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몰랐던 총수 송치형 두나무 의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5.02 15:50:08
  • 호수 13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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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44위 코인 재벌 ‘누구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자산 10조가 넘는 두나무가 성장하는 데 있어 창업주 송치형 의장의 공이 크다. 스타트업 창업신화를 쓴 송 의장의 마법은 무엇일까.

‘최초’라는 단어만큼 화려한 수식어는 많지 않다. 최초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뜻이다. 한 분야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으려면 남들은 가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가상자산 최초
상출제한집단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최초로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열풍에 힘입어 사업이익과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자산총액이 약 10조8225억원으로 늘어 가상자산 거래 주력집단 중 최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됐다. 재계 순위로는 44위다.

지정자료(공정위가 매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동일인으로부터 받는 계열사·친족·임원·계열사의 주주현황 등의 자료) 제출 의무를 지는 두나무의 동일인으로는 송치형 의장이 지정됐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과 상출제한집단을 나누어 지정한 2017년 이래 대기업집단 지정을 건너뛰고 단숨에 상출제한 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두나무가 첫 사례다.

공정위는 고객 예치금 약 5조8120억원을 두나무의 자산으로 봐야 하는지를 검토했다. 두나무가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금융·보험업이 아닌 정보서비스업 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자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회계기준원 자문 등도 이번 결정의 근거가 됐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을 산정할 때 비금융·보험사는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상 합산해 결정하고 금융·보험사는 자본금 또는 자본총액 중 큰 금액으로 결정해 간주한다. 고객 예치금을 제외 자산이 5조원을 넘어 두나무는 대기업집단 지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고객의 코인은 두나무가 갖게 되는 경제적 효익이 없어 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제외했지만, 고객 예치금은 두나무 통제하에 있고 그로부터 경제적 효익을 두나무가 얻고 있어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되더라도 채무보증이나 순환출자가 없어서 현재로선 사업 운영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을 (두나무가)공정위에 표명했다”며 “14개 계열사 중 사익편취 행위 규제 대상이 있는지는 이달 말까지 관련 자료를 받아본 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나무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으로 바로 올라선 데는 업비트의 고속성장 영향이 크다.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업비트는 시장점유율 80% 수준까지 차지했다. 


두나무는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 성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90%에 가깝다. 직원 1인당 연봉은 3억9200만원으로 주요 증권사를 훌쩍 뛰어넘었다.

두나무는 지난 3월31일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매출) 3조7046억원, 영업이익 3조27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두나무의 실적은 지난해 불어닥친 코인 투자 열풍으로 크게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866억원)과 비교해 무려 3600% 넘게 증가했다.

두나무가 기록한 영업이익률 88.3%는 이례적인 수치다. 일반적인 기업으로서는 달성하기 어렵다.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달성한 현대백화점(3조5725억원)의 영업이익은 264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3조15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도 영업이익은 1조4855억이었다.

영업이익률 88.3% 이례적 수치
지나치게 높은 마진율 효과 톡톡

일각에서는 두나무에 지나치게 높은 마진율이 나온 건 업비트가 암호화폐 결제·매매·예탁 등 시장의 기능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식시장의 경우 해당 기능들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법에 따라 여러 기관에 분산돼있다. 

하지만 아직 업권법조차 없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코인 거래소가 그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한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상충되는 기능을 거래소가 모두 독점하고 있어 감시·견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마진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두나무 영업이익은 4대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지주(2조5879억원)와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4조원을 넘었고, 하나금융 또한 처음으로 3조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걸 감안하면 두나무의 성장세가 매섭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는 업비트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금융보험업과 마찬가지로 고객예치금(고객자산)은 자산총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업 회사의 경우 자본금 또는 자본총액 중 큰 금액을 기준으로 대기업집단 해당 여부를 결정한다.

두나무의 고공행진은 임직원을 돈방석에 앉게 했으며 송 의장을 재벌 오너 반열에 오르게도 했다. 지난달 5일 두나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송 의장을 비롯한 등기이사 3명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198억9849만8000원으로, 보수 한도 200억원을 꽉 채웠다.

송 의장은 급여 24억1380만원에 상여금 74억4166만6000원을 더해 총 98억5546만6000원의 보수를 받았다. 

두나무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결정한 배당총액은 약 2000억원(주당 5768원)이다. 이에 따라 지분 25.66%(889만6400주)를 가진 송 의장은 513억1443만5200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두나무 임직원의 지난해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3억9293만9000원으로 빗썸의 직원 평균 연봉(1억1800만원)보다 3.3배가량 앞섰다.


