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두 얼굴’ 기막힌 기부의 세계

내고도 욕먹는 이상한 나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좋은 취지로 시작되는 기부지만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기 및 비리의 온상으로 치부되기도 할 정도. 기부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자 전문가들은 ‘현명하게 기부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부’는 어려운 사람들을 자의적인 마음으로 돕는다는 점에서 자원봉사와 함께 대표적인 선행으로 꼽힌다. 기부단체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고 모인 돈이나 물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등 각 기부단체의 목적을 위해 쓰인다. 

대표적 선행
단점도 다수

기부와 자원봉사를 병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2010년대 이후에는 기부와 자원봉사를 결합한 재능기부라는 형태도 등장했다.

기부가 좋은 취지로 시작되는 것은 맞지만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돈이 돌아다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를 노리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서 사기 및 비리의 온상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 자선단체의 경우 기부받는 나라의 현지 사정을 무시하고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기부단체의 이름을 사칭해 모금한 뒤 돈을 갖고 잠적하는 경우도 꽤 있다. 특히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앵벌이가 이런 경우다.

길거리나 지하철 입구 계단 등에서 금전을 요구하는 사람이나 단체에게 돈을 주면 어떤 식으로든 안 좋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게 기부된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이후 행방을 알 수도 없고, 기부받는 단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단체인지, 혹은 사칭인지 사실 여부도 알 수 없으며 영수증도 발급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행위는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지만 결국에는 약자들이 구걸에만 의지하게 만들어 사회적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기부할 때에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저명한 기부 단체인지 확인해야 하고 해당 단체의 목적을 확인해 기부금이나 물품이 어떻게, 어디에 투명하게 쓰이고 있는지 알고 기부하는 것이 좋다. 

기부하는 입장에서는 단순히 돈이나 물건만 전해주고 나서 관심을 끊을 뿐, 전체적인 상황들을 검토해서 진실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또 사기임이 밝혀져도 후원금을 돌려받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소송 비용이 후원금 액수보다 더 크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냥 포기한다. 

기부금을 낸 사람은 기부금을 추적하는 것도 어렵다. 수십만원에서 수억원을 넘는 기부금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엉뚱한 데 사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관리하는 게 아니라 개인단체들이라는 점이다. 

국가가 개입하면 기부를 가장한 국외 지원이니 이론상 지원받은 국가의 외교적 관례상으로는 완전한 부패 행정 정도는 막을 순 있겠지만, 영향력 행사라는 외교 관련 논란이 생길 수 있고, 민간의 경우는 대놓고 활동하는 기부단체를 제외한 기부단체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1990년대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 불우이웃돕기 기부금을 걷었지만 1994년 감사원 감사 결과 내무부·경기도 등 17개 기관이 기부금을 유용해 기관장 경조사비·판공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민간 주도로 전환됐다. 

좋은 취지로 시작되지만…끊임없는 논란
‘기부는 좋은 일’ 명분으로 정당화하기도

이후 2000년대에는 ‘사랑의 열매’와 사랑의 온도계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시행됐으나 2011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마저 성금 일부를 단란주점, 유흥주점, 노래방, 래프팅, 바다낚시 등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가가 주도하거나 간접적으로 특정 단체를 지원하는 형식의 기부는 사라지게 됐다. 

이 같은 문제로 상세하게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 단체들도 있으며 모든 자선단체가 마냥 풍족한 지원을 받고 활동하는 것도 아니다.

기부금의 실 사용 문제로 이야기가 많은 요즘은 홈페이지에 예산 책정이나 기부금 사용내역을 공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단체의 경우 놀랄 정도로 기부금 내역을 상세히 공시하는 단체들도 있다. 

반대로 이 같은 점을 역용해 기부금 상세 내역을 믿도록 유도하는 단체들도 있다. 물론 기부단체가 전부 사기꾼인 것은 아니지만 영수증 자체를 가짜로 발급하는 단체마저 있는 상황에서 기부자 개개인이 인터넷상의 정보만으로 기부단체를 전적으로 믿을 근거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기부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본질적인 문제 해결은 세금을 동원한 국가의 복지기능 확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은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으로, 기부가 없으면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는 반박도 있다.

