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사기’ 베일 속 신라투자그룹 정체

“모든 것이 가짜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신라투자그룹에 의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피해 금액은 수백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신라투자그룹의 대표는 수억원의 투자금을 들고 잠적했다. 그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보내준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도 모두 가짜로 밝혀졌다. 모두가 속아넘어갔다.

온라인을 통해 광범위한 개인투자자 유인이 가능해짐에 따라,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 영업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허황된 수익률을 홍보하는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투자자를 유인하고, 미등록 투자자문·일임 제공 대가로 고가의 이용료를 수취하는 방식이다. 

피해사례 급증
수억원대 사기

또 무자격자의 자문·일임에 따라 투자자는 이용료 외에도 투자원금 손실 등 금전적 피해 발생하면서 유사투자자문업자 관련 민원·피해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식리딩방은 불특정다수에게 오픈채팅방, 스팸 메시지 등을 통해 무료로 주식 종목을 추천하고, 유료회원 가입 시 비공개 채팅방으로 초대한다. 주식리딩방은 불법 유사 투자자문 행위가 발생하는 SNS 단체대화방을 말한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으는 유사수신행위를 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주식리딩방이 우후죽순처럼 확산되면서 불법행위나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급증하는 추세다.

제보자 A씨는 평소 주식투자를 조금씩 해오던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런 A씨에게 자신을 ‘신라투자그룹’의 대표라고 소개한 이명희(가명)씨가 접근해왔다. 이씨는 불특정다수에게 주식 리딩, 코인 리딩 등 무료체험방 홍보 문자를 보내, 이를 보고 연락해오는 이들을 상대로 ‘신라투자그룹 이명희 대표 1:1 종목 상담’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대화를 유도했다. 

이씨는 비트코인(BTC) 가격과 블록체인 암호화폐(USDT) 시장가의 평균 값어치를 동배율로 잡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컨설팅을 해줬다.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원금 손실이 전혀 없다” “컨설팅 마감 후 순수익금의 10%를 후불제로 결제받는다” “파트너스 옵션 거래소에서 진행한다” 등의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고수익 미끼로 수십억 가로채 잠적
경찰에 고소장 제출했지만 지지부진

특히 이씨는 A씨에게 본인이 리딩해준 고객들이 엄청난 수익을 보고 있다며 ‘성공후기’까지 보여줬다. 그가 보내준 성공후기는 실제로 다른 고객들이 성공적으로 컨설팅을 받은 사례가 아닌 이씨가 공범들과 조작한 자료였다.

이씨에게 속은 A씨는 지난 4월 4000만원을 송금했다. 송금 요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씨는 “현재 투자금 4370만원”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단기간 내에 370만원이라는 수익이 난 것처럼 A씨를 속이기도 했다. 

A씨는 같은 날 2000만원, 4000만원을 추가로 입금했다. 이씨는 “장 상황이 언제 급등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추가 시드를 미리 확보해놔야 한다”며 추가 투자금을 준비할 것을 독촉했고, A씨는 결국 추가로 1000만원을 더 입금하며 1일차에 총 1억100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이씨는 A씨에게 받은 금액을 어디에도 투자하지 않았다. 다음날 그는 A씨의 투자금이 하루 만에 1억9800만원이 된 것처럼 말하며 추가 투자금 입금을 유도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A씨가 투자금 출금을 신청하자 이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이씨는 “외국납부 세액공제는 종합소득과세 대상자가 해외서 납부한 세금을 국내의 종합소득세 계산 시 정산한다”면서 “세금 징수금액은 6000만원이며 세금납부 후 환급된다”고 전해왔다. 세금 명목으로 6000만원을 추가 입금해야 투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것.

A씨는 투자금을 찾고 싶은 마음에 6000만원마저 이씨의 통장으로 보내게 된다. 

