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서울시의회 의장 김인호 협치론과 혁신론

동대문 ‘인호베이션’ 꿈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시와 의회의 협치와 소통은 필수항목이다. 그러나 서로 견제하는 탓에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편이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도 갈등의 골이 깊다. 하나부터 열까지 충돌하지 않는 게 없다. 이런 탓에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냉랭한 관계를 풀기 위해서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은 늘 전면에 나선다. 

낮에는 신문을 돌리고, 저녁에는 책을 펼쳐 공부하며 정치인의 꿈을 꿨다.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을 정치인으로 키웠다. 시의원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인정을 받았고, 2선 때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일요시사>가 김 의장을 만나 시와 겪고 있는 갈등과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정치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서울로 왔습니다. 낮에는 신문 배달을 하고, 저녁에는 잡지를 팔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내 손으로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고, 그 무렵 읽었던 <백범일지>에 감명을 받아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열악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도 가졌습니다. 이런 것을 자양분 삼아 노력한 결과 오늘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에는 초선 때가 겁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 정치 철학은 삼리입니다. 의리를 중요시 여기고, 도리를 다하고, 순리대로 풀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떤 조직이던 그렇습니다.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가지게 된 생각입니다. 초선 때는 지하철 9호선 요금 무단 인상 등의 의혹을 밝혀냈습니다. 맥쿼리가 적자를 보면 적자를 보존해주는 협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구 노력이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조사특위를 이끌면서 3조2000억원의 예산을 절약하게 되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시의원으로서 밥값을 톡톡히 한 셈입니다. 

-2선 때와 3선 때도 시의원으로 많은 활약을 하셨습니다.

▲당시 1호 조례가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 조례입니다. 시의원 중 처음으로 1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해당 조례는 현재 정책이 돼서 시 집행부에서 예산을 편성합니다. 3선이 돼서는 시민을 잘 아우르는 협치를 중요시 여깁니다.

감시와 견제라는 본분을 충실히 해낼 때, 진정 시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3선을 지내면서 부족함도 있었지만, 시민과 구민 앞에 진심과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과거 신문 팔다 의장까지
“시와 의회 서로 존중해야”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가 어려운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아사 직전이입니다. 현장에 가면 임대 점포가 많이 비어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도 계약 기간이 남은 탓에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중입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소비가 이뤄지게 해야 합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지원을 통해 착한 소비를 유도해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 시민에게는 ‘내야 할 의무’ 말고도 ‘받을 권리’도 있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누구나 세금을 냅니다. 어려울 때는 국가에 돌려받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다만 제 뜻이 다 관철되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의회의 역할과 기능은 시 집행부 견제 및 감시입니다. 지금까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의회 인사권이 독립됐습니다. 국회 모델은 아니지만 정책 전문 인력이 보강돼 역량 강화가 예상됩니다.

의회가 발전하면 이익과 편익은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봅니다. 다만 여전히 예산 편성권, 조직권이 넘어와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또 주민조례발안제를 통한 주민 참여 확대로 시민도 필요로 하는 조례의 발의와 개정을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시민과 함께하는 정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오 시장이 취임한 이후 의회와 갈등이 심화된 양상입니다.

▲오 시장은 지금껏 무리한 공약을 이행하려고 했습니다. 의회에서는 절차상 하자, 사전 절차 미이행, 사업 실효성에 의심이 드는 사업에 대해서 예산을 삭감하기도 합니다. 이런 탓에 의회와 시가 많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10명의 시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포기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서울시에 3조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각고의 노력과 협상 끝에 8500억원을 지원받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지급했습니다. 시민을 위한 최선의 결론을 만들어가려면 갈등이 필요합니다. 다만 오 시장께서 의회를 더 존중하고, 자주 소통하는 자세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 시장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층고 제한을 발표했습니다. 

▲주택 공급이 더딘 건 사실입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있어선 층고 완화가 필요한 점도 인정합니다. 다만 시에서 이런 계획들을 급히 발표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의회는 그런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층고 완화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 정책 등 집값 안정을 위해 대책을 발표하는데 그럴 때 집값이 오르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규제를 풀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데 있어 간과해선 안 될 절차가 ‘여론 수렴’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서울플랜 2030’은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공청회와 전문가 자문, 시민 참여 등 수많은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 시장님께서 민주적인 절차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에서 결정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사권을 둘러싸고서도 충돌이 빚어집니다.


