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몰랐던 총수 송치형 두나무 의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5.02 15:50:08
  • 호수 13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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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44위 코인 재벌 ‘누구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자산 10조가 넘는 두나무가 성장하는 데 있어 창업주 송치형 의장의 공이 크다. 스타트업 창업신화를 쓴 송 의장의 마법은 무엇일까.

‘최초’라는 단어만큼 화려한 수식어는 많지 않다. 최초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뜻이다. 한 분야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으려면 남들은 가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가상자산 최초
상출제한집단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최초로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열풍에 힘입어 사업이익과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자산총액이 약 10조8225억원으로 늘어 가상자산 거래 주력집단 중 최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됐다. 재계 순위로는 44위다.

지정자료(공정위가 매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동일인으로부터 받는 계열사·친족·임원·계열사의 주주현황 등의 자료) 제출 의무를 지는 두나무의 동일인으로는 송치형 의장이 지정됐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과 상출제한집단을 나누어 지정한 2017년 이래 대기업집단 지정을 건너뛰고 단숨에 상출제한 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두나무가 첫 사례다.

공정위는 고객 예치금 약 5조8120억원을 두나무의 자산으로 봐야 하는지를 검토했다. 두나무가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금융·보험업이 아닌 정보서비스업 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자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회계기준원 자문 등도 이번 결정의 근거가 됐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을 산정할 때 비금융·보험사는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상 합산해 결정하고 금융·보험사는 자본금 또는 자본총액 중 큰 금액으로 결정해 간주한다. 고객 예치금을 제외 자산이 5조원을 넘어 두나무는 대기업집단 지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고객의 코인은 두나무가 갖게 되는 경제적 효익이 없어 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제외했지만, 고객 예치금은 두나무 통제하에 있고 그로부터 경제적 효익을 두나무가 얻고 있어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되더라도 채무보증이나 순환출자가 없어서 현재로선 사업 운영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을 (두나무가)공정위에 표명했다”며 “14개 계열사 중 사익편취 행위 규제 대상이 있는지는 이달 말까지 관련 자료를 받아본 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나무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으로 바로 올라선 데는 업비트의 고속성장 영향이 크다.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업비트는 시장점유율 80% 수준까지 차지했다. 

두나무는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 성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90%에 가깝다. 직원 1인당 연봉은 3억9200만원으로 주요 증권사를 훌쩍 뛰어넘었다.

두나무는 지난 3월31일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매출) 3조7046억원, 영업이익 3조27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두나무의 실적은 지난해 불어닥친 코인 투자 열풍으로 크게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866억원)과 비교해 무려 3600% 넘게 증가했다.

두나무가 기록한 영업이익률 88.3%는 이례적인 수치다. 일반적인 기업으로서는 달성하기 어렵다.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달성한 현대백화점(3조5725억원)의 영업이익은 264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3조15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도 영업이익은 1조4855억이었다.

영업이익률 88.3% 이례적 수치
지나치게 높은 마진율 효과 톡톡

일각에서는 두나무에 지나치게 높은 마진율이 나온 건 업비트가 암호화폐 결제·매매·예탁 등 시장의 기능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식시장의 경우 해당 기능들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법에 따라 여러 기관에 분산돼있다. 

하지만 아직 업권법조차 없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코인 거래소가 그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한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상충되는 기능을 거래소가 모두 독점하고 있어 감시·견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마진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두나무 영업이익은 4대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지주(2조5879억원)와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4조원을 넘었고, 하나금융 또한 처음으로 3조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걸 감안하면 두나무의 성장세가 매섭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는 업비트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금융보험업과 마찬가지로 고객예치금(고객자산)은 자산총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업 회사의 경우 자본금 또는 자본총액 중 큰 금액을 기준으로 대기업집단 해당 여부를 결정한다.

두나무의 고공행진은 임직원을 돈방석에 앉게 했으며 송 의장을 재벌 오너 반열에 오르게도 했다. 지난달 5일 두나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송 의장을 비롯한 등기이사 3명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198억9849만8000원으로, 보수 한도 200억원을 꽉 채웠다.

송 의장은 급여 24억1380만원에 상여금 74억4166만6000원을 더해 총 98억5546만6000원의 보수를 받았다. 

두나무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결정한 배당총액은 약 2000억원(주당 5768원)이다. 이에 따라 지분 25.66%(889만6400주)를 가진 송 의장은 513억1443만5200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두나무 임직원의 지난해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3억9293만9000원으로 빗썸의 직원 평균 연봉(1억1800만원)보다 3.3배가량 앞섰다.

