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서울시의회 의장 김인호 협치론과 혁신론

동대문 ‘인호베이션’ 꿈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시와 의회의 협치와 소통은 필수항목이다. 그러나 서로 견제하는 탓에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편이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도 갈등의 골이 깊다. 하나부터 열까지 충돌하지 않는 게 없다. 이런 탓에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냉랭한 관계를 풀기 위해서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은 늘 전면에 나선다. 

낮에는 신문을 돌리고, 저녁에는 책을 펼쳐 공부하며 정치인의 꿈을 꿨다.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을 정치인으로 키웠다. 시의원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인정을 받았고, 2선 때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일요시사>가 김 의장을 만나 시와 겪고 있는 갈등과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정치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서울로 왔습니다. 낮에는 신문 배달을 하고, 저녁에는 잡지를 팔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내 손으로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고, 그 무렵 읽었던 <백범일지>에 감명을 받아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열악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도 가졌습니다. 이런 것을 자양분 삼아 노력한 결과 오늘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에는 초선 때가 겁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 정치 철학은 삼리입니다. 의리를 중요시 여기고, 도리를 다하고, 순리대로 풀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떤 조직이던 그렇습니다.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가지게 된 생각입니다. 초선 때는 지하철 9호선 요금 무단 인상 등의 의혹을 밝혀냈습니다. 맥쿼리가 적자를 보면 적자를 보존해주는 협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구 노력이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조사특위를 이끌면서 3조2000억원의 예산을 절약하게 되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시의원으로서 밥값을 톡톡히 한 셈입니다. 

-2선 때와 3선 때도 시의원으로 많은 활약을 하셨습니다.

▲당시 1호 조례가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 조례입니다. 시의원 중 처음으로 1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해당 조례는 현재 정책이 돼서 시 집행부에서 예산을 편성합니다. 3선이 돼서는 시민을 잘 아우르는 협치를 중요시 여깁니다.

감시와 견제라는 본분을 충실히 해낼 때, 진정 시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3선을 지내면서 부족함도 있었지만, 시민과 구민 앞에 진심과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과거 신문 팔다 의장까지
“시와 의회 서로 존중해야”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어려운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아사 직전이입니다. 현장에 가면 임대 점포가 많이 비어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도 계약 기간이 남은 탓에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중입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소비가 이뤄지게 해야 합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지원을 통해 착한 소비를 유도해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 시민에게는 ‘내야 할 의무’ 말고도 ‘받을 권리’도 있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누구나 세금을 냅니다. 어려울 때는 국가에 돌려받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다만 제 뜻이 다 관철되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의회의 역할과 기능은 시 집행부 견제 및 감시입니다. 지금까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의회 인사권이 독립됐습니다. 국회 모델은 아니지만 정책 전문 인력이 보강돼 역량 강화가 예상됩니다.

의회가 발전하면 이익과 편익은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봅니다. 다만 여전히 예산 편성권, 조직권이 넘어와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또 주민조례발안제를 통한 주민 참여 확대로 시민도 필요로 하는 조례의 발의와 개정을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시민과 함께하는 정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오 시장이 취임한 이후 의회와 갈등이 심화된 양상입니다.

▲오 시장은 지금껏 무리한 공약을 이행하려고 했습니다. 의회에서는 절차상 하자, 사전 절차 미이행, 사업 실효성에 의심이 드는 사업에 대해서 예산을 삭감하기도 합니다. 이런 탓에 의회와 시가 많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10명의 시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포기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서울시에 3조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각고의 노력과 협상 끝에 8500억원을 지원받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지급했습니다. 시민을 위한 최선의 결론을 만들어가려면 갈등이 필요합니다. 다만 오 시장께서 의회를 더 존중하고, 자주 소통하는 자세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 시장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층고 제한을 발표했습니다. 

▲주택 공급이 더딘 건 사실입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있어선 층고 완화가 필요한 점도 인정합니다. 다만 시에서 이런 계획들을 급히 발표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의회는 그런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층고 완화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 정책 등 집값 안정을 위해 대책을 발표하는데 그럴 때 집값이 오르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규제를 풀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데 있어 간과해선 안 될 절차가 ‘여론 수렴’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서울플랜 2030’은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공청회와 전문가 자문, 시민 참여 등 수많은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 시장님께서 민주적인 절차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에서 결정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사권을 둘러싸고서도 충돌이 빚어집니다.