▲당이 달라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은 당 시절에도 다수 당내에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서울시의회는 견제와 감시에 있어서는 당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를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시민이 저희를 뽑았습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면 2배수, 3배수를 정해서 시장에게 보고합니다. 시장은 선정된 인물 중 임명권을 가집니다. 현재의 인사권은 의회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임추위 구성은 시가 4명, 시의회가 3명인 상태입니다. 앞으로는 의회와 시 집행부가 동등한 임원추천 구성이 돼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시와 의회가 3대3으로 해서 추천하고 시장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시의회의 인사권 침해라고 보기에는 부당합니다. 인사권은 현재 법정 다툼의 소지가 있어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방자치 더 큰 목소리 내야”
발전 더딘 동대문구 출사표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17개의 광역도시 중 맏형 격인 대한민국 수도입니다. 급격히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 빈곤 확대 등 서울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치가 필요합니다. 


협치는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에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서울시는 시의회를, 시의회는 서울시를 존중하며 논의의 장으로 나아갈 때 원활환 협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협치를 이룰 수 있는 11대 의회가 되길 바랍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당선 직후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당초 광화문 광장을 언급하다가 갑자기 용산으로 선회하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옮기기로 한 용산 국방부와 한남동 공관 일대는 모두 서울에 위치합니다. 이 문제는 국가적 사안이기도 하지만 서울에 위치하고 있기에 서울의 여론이 반영돼야 하는 지역적 사안입니다.

이와 함께 윤 당선인은 용산구민에게 청와대가 용산으로 옮기게 되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용산구민의 의견을 구해야 했는데 그런 점이 부족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대선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웠는데 해당 사안이 시와 의회 대립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국방, 외교, 교육, 복지 등을 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서 밑으로 내려올수록 자치단체는 여성, 가족 등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실질적인 지원, 복지를 신경써야 하는 까닭입니다. 현 시대는 첨예한 갈등 상황이 많은 시대로 갈등이 증폭돼있는 상황입니다.

젠더 갈등도 그의 일환인데, 윤 당선인의 공약과 저는 다른 시선을 가졌습니다. 서울은 여성에 대한 처우를 더욱 개선하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해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마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마음에서 서울시에 ‘여성가족지원청’ 신설을 시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선인 공약 자체를 의회에서 반대하는 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윤 당선인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면 서울시에서는 여성 정책을 좀 더 강화시키면서 모자란 균형을 맞춰나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차후 중앙에서 성·세대 평등부가 따로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 여성에 대한 처우나 상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지역 차원의 대안이 필요합니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이 확고하다면, 지역의 시선은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당선인은 자신이 내세운 공약이니까 공약 실행 과정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보완해가야 합니다. 반드시 실행 전에 충분한 사전 검토 논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청년정책 등에 관한 사안도 시급해 보입니다.

▲최근 청년들은 3포, 4포, 7포세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청년 대책은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청년을 청년답게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서울시의회도 청년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지만 늘 부족합니다. 이에 청년 특별위원회도 설치해서 앞장서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최근 동대문구청장 출사표를 던지셨습니다. 

▲12년간 의회 행정과 정책 경험을 쌓았고,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도전하려고 합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대문구에 대한 저의 진심과 필요한 역량은 많은 사안을 통해 검증돼왔다고 생각합니다. 동대문구에 서울대표도서관 유치, 배봉산 둘레길 조성, 중랑천 수변 공간 마련 등등 ‘김인호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남은 열정을 적극적으로 펼쳐보겠다는 생각에 구청장 출마 뜻을 밝혔습니다.

-브랜드로 내세우시는 이노베이션(‘인호베이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동대문구는 사대문에 걸쳐 있으면서 발전이 더딘 구입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만 해도 동대문구, 청량리하면 부 도심으로서 명성이 있었습니다. 동대문구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동대문 ‘인호’베이션이라는 브랜드로 선거를 준비 중입니다. 배드 타운이 아닌 경제성장의 거점 일차리 창출, 창업이 주를 이루는 스마트 동대문구 시티가 돼야 합니다. 혁신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주저하는 일을 내가 하면 될 뿐입니다. 모두가 지켜보기만 하는 불편을 내가 나서서 해결하면 되고, 일반인의 궁금증과 의아함을 제가 나서서 풀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원’이라는 자리가 저에게 적합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이 같은 혁신의 마인드로 불편한 이야기를 서울시에 많이 던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대문구 주민을 위해서 앞으로도 헌신하도록 하겠습니다. 12년의 시의원 생활 동안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두운 곳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좀 더 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붓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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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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