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두 얼굴’ 기막힌 기부의 세계

내고도 욕먹는 이상한 나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좋은 취지로 시작되는 기부지만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기 및 비리의 온상으로 치부되기도 할 정도. 기부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자 전문가들은 ‘현명하게 기부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부’는 어려운 사람들을 자의적인 마음으로 돕는다는 점에서 자원봉사와 함께 대표적인 선행으로 꼽힌다. 기부단체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고 모인 돈이나 물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등 각 기부단체의 목적을 위해 쓰인다. 

대표적 선행
단점도 다수

기부와 자원봉사를 병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2010년대 이후에는 기부와 자원봉사를 결합한 재능기부라는 형태도 등장했다.

기부가 좋은 취지로 시작되는 것은 맞지만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돈이 돌아다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를 노리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서 사기 및 비리의 온상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 자선단체의 경우 기부받는 나라의 현지 사정을 무시하고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기부단체의 이름을 사칭해 모금한 뒤 돈을 갖고 잠적하는 경우도 꽤 있다. 특히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앵벌이가 이런 경우다.


길거리나 지하철 입구 계단 등에서 금전을 요구하는 사람이나 단체에게 돈을 주면 어떤 식으로든 안 좋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게 기부된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이후 행방을 알 수도 없고, 기부받는 단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단체인지, 혹은 사칭인지 사실 여부도 알 수 없으며 영수증도 발급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행위는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지만 결국에는 약자들이 구걸에만 의지하게 만들어 사회적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기부할 때에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저명한 기부 단체인지 확인해야 하고 해당 단체의 목적을 확인해 기부금이나 물품이 어떻게, 어디에 투명하게 쓰이고 있는지 알고 기부하는 것이 좋다. 

기부하는 입장에서는 단순히 돈이나 물건만 전해주고 나서 관심을 끊을 뿐, 전체적인 상황들을 검토해서 진실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또 사기임이 밝혀져도 후원금을 돌려받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소송 비용이 후원금 액수보다 더 크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냥 포기한다. 

기부금을 낸 사람은 기부금을 추적하는 것도 어렵다. 수십만원에서 수억원을 넘는 기부금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엉뚱한 데 사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관리하는 게 아니라 개인단체들이라는 점이다. 

국가가 개입하면 기부를 가장한 국외 지원이니 이론상 지원받은 국가의 외교적 관례상으로는 완전한 부패 행정 정도는 막을 순 있겠지만, 영향력 행사라는 외교 관련 논란이 생길 수 있고, 민간의 경우는 대놓고 활동하는 기부단체를 제외한 기부단체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1990년대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 불우이웃돕기 기부금을 걷었지만 1994년 감사원 감사 결과 내무부·경기도 등 17개 기관이 기부금을 유용해 기관장 경조사비·판공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민간 주도로 전환됐다. 

좋은 취지로 시작되지만…끊임없는 논란
‘기부는 좋은 일’ 명분으로 정당화하기도

이후 2000년대에는 ‘사랑의 열매’와 사랑의 온도계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시행됐으나 2011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마저 성금 일부를 단란주점, 유흥주점, 노래방, 래프팅, 바다낚시 등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가가 주도하거나 간접적으로 특정 단체를 지원하는 형식의 기부는 사라지게 됐다. 

이 같은 문제로 상세하게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 단체들도 있으며 모든 자선단체가 마냥 풍족한 지원을 받고 활동하는 것도 아니다.

기부금의 실 사용 문제로 이야기가 많은 요즘은 홈페이지에 예산 책정이나 기부금 사용내역을 공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단체의 경우 놀랄 정도로 기부금 내역을 상세히 공시하는 단체들도 있다. 

반대로 이 같은 점을 역용해 기부금 상세 내역을 믿도록 유도하는 단체들도 있다. 물론 기부단체가 전부 사기꾼인 것은 아니지만 영수증 자체를 가짜로 발급하는 단체마저 있는 상황에서 기부자 개개인이 인터넷상의 정보만으로 기부단체를 전적으로 믿을 근거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기부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본질적인 문제 해결은 세금을 동원한 국가의 복지기능 확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은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으로, 기부가 없으면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는 반박도 있다.