기부가 만사의 해결책처럼 여겨진다는 주장도 있다. 근본적으로 기부받아야 될 만큼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사회적 구조나, 법망의 문제 등에 대한 개선을 논하기보다는 기부행위 자체를 추켜세우고 그런 원인으로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돌려버린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기부에 의존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부금 지출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오히려 비효율적인 지출이 이뤄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체 지출 중 실제로 사업에 들어간 비용의 비율이 높은 단체는 효율적이고 청렴한 단체며, 그렇지 않으면 불투명한 단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인식
불투명 운영

최근 횡령 문제로 인해 단체의 투명성에 관심이 높아졌는데 일반인이 재정보고서를 읽어봐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단체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이 이렇게 많은데 사업비 지출은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걸고 넘어질 수도 있다.

단체 입장에서도 후원자 입맛에 맞추려면 사업비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어 곤란하기는 매한가지다.

인기 후원수단인 1:1 결연 후원 방법에도 문제가 많다. 결연 후원은 후원자와 아동을 연결해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선물을 보내는 등 인간적 교류를 할 수 있는 후원수단으로 보통 단체로 들어오는 개인 후원금의 절반 이상이 이 1:1 결연 후원으로 들어올 정도로 보편적이다. 

신규 후원자를 유입하는 효과가 높아 많은 국제구호개발단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많다. 실제로 정직하게 1:1로 연결하더라도 비판은 피할 수가 없다.

첫 번째 문제는 아동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 노출에 대한 윤리 부분이다. 비록 좋은 의도라고는 하나 아직 정보 공개에 대한 판단능력이 부족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외국 후원자에게 신상정보와 성장 과정을 노출하는 게 과연 문제가 없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평성으로 동일 지역, 같은 사업 혜택을 받으면서도 어떤 아동은 후원자와 연결될 수 있고 어떤 아동은 후원자를 만나지 못해 평등구호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유니세프가 1:1 결연 후원을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평등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세 번째는 과연 임의적이고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관계가 아동 및 후원자의 정서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아동이 성인이 되어 결연 후원이 종료될 때까지 후원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에 해당 아동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물론 단체에서는 1:1 결연 후원이 끊긴 아동도 지역 사업비용으로 계속 지원하게 되므로 후원이 끊겼다고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지만, 나를 지원해주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어른이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후원자 쪽이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데, 구호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지역 특성상 아동 및 청소년이 어른이 되기 전에 사망 혹은 실종되거나 부모에 의해 어딘가로 팔려가거나 성폭행, 조혼 등의 임신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일들이 상당히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희생자 중에 자신의 후원을 받던 아이들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과 슬픔에 빠진 이들이 많았다.

“기부는 좋은 일”이라는 명분으로 기부에 관련된 모든 것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에 일반인부터 유명인이나 부유한 사람에게 사람들이 대놓고 기부하라고 강요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다. 일반인의 경우 지나가다 보면 보이는 기부단체의 기습 질문이나 설문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기부 강요자가 어느 정도 권력이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는 협박 및 갈취와 다르지 않다. 게다가 돈 내놓으라는 말이 아니라 기부하라는 말로 대체함으로서 마치 자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디까지나 기부는 기부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타인이 기부자를 설득할 수는 있어도 더 이상 기부자를 비난하거나 강요할 권리는 없으며 남에게 기부하라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반대로 기부했다는 실적을 면죄부로 사용하기도 한다. 

선의로 기부
세금 부메랑

선의의 기부가 ‘세금폭탄’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기부처에 따라 제3자에게 재산을 준 것으로 보고 상속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자손들이 한국을 알리기 위해 해외 대학 등에 40여억원을 기부했지만, 돌아온 것은 ‘세금폭탄’이었다.

김구 선생의 차남인 고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은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2006년부터 10여년간 미국 하버드대, 브라운대 등 유수의 대학 등에 42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장학금으로 쓰이기도 했고, 항일 투쟁의 역사를 알리는 ‘김구포럼’ 개설, 한국학 강좌 개설 등 한국을 알리는 데 쓰였다.