수익났다 속여
추가 입금 유도

A씨에게 5차례에 걸쳐 총 1억7000여만원을 뜯어낸 이씨는 잠적해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뒤늦게 사기인 것을 인지하고 인터넷에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고소를 진행했다.

피해자 B씨도 A씨와 동일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했다. B씨는 하루에도 여러 통의 주식리딩방 초대 문자를 받았으나 그중 한 개의 방에 들어갔다가 사기 피해를 입었다. 해당 주식리딩방도 특정 사이트에 가입한 후 돈을 보내면 예상 수익률이 350% 이상 될 것이라며 투자금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B씨는 대출까지 받아 3000만원을 송금한 후에야 사기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 사건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인 리딩 사기’로 전형적인 투자 사기에 해당한다.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비트코인 리딩방’을 운영한 공범들에게 징역 6~9년의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 주식리딩방을 통한 사기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에 여러 계좌가 이용돼 신고가 접수된 다른 서와 공조해 수사할 예정”이라며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만 노린 추가 범죄도 기승이다. 지난 7일 사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피해를 회복해 주겠다면서 7억4000여만원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차 범죄 노출
하락 노린 범죄

피의자 C씨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서 금융 사기 피해자나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들에게 “돈을 돌려받게 해주겠다”고 거짓말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16명에게 7억4000여만원을 갈취했다. 

C씨는 지난해 8월 온라인 카페에서 ‘암호화폐로 2억4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는데 해결법을 구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나에게 피해금을 보내주면 디도스 공격으로 피해금을 돌려 받아주겠다”며 9150만원을 가로챘다. 

또 암호화폐 투자, 주식리딩방 사기 등을 당한 피해자에게 “나도 같은 사건의 피해자”라며 동질감을 형성한 뒤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일부 피해자에겐 신용카드로 상품권이나 오토바이 등을 결제하게 했다. 뒤늦게 사기 행각을 알아챈 피해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취소해 미수에 그친 범행도 있었다.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고 채권추심업자를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채권추심업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받거나 신용카드 결제를 대신 하게 하는 방식으로 적게는 200여만원에서 많게는 1억3000여만원 상당의 돈을 가로챘다.

2020년 12월 한 투자그룹 상담사로 근무하던 중 암호화폐 투자를 권유하며 “투자금을 주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고 2억65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았다. 이외에 중고거래나 대리구매 사기 등으로 피해자 3명에게 수백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주식리딩방 사기 피해 해마다 급증
팔 걷은 금감원 실효성 지적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과 코인 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자 이를 노린 범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피해자의 대다수가 주식·코인 투자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고 싶은 마음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말을 믿고 돈을 송금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는 2020년 461건에서 지난해 372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253건이 집계돼 최근 3년 새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유사투자자자문업 관련 피해 민원 건수도 총 3442건으로 2020년 1744건에서 97.4%나 늘었다. 금융위는 주식리딩방이 기승을 부리자 지난해 12월 특사경 인원을 기존 16명에서 31명으로 확대했다. 더불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도 특사경팀을 신설해 7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유사수신행위 업체에 대한 강제적 조사나 감독 권한이 없다.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로 특사경이 아닌 조사 인력들은 법적으로 현장조사권과 자료 압류권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불법 유사 수신업체를 원활하게 단속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에 직권 조사권과 자료제출 요구권을 신설하고 이를 거부하는 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등을 마련해 유사수신행위로 인한 피해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은 주식리딩방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해 주로 미등록 자문·일임 등의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암행점검을 수행 중이다. 거래소 또한 풍문 유포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 적발을 위해 별도로 주식리딩방에 대한 암행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 나섰다
암행점검 실시

금감원·거래소의 주식리딩방 암행점검을 통합 실시하고 점검 내용을 상호 공유해 점검의 효율성 및 적발률을 제고하고 있다. 자동매매프로그램 유포업체(미등록 투자일임업에 해당) 등 유사 투자자문업 미신고업자에 대해서도 암행점검을 실시한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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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