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재명계' 송영길 공천 소동 후폭풍

이대로 지면 이재명 아웃?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옆집 사람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하더라도, 마을에 위기가 찾아오면 힘을 합쳐서 ‘공동의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이 상식이다. 우크라이나의 예가 그렇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내부의 지역적, 정치적 내부 싸움이 매우 치열했지만, 러시아가 쳐들어오자 한마음 한 뜻으로 되어 러시아와 맞서 싸우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에게 이런 우크라이나 정신을 본받으라고 전한다. 지방선거의 적인 ‘국민의힘’에 맞서 하나가 돼 싸워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단수 공천 시도가 ‘3일 천하’로 끝났다. 지난 17일 홍대에서 호기롭게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을 진행한지 꼭 3일 만인 지난 19일 화요일 늦은 저녁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서 송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 공천 배제 결정을 내린 것이다.

3일 천하
구긴 체면

이 같은 결정을 들은 송 전 대표 측은 “공천 배제 방침은 지방선거를 포기하고 민주당을 파괴하는 자해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수십 시간의 난상토론 끝에 민주당은 송 전 대표에 대한 완전 공천 배제는 철회하고 국민경선 100%에 참여시키겠다고 재차 발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 참여 자격이 주어졌지만, 송 전 대표의 체면은 제대로 구겨졌다. 당 안팎의 비난을 무릅쓰고 억지로 나온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의도 아닌 타의로 선거에서 ‘배제될 뻔’ 했으니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진 것이다. 

이대로 경선에서 이긴다 해도 ‘희생’을 각오하러 왔다는 송 전 대표의 대의명분은 힘을 잃게 된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 후 민주당 지도부는 모두 사퇴한 바 있다. 그때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한 지도부의 수장은 다름 아닌 송 전 대표였다.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지방으로 내려가 야인생활을 하던 그가 다시 정계로 돌아오는 데는 고작 한 달가량 걸렸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시장 후보군의 구원투수로 그를 영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인난’에 빠져 고심했던 바 있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이길 필승카드가 부재했던 탓이다.  당내 의원들은 이낙연 전 대표나 송 전 대표, 심지어 이재명 상임고문까지 거론하며 ‘거물급’ 인사들의 등판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거물 등판설’에 이 전 대표와 이 고문은 한사코 거부했지만, 송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가능성을 열어 둔 채로 상황을 지켜봤다.

이후 이어진 끊임없는 당의 요구에 결국 송 전 대표가 승낙했다. 주소지를 서울로 옮기며 서울시장 출마에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간접적인 행보는 곧 직접적인 발언으로 이어졌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세훈 시장의 지지율이 50%나오는 상황이고 누가 나오든 10~15%포인트 지는 선거에, 출마 선언도 안 하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희생하겠다는 자세”라며 “저는 현역 국회의원으로 임기 보장된 의원이다. 현역 2년, 국회의장에 도전할 기회도 포기하고 싸우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출마 사유를 길게 설명했다.

‘어차피 질 선거’에 자신이 나서 패배의 아픔을 떠안고 정권을 내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많은 이가 공감하지 못했다. 심지어 책임론을 주장하는 몇몇 사람은 그가 치르겠다는 ‘희생’에 돌을 던지고 나섰다. 

서울시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 수십명은 입장문을 통해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반대했고,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지난 8일 “전략공관위의 잘못을 바로잡을 책임은 우리 비대위에 있다”며 “부동산 문제로 국민을 실망하게 한 분들이 지방선거에 예비 후보자로 등록했다.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당 대표도 마찬가지로 등록했다”고 비판했다.

송 전 대표 단수공천 불가능…입지 줄어
당 “송·박주민 포함한 국민경선 100%”

민주당은 일찌감치 서울시장 자리를 ‘전략 선거구’로 지정한 바 있다. 공천을 주는 것에 당 차원의 화력을 집중시키겠다는 의미였다.

