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휘둘리지 않는 '불사조'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호남의 비난보다 나라의 위기가 먼저였죠”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박주선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호남 행보를 지원해온 인물이다. 호남에서만 4선을 지냈던 박 위원장의 지지는 당시만 해도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무게감을 가진 호남 인사의 지지는 성공적인 결과로 귀결된 모양새다.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 기록을 갈아치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4번 구속, 4번 무죄.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박주선 위원장이 가진 이력이다. 정치권에서는 그를 불사조라 부른다. 이런 이력은 그를 더욱 계파에 휘둘리지 않는 인물로 만들었다. <일요시사>는 박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지지를 선언한 이유부터 풀어나가야 할 과제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정계 은퇴를 했다가 복귀하셨습니다. 

▲저는 정계은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적이 없습니다. 가끔씩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앞으로 정치를 할 계획이 없다” 정도만 언급했습니다. 현재 맡고 있는 취임준비위원장 역시 정치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간인 신분으로서 대통령 취임식이 원만하고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윤 당선인이 요청했습니다.

앞선 상황에서 윤 당선인 후보 시절 그의 지지를 표명했고, 윤석열정부 출범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하는 게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윤정부가 순조롭게 출발부터 마무리까지 ‘밀알’의 역할을 하는 게 책무라 여기고 있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호남 출신 정치인이십니다.


▲정계에 입문할 때 민주당의 아성이라는 호남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습니다. 과거 민주당으로부터 입당을 강하게 요청받은 적도 있습니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국회부의장까지 했으나 민주당 공천은 딱 한 번 받았습니다.

민주당의 지지세가 높은 호남이지만 꼭 호남의 정서와 지지 분위기에 따라가야 할 의무가 없었던 인물이라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민주당에 있을 때도 계파 색이 없는 중도를 걷는 합리적인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보수로부터 보호나 비호를 받은 일도 없고, 독자 생존과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이번 20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반드시 정권이 교체돼야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랐습니다. 신념과 판단 속에서 윤 당선인 지지 선언까지 이르게 된 셈입니다. 

-윤 당선인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저는 호남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호남인으로부터 거센 비난과 비판을 받았습니다. 비난과 비판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위기에 빠진 나라 상태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나라가 위기의 늪 속으로 빠진 형국에 국민 한 사람으로서 일정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전직 정치인이지만 가만히 있으면 사명과 책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게 마음 아팠습니다. 이런 까닭에 윤 당선인의 존재를 통해 정권 교체 필요성을 인식했고, 정권교체의 확실성을 예견한 점이 그를 지지한 이유입니다.  

-윤 당선인에게는 여러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윤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은 대선에서 0.73%p 득표율 차라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개혁과 다양한 사회 변화를 예고 중입니다. 앞으로 윤 당선인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정부를 이끌어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기엔 아직까진 첩첩산중인 상황입니다.

무엇보다도 여소야대의 상태라 야당과의 협치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인사 문제 차기 정부에 넘겨야 
‘여소야대’ 타개 위해 늘 소통

그렇지 못하면 윤 당선인은 소위 말하는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식물 대통령이 된다면 정권교체의 의미도 소멸되고, 국민과 국가에게도 큰 불행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야당을 존중하고 수시로 소통과 대화하면서 윤정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에 냈던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실천해야 합니다.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 능동적이며 적극적이고 합리적, 계획적으로 신속하게 과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검찰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나가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언론에서는 검찰이 제 친정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친정에서 4번 구속됐고, 4번 무죄를 받았습니다. 이런 저를 두고 일각에선 오뚜기, 불사조라고 합니다. 저는 과거에 겪었던 수모가 한탄스럽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검사는 확실한 법리해석에 기반해 죄를 묻고, 유죄를 받는다는 확신과 판단 속에서 기소해야 합니다.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유지하지 못하고 권력의 압력과 지시에 굴종해 죄 없는 사람을 수사, 구속하고 기소하는 일은 없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된 검찰에 의해서 구속됐다가 무죄를 받는 일이 없도록 개혁돼야 하는 게 검찰개혁의 제1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신구 권력의 충돌이 연일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찬 회동을 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치하를 건네고, 독려했다는 것에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회동 이후 문정부의 태도가 아쉽습니다. 떠나는 정부는 다음 정부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차기 대통령이 정부와 일할 사람을 임명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임명권을 현 대통령이 가졌다고 해도 차기 대통령의 의견을 듣고 서로 합의를 해서 인사를 결정하는 게 맞습니다. 


또 인사 공백을 장기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불요불급한 인사가 아니라면 취임날짜가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윤 당선인에게 인사를 맡겨도 됩니다.

그동안 문정부에서 장관이나 대통령 임명직 공석 기간이 몇 개월씩 이어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문정부는 무리한 알박기 인사를 하지 않고 불필요한 국민 비판을 피하는 게 맞습니다. 그게  현명하고 지혜로운 인사권입니다. 

-차기 윤정부의 기조가 문정부와 반대로와 가는 느낌입니다. 