이처럼 두나무가 돈방석에 앉게 된 것은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 수익으로 폭리를 취한 덕분이다.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사고팔 때마다 정해진 수수료율에 맞게 받는 구조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 수수료 역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매출·영업익
3조원 돌파

스타트업 신화로 알려진 송 의장은 지난해 10월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콘서트’ 서울대편에 나와 ‘스타 비즈니스 만들기’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송 의장이 외부 강연·토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 의장은 자신의 창업 성공 비결에 대해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탐색 기간이 너무 길면 동료들이 지친다”며 “사업 성공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3년 내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끈기와 우직함과 함께 실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끊고 돌아가는 유연성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지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회복 탄력성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작은 부자는 노력이 만들고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든다”며 “사업의 성패는 시장의 비어있는 공간 찾기 여부에 달려 있는데, 변화의 시기에는 비어있는 공간이 많고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업비트를 설립할 때도 2009년 비트코인이 나오는 등 암호화폐 시장 초기라 기회가 컸었고 끊임없는 서비스 개선과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변화가 많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1등 사업자가 되는 것이 ‘스타 비즈니스’를 만드는 핵심 노하우라는 것이다. 

송 의장은 “이 과정에서 시장을 보는 안목을 갖추고 훌륭한 팀원과 주변 조력자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다만 CEO가 창업 초기 좋은 제품과 서비스라는 핵심에 집중하지 않고 네트워크 확대나 벤처캐피털(VC)과의 미팅에 주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의장은 충청남도 공주 출생으로 충남과학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고 경제학부를 부전공했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할 생각이었지만 정보기술(IT) 기업 다날에서 병역특례로 병역 의무를 대신하면서 휴대폰 결제 시스템 등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송 의장은 IT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 휴대폰 불법 결제 사건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다날 근무 당시 불법 결제 패턴을 찾아 방지하는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 한국과 중국에 적용했다. 송 의장은 IT 시스템 개발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3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일에 재미를 느껴 진로를 바꿨다. 

병역 복무를 마치고 컨설팅 회사인 이노무브에 입사했다. IT 관련 개발 업무과 일반 기업의 새 수익모델을 찾는 일을 하다가 2011년 말 두나무를 설립했다. 동문인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과 서울대 컴퓨터연구소 내 사무실을 얻었다. 

초기 두나무는 가상자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송 의장은 당시 8개의 아이템으로 서로 다른 비즈니스를 실행해보고 가장 괜찮은 것으로 사업을 해보자는 계획이었다. 전자책(E-book) 플랫폼 사업으로 시작해 업계 순위 10위에 올랐지만, 매출이 신통치 않아 접었다. 

이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뉴스를 모아 추천해주는 ‘뉴스메이트’ 모바일 미디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IT 벤처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비슷한 경쟁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야 했다. 

2011년 말
설립해 성장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로 광고가 많이 붙으려면 트래픽이 있어야 하는데 생각했던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회의와 구상 끝에 ‘증권 플러스 for 카카오‘ 증권 앱을 만들었다. 

당시 증권 전문가인 김형년 퓨처위즈 총괄본부장과 상의해 손을 잡았다. 2013년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2억원 투자를 받고, 금융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카카오에서도 33억원을 투자받았다. 주식거래 시장은 홈트레이닝시스템(HTS)에서 모바일트레이시스팀(MTS)로 변하는 추세다. 

기존 증권사와는 달리 증권 플러스는 카카오와 연동된 소셜 기능과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인터페이스를 갖춰 각광받고 있었다. 송 의장 경력으로 안전거래를 위한 보안 기능을 달고, 한 번의 터치로 시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심 종목이 설정 가격에 도달하면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했고, 카카오 이름에 걸맞게 소셜 기능도 추가해 자기 정보를 공개한 유저의 투자종목을 볼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핵심적인 것은 UI가 뛰어난 앱으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휴는 순식간이 이뤄졌으며 증권 앱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카카오 증권으로 발전해 누적 거래액이 22조원을 돌파하면서 큰 성공을 맞이했다. 2016년 두나무 투자일임을 설립해 투자 일임 서비스도 제공했다. 부자들은 상속과 재테크 등을 위해서 자문사에 수억원 수수료를 내고 투자 일임을 서비스받는다.

