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기도지사 소름 돋는 평행이론

‘승부는 이미 끝났다?’ 소문은 현실이 될까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올해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같은 해에 치러지는 기묘한 해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선의 아픔을 떨치기 전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승리의 기쁨을 씻어내기 전에 또 다른 승부를 준비해야 한다. 두 당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지역은 경기도지사 선거로, 이를 두고 요즘 정계에는 재미있는 소문이 떠돈다. 경기도지사와 대통령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소문이다. 이 소문은 과연 현실이 될까. 현실이 된다면 누가 웃을 수 있을까.

정계만큼 징크스를 신경 쓰는 곳도 많지 않다. 정치인은 선거에서 한 번 지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기 때문에 당선에 사활을 건다. 선거의 파이가 크면 클수록 패배의 타격은 커진다. 이 때문에 몇몇 정치인은 거액을 주고 정치 컨설턴트를 찾아가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정치인은 무속인에게 미래를 점쳐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가장 ‘많은’
가장 ‘첨예’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에 정치인은 이런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정치권에 떠도는 징크스는 웬만해서는 깨지지 않는 탓에 그동안 징크스는 어떤 후보에게는 ‘믿을 구석’으로, 또 다른 후보에게는 ‘불안요소’로 작용해왔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여의도에서는 이번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후보들이 주목할만한 징크스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바로 대통령과 경기도지사 간의 상관관계다. 이번 지방선거 판세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는 정치 컨설턴트들은 일찌감치 경기도지사 선거에 주목한 바 있다.

현재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고, 또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대표하는 단체장이 걸린 선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경기도 지역에서 민주당이 유리할지, 국민의힘이 유리할지 계산에 들어갔고, 각 당의 후보로 나온 인물들의 경쟁력과 홍보 방법 등을 분석해 이런저런 전략을 내놓고 있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분석은 역대 도지사들의 정당과 대통령의 정당 간의 상관관계다. 

이 분석에 따르면,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작된 이래로, 경기도지사들은 대부분 대통령과 같은 당 후보가 당선됐다. 경기도의 유권자들은 보통선거를 지방선거가 시작될 때 당시 대통령과 같은 당의 경기도지사를 선택해왔다.

다만 같은 당이라고는 해도 대통령과의 관계는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다른 계파의 사람이 후보여도, 혹은 직접적으로 대통령과 대립한 인물이어도, 경기도민들은 대통령의 ‘당 사람’에게 표를 찍어줬다.

경기도민들은 아무리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후보여도 ‘여당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후보를 주로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당선된 2018년 지방선거가 대표적인 예다. 이 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하던 2018년 도지사에 당선됐다. 2016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온 민주당은 이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연이어 승리했다. 사실 민주당의 이런 대세 속에서 이 고문이 도지사로 당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시 그의 승리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가 문 대통령과 상당히 대립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의 민주당 내 영향력은 매우 컸다. 총선 승리와 대선 승리를 견인한 문 대통령에게 민주당 인사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그와 가까워지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 고문은 그런 문 대통령과 법정 시비까지 가는 등 극한의 대립을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 대통령을 지나치게 공격했던 탓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 거세게 문 대통령을 공격했던 이 고문은 경선 패배 후 ‘친문’파의 거센 비난을 들어야 했고, 이는 곧 ‘친문’ 인사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당내 갈등은 대법원까지 가서야 봉합됐다. 그는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 선고를 받는 등 곤혹을 치러야 했다.

‘정권 따라’ 여당에 우호적인 경기도민
역대 경기지사는 대부분 대통령과 대립

당선 과정도 쉽지 않았다. 성남시장을 10년간 지냈던 이 고문에게 경기도지사 선거가 매우 ‘쉬운’ 선거였음에도 문 대통령과의 관계가 좋지 못했던 탓에 경선 통과와 본선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던 분위기였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도지사에 당선된 이 고문을 두고 정계 전문가들은 ‘여당’이었기 때문에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그 이전의 예는 남경필·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있다.

