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싸움' 김운용스포츠위원회 이권다툼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2.08 08:55:08
  • 호수 1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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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대부’ 이름에 먹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위원회를 남겼다.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설립한 그의 바람은 수포가 되는 모양새다. 2대 위원장 자리를 물려받은 그의 가족과 이사진 간 내분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이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다. ‘태권도 대부’로 불리는 그는 1971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창설했으며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7년 별세
순조롭게 시작

스포츠를 사랑했던 그는 2016년 9월 자신의 이름을 딴 ‘김운용스포츠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는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오래 지키진 못했다. 이듬해 10월 건강 문제로 별세했다.

공석이었던 위원장 자리에 장녀 김혜원씨가 앉았다. 김 위원장은 윤곡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과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대한체육회와 협력해 출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순조롭게 운영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영국인이었기에 한국 상주하기가 불가능했던 데다 한국의 비영리 법인 운영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 결국 김 위원장 아버지 비서로 재직했던 서모씨에게 위원회 운영을 일임하며 재정적 지원에만 전념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7월경까지 위원회에 2억6000만원이 넘는 후원금과 여성 스포츠인을 위한 윤곡 대한민국여성체육대상 비용을 지원했다. 또 2018년 1월부터 위원회에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던 기존 유료 사무실 대신 김 위원장 소유의 오피스텔을 무료로 제공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가 일궈놓은 위원회를 지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지만 이사진 간 갈등이 발생했다. 그는 임 이사 등이 자신의 컴퓨터와 회계장부 등을 훔치고 유족 모르게 태권도대회를 유치해 국가보조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그들은 2017년경부터 2019년 7월까지 2억6000여만원의 후원금 중 최소 1억원을 술값, 밥값, 커피값, 노래방, 사우나, 개인 차량 주유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운용 전 IOC 총재 딸…2대 위원장 
특수절도·사업비 횡령 등 이사 고소

그는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이하 김운용컵)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매해 4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았고, 김운용컵을 운용하는 데만 사용해야만 했다”며 “하지만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고 돈이 항상 부족하다는 허위 보고를 했다. 그 사실도 모른 채 2억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다”고 억울해했다. 

또 위원회 이사진이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위원회 자금을 개인 계좌로 현금이체하는 방식으로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9년 8월, 이사진이 사무실 출입문 도어락을 파손시킨 후 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컴퓨터 4대, 모니터 1대, 회계장부와 법인 비품 등을 무단 반출해 업무를 중단시켰다고도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진의 주장은 법인을 만들 때 법인 설립비용을 자기들이 냈다는 것이다. 액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00만~3000만원 든 것으로 안다”며 “문제는 그 법인 설립비용을 냈다고 해도 법인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 그들도 공로가 있지만 그 돈을 마음대로 사용한 건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법인통장의 돈을 사용하는 데 있어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나라에서 지원금이 최소 3~4억원 정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사들이 그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 위원장은 임 이사를 특수절도,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를 받았다. 김 위원장이 임 이사를 고소한 사건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해 현재 재항고 또는 재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vs 이사진
위원장직 갈등

임 이사 측은 2019년과 2020년 임시총회에서 김 위원장이 위원장 자격을 상실했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7월경 김 위원장은 이사 재신임 여부 안건에 관해 임시총회를 열었다. 같은 해 8월14일 이사진은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을 이를 거절했다.

같은 달 21일과 29일 임시총회를 또 계획했으나 김 위원장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9월6일과 23일에도 이사진은 임시총회를 소집하려 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10월10일 이사진은 김 위원장 해임과 관련해 임시총회를 소집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이후 이사진은 이듬해 1월28일부터 2월7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메일, SNS 등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재차 요구했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같은 해 2월, 3월, 6월에도 임시총회를 열어 김 위원장 해임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위원회 정관 제8조(회원의 탈퇴와 제명)에 따르면 ‘회원이 법인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목적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또는 1년 이상 회원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위원장이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제명은 회원의 의사에 반해 회원의 자격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사단법인이 회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제재이므로 제명에 관한 정관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위원회 이사진은 업무처리 시 김 위원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살아계실 때 국고를 받아 매년 국제대회를 개최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까지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수차례
임시총회 