기부가 만사의 해결책처럼 여겨진다는 주장도 있다. 근본적으로 기부받아야 될 만큼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사회적 구조나, 법망의 문제 등에 대한 개선을 논하기보다는 기부행위 자체를 추켜세우고 그런 원인으로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돌려버린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기부에 의존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부금 지출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오히려 비효율적인 지출이 이뤄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체 지출 중 실제로 사업에 들어간 비용의 비율이 높은 단체는 효율적이고 청렴한 단체며, 그렇지 않으면 불투명한 단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인식
불투명 운영


최근 횡령 문제로 인해 단체의 투명성에 관심이 높아졌는데 일반인이 재정보고서를 읽어봐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단체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이 이렇게 많은데 사업비 지출은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걸고 넘어질 수도 있다.

단체 입장에서도 후원자 입맛에 맞추려면 사업비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어 곤란하기는 매한가지다.

인기 후원수단인 1:1 결연 후원 방법에도 문제가 많다. 결연 후원은 후원자와 아동을 연결해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선물을 보내는 등 인간적 교류를 할 수 있는 후원수단으로 보통 단체로 들어오는 개인 후원금의 절반 이상이 이 1:1 결연 후원으로 들어올 정도로 보편적이다. 

신규 후원자를 유입하는 효과가 높아 많은 국제구호개발단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많다. 실제로 정직하게 1:1로 연결하더라도 비판은 피할 수가 없다.

첫 번째 문제는 아동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 노출에 대한 윤리 부분이다. 비록 좋은 의도라고는 하나 아직 정보 공개에 대한 판단능력이 부족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외국 후원자에게 신상정보와 성장 과정을 노출하는 게 과연 문제가 없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평성으로 동일 지역, 같은 사업 혜택을 받으면서도 어떤 아동은 후원자와 연결될 수 있고 어떤 아동은 후원자를 만나지 못해 평등구호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유니세프가 1:1 결연 후원을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평등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세 번째는 과연 임의적이고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관계가 아동 및 후원자의 정서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아동이 성인이 되어 결연 후원이 종료될 때까지 후원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에 해당 아동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물론 단체에서는 1:1 결연 후원이 끊긴 아동도 지역 사업비용으로 계속 지원하게 되므로 후원이 끊겼다고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지만, 나를 지원해주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어른이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후원자 쪽이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데, 구호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지역 특성상 아동 및 청소년이 어른이 되기 전에 사망 혹은 실종되거나 부모에 의해 어딘가로 팔려가거나 성폭행, 조혼 등의 임신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일들이 상당히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희생자 중에 자신의 후원을 받던 아이들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과 슬픔에 빠진 이들이 많았다.

“기부는 좋은 일”이라는 명분으로 기부에 관련된 모든 것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에 일반인부터 유명인이나 부유한 사람에게 사람들이 대놓고 기부하라고 강요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다. 일반인의 경우 지나가다 보면 보이는 기부단체의 기습 질문이나 설문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기부 강요자가 어느 정도 권력이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는 협박 및 갈취와 다르지 않다. 게다가 돈 내놓으라는 말이 아니라 기부하라는 말로 대체함으로서 마치 자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디까지나 기부는 기부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타인이 기부자를 설득할 수는 있어도 더 이상 기부자를 비난하거나 강요할 권리는 없으며 남에게 기부하라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반대로 기부했다는 실적을 면죄부로 사용하기도 한다. 

선의로 기부
세금 부메랑

선의의 기부가 ‘세금폭탄’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기부처에 따라 제3자에게 재산을 준 것으로 보고 상속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자손들이 한국을 알리기 위해 해외 대학 등에 40여억원을 기부했지만, 돌아온 것은 ‘세금폭탄’이었다.

김구 선생의 차남인 고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은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2006년부터 10여년간 미국 하버드대, 브라운대 등 유수의 대학 등에 42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장학금으로 쓰이기도 했고, 항일 투쟁의 역사를 알리는 ‘김구포럼’ 개설, 한국학 강좌 개설 등 한국을 알리는 데 쓰였다.

