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재명계' 송영길 공천 소동 후폭풍

이대로 지면 이재명 아웃?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옆집 사람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하더라도, 마을에 위기가 찾아오면 힘을 합쳐서 ‘공동의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이 상식이다. 우크라이나의 예가 그렇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내부의 지역적, 정치적 내부 싸움이 매우 치열했지만, 러시아가 쳐들어오자 한마음 한 뜻으로 되어 러시아와 맞서 싸우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에게 이런 우크라이나 정신을 본받으라고 전한다. 지방선거의 적인 ‘국민의힘’에 맞서 하나가 돼 싸워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단수 공천 시도가 ‘3일 천하’로 끝났다. 지난 17일 홍대에서 호기롭게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을 진행한지 꼭 3일 만인 지난 19일 화요일 늦은 저녁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 송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 공천 배제 결정을 내린 것이다.

3일 천하
구긴 체면

이 같은 결정을 들은 송 전 대표 측은 “공천 배제 방침은 지방선거를 포기하고 민주당을 파괴하는 자해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수십 시간의 난상토론 끝에 민주당은 송 전 대표에 대한 완전 공천 배제는 철회하고 국민경선 100%에 참여시키겠다고 재차 발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 참여 자격이 주어졌지만, 송 전 대표의 체면은 제대로 구겨졌다. 당 안팎의 비난을 무릅쓰고 억지로 나온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의도 아닌 타의로 선거에서 ‘배제될 뻔’ 했으니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진 것이다. 

이대로 경선에서 이긴다 해도 ‘희생’을 각오하러 왔다는 송 전 대표의 대의명분은 힘을 잃게 된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 후 민주당 지도부는 모두 사퇴한 바 있다. 그때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한 지도부의 수장은 다름 아닌 송 전 대표였다.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지방으로 내려가 야인생활을 하던 그가 다시 정계로 돌아오는 데는 고작 한 달가량 걸렸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시장 후보군의 구원투수로 그를 영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인난’에 빠져 고심했던 바 있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이길 필승카드가 부재했던 탓이다.  당내 의원들은 이낙연 전 대표나 송 전 대표, 심지어 이재명 상임고문까지 거론하며 ‘거물급’ 인사들의 등판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거물 등판설’에 이 전 대표와 이 고문은 한사코 거부했지만, 송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가능성을 열어 둔 채로 상황을 지켜봤다.

이후 이어진 끊임없는 당의 요구에 결국 송 전 대표가 승낙했다. 주소지를 서울로 옮기며 서울시장 출마에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간접적인 행보는 곧 직접적인 발언으로 이어졌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세훈 시장의 지지율이 50%나오는 상황이고 누가 나오든 10~15%포인트 지는 선거에, 출마 선언도 안 하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희생하겠다는 자세”라며 “저는 현역 국회의원으로 임기 보장된 의원이다. 현역 2년, 국회의장에 도전할 기회도 포기하고 싸우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출마 사유를 길게 설명했다.

‘어차피 질 선거’에 자신이 나서 패배의 아픔을 떠안고 정권을 내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많은 이가 공감하지 못했다. 심지어 책임론을 주장하는 몇몇 사람은 그가 치르겠다는 ‘희생’에 돌을 던지고 나섰다. 

서울시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 수십명은 입장문을 통해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반대했고,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지난 8일 “전략공관위의 잘못을 바로잡을 책임은 우리 비대위에 있다”며 “부동산 문제로 국민을 실망하게 한 분들이 지방선거에 예비 후보자로 등록했다.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당 대표도 마찬가지로 등록했다”고 비판했다.


송 전 대표 단수공천 불가능…입지 줄어
당 “송·박주민 포함한 국민경선 100%”

민주당은 일찌감치 서울시장 자리를 ‘전략 선거구’로 지정한 바 있다. 공천을 주는 것에 당 차원의 화력을 집중시키겠다는 의미였다.