이처럼 두나무가 돈방석에 앉게 된 것은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 수익으로 폭리를 취한 덕분이다.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사고팔 때마다 정해진 수수료율에 맞게 받는 구조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 수수료 역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매출·영업익
3조원 돌파

스타트업 신화로 알려진 송 의장은 지난해 10월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콘서트’ 서울대편에 나와 ‘스타 비즈니스 만들기’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송 의장이 외부 강연·토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 의장은 자신의 창업 성공 비결에 대해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탐색 기간이 너무 길면 동료들이 지친다”며 “사업 성공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3년 내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끈기와 우직함과 함께 실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끊고 돌아가는 유연성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지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회복 탄력성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작은 부자는 노력이 만들고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든다”며 “사업의 성패는 시장의 비어있는 공간 찾기 여부에 달려 있는데, 변화의 시기에는 비어있는 공간이 많고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업비트를 설립할 때도 2009년 비트코인이 나오는 등 암호화폐 시장 초기라 기회가 컸었고 끊임없는 서비스 개선과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변화가 많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1등 사업자가 되는 것이 ‘스타 비즈니스’를 만드는 핵심 노하우라는 것이다. 


송 의장은 “이 과정에서 시장을 보는 안목을 갖추고 훌륭한 팀원과 주변 조력자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다만 CEO가 창업 초기 좋은 제품과 서비스라는 핵심에 집중하지 않고 네트워크 확대나 벤처캐피털(VC)과의 미팅에 주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의장은 충청남도 공주 출생으로 충남과학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고 경제학부를 부전공했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할 생각이었지만 정보기술(IT) 기업 다날에서 병역특례로 병역 의무를 대신하면서 휴대폰 결제 시스템 등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송 의장은 IT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 휴대폰 불법 결제 사건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다날 근무 당시 불법 결제 패턴을 찾아 방지하는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 한국과 중국에 적용했다. 송 의장은 IT 시스템 개발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3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일에 재미를 느껴 진로를 바꿨다. 

병역 복무를 마치고 컨설팅 회사인 이노무브에 입사했다. IT 관련 개발 업무과 일반 기업의 새 수익모델을 찾는 일을 하다가 2011년 말 두나무를 설립했다. 동문인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과 서울대 컴퓨터연구소 내 사무실을 얻었다. 

초기 두나무는 가상자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송 의장은 당시 8개의 아이템으로 서로 다른 비즈니스를 실행해보고 가장 괜찮은 것으로 사업을 해보자는 계획이었다. 전자책(E-book) 플랫폼 사업으로 시작해 업계 순위 10위에 올랐지만, 매출이 신통치 않아 접었다. 

이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뉴스를 모아 추천해주는 ‘뉴스메이트’ 모바일 미디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IT 벤처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비슷한 경쟁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야 했다. 

2011년 말
설립해 성장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로 광고가 많이 붙으려면 트래픽이 있어야 하는데 생각했던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회의와 구상 끝에 ‘증권 플러스 for 카카오‘ 증권 앱을 만들었다. 

당시 증권 전문가인 김형년 퓨처위즈 총괄본부장과 상의해 손을 잡았다. 2013년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2억원 투자를 받고, 금융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카카오에서도 33억원을 투자받았다. 주식거래 시장은 홈트레이닝시스템(HTS)에서 모바일트레이시스팀(MTS)로 변하는 추세다. 

기존 증권사와는 달리 증권 플러스는 카카오와 연동된 소셜 기능과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인터페이스를 갖춰 각광받고 있었다. 송 의장 경력으로 안전거래를 위한 보안 기능을 달고, 한 번의 터치로 시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심 종목이 설정 가격에 도달하면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했고, 카카오 이름에 걸맞게 소셜 기능도 추가해 자기 정보를 공개한 유저의 투자종목을 볼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핵심적인 것은 UI가 뛰어난 앱으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휴는 순식간이 이뤄졌으며 증권 앱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카카오 증권으로 발전해 누적 거래액이 22조원을 돌파하면서 큰 성공을 맞이했다. 2016년 두나무 투자일임을 설립해 투자 일임 서비스도 제공했다. 부자들은 상속과 재테크 등을 위해서 자문사에 수억원 수수료를 내고 투자 일임을 서비스받는다.

