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윤석열 위기탈출 세 가지 비책 

수족 잘린 독불장군 마지막 대검 꺼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벼랑 끝에 몰렸다. 선대위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연이어 불거진 탓이다. 위기가 닥치자 윤 후보가 직접 칼을 들고 수습에 나섰다. 수습의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줄곧 지켜오던 지지율 1위 자리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내줬다. 현재 윤 후보의 지지율은 6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 층에서 이 후보에게 뒤쳐진다. 사실상 ‘데드 크로스’를 맞이한 셈이다. 

직접 칼
뽑아들었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전조 증상은 재차 촉발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에서부터 시작됐다. 최근 방문한 TK(대구, 경북)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발표한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과거 검찰총장 시절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인물이다. 

현재는 박 전 대통령이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라 윤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를 따로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처가 리스크도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이며 윤 후보에게도 리스크로 다가온 상태다. 김씨가 사과까지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사과와 해명이었다는 지적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최근에는 경찰이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가 양평 공흥 지구와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양평군청을 압수수색한 점도 윤 후보에게 리스크가 됐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후보 교체론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으면서도 윤 후보에게는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자체적으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부인해오던 선대위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개편의 시작은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전 수석부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시작됐다.

뒤이어 중책을 맡은 위원장이 줄줄이 직을 내려놨다. 사실상 선대위를 ‘리셋’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결국 거대한 매머드 선대위가 해체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출혈이 워낙 큰 탓에 선대위 재개편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일부 의원과 이 대표 간 서로 견제하는 행동을 취해서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라고 불린 국민의힘 권성동 전 사무총장과 이 대표는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 대표 사퇴 촉구 움직임까지 불거졌다.


시간 없는데…선대위 한달 만에 공중분해
“재개편 언제하나” 다시 만들어도 똑같다?

김 전 총괄위원장과 윤 후보 사이의 갈등 역시 극에 달했다. 선대위 쇄신을 김 전 총괄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통보 없이 단행한 점 때문이다. 

당초 김 전 총괄위원장이 스스로 사의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김 전 총괄위원장은 자신이 사퇴를 선언한 적 없다고 말했다. 선대위에서도 뒤늦게 사의 표명이 아니라고 정정한 일까지 벌어졌다. 

지속적으로 선대위 내부 자중지란이 이어지자 장고 끝에 윤 후보가 직접 칼을 빼들었다. 김 전 총괄위원장과의 결별도 암시했다. 

현재 김 전 총괄위원장은 원톱 자리를 내려놓은 상태다. 이 대표와 갈등을 겪었던 권 전 사무총장 역시 스스로 물러나면서 선대위 내분이라는 급한 불은 일단 꺼지는 모양새다.

윤 후보 역시 두 인물의 사퇴를 받아들인 이후 선대위 전면 재개편을 선언했다. 

윤 후보는 기존 뼈대부터 다시 세우겠다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까지 선대위 조직은 직능총괄, 정책총괄, 선대총괄본부 등 여러 조직이 있었다. 이에 선대위를 선대본부로 슬림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새로운 ‘톱’ 자리는 4선인 권영세 의원이 선대본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윤 후보의 법대 2년 선배이자 검사 선배다. 권 본부장은 이 대표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와 권 본부장은 2012년에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

실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권 본부장이 당 사무총장도 겸임한다.

그러나 사무총장 겸직을 두고 개편 시작부터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에서 갈등이 비쳤다. 이 대표는 권 본부장의 임명을 거부한 반면 윤 후보는 임명 강행을 강행해서다. 

두 인물의 갈등은 국민의힘 전체의 갈등으로 번졌다.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 역시 사퇴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물러서지 않았다. 

뒤집어진 당
갈등 최고조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사퇴 결의안을 채택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압박을 견디다 못한 이 대표가 나타나 한 발 물러선 것.

그는 자신이 사과드린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뛰어줄 것을 부탁했다. 이 대표의 합류로 재차 힘이 실린 개편된 선대본부가 윤 후보의 색깔을 얼마나 드러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이 대표와의 갈등을 풀면서 포용하는 이미지와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발목을 잡던 리더십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하게 된 셈이다. 

또 선대위 개편을 지속적으로 띄우며 윤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불거지던 처가 리스크까지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권 본부장의 등판으로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이견 조율 역시 수월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권 본부장도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여전히 측근 정치를 버리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가 의리와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초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의 영입도 인연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앞서 권 전 사무총장과 함께 또 다른 윤핵관으로 언급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도 2선으로 후퇴했지만 여전히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이 대표 역시 윤핵관이 손을 떼고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을 만큼 의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이런 탓에 선대위는 출범 전부터 여러 내부 갈등이 폭발하는 상황을 겪었다. 확실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가 잠행을 하고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이유도 윤핵관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리기 위함이었다. 승부수를 던졌음에도 윤핵관은 여전히 선대위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을 두고 선대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이런 탓에 윤 후보가 향후 임명 과정에서 더욱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전면 배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선 출마 당시 무기로 들고 나온 반문재인 키워드 역시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문재인 전략만 있다는 게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비판이 나와서다.

