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도체제’ 당권 노리는 이재명의 큰 그림

양보하는 척 뒤에선 호박씨?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타협은 양쪽이 서로 양보할 때 이뤄진다. 서로에게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면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중립지대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양 계파에 서로 양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친명계가 반응했다. 비명계가 주장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에 유화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여기에도 숨은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이 ‘이재명 성토대회’로 끝났다. 현장 취재진들에 따르면, 다수의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재명 의원을 찾아가 ‘전당대회 출마 포기’를 직접 제안했다. 이 의원이 전에 참여하지 않아야 당이 통합할 수 있다는 명분 아래서다.

‘명’때린
워크숍 풍경

민주당은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대규모 워크숍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한 15명이 빠진 155명 의원 전원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민주당 의원 간의 연속 토론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토론의 주제는 쇄신과 혁신, 당내 현안 등 매우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핵심 화두는 내달 28로 예정돼있는 전대 룰 개정과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여부’였다. 당을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 또 쇄신이 이 의원의 불출마로 시작될지를 두고 155명의 의원이 함께 고민한 것이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의원을 압박했다.

이날 행사에서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 3연패에 대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서울시장 후보와 보궐선거 후보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을 남겼다. 팬덤 정치 극복과 디지털 윤리 강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선거 패배 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간접적으로 이 의원을 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 제20대 대선후보였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

또 ‘개딸’ ‘양아들’ 같은 팬덤이 두터워지고 있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 의원을 향한 팬층이 두꺼워지는 것을 보고 비명계 의원들은 팬덤에 휘둘리는 정치를 그만하라고 계속 조언하고 있다.

이들처럼 간접적으로 말한 이들이 있는 한편, 직접적인 항의를 한 의원들도 있었다. 이날 워크숍은 15개조를 짜서 의원들을 배치해 난상토론 형식으로 마련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4조에 이 의원과 친문(친 문재인)의 대표격인 홍영표 의원이 한조로 묶였다.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들은 곧바로 ‘죽음의 조’라 부르며 14조의 토론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들과 함께 14조에 묶였던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두 사람이 두 시간가량 깊게 이야기했다”며 “홍영표 의원이 진지하게 이 의원에게 불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당내 갈등 해소 차원에서 함께 2진으로 물러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워크숍 이후 홍 의원과 또 다른 대표 친문 인사인 전해철 의원은 전대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 워크숍 난상토론
‘죽음의 조’ 무슨 일이?

그러나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흔들림이 없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오히려 워크숍 이후 본인의 거취를 더욱 빠르게 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측 한 인사는 “이 의원은 당초 전대 출마 선언을 최대한 늦게 미룰 예정이었지만, 비명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직접 듣고 시기를 조정할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다만 이 의원이 반대 세력의 의견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함께 전했다. 현재 이 의원은 당 대표 출마와 당내 통합이라는 두 가지 쟁점을 모두 아우르기 위해 깊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주당 쪽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의하면, 이 의원은 ‘집단지도체제’ 수용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다. 당내 통합을 위해 한걸음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만일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한다면 그의 당 대표 출마 명분은 한층 더 짙어지게 된다.

비명계 의원들은 지난달부터 민주당의 지도체제를 통째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 대표 권한이 막강한 현재의 ‘단일성 지도체제’를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9일 재선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의 지도체제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가 좋겠다는 재선 의원 다수의 의견을 모았다”며 “다양한 당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게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조응천 의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일 땐 강력한 대통령이 있고, 또 그만한 권한과 권위가 있지만, 야당일 땐 그게 약하다”며 “그래서 권한과 책임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원트랙(집단지도체제)으로 갔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제 야당이 되었으니 지도부 구성도 달리해야 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립 지대에 있다고 알려진 조 의원의 의견이 더해지며 민주당의 집단지도체제 개편은 한층 더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원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최고위원들의 권한을 증대시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집단지도체제하에서는 당내 각 계파의 목소리가 적절히 섞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고위원 한 명 한 명의 영향력이 증대되기 때문에 당 지도부 전체의 위상도 올라간다. 집단지도체제의 모든 의사결정은 지도부 구성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며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다.

이때 당 대표는 대외적인 대표성만 갖게 되는데 당 대표가 회사의 CEO라면, 최고위원은 회사의 이사 정도의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식물 대표’
책임 나누기?

투표 방식도 단일성 지도체제와는 달라진다. 기존 단일성 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구분해 투표한다. 대표직에 도전한 후보들은 당 대표 선거에서 따로 경쟁하고, 최고위원직에 도전한 후보들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따로 경쟁하는 구조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 투표는 두 가지에 대한 구분이 없다. 민주당원들은 선거에 나온 후보 모두에게 투표가 가능하며 여기서 표를 많이 획득한 순으로 직함이 나뉜다. 1등을 기록한 후보는 대표로, 2등은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3~6위 후보 네 명도 최고위원으로 각각 선출된다.

선거에서 떨어진 이들이 모두 평의원으로 돌아가는 단일성 선거와는 달리, 당내 유력 주자 전부 지도부로 등용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집단지도체제 선거는 당내 인력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뚜렷한 장점도 갖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지도부를 구성하다 보니 정무를 소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단점도 많다. 집단지도체제하의 당 대표는 권한이 축소돼 ‘식물 대표’라는 별칭이 따라붙고, 지도부가 현안 하나하나를 처리할 때마다 난상토론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계파 갈등이 국민들의 눈에 자주 비치게 된다.

