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슈퍼카 사기’ 김재량 12년 도피생활의 끝

“케냐에 숨어 잘 먹고 잘 살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2010년 일어난 검은색 엔초 페라리 사고. 이 사고는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수십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생겼고, 그 중심엔 ‘김재량’이 있었다. 당시 김재량은 100억원이 넘는 사기 피해액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그의 근황이 최근 밝혀졌다. 

지난해 8월 인터넷 상에 한 사진이 이슈가 됐다. 사진의 내용은 차량 경매 정보. 슈퍼카의 대명사인 부가티와 코닉세그의 차량들이 경매로 올라온 것이다.

다시 수면위로
김재량은 누구?

희귀한 슈퍼카들이 국내에서 경매로 나왔다는 사실에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런 슈퍼카들이 경매에 나오게 된 경유에 대해 의구심이 커져갔다. 

공매로 나온 3대의 슈퍼카. 이 사건의 시작은 약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건. 부실 저축은행 15곳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사건으로, 당시 국내 금융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저축은행들 중 도민저축은행이란 곳이 있었다. 해당 은행의 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는 도민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자, 채권 회수를 위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 과정 중 한 창고에서 26대의 슈퍼카들을 발견하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슈퍼카들을 도민저축은행의 자산으로 구분해 압류했다.


예금보험공사는 26대의 슈퍼카 중 13대는 차량 소유주에게, 10대는 경매 및 공매를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사용했다. 그렇게 남은 차량 3대가 바로 앞서 언급했던 한 대의 부가티와 두 대의 코닉세그다. 해당 차량들이 뒤늦게 공매에 나온 이유는 차량에 얽혀 있던 법적 절차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당시 도민저축은행은 자기 자본금 비율이 약 1% 밖에 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결국 도민저축은행에 내려진 영업정지 처분은 채규철 도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채규철 도민저축은행 회장이 해당 차량들을 담보로 받고 불법대출을 해준 것이다. 

공매로 나온 슈퍼카 정체는?… 시작은 ‘김재량’
수십명 피해자 남기고 해외 도피… 미국? 홍콩?

슈퍼카를 담보로 대출금을 받아 간 사람은 김재량이었다. 김재량은 1977년생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수입차가 흔치 않았던 시절에도 벤츠를 비롯한 BMW 같은 차들을 타고 다닐 정도로 부유했고, 정계는 물론 연예인들까지 두루 친하게 지내며 강남에선 유명인사로 통했다. 

김재량은 다양한 슈퍼카들을 튜닝·수리하는 일과 국내로 직수입해 판매하는 일을 했다. 2003년 ‘소닉모터스’를 설립했고, 재벌2세, 연예인들이 많이 올 정도로 사업이 흥했다.

사업을 이어가던 중 김재량은 두바이에서 슈퍼카가 저렴하게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두바이에서 차량을 구매한 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실적으로 두바이에서 차량을 가져오기 불가능했던 김재량은 두바이 현지 관리자를 채용하게 된다. 막대한 현금이 오고 가야 하니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했고, 한인 목사 부부로 두바이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종교인을 선택했다. 


한인 목사는 차량 매물이 나올 때마다 리스트를 작성해 김재량에게 보내줬다. 그 규모만 30~40억원으로 알려졌다. 차량 대금을 치룬 김재량이었지만 차량이 영국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유한 집안에 사업 수익도 나쁘지 않았지만 30~40억이란 돈은 김재량에게도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이때부터 김재량은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기 시작한다. 사기로 인해 잃은 금액을 사기로 메꾸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사기엔 사기로
110억원 편취

김재량은 “차량의 원래 가격이 10억인데, 너에게만 싸게 주겠다”고 지인들을 속였다. 이런 식으로 차량 한 대를 5~6명에게 팔아 돈을 챙겼고 “차량에 문제가 생겼다. 부품은 주문 해놨고,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시간을 끌었다. 

김재량의 사기 행각은 끝나지 않았다. 당시 유명 연예인이 차량 수리를 위해 소닉 모터스에 방문했는데 그 차량을 다른 타인에게 판매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저질렀다. 

김재량은 당시 은행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요즘에는 1금융권, 2금융권을 막론하고 서로 전산을 공유해 고객의 신상정보와 신용정보를 알 수 있어 이 같은 사기가 발생하기 어렵다. 하지만 과거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금융사끼리 전산을 공유하지 않았다.

