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몰랐던 총수 송치형 두나무 의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5.02 15:50:08
  • 호수 13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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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44위 코인 재벌 ‘누구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자산 10조가 넘는 두나무가 성장하는 데 있어 창업주 송치형 의장의 공이 크다. 스타트업 창업신화를 쓴 송 의장의 마법은 무엇일까.

‘최초’라는 단어만큼 화려한 수식어는 많지 않다. 최초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뜻이다. 한 분야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으려면 남들은 가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가상자산 최초
상출제한집단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최초로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열풍에 힘입어 사업이익과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자산총액이 약 10조8225억원으로 늘어 가상자산 거래 주력집단 중 최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됐다. 재계 순위로는 44위다.

지정자료(공정위가 매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동일인으로부터 받는 계열사·친족·임원·계열사의 주주현황 등의 자료) 제출 의무를 지는 두나무의 동일인으로는 송치형 의장이 지정됐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과 상출제한집단을 나누어 지정한 2017년 이래 대기업집단 지정을 건너뛰고 단숨에 상출제한 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두나무가 첫 사례다.

공정위는 고객 예치금 약 5조8120억원을 두나무의 자산으로 봐야 하는지를 검토했다. 두나무가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금융·보험업이 아닌 정보서비스업 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자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회계기준원 자문 등도 이번 결정의 근거가 됐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을 산정할 때 비금융·보험사는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상 합산해 결정하고 금융·보험사는 자본금 또는 자본총액 중 큰 금액으로 결정해 간주한다. 고객 예치금을 제외 자산이 5조원을 넘어 두나무는 대기업집단 지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고객의 코인은 두나무가 갖게 되는 경제적 효익이 없어 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제외했지만, 고객 예치금은 두나무 통제하에 있고 그로부터 경제적 효익을 두나무가 얻고 있어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되더라도 채무보증이나 순환출자가 없어서 현재로선 사업 운영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을 (두나무가)공정위에 표명했다”며 “14개 계열사 중 사익편취 행위 규제 대상이 있는지는 이달 말까지 관련 자료를 받아본 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나무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으로 바로 올라선 데는 업비트의 고속성장 영향이 크다.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업비트는 시장점유율 80% 수준까지 차지했다. 


두나무는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 성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90%에 가깝다. 직원 1인당 연봉은 3억9200만원으로 주요 증권사를 훌쩍 뛰어넘었다.

두나무는 지난 3월31일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매출) 3조7046억원, 영업이익 3조27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두나무의 실적은 지난해 불어닥친 코인 투자 열풍으로 크게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866억원)과 비교해 무려 3600% 넘게 증가했다.

두나무가 기록한 영업이익률 88.3%는 이례적인 수치다. 일반적인 기업으로서는 달성하기 어렵다.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달성한 현대백화점(3조5725억원)의 영업이익은 264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3조15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도 영업이익은 1조4855억이었다.

영업이익률 88.3% 이례적 수치
지나치게 높은 마진율 효과 톡톡

일각에서는 두나무에 지나치게 높은 마진율이 나온 건 업비트가 암호화폐 결제·매매·예탁 등 시장의 기능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식시장의 경우 해당 기능들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법에 따라 여러 기관에 분산돼있다. 

하지만 아직 업권법조차 없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코인 거래소가 그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한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상충되는 기능을 거래소가 모두 독점하고 있어 감시·견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마진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두나무 영업이익은 4대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지주(2조5879억원)와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4조원을 넘었고, 하나금융 또한 처음으로 3조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걸 감안하면 두나무의 성장세가 매섭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는 업비트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금융보험업과 마찬가지로 고객예치금(고객자산)은 자산총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업 회사의 경우 자본금 또는 자본총액 중 큰 금액을 기준으로 대기업집단 해당 여부를 결정한다.

두나무의 고공행진은 임직원을 돈방석에 앉게 했으며 송 의장을 재벌 오너 반열에 오르게도 했다. 지난달 5일 두나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송 의장을 비롯한 등기이사 3명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198억9849만8000원으로, 보수 한도 200억원을 꽉 채웠다.

