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시의회 등 돌린 오세훈 책임론

처음부터 반대만 하다 끝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는 지금껏 유례없는 갈등을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은 의회 탓을, 의회는 오 시장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의회가 반기를 들면 오 시장은 의회를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탓에 일각에선 오 시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시장 취임 첫 본회의에서 오 시장과 김인호 서울시의회(시의회) 의장은 협치와 소통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양측의 다짐은 불과 두 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 6월 열린 정례회부터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보여서다. 

대립각

당시 정례회 시정 질의 과정에서 오 시장과 시의회 간 날선 공방이 오갔다. 표면상 이유는 시와 의회의 의견 차이였다. 의회는 오 시장의 신사업에 대해 예산 삭감을 강행했다. 시와 의회의 본격적인 대치가 시작됐던 셈이다. 

이후 서울시와 시의회는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지난해 9월 열린 임시회에서 오 시장이 먼저 폭발했다. 그는 시정 질문을 거부하고 답변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한 불만을 터뜨리며 퇴장했다. 

시의회 측은 의회를 무시했다며 오 시장을 질책했다. 오 시장이 먼저 사과했으나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구도는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오 시장은 자신의 SNS에 사업 관련 예산 삭감과 관련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시의회에 대한 작심 비판에 나섰다. 해당 시리즈의 연재는 시의회로부터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먼저 사과한 쪽은 오 시장이었다. 그는 “공격적 표현을 동원해 과욕을 부른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며 시의회에 손을 내밀었다.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있는 오 시장 측은 시의회가 자신의 반대쪽에서만 주장한다고 말한다. 110석 중 99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껏 유례없는 갈등 구도
사사건건 대치…줄곧 평행선

또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교육·복지정책 등도 오세훈이라서 예산을 삭감당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시의회는 “주요 사안을 처리할 때 사전 논의가 없다”며 오 시장이 협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마지막이었던 추경 예산안 처리도 난항을 겪었다. 시의회는 예비심사에서 서울런, 청년대중교통지원, 영테크 예산을 삭감했다. 

오 시장의 사업 중 시급성이 떨어지는 곳에 예산이 많이 편성됐다는 이유로 삭감을 강행한 것이다. 이런 탓에 마지막까지도 추경 예산안이 빠르게 통과되지 못했다. 


시의회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수정 의결된 추경안에 대한 불만으로 본회의 출석을 거부하는 시의원도 있었다. 오 시장도 물러나지 않았다. 시의회가 갈등을 유발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장은 “앞서 삭감된 예산을 다음 추경에서 증액한 것은 시의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오 시장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서로 한발 물러나며 예산안 부분과 관련된 감정싸움은 일단락됐지만 지속적인 대립은 서울시정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펼치는 것은 비단 이 같은 문제만은 아니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현재 법정 다툼도 벌이고 있다. 

시장 “시의원들이 안 도와준 탓”
의회 “오 시장이 자기 사업 강요”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것은 올해만 3번째다. 그중 가장 크게 충돌하는 부분은 인사권 부분이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의 조례안을 두고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해당 조례 개정안은 서울시 산하기관의 임추위를 구성할 때 시장 및 기관 이사회와 시의회의 추천 비율을 기존 시 4명, 의회 3명 비율을 3명으로 동일하게 바꾸는 게 골자다.

서울시는 인사 재량권을 과도한 침해라며 반발했다. 반면 시의회는 서울시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 장치라는 반박을 내놨다. 현재 해당 사안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오 시장은 한차례 인사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과 대표를 임명하면서다. 

두 인물은 과거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 재직 당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또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가담 의혹을 받았던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대표 역시 오 시장의 사람으로 불린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마지막까지 시의회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의회 입장에서도 안심할 수는 없다.

6·1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 측에서 서울시의원이 다수 탄생할 경우 임추위 관련 사안에 관해 수정안이 발의될 경우가 있어서다.


오 시장의 경우 서울시장 재도전이 공식화됐고,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으며 일단 오세훈표 공약 밑그림을 그렸지만, 재선에 성공해야 나머지 조각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다.

오 시장의 재선이 유리한 국면일 수 있지만 재선에 성공해 자신만의 사업을 강행할 시 의회 반대는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철학의 차이로 정책을 보는 시각이 달라 갈등양상이 벌어진 부분에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끝까지?

오 시장이 협력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지방선거 이후다.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역대급 갈등을 벌이고 있는 양측이 선거 이후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ckd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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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