하지만 평범한 개인들은 서비스받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아 받지 못한다. 송 의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투자 시두나무가 도와야겠다고 생각했고 최소 일임 규모를 50만원으로 낮춰서 서비스를 내놨다. 

2017년 두나무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오픈했다.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면서 암호화폐 거래량이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송 의장은 거래소라는 아이템이 카카오스탁을 운영했던 두나무 팀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서울대 특강 강연자 나서
“3년 내로 사업 승부 봐야”

거래소 서비스를 위한 기획과 개발에 고민했고 5개월 만에 서비스를 완성했다. 송 의장은 암호화폐에 대한 경험이 없어 서비스 콘셉트를 고민했다. 이를 위해 비트렉스와 제휴를 맺은 뒤 2017년 당시 성장하는 시장, 뛰어난 팀, 역량 있는 파트너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덕분에 업비트는 출시 2개월 만에 하루 최대 거래량 12조 DAU 190만의 국내 최대 거래소가 될 수 있었다. 

업비트의 성공에 가장 큰 요인은 쾌적한 사용환경이었다. 경쟁사에 비해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또 업비트에서는 단기적인 거래량 경쟁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고도화했다. 또, 국내 최대 125개 코인에 대한 입출금도 지원한다. 

최근 미국 경제 매거진 <포브스>는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억만장자’ 순위를 발표했는데 송 의장이 8위에 올랐다. 매체는 그의 순자산을 37억달러(약 4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두나무 지분 2.5%를 매입했을 당시 기업가치를 170억달러(약 21조5000억원)로 계산해 판단한 것이다.

이 중 송 의장은 두나무 최대주주로 지분 25.7%를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포브스>는 지난해보다 7명 증가한 19명의 억만장자를 공개했다. 가상자산 억만장자 1위는 순자산 650억달러(약 79조3000억원)로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창펑 자오가 차지했다. 샘 뱅크먼 프라이드 FTX 대표,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대표가 뒤를 이었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도 16위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송 의장과 두나무를 공동 설립한 인물로, 두나무 지분 13.2%를 소유하고 있다.

송 의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을 두고 ‘세상에 이로운 기술과 힘이 되는 금융으로 미래세대를 키웁니다’라는 슬로건에 맞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두나무는 지속 가능 경영 강화를 위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로 ‘ESG 경영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송 의장을 중심으로 ESG 위원회는 두나무의 주요 사업에 대해 ESG 관점에서 안건을 검토하고,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해 제언한다. 지난해부터 나무·청년·투자자 보호 등 3대 키워드를 선정해 2024년까지 ESG 활동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본격적인 ESG 활동에 앞서 두나무는 ▲수익을 나눠 환경과 사회발전에 기여 ▲두나무 기술을 활용해 정보 제공 교육 ▲디지털자산 표준 규정과 건강한 투자 생태계 조성 등을 목표를 설정했다.

“ESG 활동에
1000억 투자”

송 의장은 “탄소중립은 ESG 경영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된 중요한 이슈”라며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두나무의 기술과 자원을 적극 활용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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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도박왕’ 한창훈 2000억 증발 미스터리