이 고문 직전의 경기도지사였던 남 전 지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당이었다. 이른바 ‘소장파’로 소신 있는 정치를 해오던 그는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을 일컫는 이른바 ‘친박’(친 박근혜)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아니었다.

남 전 지사는 경남여객을 소유한 집안을 배경으로 수원에서 ‘유지’로 인식되고 있었고, 경기도민들은 한 평생을 경기도에서 보낸 남 전 지사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15~19대까지 수원 팔달구와 수원병 등에서만 내리 5선을 지낸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한 남 전 지사에게도 경기도지사 선거는 매우 쉬운 선거처럼 보였다.

그는 결국 본인의 탄탄한 입지에 힘입어 지사까지 당선됐다. 당선 후에 뚜렷한 성과물도 내놨는데 임기 2년 동안 일자리 30만개를 창출해냈다.

그러나 이후 최순실 국정 농단이 터지면서 그의 정치 여정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정 농단에 책임지지 않는 박 전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 전 지사는 두 번째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하며 정계 은퇴 수순을 밟았다.

남 전 지사는 박 전 대통령 때문에 당선은 되지 않았고, 재임 중에도 그의 덕은 하나도 보지 않았다. 오히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당에 반발해 재임 중 ‘여당’ 타이틀을 내려놓기에 이르렀고, 재선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당시 민주당의 이 고문과 싸우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이 고문과 남 전 지사처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또한 당시 같은 당 소속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극한의 대립을 펼친 바 있다.

사실 김 전 지사가 처음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2006년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이었다. 그러나 임기 말 레임덕에 시달리던 참여정부의 지지율은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고, 이는 당시 여권의 단일후보였던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패배로 이어졌다.


참여정부의 반대 급부에 힘입어 당선된 김 전 지사는 당보다는 개인의 역량에 많이 치중한 정치를 펼쳤다. 정계에선 행정과 정치 모두를 병행한 유일한 도지사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과 대립?
여당이면 충분!

당시 여의도는 그를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지사임에도 개인에 치중한 정치 행보를 보여 ‘임기 후 차기 대선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모아졌다.

김 전 지사는 그들의 의심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갔다. 대권주자로 커나가는 데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그는 임기를 막 시작한 이 전 대통령에게 ‘배은망덕한 정부’ ‘송산당적발상’ ‘되놈보다 더하다’는 등 정치적 비난을 퍼부으며 본격적으로 ‘적’이 될 것을 선언했다. 당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발언이 상궤를 넘는다는 지적이 있어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그의 발언을 비판했다.

김 전 지사가 대립각을 세운 시기는 이명박정부의 ‘선 지방 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란 지역별 균형발전 계획이 발표된 후였다.


경기도지사 입장에서 수도권의 ‘후 규제완화’는 김 전 지사의 공약을 이행시키는 데 방해되는 걸림돌이었다. 당시 그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과 국립종합대 설립 등 굵직한 건설사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기에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본인이 내놓은 공약 대부분을 이행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본인의 공약 때문에, 그리고 후의 대권 도전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김 전 지사는 계속해서 이 전 대통령의 청와대를 공격했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더니 재선에 도전할 쯤인 2010년에는 사사건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결국 청와대 측에서 “돌출 발언으로 자신의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치기가 엿보인다”며 “자중하면서 본업인 경기도 도정부터 잘 챙겨달라”고 정면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과 경기도지사는 이처럼 앙숙관계인 채로 수십년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에 치러지는 경기도지사 선거는 그간의 대통령-경기도지사 관계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윤심’ 업고
‘명심’ 지고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대권후보들과 친밀한 관계에서 선거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오히려 누가 더 대권후보와 친한지를 겨루는 모양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에서는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김은혜 의원이 선출됐다. 그는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 직전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변인을 맡으며 ‘윤심’의 대표격인 사람이었다.

