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사기’ 베일 속 신라투자그룹 정체

“모든 것이 가짜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신라투자그룹에 의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피해 금액은 수백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신라투자그룹의 대표는 수억원의 투자금을 들고 잠적했다. 그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보내준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도 모두 가짜로 밝혀졌다. 모두가 속아넘어갔다.

온라인을 통해 광범위한 개인투자자 유인이 가능해짐에 따라,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 영업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허황된 수익률을 홍보하는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투자자를 유인하고, 미등록 투자자문·일임 제공 대가로 고가의 이용료를 수취하는 방식이다. 

피해사례 급증
수억원대 사기

또 무자격자의 자문·일임에 따라 투자자는 이용료 외에도 투자원금 손실 등 금전적 피해 발생하면서 유사투자자문업자 관련 민원·피해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식리딩방은 불특정다수에게 오픈채팅방, 스팸 메시지 등을 통해 무료로 주식 종목을 추천하고, 유료회원 가입 시 비공개 채팅방으로 초대한다. 주식리딩방은 불법 유사 투자자문 행위가 발생하는 SNS 단체대화방을 말한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으는 유사수신행위를 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주식리딩방이 우후죽순처럼 확산되면서 불법행위나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급증하는 추세다.


제보자 A씨는 평소 주식투자를 조금씩 해오던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런 A씨에게 자신을 ‘신라투자그룹’의 대표라고 소개한 이명희(가명)씨가 접근해왔다. 이씨는 불특정다수에게 주식 리딩, 코인 리딩 등 무료체험방 홍보 문자를 보내, 이를 보고 연락해오는 이들을 상대로 ‘신라투자그룹 이명희 대표 1:1 종목 상담’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대화를 유도했다. 

이씨는 비트코인(BTC) 가격과 블록체인 암호화폐(USDT) 시장가의 평균 값어치를 동배율로 잡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컨설팅을 해줬다.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원금 손실이 전혀 없다” “컨설팅 마감 후 순수익금의 10%를 후불제로 결제받는다” “파트너스 옵션 거래소에서 진행한다” 등의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고수익 미끼로 수십억 가로채 잠적
경찰에 고소장 제출했지만 지지부진

특히 이씨는 A씨에게 본인이 리딩해준 고객들이 엄청난 수익을 보고 있다며 ‘성공후기’까지 보여줬다. 그가 보내준 성공후기는 실제로 다른 고객들이 성공적으로 컨설팅을 받은 사례가 아닌 이씨가 공범들과 조작한 자료였다.

이씨에게 속은 A씨는 지난 4월 4000만원을 송금했다. 송금 요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씨는 “현재 투자금 4370만원”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단기간 내에 370만원이라는 수익이 난 것처럼 A씨를 속이기도 했다. 

A씨는 같은 날 2000만원, 4000만원을 추가로 입금했다. 이씨는 “장 상황이 언제 급등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추가 시드를 미리 확보해놔야 한다”며 추가 투자금을 준비할 것을 독촉했고, A씨는 결국 추가로 1000만원을 더 입금하며 1일차에 총 1억100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이씨는 A씨에게 받은 금액을 어디에도 투자하지 않았다. 다음날 그는 A씨의 투자금이 하루 만에 1억9800만원이 된 것처럼 말하며 추가 투자금 입금을 유도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A씨가 투자금 출금을 신청하자 이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이씨는 “외국납부 세액공제는 종합소득과세 대상자가 해외서 납부한 세금을 국내의 종합소득세 계산 시 정산한다”면서 “세금 징수금액은 6000만원이며 세금납부 후 환급된다”고 전해왔다. 세금 명목으로 6000만원을 추가 입금해야 투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것.

A씨는 투자금을 찾고 싶은 마음에 6000만원마저 이씨의 통장으로 보내게 된다. 

