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면 사라지는 서울 택시 미스터리

11시 넘기면 집에 가긴 글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도시의 ‘밤’이 다시 길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도 어느덧 한 달째. 시간에 쫓기는 술자리 풍경도 이젠 옛말이다. 대중교통 운행이 대부분 끝난 자정 즈음이 되면, 대로변은 택시를 찾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택시 잡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서울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회식이 돌아온 요즘, 부쩍 택시 탈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택시를 잡는 데 짧아도 30분, 길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지나가는 택시뿐만 아니라 전화·앱 등을 총동원해도 마찬가지다.

회식은 부활
택시는 실종?

A씨는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택시를 타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맞지만, 택시 수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느낀다”며 “돈을 좀 더 줘야 하는 콜택시, 호출 앱 등을 써도 잡히질 않는다. 종로나 건대입구 같은 번화가에서 택시를 타려면 길 위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A씨 말대로, 최근 불거진 심야 택시 ‘대란’은 공급이 급감한 탓이 크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그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코로나 불황 때 업계를 떠난 인력은 돌아올 기미조차 없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택시 기사 수는 지난 2월 기준 23만9434명이다. 2년 전 26만1634명에 비해 8.4% 줄었다.


이 중 법인 택시 종사자 수는 같은 기간 9만6709명에서 7만4754명으로 22.7% 감소했다. 특히 수도권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서울 법인택시 기사는 2020년 2월 2만9203명에서 지난 2월 2만709명으로 감소했다. 불과 2년 만에 3분의 1이 줄어든 셈이다. 경기도청 역시 지난 2년간 관내 법인택시 기사가 26.5%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택시 법인들은 인력난 때문에 차량은 남아돌지만 ‘몰 사람’이 없는 웃지 못할 상황에 부닥쳤다. 법인택시를 정상 운행하기 위해서는 1대에 최소 1.5~2명 이상의 인원이 배치돼야 한다. 그런데 경기도의 택시 법인들은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차량당 평균 1.03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9년 차량당 1.4명 이상의 기사를 확보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서울시 내 법인택시 가동률은 30%대, 경기도는 40%대로 주저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야 택시 운행의 주축인 법인택시가 줄어든 것이 심야 교통난에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법인택시 기사의 이탈이 가속화된 표면적 원인은 코로나 유행에 따른 수입 감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기사들의 대규모 이탈은 더 근본적인 문제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택시 기사는 “단순히 코로나가 문제였다면, 어느 정도 수습된 지금 돌아오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거리두기가 풀린 지 한 달째에, 택시가 부족하다는 말이 많은데도 복귀자가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법인택시 기사들의 수입은 노동 강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제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일명 ‘사납금’ 제도와 그 잔재 때문이다.

심야 택시 ‘대란’…발 묶인 시민들
변변찮은 수입에 택배·배달로 이탈


사납금은 기사가 운행이 끝나면 회사에 가져다줘야 하는 돈이다. 주간 운행 시 12만~14만원, 야간은 15만~17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사납금을 다 채워주지 못하면 임금이 깎인다. 다 채운다고 해서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실제 근로시간을 따져보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법인택시 기사의 처우 문제가 지속적으로 도마에 오르자, 공공 주도로 ‘전액관리제’라는 개선책이 등장했다. 하지만 개선 효과는 미미했고, “이름만 바꿨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개악’이라고 혹평했다. 전액관리제는 일 단위 납부가 원칙인 사납금을 월 단위 목표액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목표액을 채운 기사는 일정 월급과 유류부가세 등을 받아간다’는 큰 틀은 유지됐다. 대신 기본급이 이전보다 소폭 올랐다. 대신 목표액이 기존 사납금보다 높은 경우도 빈번했고, 초과금은 회사와 6대4로 나누게 됐다. “수입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여기에 코로나발 불황까지 겹쳐지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배달·택배 등 수입이 더 높은 업종으로 이탈했다. 

법인택시를 거쳐 개인택시를 5년째 몰고 있다는 B씨는 “노동강도는 배달이나 택배가 더 높을 수도 있겠지만, 벌이 차이가 그 이상”이라며 “남은 기사들은 대부분 고령이라 떠나고 싶어도 못 가는 것이다. 갈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다 갔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급한 대로 개인택시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는 운행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심야 운행 선호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 여러 곳이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당근’을 내걸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오후 5시~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운행하는 근무조 ‘심야9조’를 모집했다. 유가보조금 지원, 서울시 인센티브 제공 등 각종 혜택도 내세웠다. 

당근 걸어도
묵묵부답

그럼에도 서울시는 당초 목표인 5000대 모집에 실패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다시 기사들에게 안내문을 보내는 등 참여 독려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서울시는 지난 12일부터 ‘해피존’을 운영하고 있다. 해피존이란 매주 목·금요일 저녁 10시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시민들의 택시 승차를 돕는 임시 택시 승차대다. 해피존에서 승객을 태운 택시기사는 1만원 안팎의 추가 운임을 제공받는다.

