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울고 웃는 노총

그나마 따뜻했던 봄날은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한국 노동계를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이들은 5년 만에 벌어진 보수세력의 정권 탈환에 씁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대화가 통했던 문재인정부 아래에서 이뤄낸 결실들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빛바랠 위기에 처한 탓이다. 일단은 정권과 대화를 시도하는 모양새지만 반(反) 노조 성향을 공공연히 밝혀온 차기 정부와의 갈등 표출은 결국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노동계에 있어 문재인정부 5년은 앞선 보수정권 10년에 비하면 봄날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전방위적인 노조 압박이 사라지면서 ‘민중 총궐기’ 등 극한 대립도 잦아들었고, 비교적 협조적인 정부와 소통하면서 각종 성과도 만들어냈다.

각종 성과

특히 노동계에서 꾸준히 주장해온 노동시간 단축·최저임금 상승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주당 68시간이었던 법정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줄어든 반면, 최저임금은 2018년 16.4%·2019년 10.9%로 대폭 인상됐다.

이외에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등 노동계 숙원사업으로 불리던 굵직한 사안들도 문정부 들어 제도화됐다.

문제는 윤석열정부가 지난 5년간의 ‘공든 탑’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최저임금제도부터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최저임금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150만원, 170만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최저임금 재조정·차등 적용 필요성 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이미 법제화된 제도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에는 “최저임금은 업종별로 구분해서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실제 적용된 경우는 1988년 단 한 차례뿐이다. 하지만 문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차등 적용 부활’을 요구하는 사용자 측 목소리는 점차 거세져왔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최저임금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고, 매번 부결되긴 했어도 점차 찬반 표 차이가 좁혀지는 양상이다.

이듬해 적용될 최저임금 심의는 내달 5일부터 시작된다. 임기 시작 이전부터 노동계와 차기 정부의 대립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 들어 일군 노동 개혁
윤으로 가면 말짱 도루묵?

윤 당선인은 근로시간 규정도 손본다는 방침이다. “주 52시간제를 폐지하겠다고 한 적 없다”고 선을 긋긴 했지만, 공약집에는 재계 요구사항인 ‘노동시간 유연화’가 전면 배치됐다.

구체적 방안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1년 이내로 확대, ‘근로시간 저축계좌’ 연 단위 도입, 주 52시간제 예외 업종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대한상공회의소 특별강연에서 “주당 52시간이라는 것을 연평균으로 유지하더라도 하는 업무 종류와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유연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재택근무가 많아지면 근무시간보다 실적과 질에 따라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연이어 우려를 표명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이 법을 겨냥해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지난 2일 TV 토론에서는 “구속 요건이 약간 애매해 형사 기소 시 여러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발언했다.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찬성하고 나섰지만, 현재 입장은 안갯속이다. 윤 당선인과 단일화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가 강경한 반대 의사를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양대 노총은 이 같은 윤 당선인 행보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노동개혁 퇴보는 물론이고 대정부 영향력 약화, 노조 활동 압박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정책협약을 맺고 대선 승리 실천단 활동까지 이어왔다.

이 같은 전력이 차기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발돋움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노총 지도부를 정면 비판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에 임명되면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인 임 의원은 지난달 한국노총의 이 전 후보 지지 결정을 겨냥해 “한국노총 현 집행부의 퇴행적 사고를 규탄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던 바 있다.

아울러 그간 이어온 민주당과의 밀월 관계도 빛이 바래게 됐다. 한국노총은 지난 제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정책연대를 맺은 이후로 민주당과의 정책 협의 등을 통해 핵심 사업들을 진행해왔다.

내부 분열도 수습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한국노총 산하 노조 다수가 상급 단체 방침에서 이탈해 윤 당선인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후보와의 정책협약 체결을 전후로 한국노총 산하 택시노조위원장·부산지역본부 산별 대표자·전국외국기관노조연맹 등지에서 윤 당선인 지지 선언이 이어졌다.

안팎으로 시끄러운 한국노총
민주노총 투쟁 전 대화 시도 

내부 이견을 충분히 조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이번에 조합원 총투표 대신 840여명 규모 임시대의원회의를 통해 최종 지지후보를 결정했다. 앞서 17대 대선과 19대 대선에서는 지지후보를 결정하기 위해 총투표를 진행했었다.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 방침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윤석열은 자격 미달이고, 이재명은 철학이 없다”며 양비론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다만 이 전 후보는 비교적 친노조적인 입장을 낸 것에 반해 윤 당선인은 연일 민주노총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대립각을 세웠다.

더 강한 충돌이 우려되는 이유다.


윤 당선인은 지난 6일 거리 유세에서 “전체 근로자의 4%를 대변하는 강성 노조는 완전히 치외법권”이라며 “강성 노조, 이게 왜 강성인 줄 아느냐. 세고 열심히 해서만 강성이 아니라 불법을 일삼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윤 후보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왔다. 당선 직후인 지난 10일에도 “(윤 당선인의)노동에 대한 무지와 노동조합 혐오에 기초한 ‘막말’을 볼 때 당장 오늘부터 노동자, 민중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것이 예견돼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종 집회와 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6월 말 ‘최저임금 인상 등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 9월 말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투쟁’, 11월 전국노동자대회 등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단 교감

다만 민주노총은 우선 윤 당선인에게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장과 윤 당선인의 만남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측은 “통합의 첫걸음은 상대방에 대한 인정”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 당선인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노동정책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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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