[단독] ‘2조 도박왕’ 한창훈 2000억 증발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을 거점으로 2조원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한창훈의 아버지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범죄수익 약 70억원을 숨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재산은 전액 몰수됐다. 반면 조직의 자금 흐름을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해외에 머물고 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불법도박 사이트 수익으로 부산 소재 시가 약 45억원 상당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하고, 약 25억원을 금융 상품에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 단계서 부동산과 금융재산을 동결한 뒤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형은 확정됐다. 약 70억원 상당의 재산도 국고로 귀속됐다. ‘꽃계열’ 23개 사이트 한창훈은 이른바 ‘꽃계열’ 도박 사이트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개나리·연꽃 등 꽃 이름을 붙인 여러 불법도박 사이트가 하나의 운영망 아래 움직였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수사기관이 파악한 사이트만 23개다. 한창훈은 2014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필리핀 등을 거점으로 이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국내 이용자들로부터 약 2조원 규모의 도박 자금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약 2조800억원대까지 거론됐다. 검찰이 파악한 범죄수익 규모만 약 2000억 원이다. <일요시사>가 앞서 확보한 조직원 진술과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꽃계열은 단순히 해외 사무실 몇 곳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운영 책임자와 관리자, 회원 모집책, 충전·환전 담당, 대포통장 관리자 등이 나뉘어 있었고 수십명의 조직원이 회원 응대부터 입·출금, 환전과 정산을 분담하는 형태였다. 국내 이용자가 계좌에 돈을 넣으면 충전팀이 사이버머니를 지급하고, 환전을 요청하면 다시 차명계좌 등을 거쳐 돈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텔레그램 단체방 등을 이용해 회원 모집과 충전·환전, 대포통장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원 A씨는 자신이 관리한 사이트만 20개가 넘었다고 진술했다. 개인 사이트 하나의 회원만 1000명 수준이었고 하루 베팅금액은 수억원, 월 수익은 수십억원에 달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문제는 이렇게 모인 돈이었다. 이용자들의 도박 자금은 수백개의 대포통장과 가상계좌 등으로 흩어진 뒤 다시 현금으로 빠져나왔다. 전국 ATM을 돌며 돈을 뽑아 전달하는 현금 인출책도 존재했다. 도박 사이트에서 나온 돈이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현금으로 바꾼 뒤 다시 정상적인 재산처럼 보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부동산과 슈퍼카, 고가 시계, 미술품, 법인 등이었다. 대부업·인방·엔터업계까지 자금 담당 류명석 세부 도피 한창훈 조직이 벌어들인 돈의 규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도 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거실에 5만원권 현금 다발이 산처럼 쌓여 있는 사진이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김보성 전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은 현금 다발의 가로·세로·높이를 계산했을 때 500억원을 훨씬 넘어가는 규모였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건 주임검사였던 이홍석 검사도 처음 사진을 접했을 당시 조작된 사진을 의심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서 확인된 고급 부동산은 약 470억원 상당에 달했다. 부가티 시론과 페라리 등 약 50억원 상당의 슈퍼카도 등장했다. 부가티 시론 한 대만 당시 시가가 약 45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훈이 약 140억원을 들여 타이어 회사를 인수한 것도 범죄수익을 정상적인 사업 자금으로 바꾸기 위한 세탁 과정이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년여 동안 450개가 넘는 계좌를 추적했고 특정된 범죄수익 약 550억원 가운데 약 97%를 압류하거나 추징 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이 전체 범죄수익으로 지목한 금액은 약 2000억원이다. 결국 나머지 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가 한창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이다. 가족만 범죄수익 추적 대상에 등장한 것도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조직 관계자들의 배우자와 부모, 장모 등 주변인 명의로 재산을 숨긴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수십억원대 고급 차량을 지인 명의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옮겨 숨기거나 조직 핵심 인물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도 수사 과정서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앞서 한창훈의 ‘오른팔’이자 꽃계열의 ‘전무’로 불렸다는 1982년생 류명석의 도피 의혹을 보도했다. 내부 제보자는 류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로 필리핀 세부에 숨어 있으며 현지인 여자친구가 일부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들이 류씨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단순한 도박 사이트 관리자가 아니라 조직의 돈을 만졌던 인물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BJ 철구 연결고리 한 정보원은 “류명석은 사이트 운영보다 환전책이자 자금세탁책으로 봐야 한다”며 류씨가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인물을 자금세탁 조력자로 언급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제보자의 주장으로, 해당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실제 범죄수익 세탁에 가담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꽃계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보면 인터넷방송 업계도 등장한다. 핵심 인물은 인터넷방송에서 ‘예비회장’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장승욱씨다. 장씨는 과거 아프리카TV 등에서 유명 BJ들에게 총 17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져 이름을 알린 ‘큰손’이다. 