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싸움' 김운용스포츠위원회 이권다툼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2.08 08:55:08
  • 호수 1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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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대부’ 이름에 먹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위원회를 남겼다.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설립한 그의 바람은 수포가 되는 모양새다. 2대 위원장 자리를 물려받은 그의 가족과 이사진 간 내분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이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다. ‘태권도 대부’로 불리는 그는 1971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창설했으며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7년 별세
순조롭게 시작

스포츠를 사랑했던 그는 2016년 9월 자신의 이름을 딴 ‘김운용스포츠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는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오래 지키진 못했다. 이듬해 10월 건강 문제로 별세했다.

공석이었던 위원장 자리에 장녀 김혜원씨가 앉았다. 김 위원장은 윤곡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과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대한체육회와 협력해 출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순조롭게 운영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영국인이었기에 한국 상주하기가 불가능했던 데다 한국의 비영리 법인 운영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 결국 김 위원장 아버지 비서로 재직했던 서모씨에게 위원회 운영을 일임하며 재정적 지원에만 전념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7월경까지 위원회에 2억6000만원이 넘는 후원금과 여성 스포츠인을 위한 윤곡 대한민국여성체육대상 비용을 지원했다. 또 2018년 1월부터 위원회에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던 기존 유료 사무실 대신 김 위원장 소유의 오피스텔을 무료로 제공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가 일궈놓은 위원회를 지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지만 이사진 간 갈등이 발생했다. 그는 임 이사 등이 자신의 컴퓨터와 회계장부 등을 훔치고 유족 모르게 태권도대회를 유치해 국가보조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그들은 2017년경부터 2019년 7월까지 2억6000여만원의 후원금 중 최소 1억원을 술값, 밥값, 커피값, 노래방, 사우나, 개인 차량 주유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운용 전 IOC 총재 딸…2대 위원장 
특수절도·사업비 횡령 등 이사 고소

그는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이하 김운용컵)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매해 4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았고, 김운용컵을 운용하는 데만 사용해야만 했다”며 “하지만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고 돈이 항상 부족하다는 허위 보고를 했다. 그 사실도 모른 채 2억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다”고 억울해했다. 

또 위원회 이사진이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위원회 자금을 개인 계좌로 현금이체하는 방식으로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9년 8월, 이사진이 사무실 출입문 도어락을 파손시킨 후 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컴퓨터 4대, 모니터 1대, 회계장부와 법인 비품 등을 무단 반출해 업무를 중단시켰다고도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진의 주장은 법인을 만들 때 법인 설립비용을 자기들이 냈다는 것이다. 액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00만~3000만원 든 것으로 안다”며 “문제는 그 법인 설립비용을 냈다고 해도 법인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 그들도 공로가 있지만 그 돈을 마음대로 사용한 건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법인통장의 돈을 사용하는 데 있어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나라에서 지원금이 최소 3~4억원 정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사들이 그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 위원장은 임 이사를 특수절도,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를 받았다. 김 위원장이 임 이사를 고소한 사건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해 현재 재항고 또는 재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vs 이사진
위원장직 갈등

임 이사 측은 2019년과 2020년 임시총회에서 김 위원장이 위원장 자격을 상실했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7월경 김 위원장은 이사 재신임 여부 안건에 관해 임시총회를 열었다. 같은 해 8월14일 이사진은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을 이를 거절했다.

같은 달 21일과 29일 임시총회를 또 계획했으나 김 위원장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9월6일과 23일에도 이사진은 임시총회를 소집하려 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10월10일 이사진은 김 위원장 해임과 관련해 임시총회를 소집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이후 이사진은 이듬해 1월28일부터 2월7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메일, SNS 등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재차 요구했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같은 해 2월, 3월, 6월에도 임시총회를 열어 김 위원장 해임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위원회 정관 제8조(회원의 탈퇴와 제명)에 따르면 ‘회원이 법인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목적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또는 1년 이상 회원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위원장이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제명은 회원의 의사에 반해 회원의 자격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사단법인이 회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제재이므로 제명에 관한 정관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위원회 이사진은 업무처리 시 김 위원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살아계실 때 국고를 받아 매년 국제대회를 개최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까지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수차례
임시총회 