송 의장은 급여 24억1380만원에 상여금 74억4166만6000원을 더해 총 98억5546만6000원의 보수를 받았다. 

두나무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결정한 배당총액은 약 2000억원(주당 5768원)이다. 이에 따라 지분 25.66%(889만6400주)를 가진 송 의장은 513억1443만5200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두나무 임직원의 지난해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3억9293만9000원으로 빗썸의 직원 평균 연봉(1억1800만원)보다 3.3배가량 앞섰다.


이처럼 두나무가 돈방석에 앉게 된 것은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 수익으로 폭리를 취한 덕분이다.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사고팔 때마다 정해진 수수료율에 맞게 받는 구조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 수수료 역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매출·영업익
3조원 돌파

스타트업 신화로 알려진 송 의장은 지난해 10월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콘서트’ 서울대편에 나와 ‘스타 비즈니스 만들기’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송 의장이 외부 강연·토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 의장은 자신의 창업 성공 비결에 대해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탐색 기간이 너무 길면 동료들이 지친다”며 “사업 성공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3년 내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끈기와 우직함과 함께 실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끊고 돌아가는 유연성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지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회복 탄력성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작은 부자는 노력이 만들고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든다”며 “사업의 성패는 시장의 비어있는 공간 찾기 여부에 달려 있는데, 변화의 시기에는 비어있는 공간이 많고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업비트를 설립할 때도 2009년 비트코인이 나오는 등 암호화폐 시장 초기라 기회가 컸었고 끊임없는 서비스 개선과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변화가 많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1등 사업자가 되는 것이 ‘스타 비즈니스’를 만드는 핵심 노하우라는 것이다. 


송 의장은 “이 과정에서 시장을 보는 안목을 갖추고 훌륭한 팀원과 주변 조력자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다만 CEO가 창업 초기 좋은 제품과 서비스라는 핵심에 집중하지 않고 네트워크 확대나 벤처캐피털(VC)과의 미팅에 주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의장은 충청남도 공주 출생으로 충남과학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고 경제학부를 부전공했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할 생각이었지만 정보기술(IT) 기업 다날에서 병역특례로 병역 의무를 대신하면서 휴대폰 결제 시스템 등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송 의장은 IT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 휴대폰 불법 결제 사건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다날 근무 당시 불법 결제 패턴을 찾아 방지하는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 한국과 중국에 적용했다. 송 의장은 IT 시스템 개발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3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일에 재미를 느껴 진로를 바꿨다. 

병역 복무를 마치고 컨설팅 회사인 이노무브에 입사했다. IT 관련 개발 업무과 일반 기업의 새 수익모델을 찾는 일을 하다가 2011년 말 두나무를 설립했다. 동문인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과 서울대 컴퓨터연구소 내 사무실을 얻었다. 

초기 두나무는 가상자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송 의장은 당시 8개의 아이템으로 서로 다른 비즈니스를 실행해보고 가장 괜찮은 것으로 사업을 해보자는 계획이었다. 전자책(E-book) 플랫폼 사업으로 시작해 업계 순위 10위에 올랐지만, 매출이 신통치 않아 접었다. 

이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뉴스를 모아 추천해주는 ‘뉴스메이트’ 모바일 미디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IT 벤처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비슷한 경쟁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야 했다. 

2011년 말
설립해 성장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로 광고가 많이 붙으려면 트래픽이 있어야 하는데 생각했던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회의와 구상 끝에 ‘증권 플러스 for 카카오‘ 증권 앱을 만들었다. 

당시 증권 전문가인 김형년 퓨처위즈 총괄본부장과 상의해 손을 잡았다. 2013년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2억원 투자를 받고, 금융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카카오에서도 33억원을 투자받았다. 주식거래 시장은 홈트레이닝시스템(HTS)에서 모바일트레이시스팀(MTS)로 변하는 추세다. 