장씨 이름은 실제 한창훈 사건 관련 수사 자료에서도 언급된 것으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오래전부터 장씨와 꽃계열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돼 왔다. “한창훈 사건의 자금세탁을 도운 동업자” “한창훈 도박 사이트 지분에 참여했다” 등 글부터 별풍선을 통한 자금세탁 의혹까지 나왔다. <일요시사>가 접촉한 장씨의 지인은 또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이 지인은 “한창훈은 장씨가 도박 사이트를 실제 운영한 책임자라고 주장했다”며 “실제로는 장씨가 온라인 광고를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을 했고, 한창훈이 장씨에게 매월 수천만원의 생활비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씨 역시 현재 필리핀 세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장씨는 단순히 인터넷방송에 거액을 후원한 ‘큰손’이 아니라 꽃계열의 외곽 홍보·자금 라인으로 있었을 가능성이 생긴다. 돈의 이동 경로는 더 넓다. <일요시사> 취재 과정에서는 꽃계열의 범죄수익이 대부업체와 후원금, 인터넷방송, 엔터테인먼트업계 등에 투자금 형태로 들어갔다가 다시 회수되는 방식으로 세탁됐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별풍선 17억 출처 의문 별풍선 같은 인터넷방송 후원 아이템도 의심 경로 중 하나로 거론된다. 불법 자금으로 별풍선을 구매해 BJ에게 지급한 뒤 플랫폼 정산을 거쳐 현금화하고 일정 금액을 다시 돌려받는 구조가 존재한다면 범죄수익의 출처를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행사비·콘텐츠 제작비·출연료·엔터테인먼트 투자금 등도 외형상 정상적인 상거래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한창훈은 오랜 도피 끝에 붙잡혔다. 한창훈은 수사망이 좁혀지자 2019년 5월 필리핀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피 이듬해인 2020년 2월에는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한창훈의 신병은 확보됐다. 하지만 총책 한 명을 붙잡았다고 해서 꽃계열 전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류명석을 비롯한 핵심 조직원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현금 인출책, 해외 도피 조직원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특히 조직의 범죄수익이 실제 인터넷방송이나 엔터테인먼트업계, 대부업체 등으로 흘러 들어갔다면 한창훈 사건은 단순한 ‘불법도박 사이트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한창훈 본인은 아직 한국 법정에 서지 못했다. 필리핀에서 체포됐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로 송환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사법절차와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 한창훈이 도피 중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송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비교할 만한 사례는 이른바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이다. 박왕열 역시 필리핀에서 장기간 수감되면서 국내 송환이 지연됐지만 한국 정부와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결국 국내로 압송됐다. <일요시사>는 한창훈뿐 아니라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꽃계열 핵심 관계자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신병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국적 취득 후 잡혔지만 국내 송환 아직 한창훈의 아버지가 숨긴 70억원은 국고로 돌아왔다. 거실을 가득 채웠던 500억원대 현금과 차량, 수백억원대 부동산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검찰이 한창훈 조직의 범죄수익으로 보고 있는 돈은 약 2000억원이다. 그 돈의 끝에는 가족과 조직원뿐 아니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해외 도피자들이 있었다. 여기에 인터넷방송의 거액 후원과 엔터테인먼트 투자금까지 새로운 자금 경로로 의심받고 있다. ‘2조 도박왕’은 붙잡혔지만 사건의 끝은 한창훈 한 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있지 않다. 2000억원의 검은돈을 누가 숨겼고, 누가 세탁했고, 마지막으로 누가 가져갔는지 밝혀내는 일이 남았다. 한편, 한창훈의 인터넷방송 개입 정황은 BJ 철구(본명 이예준)가 운영한 엑셀방송 ‘씨나인(C9)’에서도 확인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2026년 5월 말 메시지에 따르면, 한씨는 여성 BJ들을 자신이 직접 설득해 C9에 입사시켰다는 취지로 말했다. BJ 송채연과 이다니에게는 철구와 방송 운영 방향을 조율하다가 의견 차이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게 됐다는 내용도 전했다. 단순 후원자로 보기 어려운 표현도 등장한다. 한씨는 BJ 혜밍에게 자신이 C9용 콘텐츠를 직접 짜서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엑셀은 결국 경쟁” “나는 매출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C9 스태프 퇴사 등 내부 상황을 언급하고, 철구의 재무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씨는 C9에 수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큰손’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여성 BJ 영입, 콘텐츠 기획, 매출과 내부 인력 상황 파악, 철구의 재무 관련 조언까지 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실제 한씨의 역할이 어디까지였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씨는 과거 인터넷방송 ‘세야클럽’ 운영 과정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남겼다. 제보자는 이후 광우상사와 C9까지 한씨의 인터넷방송 개입이 이어졌으며 다수 여성 BJ의 활동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철구 역시 최근 필리핀 원정도박 사실을 인정했다. 철구는 2024년 무렵부터 필리핀에서 도박을 했으며 한때 일주일에 1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른바 ‘큰손’ 등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불법 사채도 이용했다고 인정했다. 거실에 500억 철구는 약 6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고소인 측은 철구가 도박 채무와 세금 등으로 변제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엑셀방송은 거액의 별풍선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른바 ‘별풍선 깡’을 이용한 돈세탁 의혹이 거론됐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