집단지도체제 폐해의 좋은 예가 ‘옥새 들고 나르샤’라고 알려진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파동이다. 새누리당은 집단지도체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총선 실패를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2004년부터 2016년 까지 12년간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12년간 당내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영향력이 막강한 리더가 있었기 때문에 지도부 사이의 갈등이 극심하게 일어나진 않았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며 당 지도부를 떠나면서 벌어졌다.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 박근혜)’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인기가 높았던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선거에서 연전연승했다. 당선 보증수표라는 수식어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무기로 정치 생활을 이어나가려는 인물이 다수 포진돼있었다.

실제로 ‘친박’ ‘진박’ ‘진실한 사람’ 등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기준으로 새누리당의 계파는 형성되고 있었다. 당 대표였던 김무성 전 의원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아 ‘비박’계에 속한 인물이었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비박계의 대표로 인식됐고, 박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등 갈등이 깊었던 상태였다. 

한편 최고위원 다수는 ‘친박’계가 차지하고 있었다. 당 대표와 갈등을 빚는 친박 의원들이 지도부에 공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지도부의 싸움은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고, 그때마다 유권자들은 계파 싸움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갔다.

결국 공천 문제를 앞두고 지도부의 파열음은 정점을 찍었다. 김 전 대표가 지도부 공천 방식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대표 직인 날인 거부 사태’를 저지른 것이다.

사공 많아
산으로 가

김 전 대표를 포함한 ‘비박’계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줄곧 주장해왔다. 이들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오픈 프라이머리라 불리는 ‘완전 국민경선제’ 카드를 꺼내들며 친박계를 압박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들에게 직접 투표권을 주고 가장 경쟁력있는 후보를 뽑아내겠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본인의 공천권을 지키려 한다’ ‘국민경선의 신빙성이 없다’ 등 친박계의 거센 반발을 들으며 오픈 프라이머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청와대 추천으로 등장한 이한구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대되며 ‘비박’계에 대한 학살 공천이 단행됐다.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의원과 유승민 전 대표 등 걸출한 인물들이 공천서 배제됐고, 비워진 자리에는 친박계 인물들이 들어섰다.

당내 싸움에서 패해 코너에 몰린 김 전 대표에게 유일하게 남은 수는 직인 날인 거부뿐이었다. 김 전 대표는 이재오·유승민 전 의원 등의 지역구가 포함된 선거구에 서명하지 않을 것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되는 3월25일 저녁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며 당 대표 옥새를 들고 본인의 지역구인 부산광역시 영도구로 가 버렸다.

선거법상 후보자 추천장에는 당인과 당 대표의 직인 날인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친박 쪽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계파 간 이권다툼으로 유권자들의 표가 팔려나가는 상황에 질렸던 유권자들은 결국 등을 돌렸다. 당초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했던 다수 언론의 예측과 달리 역대급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지역구 110석, 비례대표 13석을 가져오는 기염을 토해내며 국회 제1당으로 거듭났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역시 호남 등에서 표를 싹쓸이하며 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해 총 38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모든 경합지에서 패하면서 122석을 가져오는 데 그쳐야 했다.

사상 초유의 직인 날인 거부 사태는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다 이긴’ 선거를 계파 갈등으로 날려먹은 2016년 총선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때 지도체제가 단일성이었다면 이런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친문계 줄줄이 불출마
이 의원은 ‘마이웨이’

이 사건 이후로 정당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를 꺼려왔다. 체제 특성상 계파간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그때마다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해 양쪽의 싸움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정무회의 때마다 표가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인식은 아직 양당에 남아있다.

이런 배경에서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비박과 친박의 싸움만큼이나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간의 싸움이 거세다. 

당초 비명계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했을 때 친명에서 반대한 논리도 이것이었다. 식물 대표를 만들어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비명계 최고위원들이 이 의원을 견제할 것이고, 당내 통합은커녕 싸움만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란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 기류가 점차 바뀌고 있다. 친명계 쪽에서 집단지도체제 제안을 수락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 의원이 친명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세우는 계산까지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무리 집단지도체제라도 친명계 의원들이 지도부에서 다수를 차지한다면 이 의원은 비교적 수월하게 당을 장악할 수 있다. 대표 출마 명분과 당 장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거론되고 있는 최고위원직 후보군에는 다수의 친명계 의원이 포진돼있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파악한 최고위원직 후보군은 ‘처럼회’의 김남국·양이원영·이수진(동작을)·장경태·고민정 의원 등이다. 이외에도 4~5명의 인물이 더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총 10명 내외의 인물이 최고위원 선거에 대거 입후보할 예정이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 중 김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 이수진 의원 등은 이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세 명만 당선돼도 지도부는 친명 쪽에 유리하게 구성될 전망이다. 과반수 의결을 기본 룰로 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에서 이 의원을 포함한 네 명이 뜻을 모은다면 정무 처리는 친명계 입맛대로 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
결국 잡을까

이 의원은 최대한 모양새 좋게 당 대표로 선출되려 노력하는 중이다. 무턱대고 비명계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당내 통합을 이루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성공적으로 전대를 치른 뒤 당내 통합을 이뤄내고, 차기 대통령선거에 다시 한 번 출마하려 한다. ‘분당설’까지 나오고 있는 민주당의 내홍을 이 의원이 어떻게 해결할지 정계가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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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