기존 증권사와는 달리 증권 플러스는 카카오와 연동된 소셜 기능과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인터페이스를 갖춰 각광받고 있었다. 송 의장 경력으로 안전거래를 위한 보안 기능을 달고, 한 번의 터치로 시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심 종목이 설정 가격에 도달하면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했고, 카카오 이름에 걸맞게 소셜 기능도 추가해 자기 정보를 공개한 유저의 투자종목을 볼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핵심적인 것은 UI가 뛰어난 앱으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휴는 순식간이 이뤄졌으며 증권 앱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카카오 증권으로 발전해 누적 거래액이 22조원을 돌파하면서 큰 성공을 맞이했다. 2016년 두나무 투자일임을 설립해 투자 일임 서비스도 제공했다. 부자들은 상속과 재테크 등을 위해서 자문사에 수억원 수수료를 내고 투자 일임을 서비스받는다.

하지만 평범한 개인들은 서비스받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아 받지 못한다. 송 의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투자 시두나무가 도와야겠다고 생각했고 최소 일임 규모를 50만원으로 낮춰서 서비스를 내놨다. 

2017년 두나무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오픈했다.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면서 암호화폐 거래량이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송 의장은 거래소라는 아이템이 카카오스탁을 운영했던 두나무 팀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서울대 특강 강연자 나서
“3년 내로 사업 승부 봐야”

거래소 서비스를 위한 기획과 개발에 고민했고 5개월 만에 서비스를 완성했다. 송 의장은 암호화폐에 대한 경험이 없어 서비스 콘셉트를 고민했다. 이를 위해 비트렉스와 제휴를 맺은 뒤 2017년 당시 성장하는 시장, 뛰어난 팀, 역량 있는 파트너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덕분에 업비트는 출시 2개월 만에 하루 최대 거래량 12조 DAU 190만의 국내 최대 거래소가 될 수 있었다. 

업비트의 성공에 가장 큰 요인은 쾌적한 사용환경이었다. 경쟁사에 비해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또 업비트에서는 단기적인 거래량 경쟁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고도화했다. 또, 국내 최대 125개 코인에 대한 입출금도 지원한다. 

최근 미국 경제 매거진 <포브스>는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억만장자’ 순위를 발표했는데 송 의장이 8위에 올랐다. 매체는 그의 순자산을 37억달러(약 4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두나무 지분 2.5%를 매입했을 당시 기업가치를 170억달러(약 21조5000억원)로 계산해 판단한 것이다.

이 중 송 의장은 두나무 최대주주로 지분 25.7%를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포브스>는 지난해보다 7명 증가한 19명의 억만장자를 공개했다. 가상자산 억만장자 1위는 순자산 650억달러(약 79조3000억원)로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창펑 자오가 차지했다. 샘 뱅크먼 프라이드 FTX 대표,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대표가 뒤를 이었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도 16위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송 의장과 두나무를 공동 설립한 인물로, 두나무 지분 13.2%를 소유하고 있다.

송 의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을 두고 ‘세상에 이로운 기술과 힘이 되는 금융으로 미래세대를 키웁니다’라는 슬로건에 맞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두나무는 지속 가능 경영 강화를 위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로 ‘ESG 경영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송 의장을 중심으로 ESG 위원회는 두나무의 주요 사업에 대해 ESG 관점에서 안건을 검토하고,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해 제언한다. 지난해부터 나무·청년·투자자 보호 등 3대 키워드를 선정해 2024년까지 ESG 활동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본격적인 ESG 활동에 앞서 두나무는 ▲수익을 나눠 환경과 사회발전에 기여 ▲두나무 기술을 활용해 정보 제공 교육 ▲디지털자산 표준 규정과 건강한 투자 생태계 조성 등을 목표를 설정했다.