수익났다 속여
추가 입금 유도

A씨에게 5차례에 걸쳐 총 1억7000여만원을 뜯어낸 이씨는 잠적해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뒤늦게 사기인 것을 인지하고 인터넷에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고소를 진행했다.

피해자 B씨도 A씨와 동일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했다. B씨는 하루에도 여러 통의 주식리딩방 초대 문자를 받았으나 그중 한 개의 방에 들어갔다가 사기 피해를 입었다. 해당 주식리딩방도 특정 사이트에 가입한 후 돈을 보내면 예상 수익률이 350% 이상 될 것이라며 투자금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B씨는 대출까지 받아 3000만원을 송금한 후에야 사기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 사건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인 리딩 사기’로 전형적인 투자 사기에 해당한다.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비트코인 리딩방’을 운영한 공범들에게 징역 6~9년의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 주식리딩방을 통한 사기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에 여러 계좌가 이용돼 신고가 접수된 다른 서와 공조해 수사할 예정”이라며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만 노린 추가 범죄도 기승이다. 지난 7일 사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피해를 회복해 주겠다면서 7억4000여만원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차 범죄 노출
하락 노린 범죄

피의자 C씨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서 금융 사기 피해자나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들에게 “돈을 돌려받게 해주겠다”고 거짓말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16명에게 7억4000여만원을 갈취했다. 

C씨는 지난해 8월 온라인 카페에서 ‘암호화폐로 2억4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는데 해결법을 구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나에게 피해금을 보내주면 디도스 공격으로 피해금을 돌려 받아주겠다”며 9150만원을 가로챘다. 

또 암호화폐 투자, 주식리딩방 사기 등을 당한 피해자에게 “나도 같은 사건의 피해자”라며 동질감을 형성한 뒤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일부 피해자에겐 신용카드로 상품권이나 오토바이 등을 결제하게 했다. 뒤늦게 사기 행각을 알아챈 피해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취소해 미수에 그친 범행도 있었다.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고 채권추심업자를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채권추심업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받거나 신용카드 결제를 대신 하게 하는 방식으로 적게는 200여만원에서 많게는 1억3000여만원 상당의 돈을 가로챘다.

2020년 12월 한 투자그룹 상담사로 근무하던 중 암호화폐 투자를 권유하며 “투자금을 주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고 2억65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았다. 이외에 중고거래나 대리구매 사기 등으로 피해자 3명에게 수백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주식리딩방 사기 피해 해마다 급증
팔 걷은 금감원 실효성 지적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과 코인 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자 이를 노린 범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피해자의 대다수가 주식·코인 투자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고 싶은 마음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말을 믿고 돈을 송금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는 2020년 461건에서 지난해 372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253건이 집계돼 최근 3년 새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유사투자자자문업 관련 피해 민원 건수도 총 3442건으로 2020년 1744건에서 97.4%나 늘었다. 금융위는 주식리딩방이 기승을 부리자 지난해 12월 특사경 인원을 기존 16명에서 31명으로 확대했다. 더불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도 특사경팀을 신설해 7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유사수신행위 업체에 대한 강제적 조사나 감독 권한이 없다.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로 특사경이 아닌 조사 인력들은 법적으로 현장조사권과 자료 압류권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불법 유사 수신업체를 원활하게 단속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에 직권 조사권과 자료제출 요구권을 신설하고 이를 거부하는 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등을 마련해 유사수신행위로 인한 피해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은 주식리딩방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해 주로 미등록 자문·일임 등의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암행점검을 수행 중이다. 거래소 또한 풍문 유포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 적발을 위해 별도로 주식리딩방에 대한 암행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 나섰다
암행점검 실시

금감원·거래소의 주식리딩방 암행점검을 통합 실시하고 점검 내용을 상호 공유해 점검의 효율성 및 적발률을 제고하고 있다. 자동매매프로그램 유포업체(미등록 투자일임업에 해당) 등 유사 투자자문업 미신고업자에 대해서도 암행점검을 실시한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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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