일각에서 “당 지도부가 원하는 인사를 전략공천하겠다는 거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당시 전략 선거구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자 “전략 선거구는 경선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며 “전략선거구를 한다고 해서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전략공천위의 방향은 송 전 대표를 전략공천하는 쪽으로 잡혀갔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현직 의원들의 출사표를 반려한 채 ‘거물급’인 송 전 대표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송 전 대표는 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인 선거 유세 행보에 들어간 듯 보였다. 이대로 민주당 후보로 송 전 대표가 굳어지는 모양새였으나, 당의 예상을 빗나간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지지율 차이’였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쯤 되는 거물급 인사가 나오면 오 시장과의 지지율 차이가 한 자릿수로 좁혀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전 대표여도’ 오 시장과의 지지율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완벽한 동상이몽이었다. 송 전 대표는 ‘희생’하러 왔다지만, 지도부 입장에서는 ‘승리할’ 후보가 필요했다. 수많은 당 내부의 비판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패배한 지도부의 수장을 데리고 온 이유는 서울시장 자리 ‘탈환’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것 같자 지도부는 공천 배제로 입장을 틀었다. 

해당 결정은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내렸다. 전략공관위는 보다 객관적인 후보를 찾아내기 위한 민주당의 당내 기구로 공천 심사 기준과 경선 방법 등을 논의해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전략공관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20명으로 구성됐으며 여성 50%, 청년 10%, 외부인사 30%로 채워졌다. 다만 이들이 내리는 결정은 비대위의 최종 승인 절차를 밟아야만 시행된다. 송 전 대표를 서울시장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바로 공관위였다.

벼랑 끝
동상이몽

공관위의 결정에 박 위원장이 뜻밖의 반응을 내놓았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그가 갑자기 송 전 대표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대선 때 누구보다 헌신했지만 선거 결과에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당 대표를 탈락시키겠다고 한다”며 “서울시장 공천, 경선해야 한다. 송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 배제 결정을 당원과 서울시민, 국민 모두 외면한 결정으로 규정한다”고 규탄했다.

개인의 의견을 넘어 지도부 전체의 생각은 송 전 대표를 버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략공천위에 던진 것이다.

전략공관위원으로 참여한 정다은 전 부대변인 또한 본인의 SNS를 통해 “송영길 전 대표, 박주민 의원을 배제하기로 했다”며 “반대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며 공천 배제에 대한 반대 행렬에 동참했다.

이제 송 전 대표를 위기에서 구해줄 곳은 비대위 지도부 뿐이었다.

해당 결정을 듣고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진 송 전 대표는 “전략공천위원회에서 배제했으니 이제 비대위가 결정을 어떻게 할지 봐야겠다”며 비대위가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희망을 걸었다.

그의 마지막 소원을 비대위 지도부는 들어줬다. 국민경선 100%에 송 전 대표를 참여시키기로 최종 결정을 낸 것이다. 전략공천위의 결정을 뒤집은 셈이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손바닥 뒤집듯 하는 민주당 비대위는 현재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송 전 대표 사태를 계기로 수면 밑에 있던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공천 배제를 주도한 인물은 전략공관위원장으로 선임된 3선의 이원욱 의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위원장은 대표적인 ‘정세균계’ 의원이다. 이 위원장은 대학교 직속 선배인 정세균 전 총리와 친분이 두텁다.

그들의 인연은 10년도 더 됐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정 전 총리의 캠프에서 이 위원장은 캠프 대변인을 맡은 바 있다.

2017년 경선 때 최재성, 이미경 등 대표적인 ‘정세균계’ 의원들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때도 이 위원장은 “당의 후보가 결정되면 돕겠다”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보한 바 있다. 정계는 그가 뼛속 깊은 ‘정세균계’인 것을 이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번 2022년 대선 경선 때도 모든 민주당 의원들이 이 고문을 도울 때 이 위원장은 “최소한 경선 과정에서는 내게 여타 캠프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기대하거나 말하지 말아달라”며 “나 또한 정 후보와 같이 백의종군하겠다. 저의 거취를 생각해 주는 여러 의원에게는 감사드린다”고 딱 잘라 선을 그었다.