“ESG 활동에
1000억 투자”

송 의장은 “탄소중립은 ESG 경영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된 중요한 이슈”라며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두나무의 기술과 자원을 적극 활용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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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진짜 속내는 담화문서 깨알같이 발견되는 두 글자로 확인할 수 있다. 꼭꼭 숨기려고 했지만, 끝내 숨기지 못했던 두 글자 ‘특검’. 과연 그 두 글자가 군을 동원하려고 했던 진짜 이유였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이 밝힌 비상계엄 선포 사유는 ▲야권의 정부 관료 탄핵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제1심 선고 전 대규모 시위(판사 겁박) ▲야권의 검사 탄핵(사법 업무 마비) ▲야권의 특활비 삭감(국가의 본질적 기능 훼손) ▲야권의 민생 예산 삭감(대한민국 국가 재정 농락) 등이다. 모르고? 알면서? 이 사유들을 열거한 윤 대통령은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명분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서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정국을 ‘범죄자 집단 소굴의 자유 민주주의체제 전복 기도’라고 규정한 것이다. 범죄자 집단 소굴로 규정된 야권은 곧바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 ‘격상’됐다. 윤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며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야권을 일컬어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이라고 거듭 비난하면서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6시간 후인 지난 4일 오전 4시26분에 마무리됐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경찰의 국회 통제에 담을 넘어 진입해 의원들의 긴급 소집을 발동했고, 야권 의원들 및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중립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0시29분 본회의를 개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후 약 19분이 지난 3일 오후 10시46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약속했다. “야권과 국민의힘 내 친한계 의원들이 모여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할 것”이라는 결말은 이때 이미 예측됐다. 국회의원 보좌진과 국회 직원들이 계엄군의 본청 진입을 막는 가운데, 의원들은 오전 1시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1분 후 의원 190명은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계엄 선포 후 약 2시간35분이 지나 가결된 것이다. 행정부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을 권한이 없으므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이때 사실상 마감됐다. 계엄군은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약 10분이 지난 오전 1시11분부터 국회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대통령의 계엄 해제가 있을 때까지 계엄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오전 4시26분 제2차 대국민 담화를 진행하고, 오전 5시4분 국무회의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면서 약 6시간37분 동안 진행된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마무리됐다. 6시간 동안 이어진 충격과 공포 해제 의결에 적극 가담한 친한계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군사상 필요·공공의 안녕질서 유지 필요가 있을 때 한정해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시 언급한 사유들이 과연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률적 요건을 떠나, 윤 대통령으로서는 선포 당시 열거한 이유로부터 큰 위기감을 느꼈고,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전시·사변·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회는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고, 22대 국회 출범 후 10명째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22년 12월11일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참여해서 이태원 압사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명분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2023년 2월 이 장관을 탄핵심판으로 넘겼다. 이는 헌정사상 최초의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였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같은 해 7월25일 만장일치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야권의 탄핵소추는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어졌고, 직무대행을 맡던 이상인 전 부위원장도 탄핵소추 대상이 됐다. 이 전 위원장·김 전 위원장·이 전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사퇴로 인해 폐기됐다. 사퇴하지 않았던 이 위원장은 탄핵안이 가결돼 현재 헌재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 이후 윤 대통령과 줄곧 가까웠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당시 상관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냈다. 