하지만 평범한 개인들은 서비스받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아 받지 못한다. 송 의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투자 시두나무가 도와야겠다고 생각했고 최소 일임 규모를 50만원으로 낮춰서 서비스를 내놨다. 

2017년 두나무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오픈했다.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면서 암호화폐 거래량이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송 의장은 거래소라는 아이템이 카카오스탁을 운영했던 두나무 팀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서울대 특강 강연자 나서
“3년 내로 사업 승부 봐야”

거래소 서비스를 위한 기획과 개발에 고민했고 5개월 만에 서비스를 완성했다. 송 의장은 암호화폐에 대한 경험이 없어 서비스 콘셉트를 고민했다. 이를 위해 비트렉스와 제휴를 맺은 뒤 2017년 당시 성장하는 시장, 뛰어난 팀, 역량 있는 파트너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덕분에 업비트는 출시 2개월 만에 하루 최대 거래량 12조 DAU 190만의 국내 최대 거래소가 될 수 있었다. 

업비트의 성공에 가장 큰 요인은 쾌적한 사용환경이었다. 경쟁사에 비해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또 업비트에서는 단기적인 거래량 경쟁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고도화했다. 또, 국내 최대 125개 코인에 대한 입출금도 지원한다. 

최근 미국 경제 매거진 <포브스>는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억만장자’ 순위를 발표했는데 송 의장이 8위에 올랐다. 매체는 그의 순자산을 37억달러(약 4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두나무 지분 2.5%를 매입했을 당시 기업가치를 170억달러(약 21조5000억원)로 계산해 판단한 것이다.

이 중 송 의장은 두나무 최대주주로 지분 25.7%를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포브스>는 지난해보다 7명 증가한 19명의 억만장자를 공개했다. 가상자산 억만장자 1위는 순자산 650억달러(약 79조3000억원)로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창펑 자오가 차지했다. 샘 뱅크먼 프라이드 FTX 대표,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대표가 뒤를 이었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도 16위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송 의장과 두나무를 공동 설립한 인물로, 두나무 지분 13.2%를 소유하고 있다.

송 의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을 두고 ‘세상에 이로운 기술과 힘이 되는 금융으로 미래세대를 키웁니다’라는 슬로건에 맞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두나무는 지속 가능 경영 강화를 위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로 ‘ESG 경영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송 의장을 중심으로 ESG 위원회는 두나무의 주요 사업에 대해 ESG 관점에서 안건을 검토하고,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해 제언한다. 지난해부터 나무·청년·투자자 보호 등 3대 키워드를 선정해 2024년까지 ESG 활동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본격적인 ESG 활동에 앞서 두나무는 ▲수익을 나눠 환경과 사회발전에 기여 ▲두나무 기술을 활용해 정보 제공 교육 ▲디지털자산 표준 규정과 건강한 투자 생태계 조성 등을 목표를 설정했다.

“ESG 활동에
1000억 투자”

