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로 남은 이재명의 앞날

눈앞에 놓인 세 갈래의 길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는 문구가 한국사회를 뒤덮은 적이 있다. 2등과 3등도 노력해 이룬 성적이지만, 세상은 항상 1등만을 기억한다는 아쉬움이 섞인 소리다. 그러나 적어도 2022년 대선에는 이 문구가 먹혀들지 않아 보인다. 정계는 대선에서 2등을 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아직 잊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인사는 그가 정계에 조기 복귀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사람은 살면서 여러 선택의 순간과 마주한다. 청소년기엔 무엇을 공부해 어떤 학교를 갈지 선택하고, 청년기엔 어떤 일을 하며 장래를 그려 나갈지, 또 누구와 만나 어떤 가정을 꾸려나갈지를 선택한다. 그때그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

역할인가
책임인가

정치인들의 정치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중요한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정치인은 대통령까지 클 수도 있고, 조기 은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하지 않았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네 번째 대권 도전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정치 인생을 조기에 마감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 고문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대선에서 패배하며 낙담하고 있을 그에게 민주당은 당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역할론’을, 그리고 대선 패배를 책임지고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책임론’을 내놨다. 역할론을 제시한 쪽은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친이(친 이재명)계’ 의원들이고 책임론을 제시한 쪽은 이낙연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시자는 쪽의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들이다.

민주당 내부 목소리에 의하면, 대선 패배 후 선대위를 해체하기 직전 이 고문은 몇몇 친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전 대표의 비대위원장 위촉에 반대할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패배 후 당내 이권싸움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고문은 공식 대통령선거 기간인 지난 4일 선거유세 중에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젊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그가 대선 패배를 가정하고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패배로 정계를 은퇴한다거나 대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의 말처럼 이 고문은 정계 은퇴를 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올해 59세(만 57세)인 그는 정치인으로서 이미 약 10년의 커리어를 쌓은 베테랑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경력을 두루 갖춘 이 고문이 동년배 정치인 중에서 국정 경험은 압도적으로 깊다는 데 정치 평론가 모두가 동의한다.

이번 대선을 거치며 ‘비주류’ 정치인이었던 이 고문은 일약 ‘주류’ 정치인으로 탈바꿈했다. 경선부터 본선까지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선거를 치러온 이 고문은 그간 패배한 민주당 대권주자들과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많은 것을 얻으며 대선 레이스를 마쳤다.

그중 하나가 ‘차기 대권 가능성 확인’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 일컬었던 이번 선거에서 보통 정치인이었으면 하나만 터졌어도 곤란했을 논란이 서너 가지가 연이어 터졌다.

여배우 스캔들부터 형수 욕설 논란, 아들의 도박 논란, 배우자의 갑질 논란, 그리고 대장동 비리 관여 의혹까지 굵직 굵직한 네거티브 뉴스가 매스컴을 장식할 때마다 이 고문의 입지는 좁아져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는 재빠른 사과와 진실 규명을 적절히 섞어가며 난관들을 헤쳐나갔다.

기지를 발휘한 이 고문의 대처 덕분에 지지율에는 큰 영향이 없었고, 오히려 대선 레이스 막판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격차를 좁혀가는 양상을 그려내며 분전했다.

정계 조기 복귀해 당내 역할?
지방선거 다시 출마 가능성은?

일각에서는 ‘김대중 이후에 논란을 가장 잘 대처한 진보진영의 정치인’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본인 리스크나 도덕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중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는 ‘정치’를 잘했다는 평가다.

선대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어떨 때 사과를 해야 하는지, 어떨 때 맞서 싸워야 하는지 이 고문에게는 본능적인 감각이 있다”고 전했다.

리더의 소양이 충분하다는 평가와 함께 나온 것이 이 고문의 ‘책임론’이다. 이처럼 능력 있고 힘 있는 리더가 지금 민주당 비대위에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민주당은 윤호중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가 구성돼있다.

