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밭' 민주당 지방선거 딜레마

이러지도 우왕좌왕
저러지도 갈팡질팡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이 늘 그래왔듯이, 요즘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어둡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선대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기자들의 전화도 잘 받지 않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지방선거에 뛰어들 주자들은 이 같은 당내 분위기를 어떻게 감지하고 있고, 어떤 전략을 구상 중일까.

민주당의 패배로 대선이 끝났다. 그러나 어느 언론에서도 ‘참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표차가 많이 나지 않은 채 끝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몇몇 언론은 정권교체론이 10% 포인트 이상 차이에서 1% 포인트 미만으로 격차를 줄였다는 점을 꼽으며 ‘나름 선방했다’는 호평을 내놓기도 한다. 

나름 선방?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에게 기울어진 경기장을 제공했다.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여론은 늘 60% 이상 지지를 보냈고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30% 후반대의 지지만을 보냈다. 이 전 지사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을 시기인 지난해 11월 초부터 대선이 치러진 지난 9일까지, 여론조사 지표는 늘 민주당 진영의 패배를 가리켰다.

이 전 지사는 이만큼 조건에서 본인 비리와 가족 비리라는 악재들까지 차근차근 헤쳐나가며 지지율을 점점 좁혀나갔다.


여권에 호의적인 정계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마지막에 안철수 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단일화를 하지 않았으면 결과는 바뀌었을 것”이라는 의견에 입을 모으기도 한다. 

‘역대 최소 차이로 패배’ ‘가장 많은 득표로 패배한 대선후보’ ‘차기 대권 가능성 확인’ 등 대선 후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에게 그리 나쁘지 않은 꼬리표들이 따라 다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계를 은퇴하기에 아직 젊은 편인 이 전 지사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을 추궁하기보다는 재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선 후, 민주당 측은 이 전 지사를 당의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며 ‘큰 어른’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선 패배의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지는 것이냐며 이 전 지사의 역할론과 함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패배 책임론은 이 전 지사 진영 내부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당 분위기 어둡고 어수선
돌아선 민심 수습 급선무

‘친이(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노웅래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대위 참여 인사들은 총사퇴하고 이 전 지사는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놔두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당 입장에서도, 본인 입장에서도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이 전 지사의 복귀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 채이배 비대위원도 “이 전 지사의 역할론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패배로 가장 힘든 사람은 이 전 지사 본인일 것이다. 현재로선 재충전이 시급할 것”이라고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친문(친 문재인)’과 ‘친이’가 대립하고, 대선 후 당권의 주류도 어떤 세력인지 정리되지 상황에서 민주당의 지방선거 주자들은 딜레마에 빠져만 간다.

선거운동에 내걸 메시지 구성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최소 차로 진 민주당 메시지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지, 아니면 아예 민주당과는 다른 메시지를 던지며 선거를 치러야 할지,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계산기에는 그 어떤 정답도 표시되지 않는다. 

특히,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굵직한 자리가 걸려 있는 수도권에서는 말 그대로 박이 터지는 중이다. 호남이나 영남에서는 표의 온도 차가 뚜렷이 나타나 지역 예비후보들에게 선택지가 비교적 쉽게 놓여 졌지만, 수도권은 유권자들이 알쏭달쏭한 지지율을 보냈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어느 한 후보의 손을 ‘번쩍’ 들어주지 않았다.

서울의 경우 이 전 지사는 강북, 노원, 서대문구 등에서 승리해 약 45%의 지지를 받았고, 국민의힘 윤 당선인은 강남, 서초, 송파구에서 승리해 50%의 지지를 받았다. 

서울 민심은 이번 대선의 희비를 갈라놨다는 말이 나왔을 만큼 의미가 컸다. 표차로 치면 불과 30만 표의 차이만 났는데, 이는 전체 표 차이 25만표보다 많은 숫자였다.

국민의힘 성향이 짙은 강남 3구(송파·강남·서초)를 제외하면 서울 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5% 남짓의 격차만 보였다.

발등에 떨어진 ‘지선’
유력 주자들 탈당 러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서울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비교적 가장 객관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평가한다. 이런 평가 속에서 각 구청장직과 서울시장직에 도전 예정인 민주당 인사들은 다른 지역의 인사들보다 더욱 깊은 고심을 해야 한다.

대선 표심 그대로 표가 굳어질 거라면 대선에서 냈던 민주당의 목소리와는 다른 메시지를 준비해야 하고, 지방선거에서 반대로 역풍을 일어난다면 민주당의 메시지에 기대야 한다. 

‘지방선거 역풍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다.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소기의 성과를 이룬 보수 지지자들이 대선 후 결집하지 못하고, 대선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된 진보 지지자들이 반대로 다시 결집해 반전을 이룬다는 예측이다. 또 패배한 민주당에 동정 여론이 쏠려 중도층이 대거 합류할 가능성도 높다.

민주당은 지금 쇄신 과정을 거치고 있다. 선거에서 지자마자 지도부는 모두 사퇴했고, 송영길 전 대표를 비롯한 몇몇 중진 의원은 ‘정치 기득권 타파’라는 명분 아래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 세 곳에는 무공천을 시행해 대중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윤호중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런 혁신에 발맞춰 발 빠르게 당을 개편하고 있다.

민주당 비대위는 여성과 청년 공천 확대와 평등법 제정, 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기조로 쇄신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며 공천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하자는 취지의 개정안도 검토 중이다.

‘내로남불’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공천권을 약화시키고 중진들이 손수 기득권을 내려 놓는 등 대중들에게 필사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 시급


지방선거까지 약 두 달 반 남았다. 시간은 민주당에게 그리 많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아픔이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선거와 마주한다. 지방선거 예비 주자들은 지금의 상처를 치료하기보다는 미래의 상처가 생기지 않게 할 전략이 더욱 시급하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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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