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서울시의회 의장 김인호 협치론과 혁신론

동대문 ‘인호베이션’ 꿈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시와 의회의 협치와 소통은 필수항목이다. 그러나 서로 견제하는 탓에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편이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도 갈등의 골이 깊다. 하나부터 열까지 충돌하지 않는 게 없다. 이런 탓에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냉랭한 관계를 풀기 위해서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은 늘 전면에 나선다. 

낮에는 신문을 돌리고, 저녁에는 책을 펼쳐 공부하며 정치인의 꿈을 꿨다.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을 정치인으로 키웠다. 시의원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인정을 받았고, 2선 때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일요시사>가 김 의장을 만나 시와 겪고 있는 갈등과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정치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서울로 왔습니다. 낮에는 신문 배달을 하고, 저녁에는 잡지를 팔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내 손으로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고, 그 무렵 읽었던 <백범일지>에 감명을 받아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열악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도 가졌습니다. 이런 것을 자양분 삼아 노력한 결과 오늘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에는 초선 때가 겁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 정치 철학은 삼리입니다. 의리를 중요시 여기고, 도리를 다하고, 순리대로 풀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떤 조직이던 그렇습니다.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가지게 된 생각입니다. 초선 때는 지하철 9호선 요금 무단 인상 등의 의혹을 밝혀냈습니다. 맥쿼리가 적자를 보면 적자를 보존해주는 협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구 노력이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조사특위를 이끌면서 3조2000억원의 예산을 절약하게 되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시의원으로서 밥값을 톡톡히 한 셈입니다. 

-2선 때와 3선 때도 시의원으로 많은 활약을 하셨습니다.

▲당시 1호 조례가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 조례입니다. 시의원 중 처음으로 1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해당 조례는 현재 정책이 돼서 시 집행부에서 예산을 편성합니다. 3선이 돼서는 시민을 잘 아우르는 협치를 중요시 여깁니다.

감시와 견제라는 본분을 충실히 해낼 때, 진정 시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3선을 지내면서 부족함도 있었지만, 시민과 구민 앞에 진심과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과거 신문 팔다 의장까지
“시와 의회 서로 존중해야”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어려운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아사 직전이입니다. 현장에 가면 임대 점포가 많이 비어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도 계약 기간이 남은 탓에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중입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소비가 이뤄지게 해야 합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지원을 통해 착한 소비를 유도해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 시민에게는 ‘내야 할 의무’ 말고도 ‘받을 권리’도 있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누구나 세금을 냅니다. 어려울 때는 국가에 돌려받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다만 제 뜻이 다 관철되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의회의 역할과 기능은 시 집행부 견제 및 감시입니다. 지금까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의회 인사권이 독립됐습니다. 국회 모델은 아니지만 정책 전문 인력이 보강돼 역량 강화가 예상됩니다.

의회가 발전하면 이익과 편익은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봅니다. 다만 여전히 예산 편성권, 조직권이 넘어와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또 주민조례발안제를 통한 주민 참여 확대로 시민도 필요로 하는 조례의 발의와 개정을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시민과 함께하는 정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오 시장이 취임한 이후 의회와 갈등이 심화된 양상입니다.

▲오 시장은 지금껏 무리한 공약을 이행하려고 했습니다. 의회에서는 절차상 하자, 사전 절차 미이행, 사업 실효성에 의심이 드는 사업에 대해서 예산을 삭감하기도 합니다. 이런 탓에 의회와 시가 많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10명의 시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포기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서울시에 3조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각고의 노력과 협상 끝에 8500억원을 지원받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지급했습니다. 시민을 위한 최선의 결론을 만들어가려면 갈등이 필요합니다. 다만 오 시장께서 의회를 더 존중하고, 자주 소통하는 자세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 시장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층고 제한을 발표했습니다. 

▲주택 공급이 더딘 건 사실입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있어선 층고 완화가 필요한 점도 인정합니다. 다만 시에서 이런 계획들을 급히 발표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의회는 그런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층고 완화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 정책 등 집값 안정을 위해 대책을 발표하는데 그럴 때 집값이 오르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규제를 풀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데 있어 간과해선 안 될 절차가 ‘여론 수렴’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서울플랜 2030’은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공청회와 전문가 자문, 시민 참여 등 수많은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 시장님께서 민주적인 절차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에서 결정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사권을 둘러싸고서도 충돌이 빚어집니다.