민주당 선대위는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박지현씨 등 참신한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쇄신 분위기에 힘쓰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많은 지지를 보내준 ‘이대녀’(20대 여자)'를 중심으로 선거 분위기를 개편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윤 비대위원장은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책임’져야 하는 인사다. 지도부가 모두 사퇴한 시점에 비대위를 꾸리기에 부적절한 인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비대위를 이끌 만큼의 여력도 충분하지 못하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 윤 비대위원장은 일부 민주당 지지자에게 문자 폭탄을 받는 등 ‘정치적 테러’를 겪고 있다. 다른 선대위 인사들처럼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게 문자의 주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고문에게 역할론이 제시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책임을 져야 하는 후보긴 하지만, 동시에 국민으로부터 지지율로 인정받은 후보이기에 지금 시점에 비대위원장을 맡을 능력이 있는 후보는 그뿐이라는 것이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했으나 당내 분위기와 이 전 대표의 의지에 따라 무산됐다. 리더십 있고, 무게감 있는 인사가 부재한 탓에 돌고 돌아 이 고문에게까지 역할 제안이 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고문 또한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는 만큼, 이 제안이 성사될 가능성이도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후에 차기 당 대표로 선출된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랬고, 문재인 대통령도 그랬다. 

바로 복귀?
경기 또지사?

다만 이 고문은 여의도 정치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일찌감치 이번 대선은 ‘0’선 의원 간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고문은 그간 민주당 대통령들과는 달리 국회에서 국회의원들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없다. 지방 행정 이력만 갖추고 있는 이 고문의 세력은 결집도도 매우 약한 집단으로 평가된다.

비록 이번 대선에서 ‘주류’로 탈바꿈한 모양새지만, 당권이 약한 그에게 당 대표를 맡겨도 되는지 의구심을 품는 이가 많다. 아무래도 ‘친문파’ 의원이 대다수인 민주당 내에서 세력을 통합하기가 쉽지 않지 않겠냐는 걱정이다. 이 고문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캐릭터다.

워낙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언변으로 논란이 많이 된 탓에 같은 당에 있더라도 그에게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번 경선이 끝난 후 민주당 지도부는 원팀을 표방했지만, 몇몇 중진 의원과 그의 지지자들은 이 고문의 당선을 진심으로 돕지 않았다.

심지어 이낙연 경선 선거 캠프에 있던 한 인사는 윤 당선인의 캠프에 합류해 활약하는 등 분열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리더로서의 재목으로서 당에 역량을 보여준 적 없는 이 고문은 이제 시험대 위에 섰다. 다수 의견을 무릅쓴 채 당권을 잡으려면 지난 대선 본선에서 보여준 능력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줘야만 한다.

‘친문’과 ‘친이’의 대립이 극심한 민주당을 하나로 통합해 낼 수 있을지에도 정계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사실 대선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자마자 바로 당내로 복귀한 사례는 아직 없다. 모두 몇 개월에서 몇 년간 야인 생활을 거친 후에 정계로 돌아왔다.

역대 가장 많은 표차로 대선에서 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제18대 총선이 있을 때까지 약 1년간 야인 생활을 했다. 후에 당의 요청으로 서울 동작구에 출마했으나 당시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에게 패하여 낙선한 뒤, 2009년에 무소속으로 전북 전주시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2010년 2월 민주당에 복당하며 대선 낙선 후 3년 후에나 본격적인 정치 재계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 또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한 후 의원직만 유지하고 평당원으로 잠행을 이어오다 2015년에나 당 대표로 선출되며 다시 대권에 도전하게 된다.

200명에 전화
과연 의미는?

평균으로 치면 최근 민주당 후보들은 대권 패배 후 약 3년이 지나서야 세력을 갖추고 당내 실세로 복귀했다. 이 고문은 3주도 채 지나기 전에 당내 복귀설이 나왔기 때문에, 이는 너무 이례적인 데 많은 이가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이 고문이 야인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이도 많다. 그간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들이 그랬듯, 패배 후보는 시간을 갖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선거는 가장 중차대한 선거다. 선거 승패는 당의 운명을 판가름할 만큼 무게감이 있기에 역대 대선에서 패배한 세력들은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 것을 관례처럼 여겼다.

이 고문이 정 전 장관, 문 대통령과 다른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대선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이 그를 휘감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고문에게는 사법 처벌의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이 고문은 지난달 선거유세 과정에서 “저 지면은 감옥 갈 것 같다. 없는 죄도 만들어서 뒤집어 쓸 것 같다”며 상대 후보인 윤 당선인을 공격하는 동시에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대선 기간 지금 이 고문에게 걸린 검찰 수사는 배우자 김혜경씨 공무원 사적 동원 의혹, 허위 해명 혐의,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김씨 법인카드 유용과 경기주택공사 합숙소 비선캠프 의속, TV토론에서 정영학 녹취록 왜곡 공개 혐의, 검사 사칭 전과 기록 허위 소명 의혹 등 6개다.

