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재명계' 송영길 공천 소동 후폭풍

이대로 지면 이재명 아웃?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옆집 사람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하더라도, 마을에 위기가 찾아오면 힘을 합쳐서 ‘공동의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이 상식이다. 우크라이나의 예가 그렇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내부의 지역적, 정치적 내부 싸움이 매우 치열했지만, 러시아가 쳐들어오자 한마음 한 뜻으로 되어 러시아와 맞서 싸우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에게 이런 우크라이나 정신을 본받으라고 전한다. 지방선거의 적인 ‘국민의힘’에 맞서 하나가 돼 싸워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단수 공천 시도가 ‘3일 천하’로 끝났다. 지난 17일 홍대에서 호기롭게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을 진행한지 꼭 3일 만인 지난 19일 화요일 늦은 저녁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 송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 공천 배제 결정을 내린 것이다.

3일 천하
구긴 체면

이 같은 결정을 들은 송 전 대표 측은 “공천 배제 방침은 지방선거를 포기하고 민주당을 파괴하는 자해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수십 시간의 난상토론 끝에 민주당은 송 전 대표에 대한 완전 공천 배제는 철회하고 국민경선 100%에 참여시키겠다고 재차 발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 참여 자격이 주어졌지만, 송 전 대표의 체면은 제대로 구겨졌다. 당 안팎의 비난을 무릅쓰고 억지로 나온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의도 아닌 타의로 선거에서 ‘배제될 뻔’ 했으니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진 것이다. 

이대로 경선에서 이긴다 해도 ‘희생’을 각오하러 왔다는 송 전 대표의 대의명분은 힘을 잃게 된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 후 민주당 지도부는 모두 사퇴한 바 있다. 그때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한 지도부의 수장은 다름 아닌 송 전 대표였다.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지방으로 내려가 야인생활을 하던 그가 다시 정계로 돌아오는 데는 고작 한 달가량 걸렸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시장 후보군의 구원투수로 그를 영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인난’에 빠져 고심했던 바 있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이길 필승카드가 부재했던 탓이다.  당내 의원들은 이낙연 전 대표나 송 전 대표, 심지어 이재명 상임고문까지 거론하며 ‘거물급’ 인사들의 등판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거물 등판설’에 이 전 대표와 이 고문은 한사코 거부했지만, 송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가능성을 열어 둔 채로 상황을 지켜봤다.

이후 이어진 끊임없는 당의 요구에 결국 송 전 대표가 승낙했다. 주소지를 서울로 옮기며 서울시장 출마에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간접적인 행보는 곧 직접적인 발언으로 이어졌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세훈 시장의 지지율이 50%나오는 상황이고 누가 나오든 10~15%포인트 지는 선거에, 출마 선언도 안 하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희생하겠다는 자세”라며 “저는 현역 국회의원으로 임기 보장된 의원이다. 현역 2년, 국회의장에 도전할 기회도 포기하고 싸우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출마 사유를 길게 설명했다.

‘어차피 질 선거’에 자신이 나서 패배의 아픔을 떠안고 정권을 내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많은 이가 공감하지 못했다. 심지어 책임론을 주장하는 몇몇 사람은 그가 치르겠다는 ‘희생’에 돌을 던지고 나섰다. 

서울시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 수십명은 입장문을 통해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반대했고,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지난 8일 “전략공관위의 잘못을 바로잡을 책임은 우리 비대위에 있다”며 “부동산 문제로 국민을 실망하게 한 분들이 지방선거에 예비 후보자로 등록했다.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당 대표도 마찬가지로 등록했다”고 비판했다.


송 전 대표 단수공천 불가능…입지 줄어
당 “송·박주민 포함한 국민경선 100%”

민주당은 일찌감치 서울시장 자리를 ‘전략 선거구’로 지정한 바 있다. 공천을 주는 것에 당 차원의 화력을 집중시키겠다는 의미였다.