▲당이 달라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은 당 시절에도 다수 당내에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서울시의회는 견제와 감시에 있어서는 당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를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시민이 저희를 뽑았습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면 2배수, 3배수를 정해서 시장에게 보고합니다. 시장은 선정된 인물 중 임명권을 가집니다. 현재의 인사권은 의회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임추위 구성은 시가 4명, 시의회가 3명인 상태입니다. 앞으로는 의회와 시 집행부가 동등한 임원추천 구성이 돼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시와 의회가 3대3으로 해서 추천하고 시장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시의회의 인사권 침해라고 보기에는 부당합니다. 인사권은 현재 법정 다툼의 소지가 있어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방자치 더 큰 목소리 내야”
발전 더딘 동대문구 출사표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17개의 광역도시 중 맏형 격인 대한민국 수도입니다. 급격히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 빈곤 확대 등 서울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치가 필요합니다. 


협치는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에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서울시는 시의회를, 시의회는 서울시를 존중하며 논의의 장으로 나아갈 때 원활환 협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협치를 이룰 수 있는 11대 의회가 되길 바랍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당선 직후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당초 광화문 광장을 언급하다가 갑자기 용산으로 선회하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옮기기로 한 용산 국방부와 한남동 공관 일대는 모두 서울에 위치합니다. 이 문제는 국가적 사안이기도 하지만 서울에 위치하고 있기에 서울의 여론이 반영돼야 하는 지역적 사안입니다.

이와 함께 윤 당선인은 용산구민에게 청와대가 용산으로 옮기게 되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용산구민의 의견을 구해야 했는데 그런 점이 부족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대선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웠는데 해당 사안이 시와 의회 대립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국방, 외교, 교육, 복지 등을 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서 밑으로 내려올수록 자치단체는 여성, 가족 등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실질적인 지원, 복지를 신경써야 하는 까닭입니다. 현 시대는 첨예한 갈등 상황이 많은 시대로 갈등이 증폭돼있는 상황입니다.

젠더 갈등도 그의 일환인데, 윤 당선인의 공약과 저는 다른 시선을 가졌습니다. 서울은 여성에 대한 처우를 더욱 개선하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해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마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마음에서 서울시에 ‘여성가족지원청’ 신설을 시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선인 공약 자체를 의회에서 반대하는 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윤 당선인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면 서울시에서는 여성 정책을 좀 더 강화시키면서 모자란 균형을 맞춰나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차후 중앙에서 성·세대 평등부가 따로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 여성에 대한 처우나 상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지역 차원의 대안이 필요합니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이 확고하다면, 지역의 시선은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당선인은 자신이 내세운 공약이니까 공약 실행 과정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보완해가야 합니다. 반드시 실행 전에 충분한 사전 검토 논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청년정책 등에 관한 사안도 시급해 보입니다.

▲최근 청년들은 3포, 4포, 7포세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청년 대책은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청년을 청년답게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서울시의회도 청년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지만 늘 부족합니다. 이에 청년 특별위원회도 설치해서 앞장서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최근 동대문구청장 출사표를 던지셨습니다. 

▲12년간 의회 행정과 정책 경험을 쌓았고,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도전하려고 합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대문구에 대한 저의 진심과 필요한 역량은 많은 사안을 통해 검증돼왔다고 생각합니다. 동대문구에 서울대표도서관 유치, 배봉산 둘레길 조성, 중랑천 수변 공간 마련 등등 ‘김인호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남은 열정을 적극적으로 펼쳐보겠다는 생각에 구청장 출마 뜻을 밝혔습니다.

-브랜드로 내세우시는 이노베이션(‘인호베이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동대문구는 사대문에 걸쳐 있으면서 발전이 더딘 구입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만 해도 동대문구, 청량리하면 부 도심으로서 명성이 있었습니다. 동대문구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동대문 ‘인호’베이션이라는 브랜드로 선거를 준비 중입니다. 배드 타운이 아닌 경제성장의 거점 일차리 창출, 창업이 주를 이루는 스마트 동대문구 시티가 돼야 합니다. 혁신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주저하는 일을 내가 하면 될 뿐입니다. 모두가 지켜보기만 하는 불편을 내가 나서서 해결하면 되고, 일반인의 궁금증과 의아함을 제가 나서서 풀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원’이라는 자리가 저에게 적합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이 같은 혁신의 마인드로 불편한 이야기를 서울시에 많이 던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대문구 주민을 위해서 앞으로도 헌신하도록 하겠습니다. 12년의 시의원 생활 동안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두운 곳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좀 더 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붓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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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