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윤정부 내각 세 가지 퍼즐

골라도 문제 놔둬도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고민에 빠졌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김건희 리스크, 비선 논란 등이 윤 대통령 지지율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부실 인사 논란까지 가중되면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비서관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책임론까지 제기된다.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윤석열정부에서 낙마한 이들만 3명이다.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중도 하차했다. 윤정부를 엄호하던 정부여당 국민의힘조차 이들의 임명 강행이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그 우려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이어 아웃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정호영 전 후보자에 이어 지난 4일 자진사퇴했다. 장관급 인사 중 세 번째 낙마자가 생기면서 여론까지 악화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자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면서 “고의적으로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바가 전혀 없으며,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최종적으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각종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설명했으나, 이 과정에서 공직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던 저의 명예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상처를 입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지도부의 사퇴 요구에 반발했으나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고 윤 대통령도 ‘신속한 처리’ 방침을 밝히자 결국 물러났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교수 시절 여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위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2014년 회식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참석한 분들께 불편을 드린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0일엔 “큰 공직을 맡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는다. 교직에만 매진하겠다”며 자진사퇴했다.

여당이 직접 나서 부적격 후보자의 퇴로를 마련한 것은 그만큼 부실 인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하락하고 있다.

칼자루 쥔 검찰 잇단 인사 구멍
‘욕먹어도’ 장관 논란 불구 강행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만취 ‘음주운전’으로 논란이 일었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박 부총리는 이외에도 각종 연구 윤리 관련 의혹, 조교 갑질 논란을 해소하지 못해 임명 직후에도 비판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은 인사 부실이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공세의 표적으로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된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당연하다”며 “혈중알코올농도 0.251%의 만취 운전을 한 박 부총리 역시 자진 사퇴가 정답”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동영 대변인도 “박 부총리도 만취 운전에 이어 교수 시절 갑질 의혹 등이 추가로 연일 드러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소명 없이 무리한 임명 강행은 윤석열정부의 또 다른 인사 참사를 예고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실 인사 논란이 잇따르자 대통령의 인사철학과 스타일은 물론이고 대통령실이 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자녀 특혜 논란(정호영 전 후보자), 방석집 논문 심사 논란(김인철 전 후보자)으로 중도 낙마 사태를 겪고도 또다시 부실 인사 논란을 초래한 것은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전조 증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정부가 ‘능력주의 인사’ 프레임에 갇혀 도덕성 검증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김 후보자 논란에 대해 “공무원은 자기가 맡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평소 인사철학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적격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윤 대통령의 인사 기준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곧바로 지지율로 반영되는데도 대통령실 참모들 모두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정부 인사 참사 논란이 지속되면서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도 애매해졌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지금 수장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정부부처는 정책 변화나 추진 등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부실 인사 논란이 지속돼도 최대한 빨리 내각을 완성시키는 것이 옳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증 안 했나 못 했나
수장 공백 장기화 모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인사정보관리단(관리단)을 출범시켰다. 윤정부 초반 뚜렷한 검찰 약진 기조가 이어졌다.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 산하의 관리단 요직을 검사들이 꿰찼고, 대통령실의 2차 추가 검증 역시 검찰 출신이 담당하는 구조가 됐다.

윤 대통령 임기 중 대법관·헌법재판관 등 인선도 줄줄이 예정돼 사법부 최고 법관 검증 우려와 현행법 저촉 논란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대통령령 개정에 따라 이날 출범한 관리단 초대 단장에 행정고시 출신 정통 공무원인 박행열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리더십개발부장을 임명했다. 사회 분야 정보수집을 맡는 인사1담당관에는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이, 경제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2담당관에는 이성도 전 국무조정실 평가총괄과장이 각각 선임됐다.

이 담당관과 함께 검찰 출신으로는 김현우 창원지검 부부장검사와 김주현 법무부 정책기획단 검사가 관리단에 합류했다. 이들은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나란히 파견돼 손발을 맞춘 이른바 ‘친윤’ 검사들로 분류된다.

인수위에 이어 현 정부 인사검증 업무의 연속성을 감안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현직 검사들의 잇단 중용에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관리단은 향후 대통령 비서실장이 고위인사 후보군을 압축해 전달하면 1차 검증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인사검증 자료는 다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넘어가 2차 검증이 이뤄진 뒤 윤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최종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은 현재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이 맡고 있다.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청와대 인사기획관(복두규), 인사비서관(이원모), 법률비서관(주진우) 등은 모두 검찰 출신이자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채워졌다. 현 정부 인사검증 라인을 모두 검찰이 장악한 셈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와 보수 언론조차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장관 후보자들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검찰 출신 인사들이 객관적 검증을 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검찰 안팎에서조차 부실 검증 논란이 지속되면서 인사를 담당하는 대통령실·법무부 관계자들이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혹이 사실로

한 재경 지검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검찰 출신들이 인사 라인을 장악하면서 철두철미할 것이라는 장점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윤정부의 기조는 ‘제 식구는 프리패스’”라며 “차후 부실 인사 논란이 또 불거져도 그 누구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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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