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면 사라지는 서울 택시 미스터리

11시 넘기면 집에 가긴 글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도시의 ‘밤’이 다시 길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도 어느덧 한 달째. 시간에 쫓기는 술자리 풍경도 이젠 옛말이다. 대중교통 운행이 대부분 끝난 자정 즈음이 되면, 대로변은 택시를 찾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택시 잡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서울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회식이 돌아온 요즘, 부쩍 택시 탈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택시를 잡는 데 짧아도 30분, 길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지나가는 택시뿐만 아니라 전화·앱 등을 총동원해도 마찬가지다.

회식은 부활
택시는 실종?

A씨는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택시를 타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맞지만, 택시 수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느낀다”며 “돈을 좀 더 줘야 하는 콜택시, 호출 앱 등을 써도 잡히질 않는다. 종로나 건대입구 같은 번화가에서 택시를 타려면 길 위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A씨 말대로, 최근 불거진 심야 택시 ‘대란’은 공급이 급감한 탓이 크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그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코로나 불황 때 업계를 떠난 인력은 돌아올 기미조차 없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택시 기사 수는 지난 2월 기준 23만9434명이다. 2년 전 26만1634명에 비해 8.4% 줄었다.


이 중 법인 택시 종사자 수는 같은 기간 9만6709명에서 7만4754명으로 22.7% 감소했다. 특히 수도권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서울 법인택시 기사는 2020년 2월 2만9203명에서 지난 2월 2만709명으로 감소했다. 불과 2년 만에 3분의 1이 줄어든 셈이다. 경기도청 역시 지난 2년간 관내 법인택시 기사가 26.5%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택시 법인들은 인력난 때문에 차량은 남아돌지만 ‘몰 사람’이 없는 웃지 못할 상황에 부닥쳤다. 법인택시를 정상 운행하기 위해서는 1대에 최소 1.5~2명 이상의 인원이 배치돼야 한다. 그런데 경기도의 택시 법인들은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차량당 평균 1.03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9년 차량당 1.4명 이상의 기사를 확보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서울시 내 법인택시 가동률은 30%대, 경기도는 40%대로 주저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야 택시 운행의 주축인 법인택시가 줄어든 것이 심야 교통난에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법인택시 기사의 이탈이 가속화된 표면적 원인은 코로나 유행에 따른 수입 감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기사들의 대규모 이탈은 더 근본적인 문제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택시 기사는 “단순히 코로나가 문제였다면, 어느 정도 수습된 지금 돌아오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거리두기가 풀린 지 한 달째에, 택시가 부족하다는 말이 많은데도 복귀자가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법인택시 기사들의 수입은 노동 강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제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일명 ‘사납금’ 제도와 그 잔재 때문이다.

심야 택시 ‘대란’…발 묶인 시민들
변변찮은 수입에 택배·배달로 이탈


사납금은 기사가 운행이 끝나면 회사에 가져다줘야 하는 돈이다. 주간 운행 시 12만~14만원, 야간은 15만~17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사납금을 다 채워주지 못하면 임금이 깎인다. 다 채운다고 해서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실제 근로시간을 따져보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법인택시 기사의 처우 문제가 지속적으로 도마에 오르자, 공공 주도로 ‘전액관리제’라는 개선책이 등장했다. 하지만 개선 효과는 미미했고, “이름만 바꿨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개악’이라고 혹평했다. 전액관리제는 일 단위 납부가 원칙인 사납금을 월 단위 목표액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목표액을 채운 기사는 일정 월급과 유류부가세 등을 받아간다’는 큰 틀은 유지됐다. 대신 기본급이 이전보다 소폭 올랐다. 대신 목표액이 기존 사납금보다 높은 경우도 빈번했고, 초과금은 회사와 6대4로 나누게 됐다. “수입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여기에 코로나발 불황까지 겹쳐지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배달·택배 등 수입이 더 높은 업종으로 이탈했다. 

법인택시를 거쳐 개인택시를 5년째 몰고 있다는 B씨는 “노동강도는 배달이나 택배가 더 높을 수도 있겠지만, 벌이 차이가 그 이상”이라며 “남은 기사들은 대부분 고령이라 떠나고 싶어도 못 가는 것이다. 갈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다 갔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급한 대로 개인택시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는 운행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심야 운행 선호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 여러 곳이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당근’을 내걸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오후 5시~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운행하는 근무조 ‘심야9조’를 모집했다. 유가보조금 지원, 서울시 인센티브 제공 등 각종 혜택도 내세웠다. 

당근 걸어도
묵묵부답

그럼에도 서울시는 당초 목표인 5000대 모집에 실패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다시 기사들에게 안내문을 보내는 등 참여 독려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서울시는 지난 12일부터 ‘해피존’을 운영하고 있다. 해피존이란 매주 목·금요일 저녁 10시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시민들의 택시 승차를 돕는 임시 택시 승차대다. 해피존에서 승객을 태운 택시기사는 1만원 안팎의 추가 운임을 제공받는다.