이 관계자는 “이사진은 지출 내역을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 있어 투명하게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그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을 해임하려는 움직이도 보였고 위원장 허락도 맡지 않고 대회를 개최하는 등 갈등이 계속 불거졌다. 2~3년 전부터 이런 행태가 지속되다 보니 위원회는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위원회 이사들은 ’김운용‘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다른 대회를 개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2017년부터 매년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를 주최했다.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는 ’위원회‘가 주최하고 매년 새로 구성되는 조직위원회가 주관해온 대회다. 

그러나 임 이사는 해당 대회를 주최하는 위원회의 위원장도 아니고 위원회를 대표해 보조금을 신청할 권한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단법인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 조직위원회’ 대신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 조직위원회’라는 명칭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기관에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국고 보조금 승인을 요청했고 2020년에는 무주군청과 전라북도청에 3억원을 수령했다가 회수 조치했다. 

김 위원장은 “무단으로 유사한 명칭의 위원회 도장을 파고 통장을 개설한 뒤 절도해간 위원회 컴퓨터와 주요 서류를 계속 사용해 마치 기존 위원회 사무인 것처럼 신청자료를 작성하고 국고 보조금을 받아내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진 일부가 2016년 12월부터 ‘주식회사 김운용스포츠위원회’라는 것을 설립해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말도 없이 아버지 이름을 이용해서 사업을 한다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에 위원회 설립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요청도 냈다. 서울 영등포구청은 지난해 김 위원장의 진정을 받은 후 위원회가 신고한 주소지인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지 않고 사업 수행도 불가능해 보인다며 서울시에 설립허가 취소를 요청했다. 

후원금·국비 받아 허위 보고? 
결재 없이 태권도 대회 개최


서울시는 “후속 조치를 위해 법인의 관계자 및 법률대리인에게 확인한 결과 등기부등본상 기재된 사무실이 부존재하나 변경된 사무실이 존재하며 법인 관련 소송 중으로 주사무소 변경 등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민법 제38조에서는 법인설립허가 취소 사유로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한 경우, 조건에 위반한 경우, 그리고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사실 확인 결과를 토대로 법인설립허가 취소에 대해 검토한 바, 사단법인 김운용스포츠위원회의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부존재·위원회 관련 배임 의혹 등의 사유만으로 법인설립허가 취소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해당 법인과 관계된 소송 결과 확정 후, 사무실 부존재 사유와 원인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법인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되는지 판단하고 그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김운용컵 대회의 유치와 약 20여개의 해외 지부 설립 등을 통해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지만 사무국 폐쇄라는 극단적 선택이 내부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원회 문제가 확대될 경우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1988 서울올림픽 개최, 대한민국 최초의 IOC 수석부위원장 등을 이룩한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명예가 실추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금전 관계가 깨끗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위원회를 위해 돈을 지원해줬는데 이사들이 대회를 홍보한답시고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돌아다니는 등 마음대로 돈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위원회는 제대로 된 운영이 잘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만간
입장 발표”

해당 의혹에 대해 임 이사는 “조만간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이사진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태권도 대부’ 김운용 누구?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 부위원장은 1986년 IOC 위원에 선출된 뒤 대한체육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IOC 집행위원과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특히 고인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등 국제대회 유치 등에 기여했으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 당시엔 남북 선수단 동시 입장을 이끌어낸 바 있다.

‘태권도 대부’로 불리는 그는 1971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창설했으며,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내 체육계를 대표했던 김 전 부위원장은 6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에 특유의 친화력과 인맥 쌓기로 스포츠 외교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김운용 전 부위원장은 2015년 양정모(레슬링), 박신자(농구)와 함께 ‘올해의 스포츠영웅’에 선정됐다. 

하지만 그의 생애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1999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스캔들’에 연루돼 IOC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으며, 2004년 대한체육회와 세계태권도연맹 운영 과정에서 횡령 등 비리 혐의로 수감돼 국제 체육계를 떠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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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