6건과 별개로 대장동 수사도 진척되고 있어 이 후보의 걱정은 날로 깊어지는 중이다. 최근 녹취록 공개와 관련자들의 증언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 분위기에서 이 고문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권을 잡는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이 고문은 지방선거에 직접 뛰어들 수도 있다. 야인인 채로 검찰과 수사를 받게 된다면 진영 차원의 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 고문은 역대 대선 패배 후보들보다 빠르고 적극적인 정치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야인으로 지내다 다음 대선에?
당장 수사 받는 입장…선택은?

선거 패배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이 고문은 민주당 모든 국회의원과 자신을 도운 인사 약 200명에게 직접 안부 인사를 하며 정계 복귀 신호탄을 날렸다.

이 고문이 실제로 노리고 있는 것이 당권인지, 지방선거 출마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 고문 스스로가 야인으로 생활하고 싶지는 않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차기 대권후보 한 명을 잃는 것은 뼈아픈 손해이기에 그의 정계 복귀를 서둘러 지원할 수 있다.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사법 처벌을 받는 등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얻었던 모든 것을 다시 빼앗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후보이 지방선거에서 공천받을 만한, 유력하게 점쳐지는 자리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그리고 경기도지사까지 세 자리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모두 민주당 인사들의 실책으로 국민의힘에 내준 자리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큰 표 차이로 국민의힘에 패배했다.

박원순 전 시장과 오거돈 전 시장은 모두 성추문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정치 평론가들은 민주당이 이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대선주자급의 무게감 있는 후보가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범한 후보로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할 것이란 판단이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서울시장 후보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 우상호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정도인데, 이들을 모두 제치고 이 고문이 나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서울시장뿐 아니라 경기도지사도 가능성이 높다. 이 고문은 지난 민주당 경선이 끝난 후 최종 후보에 당선됐음에도, 끝까지 경기도지사직 사퇴를 미뤄온 바 있다. 국정감사를 도지사 자격으로 참여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였다.

이 고문이 경기도지사직에 애착이 남달랐다는 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는 지난달 선거유세 과정에서 자신의 도지사 시절 업적을 언급하며 “경기도지사 시절 도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시민들은 제가 도지사일 때 가장 도지사다웠다고 말해주셨다”고 언급했다.

경기도지사 민주당 후보로는 현재 안민석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지사에는 민주당의 귀책 사유가 없기 때문에, 대선 직전까지 도지사로 일했던 이 고문이 복귀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자리다.

당선 가능성과 무게감으로 본다면 이 고문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민주당 고위 인사들은 전한다.

사법 처벌
큰 타격

민주당은 또 다른 승부를 목전에 두고 있다. 패배는 이미 지나갔고, 돌이킬 수 없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것은 패배에 대한 성찰과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상대의 약점 분석, 그리고 당의 쇄신이다. 명분과 사익에 집착하지 말고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만을 연구해야 한다. 이 고문이 어떤 역할을 할 때 당의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지 지금 민주당 비대위는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민주당은 문자 폭탄 전쟁 중?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 경선이 끝나자마자 미국행을 암시한 바 있다. 그는 1년 정도 미국에 머무르며 남북 관계와 국제 정치 등을 대해 공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대선 뒤로 연기됐다. 지방선거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대선 지원 요청 때문이었다.

이 전 대표는 당의 선대위 수장직까지 맡아가며 총력 지원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이 정도로 도와줬어도 이 고문의 지지자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요즘 민주당 인사들에게 이 고문 지지자들이 문자 폭탄을 돌리는 중이다. 국민의힘과는 달리 당에서 이 고문을 총력 지원 안 했다는 의심에서다.

실제로 원팀 구성과 당의 전폭적인 지지는 약 한 달 남짓 남았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선 때의 앙금을 씻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친문’ ‘친문’ 사이에 있던 감정의 골이 대선 패배를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나는 중이라고 평가한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에는 ‘친문’ 지지자들이, 이낙연 측 인사들에게는 ‘친이’ 지지자들이 문자 폭탄을 보내며 다투고 있다.

당을 쇄신해야 하는 민주당은 지금 서로 물어뜯기 바쁘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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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