고객의 적합 여부를 파악하고 승인이 나야 대금을 지불하는 요즘 시스템과는 달리 금융계 쪽에서 차량 대금을 먼저 지급해야 하는 선송금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했다. 수많은 리스사에 심사를 넣었고 6곳에서 승인이 났다. 

김재량은 캐피탈에서 총 60억원의 돈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편취한 돈의 총액은 110억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재량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슈퍼카 3대를 담보로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채 회장을 통해 도민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까지 받았던 것이다. 

김재량은 자신이 몰던 엔초 페라리로 교통사고를 내게 된다. 이게 그 유명한 2010년 ‘검은색 엔초 페라리 사고’다. 이 사고는 당시 자동차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이후 김재량은 경찰이 오게 되면 자신의 사기 행각이 모두 들통날 것이라 판단했고, 차량을 버리고 곧바로 해외로 도주하게 된다. 

해외로 도피
묘연한 행적

국내 경찰의 요청으로 인해 인터폴의 수사망에도 올라갔지만 김재량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관련자들 사이에서 ‘미국, 홍콩 등의 나라에서 신분을 세탁한 뒤 조용히 살고 있다’는 추측만이 난무했다. 


이런 상황에 최근, 김재량의 충격적인 근황이 전해져왔다. 김재량이 몸을 숨긴 곳은 미국도 홍콩도 아닌 케냐였다. 김재량이 케냐로 몸을 숨긴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추측이 있지만, 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국내 경찰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케냐로 간 것이란 추측이 가장 유력하다.

케냐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A씨는 “김재량은 케냐에서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고위층 사람들과 잘 먹고 잘 사는 중”이라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케냐 현지에서 김재량은 유명인사다. 케냐에서 김재량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김재량 사건을 모른다. 김재량은 케냐의 정비소를 운영하는 등 많은 사업을 벌였다.

 A씨에 따르면 김재량은 케냐에서 ‘김재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재량은 고위급 관료들과 군 장성들과 함께하며 인맥을 키워갔다. 교회, 학교에 기부하며 본인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김재량은 한국 음식을 케냐 현지로 수입해 유통 판매하는 비즈니스 사업도 진행 중이다. 또 김재량 집의 가정부가 3명, 정원 관리사가 2명, 운전 기사와 일가족 수발을 드는 사람 약 10명이 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케냐서 호의호식? 지인이 전해온 충격적 근황
결국 ‘강제 송환’… 유튜버·인터폴·경찰의 합작


A씨에 따르면 김재량은 케냐 현지에서도 애스턴 마틴, 람보르기니, 벤틀리와 같은 외제차를 타고 김재량의 부인은 벤츠 SUV, 일제 승용차를 번갈아 갈아타고 있다. 또 김재량의 부인은 나이로비 현지에서 땅값이 비싼 핫플레이스의 부동산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김재량은 두 쌍둥이 아들을 학비가 1인당 매년 6000만원에 육박하는 사립학교에 보내왔다. 독일에 있는 외국인 학교로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합격, 김재량 일가는 독일로 이주해 아들의 학업을 마무리지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소재지까지 파악이 완료돼 많은 네티즌들은 ‘참교육’을 기다렸다. 하지만 김재량의 검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케냐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채결되지 않았기 때문. 김재량 스스로 걸어 나와 죗값을 받겠다고 자수하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으로 생각됐다.

A씨는 “케냐는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곳”이라며 “고위 관료들과의 인맥으로 김재량과 같은 범죄자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최근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에 ‘사기꾼 김재량, 강제소환되어 구속되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카라큘라 채널은 그동안 김재량의 사기행각에 대한 공론화와 검거를 위해 힘써왔다. 카라큘라 채널에 따르면 현재 김재량은 케냐 당국의 협조 아래 인터폴 요원, 한국 경찰청 외사국 수사관들에 의해 현지에서 긴급체포돼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결국 잡혔다
10여년 만에…

카라큘라 채널은 “그동안 끈질긴 추적으로 사기꾼 김재량이 케냐에 은신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영상을 통해 최초로 세상에 알렸으며 그동안 습득했던 모든 정보들을 수사기관에 제공해 김재량을 국내 강제송환시킬 것을 종용했다”며 “대한민국과 케냐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있지 않아 사건이 진척되지 못할 뻔 했지만 외교부 관계자와 인터폴, 경찰청 외사국, 카라큘라가 함께 의지를 불태우고 김재량 강제송환에 온 힘을 모아 결국 값진 결실을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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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