이 관계자는 “이사진은 지출 내역을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 있어 투명하게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그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을 해임하려는 움직이도 보였고 위원장 허락도 맡지 않고 대회를 개최하는 등 갈등이 계속 불거졌다. 2~3년 전부터 이런 행태가 지속되다 보니 위원회는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위원회 이사들은 ’김운용‘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다른 대회를 개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2017년부터 매년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를 주최했다.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는 ’위원회‘가 주최하고 매년 새로 구성되는 조직위원회가 주관해온 대회다. 

그러나 임 이사는 해당 대회를 주최하는 위원회의 위원장도 아니고 위원회를 대표해 보조금을 신청할 권한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단법인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 조직위원회’ 대신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 조직위원회’라는 명칭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기관에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국고 보조금 승인을 요청했고 2020년에는 무주군청과 전라북도청에 3억원을 수령했다가 회수 조치했다. 

김 위원장은 “무단으로 유사한 명칭의 위원회 도장을 파고 통장을 개설한 뒤 절도해간 위원회 컴퓨터와 주요 서류를 계속 사용해 마치 기존 위원회 사무인 것처럼 신청자료를 작성하고 국고 보조금을 받아내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진 일부가 2016년 12월부터 ‘주식회사 김운용스포츠위원회’라는 것을 설립해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말도 없이 아버지 이름을 이용해서 사업을 한다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에 위원회 설립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요청도 냈다. 서울 영등포구청은 지난해 김 위원장의 진정을 받은 후 위원회가 신고한 주소지인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지 않고 사업 수행도 불가능해 보인다며 서울시에 설립허가 취소를 요청했다. 

후원금·국비 받아 허위 보고? 
결재 없이 태권도 대회 개최


서울시는 “후속 조치를 위해 법인의 관계자 및 법률대리인에게 확인한 결과 등기부등본상 기재된 사무실이 부존재하나 변경된 사무실이 존재하며 법인 관련 소송 중으로 주사무소 변경 등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민법 제38조에서는 법인설립허가 취소 사유로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한 경우, 조건에 위반한 경우, 그리고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사실 확인 결과를 토대로 법인설립허가 취소에 대해 검토한 바, 사단법인 김운용스포츠위원회의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부존재·위원회 관련 배임 의혹 등의 사유만으로 법인설립허가 취소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해당 법인과 관계된 소송 결과 확정 후, 사무실 부존재 사유와 원인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법인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되는지 판단하고 그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김운용컵 대회의 유치와 약 20여개의 해외 지부 설립 등을 통해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지만 사무국 폐쇄라는 극단적 선택이 내부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원회 문제가 확대될 경우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1988 서울올림픽 개최, 대한민국 최초의 IOC 수석부위원장 등을 이룩한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명예가 실추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금전 관계가 깨끗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위원회를 위해 돈을 지원해줬는데 이사들이 대회를 홍보한답시고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돌아다니는 등 마음대로 돈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위원회는 제대로 된 운영이 잘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만간
입장 발표”

해당 의혹에 대해 임 이사는 “조만간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이사진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태권도 대부’ 김운용 누구?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 부위원장은 1986년 IOC 위원에 선출된 뒤 대한체육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IOC 집행위원과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특히 고인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등 국제대회 유치 등에 기여했으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 당시엔 남북 선수단 동시 입장을 이끌어낸 바 있다.

‘태권도 대부’로 불리는 그는 1971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창설했으며,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내 체육계를 대표했던 김 전 부위원장은 6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에 특유의 친화력과 인맥 쌓기로 스포츠 외교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김운용 전 부위원장은 2015년 양정모(레슬링), 박신자(농구)와 함께 ‘올해의 스포츠영웅’에 선정됐다. 

하지만 그의 생애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1999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스캔들’에 연루돼 IOC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으며, 2004년 대한체육회와 세계태권도연맹 운영 과정에서 횡령 등 비리 혐의로 수감돼 국제 체육계를 떠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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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