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로 본 노동자의 조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7.18 09:57:51
  • 호수 1384호
  • 댓글 0개

원청과 하청 사이 ‘플랫폼 일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접 도로에 나가서 택시를 잡거나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게 당연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대부분이 집에서 플랫폼을 통해 택시를 부른다. 다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서비스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편리한 시스템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당연히 플랫폼이 고용한 노동자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자’ 권리는 지켜지기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모빌리티 플랫폼인 타다 협력업체 브이씨엔씨(VCNC)의 모회사였던 쏘카가 “타다 드라이버는 노동자”라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원고(쏘카) 승소로 판결했다.

근로 제공?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검토한 결과 원고(쏘카)가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참가인(타다 드라이버)이 사용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려면 ▲계약을 체결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고 ▲업무 수행 과정을 사용자가 지휘·감독한다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재판부는 “운전기사들이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쏘카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협력업체들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독립된 사업자의 조건을 갖췄다고 본 것이다. 


쏘카는 2019년 4~5월 운전기사들을 상대로 ▲보수 교육 ▲성 인지력 교육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참석이 강제되지 않았고, 균일한 서비스를 위한 것으로 지휘·감독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서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며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계약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데 별도의 입법을 통해 규율하거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판결 직후 타다 운전기사 단체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법원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특수고용형태 근로 종사자나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자인지를 두고 노사 간 대립도 첨예한 상황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노동자로 인정을 받았다.

2019년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 대리점주들이 택배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낸 소송에서 “택시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드라이버는 노동자가 아니다”
거의 대부분 협력사 운영 중

이후 택배 노조가 택배 대리점주가 아닌 원청 격인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신청한 단체교섭을 회사 측이 거부하자,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하면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문제는 대부분의 플랫폼 회사가 협력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데서 발생한다. 현재 플랫폼 회사는 ▲배달의 민족 : ㈜우아한청년들 ▲배민 1 : ㈜우아한청년 ▲쿠팡이츠 : 쿠팡이츠 서비스 유한회사 ▲카카오T블루 : ㈜케이엠 솔루션 등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5세에서 69세까지 플랫폼 노동자는 약 220만명으로 추산된다. 2020년에 비해 23%나 증가했다. 결국 플랫폼 회사가 협력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기 때문에, 늘어난 플랫폼 노동자만큼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기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회사와 협력업체는 어떤 관계로 운영될까. 대부분의 플랫폼 회사는 회사와 협력업체 노동자 사이에 아무런 계약 체결이 없다. 플랫폼 회사가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는 노동자와 운전용역계약을 체결한다.

즉 플랫폼 회사와 노동자 간에 직접적 계약이 없으므로, 플랫폼 회사 노동자가 아니게 되는 형태다. 이 밖에도 고용 형태에서 오는 문제점도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데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임금노동자 2100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904만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여기서 플랫폼 노동자는 비정규직에도 포함되지 않아 ‘제도 밖 노동’이다. 해고를 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위치가 불안정한 노동자는 일하다 다치거나 숨지는 등 산업재해에 해당되는 일이 많다.

특히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라이더는 배달이 늦어 고객이 평점을 낮게 주면 배차가 줄어든다. 라이더들은 좋은 평점을 받기 위해 더 빨리 달릴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사고 발생
대선공약 있었지만 논의는 없어

실제로 배달 플랫폼 종사자가 모인 그룹 채팅방에는 “경찰이 불러서 벌점받았다. 그냥 튈 걸 그랬다” “치킨을 받아야 하는 손님이 이야기해서 늦게 나왔다. 그때 마침 배차가 끊겼다” “하루 수입이 20만원 정도인데 손님이 늦게 와서 15만원밖에 못 벌었다” 등의 대화가 밤마다 끊이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지난해 2월19일 영국 대법원은 우버 운전기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5년에 걸친 긴 사법적 다툼 끝에 노동의 종속성을 주장한 우버 기사들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영국 사법부는 우버 기사들을 노동자로 판단한 핵심 근거로, 우버 측에서 기사들이 택하는 운전경로, 책정요금 등을 철저히 통제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외에도 스위스, 프랑스 등에서도 우버 기사가 노동자라는 판결이 잇달아 나왔다.

플랫폼 노동자 A씨는 “플랫폼 노동자는 구조조정을 통한 해고가 일상적이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한국 근로기준법은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에 의해 30일 전에 통보가 가능하다. 노동조합이 있으면 50일 전에 통보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 있지 않은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해서는 노동법상 근로자·사용자 정의를 확대해 고용상 지위의 오분류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법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노동법 확장으로도 자영인 등을 모두 포괄해 보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는 논의로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책 없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플랫폼 종사자 등 모든 노무 제공자의 권리 보장을 주장해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한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노동시장 개혁 방안 발표에서 현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할 정책으로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내세웠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대책은 아직 특별히 발표된 바 없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