정세균계?
반이재명?

이런 이력을 갖고 있는 그가 ‘친이재명계’가 장악하고 있는 비대위가 결정하는 사항에 반대 의견을 내비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송 전 대표에 대한 공천 배제를 결정한 직후 KBS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당과 많은 의원의 우려에도 본인 정치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전략공관위에선 (공천 배제가)차선의 선택이었다”며 “송 전 대표가 선당후사와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당을 위해 존중하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가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했다면 정말 많은 사람이 박수쳤을 것”이라고 배제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말로 다시금 되풀이 된 모양새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마치 대선 경선 직후 민주당내 파열음을 다시 듣는 기분이었다”며 배제 소식을 접한 후 소감을 <일요시사>에 전했다.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정세균 의원은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일찌감치 사퇴한 바 있다.

그 후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잠행을 이어오다 대선 석 달 전, 이 고문을 만나 후원회장을 맡을 것을 선언했다. 이에 이재명 선대위 측은 고무된 분위기로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비로소 ‘원팀’을 넘어 ‘드림팀’이 됐다”고 알려왔다.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다퉜어도 결국 하나될 때는 하나 되는 민주당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이때의 드림팀 선언은 지금 와서 정계의 ‘놀림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고문 측은 대선 패배의 책임은 ‘전혀’ 지려 하지 않고 있고, 그와 드림팀이 됐다고 선언한 ‘이낙연계’ ‘정세균계’ 등 ‘반 이재명계’ 의원들은 당내 세력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공천위 이원욱 의원이 주도
수면 밑 ‘반이재명’ 이빨 드러내

지난달 24일, 민주당의 원내대표 선거가 그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결국엔 ‘친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이 당선됐으나 3차 투표까지 가는 초접전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애초부터 당내 치열한 선거전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 후보 등록도 받지 않은 채 ‘콘클라베’ 방식을 차용한 바 있다.

‘원팀’을 선언했지만 사실 ‘원팀’이 아니기에 차용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었다. 최종 득표 수도 미미한 수준으로 판가름났다고 민주당 측은 전했다. 이는 민주당 의원들의 계파가 하나로 모이지 않고 양분됐음을 의미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 갈등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지지 않기만을 바랬으나, 최근 송 전 대표의 공천 배제 소동으로 그 바람이 깨졌다.

배제 소식이 들리자 송 전 대표는 곧바로 “사실상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 타격”이라며 배제의 저의를 계파 갈등에서 찾았고 언론들도 ‘명낙대전의 부활’이라며 싸움을 부추겼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자신은 ‘정세균계’라며 계파 갈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계파 공천 운운하는 것은 그 일관성, 진정성, 의도를 의아하게 한다”며 “나는 명낙대전으로 흔히 표현되는 그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내게 계파 공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서울시장 공천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지만, 굳건했던 ‘이재명계’가 흔들리는 계기는 됐다. 만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억지로 공천을 받은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국민의힘에 완패한다면 이 고문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줄어든다.

8월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고문이 노리고 있다고 알려진 ‘당 대표’는 사실상 물 건너 갈 것이다.

드림팀
깨지다

현재 여러 접전 지역에서 민주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서울시장을 비롯해 강원도지사나 충청도지사, 제주도지사에서 대부분 뒤지고 있거나 오차범위 내의 초접전 양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 속에서 민주당은 계파 갈등에 시달리기만 할 뿐, 당 차원의 화력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이길 필승 전략을 기다리고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의 행보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함께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 이낙연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상임고문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지방선거 후보들의 지지율 차이를 보더라도 ‘대선 컨벤션 효과’는 입증이 된 상태다. 

후보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대선 때 특수를 누구보다 많이 누린 이 전 대표에게 끊임없이 구애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지방선거에 출마할 계획이 없음을 재차 알렸다.

그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는 지난해 대통령 후보 경선 실패 이후 미국 연수를 준비해왔고, 서울시장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민주당 지도자 등 몇 분께 말씀드린 바 있다”고 주장했다. <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