서울시는 다음달 3일까지 종로·신촌·강남 등 택시 수요가 몰리는 주요 지역에 해피존을 설치하고 택시 운행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교통난을 호소하는 사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B씨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없다”며 “큰 병에 걸린 환자한테 진통제만 주면 환자가 낫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B씨 설명에 따르면 개인택시가 심야 운행 참여에 소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기사 대부분이 고령층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야 운행에 따른 체력적 부담이 더 심할뿐더러, 사고 위험 역시 크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부산의 대형마트 주차장 5층에서 벌어진 택시 추락 사고도 70대 운전자의 조작 과실로 벌어진 일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발생한 택시 사고 중 65세 이상의 기사가 낸 사고 비중은 46%였다. 2015년 수치의 두 배에 달한다.

취객 등으로 심야 운행 도중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점도 이들이 심야 운행을 꺼리는 이유다. 취객의 택시 기사 폭행은 잊을 만하면 다시 반복되고 있고, 피해자들은 대부분 고령의 기사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젊은 여성 1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지난달 22일 오후 9시15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서 60대로 추정되는 택시 기사에게 발길질을 하고 멱살을 잡아 업어치기를 시도하는 등 폭행했다. 그는 당시 만취 상태였다.

본질 빼먹고
사후 약방문


B씨는 “기사 고령화 부추기고, 젊은 기사들 유입 막은 게 서울시”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그러고는 이제 와 저런 미봉책이나 남발하고 있다”며 “사고 날까 두렵고, 혹시 맞진 않을까 무서워서 안 한다는 사람들이 돈 몇 푼 더 준다고 잘도 나서겠다”고 비꼬았다.

B씨 주장을 종합하면, 개인택시 고령화 현상 역시 ‘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서울시의 과도한 규제와 역차별이 고령화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개인택시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부제 시행, 택시 총량제, 번호판 판매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더 나아가 기사들은 기본요금·심야 할증 요금 규정도 사실상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내 개인택시는 가~다 및 라(일요일)·9조(야간)으로 나뉘어 운행 중이다. 개인택시들은 부제에 따라 이틀 운행 후 하루를 무조건 휴식해야 한다. 서울시는 “과도한 운행에 따른 사고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우지만, 설득력이 높진 않다.

일관성이 없는 탓이다. 부제는 지자체별로 시행 여부가 천차만별인데다 법인·플랫폼 택시는 적용 대상도 아니다.

B씨는 “서울 택시는 안 쉬면 사고 나고, 경기도 구리 택시는 안 나느냐”며 “엄연히 따지자면 우리는 1억원 주고 번호판 사서 사업하는 개인사업자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자의적으로 휴무일을 정하고 이를 강요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개인택시를 시작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택시 대수의 상한선을 정해두는 ‘택시 총량제’ 때문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이 ‘자리’를 얻기 위해 1억여원을 들여 번호판을 구매한다. 하지만 플랫폼 택시는 국토교통부에 40만원 가량의 기여금만 내면 영업면허를 받을 수 있고, 택시 총량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개인택시, 역차별·탁상공론에 몸살
지자체, 업계 고질병 해결책 고심

또한 서울시에는 ‘60세 미만은 번호판을 산 뒤 5년 이내에 다시 팔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큰 수입을 기대하기도 어려운데 목돈까지 5년 동안 꼼짝없이 묶이는 상황. “서울시가 젊은 기사 유입을 막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택시도 법인택시처럼 젊은 기사들은 다른 업종으로 빠져나가고, 비교적 고령으로 다른 일을 하기 힘든 사람들만 남는 추세다. 현재 서울 내 개인택시 기사 평균 연령은 64.5세를 넘어선다.

이렇듯 택시업계는 개인·법인 가릴 것 없이 낮은 수입·인력 이탈과 고령화·플랫폼 택시와의 경쟁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중이다. 지자체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대구·양양 등 일부 지자체는 기사 수입 증대를 위해 기본요금 인상을 검토·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중형 택시의 심야 할증 적용 시간을 밤 12시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심야 할증 제도 정비는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기본요금은 2019년부터 동결된 상태다.

반면 플랫폼 택시는 이미 수익성 제고에 성공했다. 탄력요금제 적용 등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들이 운행하는 대형택시·프리미엄 택시 등은 수요에 따라 요금을 3배까지 할증해 받을 수 있다. 일반 택시는 ‘심야에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시외로 나간다’는 억지 가정에도 최대 40% 할증까지만 가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가고, 그 자리를 플랫폼 택시가 빠르게 메워나가는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여파가 승객에게까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승객은 이들의 선의의 경쟁을 응원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야 합리적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누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택시 산업이 무력하게 패퇴하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플랫폼들이 택시 시장을 쥐고 흔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게 된다면 교통난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택시는 지난해 여름 호출비를 최대 5000원까지 인상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며 “강한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긴 했지만, 언제 다시 시도해도 이상하지 않다. 업계 내 경쟁이 사라진다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웃는 자는
플랫폼뿐?

이어 “숱한 논란으로 기존 택시에 대한 시민들 시선이 부정적인 것은 안다”면서도 “그래도 이들이 대항마로 남아줘야 시민 입장에서도 좋은 거다. 시민들이 기사 처우 개선과 제도 정비에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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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