▲국가는 영속적으로 존재하고, 유지하고 관리돼야 합니다. 5년 임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전임 정부에서 했던 일이 하루 아침에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윤정부가 맹목적으로 문정부와 반대로 가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과거의 잘못된 부분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탓에 개혁 작업을 해야 합니다. 

문정부에는 국민에게 지탄과 비난을 받았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득주도성장 경제 정책 같은 것입니다. 해괴한 이론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주저앉게 되는 사태를 빚었습니다.


이 밖에 부동산 문제, 실업 문제, 원자력 문제, 인사 문제, 북한과의 관계 문제 등 여러 가지 정책의 실효성이 제대로 발휘되는지 문정부 때 이미 건의됐습니다. 윤정부는 이런 문제를 새로 고치는 것뿐 입니다.

다만 고칠 분야가 많은 탓에 문정부와 반대로 간다고 이야기들 합니다. 앞으로 윤정부는 문정부가 잘한 것은 계승하면서도 잘못된 부분을 고쳐 나가야 합니다. 

-일각에선 윤 당선인이 거국적 중립내각 정치를 펼칠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거국 중립 내각이라는 게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항상 제기되는 전략입니다. 여소야대 상황이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중립 내각을 구성하려면 야당에서 동의해줘야 하는데 동의해줄 것인가는 윤 당선인이 풀어나가야 합니다.  

-국민의 절반만 윤 당선인을 지지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국민과 정부가 따로 간다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불행은 국민한테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윤 당선인에게는 지지자도 있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윤정부는 이런 점에서 성공을 위해 뛰어야 합니다. 반대하는 분에게도 성공의 열매와 과실이 돌아올 수 있는 탓입니다.  

결국은 정부가 성공하냐 못하냐는 국민이 얼마나 함께하느냐에도 달렸습니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종국적으로 국민이 만들어내는 겁니다.

검찰은 정치적 독립, 중립 중요 
국민과 어떻게 어디로 갈지 고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게 뭐냐에 대해 어떻게 해답을 이끌어낼 것인지 결론내려야 합니다. 결국 국민을 ‘어떻게 어디로’ 모시고 가겠다는 게 중요합니다.

-취임준비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인지 알고 싶습니다. 

▲취임 준비는 첫째로 취임식 준비가 있고, 윤 정부의 5년의 국정철학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취임사 준비가 있습니다. 또 취임식에 누가 참여할 것인가 하는 초청 분야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분야입니다. 많은 생각과 여러 지혜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취임식 장소가 국회로 결정됐습니다. 

▲국회 앞마당으로 확정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장소를 물색해서 답사하고 검토했습니다. 국회로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취임식을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하는 게 상징성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참석 인원 규모를 예상해볼 때 수용 할 수 있는 면적은 국회가 가장 적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방화 시대, 국민 통합과 화합을 열기 위해서 광주를 비롯한 지방에서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있어서 검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수용 규모면에서 접근성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관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대통령 취임사에는 어떤 내용이 반영되는지 궁금합니다. 일각에선 5·18 광주민주화 운동 관련 내용도 반영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윤 당선인도 후보 시절 5·18운동은 민주화 운동의 기반이 되는 일이고, 해당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 헌법이 개정되면 전문에 그 정신을 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임사는 간단·명료하면서 설득력 있게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합니다. 취임사의 전체 기조와 맥락에 합치가 되는지에 대해 적합한지 논의할 예정입니다.  

-위원회가 내세우고 있는 기조가 궁금합니다.

▲취임사는 5년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에 전임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취임식이 이전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늘 필요합니다. 현재는 기획사를 확정해 여러 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취임준비위원회 속에는 취임식 기획위원회가 있습니다. 해당 분과에서도 어떤 기조로 가야 하겠다는 것에 대해 여러 논의를 활발히 하는 중입니다.

-위원회에 다수 전문가를 영입하셨습니다.

▲취임사 준비위원이 16명인데, 각계 분야 전문가들입니다. 세대별로 30대부터 70대까지 전문 위원들 집필위원 구성돼있습니다. 대학교수부터 전문 기관에서 근무하는 연구원, 실무적으로 사회에서 활동했던 분들로 구성했습니다. 정치·경제 등 모든 면에서 전문성을 평가받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 중입니다.

-취임식에 참석하는 분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윤 당선인에게 취임식 초청과 관련된 사안을 보고했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공감, 화합의 장을 만들어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받았습니다. 윤 당선인은 스토리가 있는 다양한 분을 초대하기를 원합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위원회에서는 취임식 당일 윤 당선인 지지 여부를 떠나 각계각층을 초청할 예정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통령 취임준비를 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 취임식은 단순히 대통령이 취임하는 간략한 행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취임사에 담기는 내용이 국민 모두를 포함해 함께 협력해나갈 동맹국가, 협력 국가도 동의할 수 있는 취임식을 준비해야 해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윤 당선인이 명심해야 하는 점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국민이 직접 권력을 행사하지 못해서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서 위임해 윤 당선인이 그 권력을 행사합니다.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의 뜻이 윤 당선인을 국민의 권력 위임자로 선택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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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