일각에서 “당 지도부가 원하는 인사를 전략공천하겠다는 거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당시 전략 선거구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자 “전략 선거구는 경선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며 “전략선거구를 한다고 해서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전략공천위의 방향은 송 전 대표를 전략공천하는 쪽으로 잡혀갔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현직 의원들의 출사표를 반려한 채 ‘거물급’인 송 전 대표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송 전 대표는 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인 선거 유세 행보에 들어간 듯 보였다. 이대로 민주당 후보로 송 전 대표가 굳어지는 모양새였으나, 당의 예상을 빗나간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지지율 차이’였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쯤 되는 거물급 인사가 나오면 오 시장과의 지지율 차이가 한 자릿수로 좁혀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전 대표여도’ 오 시장과의 지지율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완벽한 동상이몽이었다. 송 전 대표는 ‘희생’하러 왔다지만, 지도부 입장에서는 ‘승리할’ 후보가 필요했다. 수많은 당 내부의 비판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패배한 지도부의 수장을 데리고 온 이유는 서울시장 자리 ‘탈환’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것 같자 지도부는 공천 배제로 입장을 틀었다. 

해당 결정은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내렸다. 전략공관위는 보다 객관적인 후보를 찾아내기 위한 민주당의 당내 기구로 공천 심사 기준과 경선 방법 등을 논의해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전략공관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20명으로 구성됐으며 여성 50%, 청년 10%, 외부인사 30%로 채워졌다. 다만 이들이 내리는 결정은 비대위의 최종 승인 절차를 밟아야만 시행된다. 송 전 대표를 서울시장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바로 공관위였다.

벼랑 끝
동상이몽


공관위의 결정에 박 위원장이 뜻밖의 반응을 내놓았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그가 갑자기 송 전 대표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대선 때 누구보다 헌신했지만 선거 결과에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당 대표를 탈락시키겠다고 한다”며 “서울시장 공천, 경선해야 한다. 송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 배제 결정을 당원과 서울시민, 국민 모두 외면한 결정으로 규정한다”고 규탄했다.

개인의 의견을 넘어 지도부 전체의 생각은 송 전 대표를 버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략공천위에 던진 것이다.

전략공관위원으로 참여한 정다은 전 부대변인 또한 본인의 SNS를 통해 “송영길 전 대표, 박주민 의원을 배제하기로 했다”며 “반대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며 공천 배제에 대한 반대 행렬에 동참했다.

이제 송 전 대표를 위기에서 구해줄 곳은 비대위 지도부 뿐이었다.

해당 결정을 듣고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진 송 전 대표는 “전략공천위원회에서 배제했으니 이제 비대위가 결정을 어떻게 할지 봐야겠다”며 비대위가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희망을 걸었다.


그의 마지막 소원을 비대위 지도부는 들어줬다. 국민경선 100%에 송 전 대표를 참여시키기로 최종 결정을 낸 것이다. 전략공천위의 결정을 뒤집은 셈이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손바닥 뒤집듯 하는 민주당 비대위는 현재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송 전 대표 사태를 계기로 수면 밑에 있던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공천 배제를 주도한 인물은 전략공관위원장으로 선임된 3선의 이원욱 의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위원장은 대표적인 ‘정세균계’ 의원이다. 이 위원장은 대학교 직속 선배인 정세균 전 총리와 친분이 두텁다.

그들의 인연은 10년도 더 됐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정 전 총리의 캠프에서 이 위원장은 캠프 대변인을 맡은 바 있다.

2017년 경선 때 최재성, 이미경 등 대표적인 ‘정세균계’ 의원들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때도 이 위원장은 “당의 후보가 결정되면 돕겠다”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보한 바 있다. 정계는 그가 뼛속 깊은 ‘정세균계’인 것을 이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번 2022년 대선 경선 때도 모든 민주당 의원들이 이 고문을 도울 때 이 위원장은 “최소한 경선 과정에서는 내게 여타 캠프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기대하거나 말하지 말아달라”며 “나 또한 정 후보와 같이 백의종군하겠다. 저의 거취를 생각해 주는 여러 의원에게는 감사드린다”고 딱 잘라 선을 그었다.