나 홀로 
끝까지?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정권 심판론 하나로 당선에 무리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윤 후보의 직속 기구였던 새시대준비위원회 역시 반문 빅텐트를 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새시대준비위원회는 국민의힘 외부에 있는 반문 집단으로 구성돼있었다.

공격적인 영입으로 외연 확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무리한 확장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 모양새다.

시작은 호남을 끌어안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용호 의원 등을 비롯한 호남 출신 인사를 영입해 반문 결집이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 밖의 인물들 역시 모두 끌어안으려는 시도는 윤 후보의 주된 전략이 반문 빅텐트라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신 전 수석부위원장의 영입 논란을 시작으로 반문 결집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윤 후보에게 반문 전략이 인사 영입 외에 없다는 말이 나와서다. 

이를 인식한 윤 후보는 거친 언행을 통해 반문 세를 다시 결속시키려 시도했다. 특히 윤 후보는 문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3류 바보, 미친 사람들 등의 발언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본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점을 두고서 발언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해당 발언은 자신을 반문 정점에 서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정권 심판 여론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비판 수위만 높아졌을 뿐 반문 빅텐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칠지에 대한 구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윤 후보가 앞서 지적받은 반사체 역할만 하면 이 이상의 반문 전략은 한계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윤 후보가 정책을 동반한 실용주의적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명분을 다지려면 대선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소 잃고 외양간…진퇴양난
말 잘 듣는 순정파 물색?

더 이상 유권자가 후보가 가진 명분 하나로만 표를 주는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다. 대선에서 유권자는 정권 연장 심판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후보가 가지고 있는 자질이나 능력도 중요하게 본다. 

또 반문 세력에는 청년층이 다수 포진돼있다.

그동안 윤 후보는 청년층 챙기기에 나섰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욱이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청년층도 윤 후보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윤 후보는 ‘석열이형’을 내세우며 청년층에게 다가가길 시도했으나 이는 청년층에게 소구 포인트가 되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후보 역시 개편된 선대위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스스로도 자신의 반문 세력의 결집을 위해서 청년층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해석된다. 

윤 후보가 청년층 결집을 위해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게 재차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도 생겼다. 이미 선대본부 안에서 홍 의원과 가까웠던 인사들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홍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던 김 총괄위원장마저 사퇴했다는 점에서 홍 의원 등판이 무리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 밖에 윤 후보에게 필요한 사안은 메시지 관리가 꼽힌다. 윤 후보는 최근까지 메시지를 던지는 부분에서 잦은 실수를 해왔다. 지지율 하락 책임이 본인에게도 있는 셈이다. 

앞으로는 자신만의 구체화된 메시지를 던질 필요성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만간 윤 후보는 토론 등으로 대처능력과 메시지 검증을 맞이하게 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후 행보에서 메시지를 관리하지 못하면 윤 후보에게는 치명타가 될 확률이 높다. 

등 돌리는 
지지자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국민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씀을 하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선대위 개편이 너무 늦었다”며 이 사태에 말을 보탰다. 최 교수는 “후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 받을 수 있는 게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터진 청년 리스크
윤석열 간담회 불참 논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5일 청년간담회에 목소리만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같은 날 선대위 쇄신안 발표 이후 개최된 전국 청년 간담회 행사에서는 윤 후보가 참석 예정이었다고 전해진다. 

예정과 달리 윤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윤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기자회견 5시간 만에…
결국 말뿐인 챙기기?

윤 후보는 “급한 일이 있었다. 청년과 함께할 것”이라고 인사했다. 이런 탓에 일부 참가자가 욕설과 함께 불만을 드러냈다. 

또 해당 과정에서 박성중 국민소통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준석계가 왔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진짜 환멸을 느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선 청년과 함께하겠다는 기자회견과 반대되는 행동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위 측은 윤 후보가 참석하지 않기로 한 일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청년간담회가 뭔지 모른다”고 밝혔다. <차>


<기사 속 기사> 김종인 진짜 몰랐나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상의하지 않고, 선대위 개편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김 전 총괄위원장과 이별을 택했다.  

최근 김 전 총괄위원장이 윤 후보를 향해 공개 저격에 나섰다.

그는 선대위 합류 이후 인사 영입 등의 정보, 윤 후보의 메시지나 일정 등의 보고가 본인에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선대위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와 함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여전히 밖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대위가 쇄신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윤 후보를 향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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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