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그룹 '12년 골육상쟁' 풀스토리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18 12: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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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김 회장 삼형제 싸움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고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의 마지막 유언은 아들 삼형제가 다투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형제는 부친이 세상을 뜨자마자 유산을 두고 다퉜다. 이도 모자라 회장 호칭과 회사 상호를 놓고 싸웠다. 무려 12년간 지속돼 온 대성가 삼형제의 '골육상쟁'. 그 풀스토리를 담아봤다.

"첫째는 대성산업을, 둘째는 서울도시가스를, 셋째는 대구도시가스를 맡거라."

고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이 참으로 무색해졌다. 오랜 법정 다툼 끝에 3남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대성홀딩스'라는 그룹명을 고수하면서 장남 김영대 대성 회장은 '대성지주'라는 회사명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불편한 동거 지속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한규현)는 대성그룹 창업자 김 명예회장의 3남 김영훈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성홀딩스(옛 대구도시가스)가 장남 김영대 회장의 대성합동지주(옛 대성산업)를 상대로 낸 상호사용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대성홀딩스' 상호를 한발 먼저 등록한 점을 고려해 3남의 손을 들어준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장남 회사의 '대성지주(Daesung Group Holdings)'와 3남이 먼저 등록한 '대성홀딩스(Daesung Holdings)'를 보면, '홀딩스'와 '지주'는 국문, 영문 차이만 있을 뿐 뜻이 같다"며 "국문 상표뿐 아니라 영문 상표도 서로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당수 일반 투자자들이 사전에 기업에 관한 자료를 충실히 수집하지 않은 채 주식거래를 하는 점, 설문조사 결과 주식 투자자 29.2%가 두 회사를 혼동했고 11.5%가 상호 혼동으로 말미암아 실제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점 등을 볼 때 유사한 상호명을 함께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장남의 대성지주 상호 사용에는 3남의 대성홀딩스 영업을 장남의 사업으로 오인시키려는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만약) 장남의 회사 매출이 3남보다 크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대성가 형제들의 갈등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0년 10월 당시 84세의 김 명예회장은 타계 전까지 자녀들의 재산 다툼을 걱정했다고 한다. 이에 김 명예회장은 평화로운 경영권 이양을 위해 삼형제를 한자리에 모았다. 그 자리에서 그는 장남에겐 모기업인 대성산업, 차남에겐 서울도시가스, 3남에겐 대구도시가스 경영권을 나눠주며 경영공조체제를 유지하도록 했다. 계열분리를 마친 김 명예회장은 눈을 감기 직전까지 형제 간의 우애를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김 명예회장의 유지는 1년도 채 가지 못했다. 그가 별세하자마자 주식 매각 가격 문제로 형제 간 유산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장남의 대성산업이 보유한 서울도시가스 지분(62.94%)과 대구도시가스 지분(26.3%) 정리가 문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장남 대 차남·3남으로 편이 갈려 주식 매수전과 주총 표 대결에 이어 법정분쟁으로 비화됐다. 3개월가량 지속된 이 분쟁은 원로들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면서 정리됐다.

곧바로 장남 김영대 회장과 3남 김영훈 회장의 '대성그룹 회장' 호칭 사용을 놓고 정통성 싸움이 이어졌다. 당시 김영대 회장은 장남이자 모기업인 대성산업을 물러 받았기에 대성그룹 회장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3남 김영훈 회장은 "그룹을 분할 해 경영한다는 합의만 있었지 누가 대성그룹 회장 호칭을 쓸 것인지에 대해서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대성그룹 회장 호칭을 고집했다. 회장 호칭 신경전은 김영대 회장이 호칭에서 그룹을 떼고 '대성 회장'을 사용하면서 일단락됐다.

"절대 다투지 마라" 부친 마지막 유언 무색
별세후 유산·호칭·상호 두고 '형제의 난'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 싸움은 2006년 삼형제의 어머니 고 여귀옥 여사가 별세하면서 벌어진다. 그가 남긴 100억원대 주식·부동산 등 유산 분배를 놓고 다툰 것. 과거 유산 분쟁으로 홍역을 치른 삼형제는 어머니의 유산 분배를 놓고 또 다시 의견이 갈렸다. 당시 대외적으로는 합의한 것으로 밝혔지만, 이들은 서로 자기 분을 더 많이 차지하려 해 조정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최종적으로 합의를 끝낸 것은 2년 후인 2008년인데 이들은 어머니의 주식을 처분한 돈 90억원을 6명의 형제가 동등하게 각자 15억씩 나눠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골육상쟁은 2009년 그룹명 문제로 다시 불거졌다. 이때 차남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그룹(SCG)으로 '대성' 상호명을 빼 갈등의 소지를 없애며 뒤로 빠졌다. 하지만 장남과 3남은 대성 상호명의 정통성을 차지하기 위해 법정싸움을 시작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10년 5월 김영대 회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기존의 대성산업을 '(주)대성지주'로 변경하며 증시에 상장하자 이보다 8개월 앞서 '대성홀딩스'를 상장한 김영훈 회장은 대성지주라는 상호를 사용하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홀딩스가 지주회사란 의미인 만큼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장남은 기존 대성지주 상호를 포기하고 지난해 1월부터 '대성합동지주'라는 명칭을 내걸고 있다.

3남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을 두고 그동안 독자노선을 구축해오면서도 법적으로는 '한 지붕 세 가족'이나 다름없는 대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형제 간 계열분리 등 지배구조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차례 분쟁을 벌일 만큼 형제 간 사이가 좋지 못하지만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성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산총액(자본+부채)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3형제의 계열사 모두 김영대 회장을 대표로 한 하나의 대기업집단 '대성'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성 삼형제의 '불편한 동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 회사 사이에 교차지분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데다 계열분리를 할 경우 얻는 이득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항소 가능성 내비쳐

대성홀딩스 관계자는 "계열분리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결과에 대해선 "가처분 결정에 이어 본안 소송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되풀이 됐다"며 "법원에서 상식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성합동지주 측은 "재판부가 겉으로 드러난 선후관계만 갖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형제의 관계, 회사의 역사 및 정통성 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해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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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