송 의장은 “탄소중립은 ESG 경영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된 중요한 이슈”라며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두나무의 기술과 자원을 적극 활용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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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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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밑바탕 삼아 용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대권 도전 과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넘게 이어진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었다. 장 대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빙글빙글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일행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장 대표 일행은 추념탑 앞에서 5초 동안 묵념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콘셉트 다른 행보 장 대표의 참배 시도엔 ▲국민 통합 ▲호남 구애 및 지역 현안 해결 ▲강경 보수 이미지 희석 등 이유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후 행보는 참배를 시도했던 이유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장 대표 등의 참배를 막은 시민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였고, 각종 욕설과 모욕으로 일관된 폭언·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며 “시민을 가장한 과격 단체와 특정 인사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의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체포됐다가 이틀 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석방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둔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동조 게시글을 올리는 등 행동으로 말미암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황 전 총리 체포에 대해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가 활발하게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표·황 전 총리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구호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사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웨스트윙>에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매튜 산토스가 상대 후보 에릭 베이커의 약점을 감싸는 연설을 한다. 에릭 베이커는 부인의 만성 우울증을 숨겼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자, 매튜 산토스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는데, 아닌 척 위선을 할 뿐”이라며 “지도자에게 완벽하다는 환상을 요구하면, 이는 단지 거짓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완벽한 후보·특혜를 줄 후보가 아니라 이상·희망·꿈을 공유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우린 자랑스럽게 ‘나는 민주당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방문 시도 이어“우리가 황교안이다” 트럼프 당선엔 30년 밑밥…어설픈 표절? “나는 민주당원이다”는 상대의 약점을 감싸면서 정치의 본질을 호소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폭력적인 정적 숙청을 요구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용꿈을 꾸는 분이란 평이 있었다”며 “그 용꿈을 망상에 가깝다고 보기엔 유연하게 정치를 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대표 취임 후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장외 집회 집착 ▲황 전 총리 두둔 ▲한 전 대표 퇴출 시도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그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와 황 전 총리 두둔이란 극단적인 행보를 불과 며칠 사이에 보인 것도 장 대표 특유의 빙글빙글 정치를 상징한다. 강경 보수에 더욱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 대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엔 미국 민주당에 모여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리버럴 엘리트들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버 감동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법 3개에도 모두 찬성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인데,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할당을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에게 엄중하게 경고할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의 발언과 장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은 김 의원에게 강한 반감을 갖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이란 김 의원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박 대변인의 공격은 미국에서 만성 구조화된 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쟁취는, 진보 진영이 신자유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월스트리트와 강하게 연계하자 국민이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네오콘에 대한 반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사 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강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내 중산층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대외 전쟁에 쏟아부었던 네오콘도 유권자의 큰 반감을 사서 몰락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 보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네오콘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때문에 네오콘은 오래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엔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가 함축됐다. 미국의 역사는 이주·개척의 역사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찰의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확보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엔 지역 강국 정도의 위상을 가졌고, 현재의 미국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가 흔하게 제작된다. 미국인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은유해 제작됐다. 건국 신화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이 양대 시리즈가 신화로 통한다. 미국 고보수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전쟁·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켜 대륙 내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19세기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823년 “유럽은 아메리카에 새 식민지를 만들지 말고, 미국은 유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명백한 운명’이란 구호하에 서부 개척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미국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약 820억달러(약 113조4880억원)이고, 전비는 670억달러(약 98조4591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4월 608억달러(약 89조34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을 달랠 거대한 쇼가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중 하나는 제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거대한 장벽이다. 미국 내 블루칼라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를 실질적 효과와 정치적 이벤트를 모두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망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4조6942억원)를 요구했다. 내년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엔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약 48조4948억원) 규모의 종합적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7385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려 매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그 인근 지역으로 사실상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겐 영국·멕시코 등과 전쟁하면서 중·남부로 영토를 확장했던 19세기의 재림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각국에 안기는 관세 폭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독립을 결정한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군사·외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는 관세 폭탄에서 잘 드러난다. 공화당은 지난 6일 진행된 뉴욕시장·버지니아 주지사·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생활비 부담이었다. 뉴욕시에선 주거비가 급등했고, 뉴저지주에선 전기요금이 연 20% 상승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방침과 셧다운 여파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커피·바나나·쇠고기·견과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이후 생활필수품 물가가 급상승한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상호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관세를 면제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겉’만 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권이 주도한 변화의 여파로 서민의 삶이 악화한 흐름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이들의 바람을 선동적 언어로 표현해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불만 조직화한 트럼프 지지율↓ 원인 장동혁 3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개입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강경 보수가 대규모 조직화한 영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전한길씨 등이 주도하는 강경 보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이들의 언행은 강경 보수의 틀을 벗어나면,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미국에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경제·기업 경영의 자유 등 신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정책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당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양당은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면서 비판하는 각종 검열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셧다운제 도입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물관리위원회 검열 논란 등 검열 논란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일어났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영화계로 이어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영화에 유색인종 주인공이 발탁돼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주도하면서 서민을 훈계한 대표 세력은 월스트리트·각계 엘리트·언론이었다. 이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줬다. 국민의힘은 각종 검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엔 불법 이민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인을 경계하는 기존 유색인종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중 8% ▲히스패닉 중 28% ▲아시아계 중 27% 등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흑인 중 13% ▲히스패닉 중 46% ▲아시아계 중 40%가 그에게 투표했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한 시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에 의해 옹립된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이는 전주보다 2% 낮아진 수치며, 지지율 4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18% 낮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2%를 얻는 데 그쳤다. 표밭도 위험하다 어설픈 표절은 죽도 밥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년 동안 누적된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은 후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옛 로망을 자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투표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트럼프 벤치마킹’은 아닐까? 장 대표는 꾸준히 정체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에서 뭘 보고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