김 전 총장은 지난 2016년 5월 별세했고, 국세청은 2년여가 지난 2018년 10월 김 전 총장의 자녀들에게 상속세(9억원)와 증여세(18억원) 27억원을 부과했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에 출연하거나 기부한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를 감면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해외 대학은 공익법인이 아니라서 세금을 감면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상속·증여세는 재산을 받은 사람이 내야 하지만, 해외에 거주자에게 증여했을 경우 증여자가 내야 한다. 해외 거주자에게 국내 과세당국이 현실적으로 세금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 장손인 김진씨가 해외 대학 송금 내역과 기부 소식을 보도한 현지 기사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해 소명했지만, 국세청은 원칙에 따라 과세하겠다고 했다. 결국 김구 선생의 후손들은 지난해 1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1년5개월여간의 심사 끝에 조세심판원은 지난 9일 김구 선생의 후손들에게 부과된 세금 27억원 중 절반가량인 14억원을 취소했다. 

김구 선생의 사례 외에도 공익 목적의 고액 기부에 ‘세금폭탄’을 맞는 사례는 ‘수원교차로’ 사건 등 종종 있어왔다.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의 창업주인 고 황필상 박사는 2003년 18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 90%를 모교인 아주대와 함께 설립한 ‘구원장학재단’에 증여했다. 장학재단은 학생 1000여명을 지원했다. 

그런데 2008년 국세청은 해당 재단에 증여세와 가산세 등 140억원을 부과했다. 의결권이 있는 회사 주식 5% 이상을 초과해 기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재벌이나 부자들이 장학재단이나 공익법인 등을 설립해 회사 주식을 넘겨 ‘기부’라는 이미지는 얻고, 공익법인을 지주회사 삼아 계열사들을 조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이 규정이 되레 황 박사와 같은 공익 목적 기부자들에게 세금폭탄을 안긴 것이다. 

선의로 수십억 냈지만 ‘세금폭탄’
전문가 ‘현명하게 쾌척 방법’ 제시

2009년 시작된 행정소송은 2017년 대법원이 “경제력 세습과 무관하게 기부를 목적으로 한 주식 증여까지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으로 끝났지만, 황 박사는 대법원 결정 이듬해인 2018년 사망했다.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가들은 현명하게 기부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로 자원봉사를 통한 직접 경험한 단체에 기부하는 방법이다. 직접 구성원이 되어 단체의 윤리적 운영 및 활동을 확인해 지역사회 자선활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지식을 쌓는 데도 도움을 준다.

두 번째는 기부금 영수증을 받는 것이다.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단체는 지정기부금 또는 법정기부금 단체로 정부로부터 공익성을 인정받은 단체다. 또 연말정산 시 기부금 영수증이 있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단체에 관한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물론 최근 국내서도 ‘빈곤 포르노’를 이용한 일부 자선단체의 모금활동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감성에 호소하는, 자극적인 정보와 이미지로 모금활동을 하는 자선단체일수록 객관적인 정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가이드스타’ 홈페이지에서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 공개된 기관정보, 회계정보와 언론 보도자료 등 다양한 자선단체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자선단체를 통한 기부다. 새희망씨앗 등 자선단체의 기부금 사기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간혹 몇몇 기부자들은 자선단체를 믿지 못해 개인에게 직접 기부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다양한 매체에서 정보수집이 가능한 자선단체를 통해 기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특히 직접 기부할 경우 증여세와 상속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혹시 자선단체 모금가로부터 직접 기부 요청을 받았다면 후원계좌의 예금주가 기관명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또 유명 자선단체와 단체명이 유사한 단체는 한 번 더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현명한 기부
주의사항 숙지

아울러 단체의 정보공개를 꺼려하거나 기부자의 기부금 관련 질문에 합리적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단체엔 소중한 돈을 기부할 필요는 없다. 이처럼 현명한 기부를 위한 주의사항들을 확인하다 보면 ‘이렇게 하면서까지 기부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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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