이 전 부위원장도 BBK 특검보를 지냈고, 윤 대통령은 당시 파견검사였다. 이후엔 윤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던 검사들이 집중적으로 탄핵 소추됐다. 손준성·이정섭·강백신·김영철·엄희준·이창수·최재훈·조상원 등 탄핵 소추된 검사 대부분은 윤 대통령과 근무연으로 묶여있다. 이 중 강백신·김영철·조상원 검사는 윤 대통령이 ‘스타’로서의 위상을 굳혔던 ‘최순실 특검’에 함께 파견됐다. 손 검사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임 당시 핵심 요직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맡았고, 이정섭 검사는 윤 대통령의 대검 중수2과장 재직 당시 검찰연구관이었다. 엄 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임 중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요직 배치를 요구했다. 이창수 검사는 윤 대통령의 총장 재직 당시 대변인이었고, 최 검사는 정보관리담당관이었다. 이들이 탄핵 소추되는 것을 보는 윤 대통령의 기분을 대변하는 옛 드라마 대사가 있다. 지난 2007년 방영된 KBS2 드라마 <한성별곡-정>의 임금은 수도 이전과 개혁을 추진하다가 독살당했다. 독살당하는 순간, 임금은 “신료들도 백성들도 나를 탓하기에 바쁘고, 나의 간절한 소망을 따랐다는 이유로 소중한 인재들이 죽어 나간다”고 한탄했다. 윤 대통령에게 그들은 ‘소중한 인재들’이었을 것이고, 그들에 대한 탄핵소추는 ‘죽어 나가는’ 것이었을 개연성이 있다. 특활비 삭감 표면적 이유 자신의 국정운영은 ‘간절한 소망’이었을 가능성이 크고, 국민과 야권의 비판은 ‘나를 탓하기에 바쁜’ 일이었을 것이다. 임금은 세자에게 양위한 후 자신은 수원 화성으로 옮겨 친위부대 장용영을 끼고 한양을 압박하는 친위 쿠데타를 기획했다. 윤 대통령과는 달리, 임금은 “반대하는 신하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내가 백성들을 설득하지 못해 지는 것”이라는 자기반성도 잊지 않았다. 측근 탄핵 못지않게 큰 위기감을 느꼈을 사안은 예산안이었다.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8일 2025년도 검찰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80억9000만원과 특정업무경비(이하 특경비) 506억91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민주당)은 “내역이 입증되지 않는 것은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내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장경태 의원도 “이렇게 성역과 예외와 특혜가 많은 부처는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서 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특활비 82억원 ▲경찰 특활비 약 31억 원 ▲감사원 특활비·특경비 60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라서 영수증을 남기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특활비는 적잖은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2017년 4월엔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로의 휘하에 있는 후배 검사들에게 1인당 100만원 상당 돈 봉투를 건넨 정황이 밝혀져 정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 돈의 출처는 특활비였다. 인터넷언론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특활비 사용명세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이어 큰 파문이 발생했다. 원래 밀봉해 보관해야 할 특활비 자료 중 사라진 명세들이 다수 확인됐고, 특활비가 기밀수사와 무관하게 정기적으로 후배 검사들에게 지급된 정황이 확인됐다. 큰 수사가 있을 때마다 지출이 있었다는 것을 토대로 “포상금으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증빙 없이 특활비를 무단 사용한 정황과 별도 계좌·이중 장부가 사용된 정황도 확인됐다. 업무 추진비 사용명세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특활비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특활비 전액 삭감 처리에 대해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서 국가 본질의 기능을 훼손했다”며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성토했던 것은 ▲재해 대책 예비비 1조원 삭감 ▲아이 돌봄 지원 수당 384억원 삭감 ▲청년 일자리·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등 4조1000억원 삭감 ▲군 간부 처우 개선비 제동 등이었다. 표적은 민주당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서 “역대 정부서 예비비는 1조5000억원 이상 사용한 예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예산안심사소위 위원들도 지난 2일, 아이 돌봄 지원 수당·청년 일자리 예산 삭감에 대해 “여야가 이미 감액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94년 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변호사로 활동한 1년을 제외하고 약 26년 동안 검사로 재직했다. 윤 대통령도 특활비가 친숙하게 여겨졌을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도 담화 중 특활비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했다. 고려의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즉위하기 전엔 많은 땅을 거느린 ‘땅 부자’였다. 그를 즉위시킨 이성계 세력은 토지개혁을 시도했다. 정도전은 가족 수에 따라 백성들에게 토지를 나눠주는 계민수전을 주장했다. 조준은 경기도 내 토지에 한정해 관리들에게 수조권을 부여하고, 다른 지역 토지는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과전법을 주장했다. 두 안 모두 분명한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고려의 모든 사전(私田)을 빼앗아 국유화한다”는 것이었다. 