초선 의원이었던 그가 경기도지사라는 무거운 자리에 출마한 것을 두고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나 경선이 시작되며 그들은 김 의원의 출마를 납득할 수 있었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국민의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자객’인 김 의원이 윤핵관 측으로부터 발탁돼 출마했다고 전해진다. 경기도지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어가겠다는 윤 대통령 측의 의도가 엿보이는 행보였다.

실제로 국민의힘 경선에서 여론조사에서 다소 밀리던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지원 아래 당원투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경선을 통과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윤 대통령이 만들어준 경기도지사 후보인 셈이다. 또 다른 거대 양당인 민주당의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도 마찬가지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 도중에 수차례 토론을 벌이며 이 고문과 친분을 쌓았다. 토론이 지난 얼마 후 이 고문과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며 그의 선거운동을 도운 바 있다. 

김-김, 대권후보들 지원사격
손학규 유일한 야권 당선 사례

지난 3월2일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오늘부터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겠다”고 공식 선언하자, 이 후보는 “김 후보님의 여러 좋은 공약을 잘 엮어 내겠다. 희망과 통합의 정치에 대한 김 후보님의 강한 의지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 화답했다.

이때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후보는 처음 출마 선언 때부터 이 고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의 선거 캠프에는 이 고문이 대선후보 시절 함께 일했던 인력이 대거 포함되어 일하고 있다. 최창민 공보팀장을 비롯, 이 고문의 측근에서 활동했던 김용 전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현재 김동연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서도 김 후보는 ‘친이(친 이재명)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경선에서 압승했다. 당초 1차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기 힘들 거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50.67%의 표를 얻은 것이다.

경기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졌던 안민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 조정식 의원의 특표를 모두 합해도 김 후보의 득표율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같이 대권후보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경선을 통과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과 민주당 김동연 후보를 두고 윤 대통령과 이 고문의 2차전이라는 평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는 선거에 어떻게 작용할까. 선거 전문가들은 김 의원에게는 ‘유리하게’, 김 후보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민들이 그동안 여당에 우호적인 투표를 했던 배경에는 “대통령과 같은 당이라면 우리 지역에 도움이 될 거야”라는 기대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대선에서 이긴 국민의힘 측이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모든 경기도지사가 여당에서만 배출된 것은 아니다. 김 전 지사의 전임이었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당선될 당시(2002년)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시절이었다. 같은 해에 치러진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반면 손 전 지사는 당시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손 전 지사의 경기도지사 당선은 유일하게 야권 후보가 여권 후보를 이긴 기록으로 남아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측근 비리와 옷 로비 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으며 지지율 하향곡선을 타고 있었고, 민주당에서도 뚜렷한 차기 대권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당시 민주당의 좋지 못한 분위기는 현재의 국민의힘과 닮아있다. 차기 정권 치고 지지율이 역대급으로 낮게 나오고 있는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청와대 이전 문제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야권의 경기도지사 후보였던 손 전 지사는 이 틈을 잘 파고들어 당선된 전례를 남겼다. 대선이 맞물려 있으면서 여권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됐을 때 당선된 것이다.

김 의원의 ‘여권 프리미엄’을 강조한 한 선거 전문가는 김 후보의 선거전략이 당시 손 전 지사와 흡사하다고 지적하며 “해볼만한 승부”라고 평가했다. 아무리 여권에 호의적인 표 성향을 띠는 경기도 유권자라도 현재 분위기에서 김 의원에게 몰표를 찍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물 자체만 보더라도 30년간 관료로 일했고,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김 후보가 초선의 김 의원보다 더 낫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요즘 조사되고 있는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대선 데자뷰
아무도 몰라

지난 대선 때처럼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를 장담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경기도지사 여론조사가 대선 한 달 전에 조사됐던 여론조사 수치와 거의 흡사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 고작 25만표 차이로 갈린 초박빙 선거로 끝났던 것처럼, 양당은 경기도지사 선거도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 ‘여권 프리미엄’과 ‘인물론’의 승부는 6월1일이 지나서야 승부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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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