김 전 총장은 지난 2016년 5월 별세했고, 국세청은 2년여가 지난 2018년 10월 김 전 총장의 자녀들에게 상속세(9억원)와 증여세(18억원) 27억원을 부과했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에 출연하거나 기부한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를 감면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해외 대학은 공익법인이 아니라서 세금을 감면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상속·증여세는 재산을 받은 사람이 내야 하지만, 해외에 거주자에게 증여했을 경우 증여자가 내야 한다. 해외 거주자에게 국내 과세당국이 현실적으로 세금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 장손인 김진씨가 해외 대학 송금 내역과 기부 소식을 보도한 현지 기사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해 소명했지만, 국세청은 원칙에 따라 과세하겠다고 했다. 결국 김구 선생의 후손들은 지난해 1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1년5개월여간의 심사 끝에 조세심판원은 지난 9일 김구 선생의 후손들에게 부과된 세금 27억원 중 절반가량인 14억원을 취소했다. 

김구 선생의 사례 외에도 공익 목적의 고액 기부에 ‘세금폭탄’을 맞는 사례는 ‘수원교차로’ 사건 등 종종 있어왔다.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의 창업주인 고 황필상 박사는 2003년 18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 90%를 모교인 아주대와 함께 설립한 ‘구원장학재단’에 증여했다. 장학재단은 학생 1000여명을 지원했다. 

그런데 2008년 국세청은 해당 재단에 증여세와 가산세 등 140억원을 부과했다. 의결권이 있는 회사 주식 5% 이상을 초과해 기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재벌이나 부자들이 장학재단이나 공익법인 등을 설립해 회사 주식을 넘겨 ‘기부’라는 이미지는 얻고, 공익법인을 지주회사 삼아 계열사들을 조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이 규정이 되레 황 박사와 같은 공익 목적 기부자들에게 세금폭탄을 안긴 것이다. 

선의로 수십억 냈지만 ‘세금폭탄’
전문가 ‘현명하게 쾌척 방법’ 제시

2009년 시작된 행정소송은 2017년 대법원이 “경제력 세습과 무관하게 기부를 목적으로 한 주식 증여까지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으로 끝났지만, 황 박사는 대법원 결정 이듬해인 2018년 사망했다.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가들은 현명하게 기부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로 자원봉사를 통한 직접 경험한 단체에 기부하는 방법이다. 직접 구성원이 되어 단체의 윤리적 운영 및 활동을 확인해 지역사회 자선활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지식을 쌓는 데도 도움을 준다.

두 번째는 기부금 영수증을 받는 것이다.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단체는 지정기부금 또는 법정기부금 단체로 정부로부터 공익성을 인정받은 단체다. 또 연말정산 시 기부금 영수증이 있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단체에 관한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물론 최근 국내서도 ‘빈곤 포르노’를 이용한 일부 자선단체의 모금활동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감성에 호소하는, 자극적인 정보와 이미지로 모금활동을 하는 자선단체일수록 객관적인 정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가이드스타’ 홈페이지에서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 공개된 기관정보, 회계정보와 언론 보도자료 등 다양한 자선단체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자선단체를 통한 기부다. 새희망씨앗 등 자선단체의 기부금 사기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간혹 몇몇 기부자들은 자선단체를 믿지 못해 개인에게 직접 기부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다양한 매체에서 정보수집이 가능한 자선단체를 통해 기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특히 직접 기부할 경우 증여세와 상속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혹시 자선단체 모금가로부터 직접 기부 요청을 받았다면 후원계좌의 예금주가 기관명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또 유명 자선단체와 단체명이 유사한 단체는 한 번 더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현명한 기부
주의사항 숙지

아울러 단체의 정보공개를 꺼려하거나 기부자의 기부금 관련 질문에 합리적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단체엔 소중한 돈을 기부할 필요는 없다. 이처럼 현명한 기부를 위한 주의사항들을 확인하다 보면 ‘이렇게 하면서까지 기부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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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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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