고려에선 많은 전란을 극복하는 과정서 공신들에게 나눠줄 땅이 부족해져 같은 땅을 여러 사람에게 반복해서 나눠주는 사태가 발생했다. 따라서 땅 하나에 2명 이상의 주인이 각자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백성으로부터 반복해서 세금과 소작료를 가져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성계 세력에 반대했던 보수파 이색도 최소한 소유권을 분명하게 정리하는 일전일주제를 주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보수파엔 정예 사병 가별초 2000여명을 거느린 이성계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무력이 없었다. 최영은 위화도회군 이후 축출됐다. 이성계를 견제하던 조민수와 변안열도 위화도회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출됐다. 정도전과 조준은 이성계의 무력을 기반으로 토지 몰수를 시도했다. 이성계의 선택은 과전법이었다. 과전법이 발표돼 많은 백성이 기쁨의 눈물을 흘릴 때, 공양왕은 슬퍼 눈물을 흘렸다. 개인 소유 토지가 모두 몰수됐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사유로 특활비 삭감을 내걸었다는 것은 두고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 특활비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윤 대통령은 반대로 “특활비가 삭감돼 민생 치안 공황 상태가 됐다”고 성토했다. 혹시 ‘윤석열 검사의 특활비’는 ‘공양왕의 개인 소유 토지’와 비슷한 의미였던 걸까? 고려 멸망 공민왕·공양왕 윤 대통령도 같은 길 걷나 비상계엄이라는 뜬금없는 선택을 하게 된 진짜 역린은 두 글자 안에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 두 글자는 ‘특검’이다. 특검은 딱 1번 언급됐다. 꾹 참고 숨기려다가 참다못해 터져 나왔던 1번이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띈다. 야권이 끈질기게 발의했던 특검의 대상자는 김건희 여사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다. 이 중 김건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국회로 돌아와 오는 10일 재표결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7일, 본회의서 부결 처리됐다. 그렇다면 담화 중 언급된 특검은 김건희 특검법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지난 10월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카오톡 갈무리 사진 1장을 올렸다. 김 여사와의 대화였다. 김 여사는 대화서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를 용서해달라”며 “무식하면 원래 그런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사과드린다”며 “오빠가 이해 안 간다, 지가 뭘 안다고”라고 덧붙였다. 이 ‘오빠’를 두고 “김 여사의 친오빠를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 명씨는 “내가 김 여사의 친오빠와 토론했겠느냐”고 주장하다가 “친오빠가 맞다”고 번복했다. 하지만 다수설은 여전히 윤 대통령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수설대로 해석하면,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향한 반복적인 특검법 발의에 왜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로부터 부부의 굳건한 잉꼬 금슬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여사가 취임 기념 만찬서 윤 대통령의 샴페인 음주를 눈짓으로 막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이 영상과 명씨가 공개한 카톡에 대한 다수설을 조합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보인다. 아울러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했던 ‘황금폰’을 민주당에 제출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부부의 금슬에 비견할 수 있는 부부로는 고려 공민왕·노국공주 부부가 확인된다. 공민왕은 즉위 후 아내의 지지를 기반으로 고려를 통치했다. 노국공주는 원나라 공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반원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또 원나라 공주라는 신분을 반대파 압박에 사용했고, 부정부패도 저지르지 않았다. 공민왕은 아내의 강력한 지지를 토대로 친원파를 숙청했고, 북진정책을 추진했다. 측근 김용의 반란 당시 공민왕을 지킨 사람도 노국공주였다. 그런 노국공주가 출산 중 사망하자, 공민왕은 완전히 무너졌다. 이후 공민왕은 무명의 승려 신돈에게 국정 일체를 맡기고, 자신은 아내의 영전 공사에 몰두하는 등 기이한 행각을 일삼다가 암살당했다. 윤 대통령의 아내 사랑에 대해선 2개의 반응이 있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5월14일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느냐”면서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국민들 막았다 하지만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난 2023년 12월14일 <폴리뉴스> 칼럼서 “자식을 사랑했기에 자식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 속죄의 기회를 마련해줬던 YS(고 김영삼 대통령)·DJ(고 김대중 대통령)·MB(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하는 것이 진정 아내를 위한 길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아내를 너무 사랑하고 의존했던 공민왕은 고려의 문을 닫았다. 반대로 가혹하게 처남들을 숙청했던 태종 이방원은 조선왕조 500년 기반을 닦았다. 따뜻한 남편의 길과 훌륭한 대통령의 길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아내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분노가 군을 동원한 진짜 이유였을까? 공민왕과 고려의 몰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