정세균계?
반이재명?

이런 이력을 갖고 있는 그가 ‘친이재명계’가 장악하고 있는 비대위가 결정하는 사항에 반대 의견을 내비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송 전 대표에 대한 공천 배제를 결정한 직후 KBS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당과 많은 의원의 우려에도 본인 정치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전략공관위에선 (공천 배제가)차선의 선택이었다”며 “송 전 대표가 선당후사와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당을 위해 존중하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가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했다면 정말 많은 사람이 박수쳤을 것”이라고 배제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말로 다시금 되풀이 된 모양새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마치 대선 경선 직후 민주당내 파열음을 다시 듣는 기분이었다”며 배제 소식을 접한 후 소감을 <일요시사>에 전했다.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정세균 의원은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일찌감치 사퇴한 바 있다.

그 후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잠행을 이어오다 대선 석 달 전, 이 고문을 만나 후원회장을 맡을 것을 선언했다. 이에 이재명 선대위 측은 고무된 분위기로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비로소 ‘원팀’을 넘어 ‘드림팀’이 됐다”고 알려왔다.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다퉜어도 결국 하나될 때는 하나 되는 민주당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이때의 드림팀 선언은 지금 와서 정계의 ‘놀림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고문 측은 대선 패배의 책임은 ‘전혀’ 지려 하지 않고 있고, 그와 드림팀이 됐다고 선언한 ‘이낙연계’ ‘정세균계’ 등 ‘반 이재명계’ 의원들은 당내 세력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공천위 이원욱 의원이 주도
수면 밑 ‘반이재명’ 이빨 드러내

지난달 24일, 민주당의 원내대표 선거가 그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결국엔 ‘친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이 당선됐으나 3차 투표까지 가는 초접전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애초부터 당내 치열한 선거전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 후보 등록도 받지 않은 채 ‘콘클라베’ 방식을 차용한 바 있다.

‘원팀’을 선언했지만 사실 ‘원팀’이 아니기에 차용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었다. 최종 득표 수도 미미한 수준으로 판가름났다고 민주당 측은 전했다. 이는 민주당 의원들의 계파가 하나로 모이지 않고 양분됐음을 의미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 갈등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지지 않기만을 바랬으나, 최근 송 전 대표의 공천 배제 소동으로 그 바람이 깨졌다.

배제 소식이 들리자 송 전 대표는 곧바로 “사실상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 타격”이라며 배제의 저의를 계파 갈등에서 찾았고 언론들도 ‘명낙대전의 부활’이라며 싸움을 부추겼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자신은 ‘정세균계’라며 계파 갈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계파 공천 운운하는 것은 그 일관성, 진정성, 의도를 의아하게 한다”며 “나는 명낙대전으로 흔히 표현되는 그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내게 계파 공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서울시장 공천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지만, 굳건했던 ‘이재명계’가 흔들리는 계기는 됐다. 만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억지로 공천을 받은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국민의힘에 완패한다면 이 고문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줄어든다.

8월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고문이 노리고 있다고 알려진 ‘당 대표’는 사실상 물 건너 갈 것이다.

드림팀
깨지다

현재 여러 접전 지역에서 민주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서울시장을 비롯해 강원도지사나 충청도지사, 제주도지사에서 대부분 뒤지고 있거나 오차범위 내의 초접전 양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 속에서 민주당은 계파 갈등에 시달리기만 할 뿐, 당 차원의 화력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이길 필승 전략을 기다리고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의 행보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함께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 이낙연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상임고문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지방선거 후보들의 지지율 차이를 보더라도 ‘대선 컨벤션 효과’는 입증이 된 상태다. 

후보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대선 때 특수를 누구보다 많이 누린 이 전 대표에게 끊임없이 구애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지방선거에 출마할 계획이 없음을 재차 알렸다.

그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는 지난해 대통령 후보 경선 실패 이후 미국 연수를 준비해왔고, 서울시장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민주당 지도자 등 몇 분께 말씀드린 바 있다”고 주장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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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