일각에서 “당 지도부가 원하는 인사를 전략공천하겠다는 거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당시 전략 선거구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자 “전략 선거구는 경선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며 “전략선거구를 한다고 해서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전략공천위의 방향은 송 전 대표를 전략공천하는 쪽으로 잡혀갔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현직 의원들의 출사표를 반려한 채 ‘거물급’인 송 전 대표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송 전 대표는 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인 선거 유세 행보에 들어간 듯 보였다. 이대로 민주당 후보로 송 전 대표가 굳어지는 모양새였으나, 당의 예상을 빗나간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지지율 차이’였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쯤 되는 거물급 인사가 나오면 오 시장과의 지지율 차이가 한 자릿수로 좁혀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전 대표여도’ 오 시장과의 지지율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완벽한 동상이몽이었다. 송 전 대표는 ‘희생’하러 왔다지만, 지도부 입장에서는 ‘승리할’ 후보가 필요했다. 수많은 당 내부의 비판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패배한 지도부의 수장을 데리고 온 이유는 서울시장 자리 ‘탈환’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것 같자 지도부는 공천 배제로 입장을 틀었다. 

해당 결정은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내렸다. 전략공관위는 보다 객관적인 후보를 찾아내기 위한 민주당의 당내 기구로 공천 심사 기준과 경선 방법 등을 논의해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전략공관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20명으로 구성됐으며 여성 50%, 청년 10%, 외부인사 30%로 채워졌다. 다만 이들이 내리는 결정은 비대위의 최종 승인 절차를 밟아야만 시행된다. 송 전 대표를 서울시장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바로 공관위였다.

벼랑 끝
동상이몽


공관위의 결정에 박 위원장이 뜻밖의 반응을 내놓았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그가 갑자기 송 전 대표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대선 때 누구보다 헌신했지만 선거 결과에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당 대표를 탈락시키겠다고 한다”며 “서울시장 공천, 경선해야 한다. 송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 배제 결정을 당원과 서울시민, 국민 모두 외면한 결정으로 규정한다”고 규탄했다.

개인의 의견을 넘어 지도부 전체의 생각은 송 전 대표를 버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략공천위에 던진 것이다.

전략공관위원으로 참여한 정다은 전 부대변인 또한 본인의 SNS를 통해 “송영길 전 대표, 박주민 의원을 배제하기로 했다”며 “반대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며 공천 배제에 대한 반대 행렬에 동참했다.

이제 송 전 대표를 위기에서 구해줄 곳은 비대위 지도부 뿐이었다.

해당 결정을 듣고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진 송 전 대표는 “전략공천위원회에서 배제했으니 이제 비대위가 결정을 어떻게 할지 봐야겠다”며 비대위가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희망을 걸었다.


그의 마지막 소원을 비대위 지도부는 들어줬다. 국민경선 100%에 송 전 대표를 참여시키기로 최종 결정을 낸 것이다. 전략공천위의 결정을 뒤집은 셈이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손바닥 뒤집듯 하는 민주당 비대위는 현재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송 전 대표 사태를 계기로 수면 밑에 있던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공천 배제를 주도한 인물은 전략공관위원장으로 선임된 3선의 이원욱 의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위원장은 대표적인 ‘정세균계’ 의원이다. 이 위원장은 대학교 직속 선배인 정세균 전 총리와 친분이 두텁다.

그들의 인연은 10년도 더 됐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정 전 총리의 캠프에서 이 위원장은 캠프 대변인을 맡은 바 있다.

2017년 경선 때 최재성, 이미경 등 대표적인 ‘정세균계’ 의원들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때도 이 위원장은 “당의 후보가 결정되면 돕겠다”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보한 바 있다. 정계는 그가 뼛속 깊은 ‘정세균계’인 것을 이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번 2022년 대선 경선 때도 모든 민주당 의원들이 이 고문을 도울 때 이 위원장은 “최소한 경선 과정에서는 내게 여타 캠프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기대하거나 말하지 말아달라”며 “나 또한 정 후보와 같이 백의종군하겠다. 저의 거취를 생각해 주는 여러 의원에게는 감사드린다”고 딱 잘라 선을 그었다.

