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인기'만 없는 김동연 대선후보

“막 퍼주는 이·윤 생각 없으니 막 뱉어”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이 있다. 학교 내에서 각종 문제도 일으키지 않아 교무실에 불려간 적도 없다. 때로는 옳지 않은 일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급우들을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완벽한’ 학생이 반장 선거에 나가기만 하면 늘 떨어진다. 가장 중요한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은 역대 대선에서도 손꼽을 만큼 혼탁한 선거가 됐다.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는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연일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무속인 논란’ ‘도박 논란’ ‘주가 조작’ ‘대장동 비리’ 등 하나만 터져 나와도 치명상이 될 약점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나온다. 

사실, 이런 형국에서는 비리에 연루된 후보의 지지율이 대폭 빠져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각종 비리들이 터져도 양강 체제는 더욱 공고해져갔다. 오히려 각 당의 지지자들이 결집해 서로를 공격하는 데 몰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깜짝 반등했던 것도 후보들의 비리보다는 국민의힘 ‘내홍’ 문제가 주된 원인이었다.제3지대에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후보는 지금 대선판이 억울하기만 하다.

그는 가족 리스크에서도, ‘대장동’이나 ‘고발 사주’ 같은 본인 비리 의혹에서도 자유롭다. 그의 경력 또한 요즘 국민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경제 대통령’에 가장 부합한다. 김 후보는 지난 40년간 청와대에서 경제 관련 일만 해온 ‘경제통’이다. 


김 후보는 정치인으로서의 드라마도 갖추고 있다. 대선 출마 후, 판자촌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이 재조명되며 언론은 그에게 진정한 ‘개천의 용’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아무런 배경 없이 능력만으로 청와대의 중책을 맡아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행정 능력도 탁월해 그간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러브콜을 받았다. 그가 함께 일한 대통령만 총 6명(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이나 된다.

이번 대선에서 최대의 캐스팅 보트가 될 2030 청년들에 대한 이해도도 가장 높은 후보다. 타 후보들과 달리 대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인물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2015년 제15대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해 약 2년간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일선에서 목격해왔다.

이번 대선 출마 때도 출마 선언문의 절반가량을 청년들을 위한 공약으로 채웠다.

판자촌 유년 시절 ‘개천서 용’
배경 없이 오직 능력으로 중책

개천에서 난 용 신화, 도덕적 흠결이 없는, 경제·청년 전문가 등 대선후보로의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김 후보가 단 하나 갖지 못한 것은 ‘지지율’이다. 새로운물결의 초기 예측과는 달리, 완벽한 김 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조사한 모든 여론조사에서 1%대 지지율을 벗어난 적이 없으며 심지어 최근 몇몇 조사에서는 0.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요즘 고심이 많을 김 후보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를 만났다. 다음은 김 후보와의 일문일답.


-‘나는 OOO 대선후보’라고 정의한다면.

▲제게 ‘지지율만 빼고 다 가진 후보’라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감사하면서도 아쉬운 평가입니다.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지 불과 5개월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존 정당들의 달콤한 권유를 마다하며, 기존 정치권에 빚을 지지 않은 채 시작했습니다. 그 제의를 받아 그들의 자금력과 조직을 활용했으면 아마도 지금보다 지지율도 높았을 테고 편한 길을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필요하고, 낡은 정치 체제 안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후보들이 걸어가는 길과 가장 크게 다르다고 말씀드립니다.

나는 ‘기존 정치권에 빚이 없는 후보’라고 자부합니다.

-매우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하신 걸로 압니다. 그럼에도 경제관료가 되려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삶을 스스로 표현하면 ‘낮엔 은행원, 밤엔 대학생, 새벽엔 고시생’입니다. ‘세상 누구를 내 자리에 데려다 놓아도 나보다 열심히 살 수는 없다’는 각오로 살았습니다.

덕수상고 3학년 때 은행에 들어갔지만 고졸 출신이라는 현실의 벽이 높았습니다. 100m 달리기 경주에서 50m쯤 뒤처진 채 출발하는 답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학력에 대한 갈증에 야간대학을 다녔는데, 우연히 쓰레기통에 버려진 고시 잡지를 보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끄러운 말일 수도 있지만 고시란 게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공직에 대한 포부나 의식은 딱히 없었고 다분히 현실적으로 공무원이 되는 게 제게 더 나은 기회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후보님이 이뤄낸 기적을, 지금 청년들은 이뤄낼 수 있다고 보시나요.

▲기적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대신 제게는 기회가 많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청년 시절은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계층 이동의 가능성과 역동성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착실히 저축하면 내 집은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고, 실제로 지금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기성세대고 더구나 공직에 오래 몸담았던 터라 더 좋은 나라를 만들지 못한 점 때문에 청년들에게 늘 미안합니다. 그만큼 시대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청년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재능 있고 가능성 있는 세대가 지금 청년세대입니다. 많이 힘들고 화도 날 겁니다. 다만, 힘들고 실패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았으면 합니다. 남이 하고 싶은 일, 사회가 인정해 주는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한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늘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그 해답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청년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새로운물결이라는 이름을 지으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새로운물결’은 세 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부패를 쓸어버리는 물결입니다. 우리 사회에 기득권과 부패가 얼마나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온 국민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부패만 없애도 수많은 기회가 생깁니다. 저와 ‘새로운물결’의 집권은 대한민국에서 부패를 종식하는 반부패 원년이 될 것입니다. 