서울시는 다음달 3일까지 종로·신촌·강남 등 택시 수요가 몰리는 주요 지역에 해피존을 설치하고 택시 운행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교통난을 호소하는 사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B씨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없다”며 “큰 병에 걸린 환자한테 진통제만 주면 환자가 낫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B씨 설명에 따르면 개인택시가 심야 운행 참여에 소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기사 대부분이 고령층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야 운행에 따른 체력적 부담이 더 심할뿐더러, 사고 위험 역시 크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부산의 대형마트 주차장 5층에서 벌어진 택시 추락 사고도 70대 운전자의 조작 과실로 벌어진 일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발생한 택시 사고 중 65세 이상의 기사가 낸 사고 비중은 46%였다. 2015년 수치의 두 배에 달한다.

취객 등으로 심야 운행 도중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점도 이들이 심야 운행을 꺼리는 이유다. 취객의 택시 기사 폭행은 잊을 만하면 다시 반복되고 있고, 피해자들은 대부분 고령의 기사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젊은 여성 1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지난달 22일 오후 9시15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서 60대로 추정되는 택시 기사에게 발길질을 하고 멱살을 잡아 업어치기를 시도하는 등 폭행했다. 그는 당시 만취 상태였다.

본질 빼먹고
사후 약방문


B씨는 “기사 고령화 부추기고, 젊은 기사들 유입 막은 게 서울시”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그러고는 이제 와 저런 미봉책이나 남발하고 있다”며 “사고 날까 두렵고, 혹시 맞진 않을까 무서워서 안 한다는 사람들이 돈 몇 푼 더 준다고 잘도 나서겠다”고 비꼬았다.

B씨 주장을 종합하면, 개인택시 고령화 현상 역시 ‘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서울시의 과도한 규제와 역차별이 고령화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개인택시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부제 시행, 택시 총량제, 번호판 판매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더 나아가 기사들은 기본요금·심야 할증 요금 규정도 사실상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내 개인택시는 가~다 및 라(일요일)·9조(야간)으로 나뉘어 운행 중이다. 개인택시들은 부제에 따라 이틀 운행 후 하루를 무조건 휴식해야 한다. 서울시는 “과도한 운행에 따른 사고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우지만, 설득력이 높진 않다.

일관성이 없는 탓이다. 부제는 지자체별로 시행 여부가 천차만별인데다 법인·플랫폼 택시는 적용 대상도 아니다.

B씨는 “서울 택시는 안 쉬면 사고 나고, 경기도 구리 택시는 안 나느냐”며 “엄연히 따지자면 우리는 1억원 주고 번호판 사서 사업하는 개인사업자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자의적으로 휴무일을 정하고 이를 강요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개인택시를 시작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택시 대수의 상한선을 정해두는 ‘택시 총량제’ 때문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이 ‘자리’를 얻기 위해 1억여원을 들여 번호판을 구매한다. 하지만 플랫폼 택시는 국토교통부에 40만원 가량의 기여금만 내면 영업면허를 받을 수 있고, 택시 총량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개인택시, 역차별·탁상공론에 몸살
지자체, 업계 고질병 해결책 고심

또한 서울시에는 ‘60세 미만은 번호판을 산 뒤 5년 이내에 다시 팔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큰 수입을 기대하기도 어려운데 목돈까지 5년 동안 꼼짝없이 묶이는 상황. “서울시가 젊은 기사 유입을 막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택시도 법인택시처럼 젊은 기사들은 다른 업종으로 빠져나가고, 비교적 고령으로 다른 일을 하기 힘든 사람들만 남는 추세다. 현재 서울 내 개인택시 기사 평균 연령은 64.5세를 넘어선다.

이렇듯 택시업계는 개인·법인 가릴 것 없이 낮은 수입·인력 이탈과 고령화·플랫폼 택시와의 경쟁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중이다. 지자체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대구·양양 등 일부 지자체는 기사 수입 증대를 위해 기본요금 인상을 검토·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중형 택시의 심야 할증 적용 시간을 밤 12시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심야 할증 제도 정비는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기본요금은 2019년부터 동결된 상태다.

반면 플랫폼 택시는 이미 수익성 제고에 성공했다. 탄력요금제 적용 등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들이 운행하는 대형택시·프리미엄 택시 등은 수요에 따라 요금을 3배까지 할증해 받을 수 있다. 일반 택시는 ‘심야에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시외로 나간다’는 억지 가정에도 최대 40% 할증까지만 가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가고, 그 자리를 플랫폼 택시가 빠르게 메워나가는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여파가 승객에게까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승객은 이들의 선의의 경쟁을 응원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야 합리적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누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택시 산업이 무력하게 패퇴하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플랫폼들이 택시 시장을 쥐고 흔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게 된다면 교통난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택시는 지난해 여름 호출비를 최대 5000원까지 인상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며 “강한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긴 했지만, 언제 다시 시도해도 이상하지 않다. 업계 내 경쟁이 사라진다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웃는 자는
플랫폼뿐?

이어 “숱한 논란으로 기존 택시에 대한 시민들 시선이 부정적인 것은 안다”면서도 “그래도 이들이 대항마로 남아줘야 시민 입장에서도 좋은 거다. 시민들이 기사 처우 개선과 제도 정비에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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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