정세균계?
반이재명?

이런 이력을 갖고 있는 그가 ‘친이재명계’가 장악하고 있는 비대위가 결정하는 사항에 반대 의견을 내비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송 전 대표에 대한 공천 배제를 결정한 직후 KBS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당과 많은 의원의 우려에도 본인 정치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전략공관위에선 (공천 배제가)차선의 선택이었다”며 “송 전 대표가 선당후사와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당을 위해 존중하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가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했다면 정말 많은 사람이 박수쳤을 것”이라고 배제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말로 다시금 되풀이 된 모양새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마치 대선 경선 직후 민주당내 파열음을 다시 듣는 기분이었다”며 배제 소식을 접한 후 소감을 <일요시사>에 전했다.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정세균 의원은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일찌감치 사퇴한 바 있다.

그 후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잠행을 이어오다 대선 석 달 전, 이 고문을 만나 후원회장을 맡을 것을 선언했다. 이에 이재명 선대위 측은 고무된 분위기로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비로소 ‘원팀’을 넘어 ‘드림팀’이 됐다”고 알려왔다.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다퉜어도 결국 하나될 때는 하나 되는 민주당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이때의 드림팀 선언은 지금 와서 정계의 ‘놀림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고문 측은 대선 패배의 책임은 ‘전혀’ 지려 하지 않고 있고, 그와 드림팀이 됐다고 선언한 ‘이낙연계’ ‘정세균계’ 등 ‘반 이재명계’ 의원들은 당내 세력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공천위 이원욱 의원이 주도
수면 밑 ‘반이재명’ 이빨 드러내

지난달 24일, 민주당의 원내대표 선거가 그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결국엔 ‘친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이 당선됐으나 3차 투표까지 가는 초접전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애초부터 당내 치열한 선거전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 후보 등록도 받지 않은 채 ‘콘클라베’ 방식을 차용한 바 있다.

‘원팀’을 선언했지만 사실 ‘원팀’이 아니기에 차용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었다. 최종 득표 수도 미미한 수준으로 판가름났다고 민주당 측은 전했다. 이는 민주당 의원들의 계파가 하나로 모이지 않고 양분됐음을 의미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 갈등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지지 않기만을 바랬으나, 최근 송 전 대표의 공천 배제 소동으로 그 바람이 깨졌다.

배제 소식이 들리자 송 전 대표는 곧바로 “사실상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 타격”이라며 배제의 저의를 계파 갈등에서 찾았고 언론들도 ‘명낙대전의 부활’이라며 싸움을 부추겼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자신은 ‘정세균계’라며 계파 갈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계파 공천 운운하는 것은 그 일관성, 진정성, 의도를 의아하게 한다”며 “나는 명낙대전으로 흔히 표현되는 그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내게 계파 공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서울시장 공천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지만, 굳건했던 ‘이재명계’가 흔들리는 계기는 됐다. 만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억지로 공천을 받은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국민의힘에 완패한다면 이 고문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줄어든다.

8월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고문이 노리고 있다고 알려진 ‘당 대표’는 사실상 물 건너 갈 것이다.

드림팀
깨지다

현재 여러 접전 지역에서 민주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서울시장을 비롯해 강원도지사나 충청도지사, 제주도지사에서 대부분 뒤지고 있거나 오차범위 내의 초접전 양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 속에서 민주당은 계파 갈등에 시달리기만 할 뿐, 당 차원의 화력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이길 필승 전략을 기다리고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의 행보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함께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 이낙연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상임고문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지방선거 후보들의 지지율 차이를 보더라도 ‘대선 컨벤션 효과’는 입증이 된 상태다. 

후보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대선 때 특수를 누구보다 많이 누린 이 전 대표에게 끊임없이 구애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지방선거에 출마할 계획이 없음을 재차 알렸다.

그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는 지난해 대통령 후보 경선 실패 이후 미국 연수를 준비해왔고, 서울시장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민주당 지도자 등 몇 분께 말씀드린 바 있다”고 주장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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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