둘째, 기득권 둑을 허물고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를 만들어내는 물결입니다. 선거마다 반복되는 비슷한 공약, 구호만 요란한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공약과 정책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함께 일한 대통령 6명
노무현과 가장 잘 맞고
문재인이 가장 아쉬워

셋째, 기득권 양당 정치를 바꾸는 물결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진흙탕입니다. 새 물결로 깨끗하게 쓸어버리겠습니다. 국민 한 분 한 분의 힘이 새 물결이 될 것이고, 그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기득권을 깨고 국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참여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YS 때부터 총 6명의 대통령을 모셨습니다. 최고와 최악을 꼽는다면.

▲최고, 최악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보람이 컸던 일 중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 때 만들었던 ‘비전 2030’ 수립입니다. 당시 25년 뒤 한국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을 담았습니다. 처음으로 ‘동반 성장’이라는 말을 썼고, 성장과 분배가 함께 간다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정치권의 세금 폭탄 프레임에 말려들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그때 기득권 정치의 폐해를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경험으로는 경제부총리로 일할 당시 부동산 등 경제 현안에서 청와대와 갈등이 있었다는 일화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분들을 비난하거나 깎아내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기간 국가 경제, 나라 살림을 맡아온 경험으로 정책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다양한 가치, 구성원, 이해관계가 모두 고려돼야 합니다. 그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이념에 따른 목표에 매몰될 경우 국가 정책의 방향도 일방적이고 거칠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정치를 하면서 공무원이었을 때 못 느꼈던 점이 있을까요?

▲공직에 있을 때 지금은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좋은 정책도 잘못된 정치로 인해 실패하는 모습을 자주 봤기에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소신으로 한 말입니다. 그리고 작년 8월 대선 출마 선언 후 5개월여 동안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더욱 강하게 들었습니다. 

또, 혼탁한 대선판을 겪으며 여야 어디가 집권하든 흔히 말하는 ‘정권 재창출’이나 기득권 정당 사이의 ‘정권교체’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헛된 장밋빛 약속이나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국민들을 현혹하는 정치판 자체를 바꾸고 정치세력을 교체해야 한다고 다시금 다짐하고 있습니다. 

-양강 후보들의 경제 정책 중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면.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양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만, 두 분 다 자신들이 추구해온, 추구하겠다는 가치와 비전에 어긋나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경제 공약을 내세우면서 국민소득 5만불과 경제강국 5대 강국, 국가주도에 의한 대규모 투자로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민주당이 추구해온 진보적 가치와 맞지도 않고, 이명박정부 시절 ‘747’ 공약을 연상시킵니다. 

“기존 낡은 정치에 빚이 없다”
YS 때부터 빠짐없이 러브콜

윤석열 후보는 임대료의 3분의 1을 깎아주고 나머지는 국가와 임차인이 부담한다고 합니다. 3분의 1 임대료는 시장가격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뜻이고, 시장가격에 정부가 개입할 경우 발생하게 된 시장 왜곡에 대해서 과연 생각은 해봤는지 의심스럽습니다.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대한 입장은 아직 확고하신가요? 이것을 어떻게 해낼지 구체적인 방안이 궁금합니다.

▲작년 11월 ‘권력구조 대개혁’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거기에 4년 중임제 개헌을 위한 개헌 공약이 있습니다. 당연히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현재의 대통령 후보들이 먼저 합의해서 길을 트고, 당선자가 임기 초반에 강력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헌법개정국민회의’를 구성, 2023년 말까지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해내고, 2024년 총선 일정에 맞춰 대통령선거까지 한꺼번에 치르는 일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새 대통령은 임기가 2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정치개혁’을 위한 헌신적 결단을 해야 합니다. 정치권이 이 문제에 합의한다면 국민들께서 박수쳐 주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최저임금제에 대해 현 정부와 생각이 많이 다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당연히 가야 할 방향입니다. 하지만 너무 급격한 인상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에 큰 부담이 됩니다. 임금은 노동의 가격입니다. 임금의 가격이 오르면 임금의 노동에 대한 수요가 주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결국 고용에서 조정이 일어났고, 부정적인 효과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목표가 분명히 보인다고 무작정 빨리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특히 최저임금 같은 경우는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칙하에 경제의 상황을 잘 살피고 속도 조절하며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정책 추진은 오케스트라 지휘와 같습니다. 많은 변수를 같이 봐야 하는데 특정 목표나 이념에 집착하게 되면 다른 부분을 놓치면서 시장이 왜곡됩니다. 투기 억제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함과 동시에 공급 확대를 원활히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수도권 올인 구조를 깨는 국토균형 발전도 병행돼야 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정책은 신뢰의 문제입니다. 국민과 시장이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지금 정부가 지나치게 잦은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것이 시장 신뢰를 잃게 만든 주요 원인이기도 합니다. 제가 집권하면 1년 안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끝으로 같이 대선 레이스를 뛰고 있는 후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루하루 거친 언사와 날선 공격만 오가고 있습니다. 지켜보는 국민도 힘드시고, 또 당사자들 마음도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에 덕담이랄까, 격려의 한마디 드리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계실 텐데 건강 챙기시면서 끝까지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위한 길에 나섰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김 후보는 황급히 다음 일정을 소화하려 움직였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는 게 목표인 김동연의 대선 캠프는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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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