▲당이 달라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은 당 시절에도 다수 당내에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서울시의회는 견제와 감시에 있어서는 당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를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시민이 저희를 뽑았습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면 2배수, 3배수를 정해서 시장에게 보고합니다. 시장은 선정된 인물 중 임명권을 가집니다. 현재의 인사권은 의회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임추위 구성은 시가 4명, 시의회가 3명인 상태입니다. 앞으로는 의회와 시 집행부가 동등한 임원추천 구성이 돼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시와 의회가 3대3으로 해서 추천하고 시장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시의회의 인사권 침해라고 보기에는 부당합니다. 인사권은 현재 법정 다툼의 소지가 있어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방자치 더 큰 목소리 내야”
발전 더딘 동대문구 출사표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17개의 광역도시 중 맏형 격인 대한민국 수도입니다. 급격히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 빈곤 확대 등 서울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치가 필요합니다. 


협치는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에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서울시는 시의회를, 시의회는 서울시를 존중하며 논의의 장으로 나아갈 때 원활환 협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협치를 이룰 수 있는 11대 의회가 되길 바랍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당선 직후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당초 광화문 광장을 언급하다가 갑자기 용산으로 선회하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옮기기로 한 용산 국방부와 한남동 공관 일대는 모두 서울에 위치합니다. 이 문제는 국가적 사안이기도 하지만 서울에 위치하고 있기에 서울의 여론이 반영돼야 하는 지역적 사안입니다.

이와 함께 윤 당선인은 용산구민에게 청와대가 용산으로 옮기게 되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용산구민의 의견을 구해야 했는데 그런 점이 부족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대선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웠는데 해당 사안이 시와 의회 대립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국방, 외교, 교육, 복지 등을 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서 밑으로 내려올수록 자치단체는 여성, 가족 등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실질적인 지원, 복지를 신경써야 하는 까닭입니다. 현 시대는 첨예한 갈등 상황이 많은 시대로 갈등이 증폭돼있는 상황입니다.

젠더 갈등도 그의 일환인데, 윤 당선인의 공약과 저는 다른 시선을 가졌습니다. 서울은 여성에 대한 처우를 더욱 개선하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해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마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마음에서 서울시에 ‘여성가족지원청’ 신설을 시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선인 공약 자체를 의회에서 반대하는 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윤 당선인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면 서울시에서는 여성 정책을 좀 더 강화시키면서 모자란 균형을 맞춰나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차후 중앙에서 성·세대 평등부가 따로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 여성에 대한 처우나 상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지역 차원의 대안이 필요합니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이 확고하다면, 지역의 시선은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당선인은 자신이 내세운 공약이니까 공약 실행 과정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보완해가야 합니다. 반드시 실행 전에 충분한 사전 검토 논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청년정책 등에 관한 사안도 시급해 보입니다.

▲최근 청년들은 3포, 4포, 7포세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청년 대책은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청년을 청년답게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서울시의회도 청년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지만 늘 부족합니다. 이에 청년 특별위원회도 설치해서 앞장서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최근 동대문구청장 출사표를 던지셨습니다. 

▲12년간 의회 행정과 정책 경험을 쌓았고,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도전하려고 합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대문구에 대한 저의 진심과 필요한 역량은 많은 사안을 통해 검증돼왔다고 생각합니다. 동대문구에 서울대표도서관 유치, 배봉산 둘레길 조성, 중랑천 수변 공간 마련 등등 ‘김인호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남은 열정을 적극적으로 펼쳐보겠다는 생각에 구청장 출마 뜻을 밝혔습니다.

-브랜드로 내세우시는 이노베이션(‘인호베이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동대문구는 사대문에 걸쳐 있으면서 발전이 더딘 구입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만 해도 동대문구, 청량리하면 부 도심으로서 명성이 있었습니다. 동대문구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동대문 ‘인호’베이션이라는 브랜드로 선거를 준비 중입니다. 배드 타운이 아닌 경제성장의 거점 일차리 창출, 창업이 주를 이루는 스마트 동대문구 시티가 돼야 합니다. 혁신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주저하는 일을 내가 하면 될 뿐입니다. 모두가 지켜보기만 하는 불편을 내가 나서서 해결하면 되고, 일반인의 궁금증과 의아함을 제가 나서서 풀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원’이라는 자리가 저에게 적합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이 같은 혁신의 마인드로 불편한 이야기를 서울시에 많이 던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대문구 주민을 위해서 앞으로도 헌신하도록 하겠습니다. 12년의 시의원 생활 동안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두운 곳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좀 더 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붓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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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