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는 2020년 461건에서 지난해 372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253건이 집계돼 최근 3년 새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유사투자자자문업 관련 피해 민원 건수도 총 3442건으로 2020년 1744건에서 97.4%나 늘었다. 금융위는 주식리딩방이 기승을 부리자 지난해 12월 특사경 인원을 기존 16명에서 31명으로 확대했다. 더불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도 특사경팀을 신설해 7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유사수신행위 업체에 대한 강제적 조사나 감독 권한이 없다.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로 특사경이 아닌 조사 인력들은 법적으로 현장조사권과 자료 압류권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불법 유사 수신업체를 원활하게 단속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에 직권 조사권과 자료제출 요구권을 신설하고 이를 거부하는 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등을 마련해 유사수신행위로 인한 피해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은 주식리딩방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해 주로 미등록 자문·일임 등의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암행점검을 수행 중이다. 거래소 또한 풍문 유포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 적발을 위해 별도로 주식리딩방에 대한 암행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 나섰다
암행점검 실시

금감원·거래소의 주식리딩방 암행점검을 통합 실시하고 점검 내용을 상호 공유해 점검의 효율성 및 적발률을 제고하고 있다. 자동매매프로그램 유포업체(미등록 투자일임업에 해당) 등 유사 투자자문업 미신고업자에 대해서도 암행점검을 실시한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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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