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년…' 문정부 헛발질 순간들

줏대 없는 방역에 국민만 피 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차기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 정부의 5년간 국정 운영에 대한 성적표가 속속 나오는 시기다. 이번 정부를 관통한 사건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K-방역’을 강조하며 정부의 성공적인 대응을 자찬했다. 실상은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운영 지지율은 전례 없이 높은 편이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직전 지지율이 4%까지 떨어졌고, 이전 대통령 역시 레임덕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짙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문 대통령은 그 공식을 깨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지지율 유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지난해 마지막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7%로 나타났다. 지난달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은 결과다. 비토율은 54%, 유보율은 4%였다.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린 셈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런 경향이 고착된 수준이다. 

지난 한 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1%~39%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비토율 역시 51%~60% 사이를 오갔다. 직선제 부활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움직이는 요소는 부동산 정책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다. 

실제 한국갤럽의 12월3주(14~16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 ‘코로나19 대처’를 뽑은 비율은 21%였다. 반면 부정 평가 이유에서도 코로나19 대처는 18%로 부동산 정책(27%)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이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정부 대응 긍정률은 64%(2020년 2월)로 시작해 최고 85%(2020년 5월)까지 치솟았다. 

2020년 2월 대구 신천지 종교를 중심으로 1차 확산이 시작됐을 무렵(41%),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지난해 4월(43%), 4차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7~8월(47%)에는 부정률이 긍정률보다 높았다. 그 외 시기엔 줄곧 긍정률이 부정률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이 같은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달(7~9일) 조사에서 긍정률은 44%, 부정률은 47%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1일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확진자 폭증으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할 무렵이다. 전달(11월)과 비교해 긍정률은 13%포인트(57%→44%) 폭락했고, 부정률은 15%포인트(32%→47%) 폭증했다.

코로나19 1차 확산 당시(51%)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비마다 늑장 대책
실효성 논란 계속돼

문 대통령과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줄곧 강조해온 K-방역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 백신 접종 등 예방 정책을 충실히 따랐던 국민이 반발하고 있는 것. 특히 경제적인 타격을 심하게 입은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이미 조직적인 움직임이 나타난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누적된 정부의 정책 실패가 국민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회 안정을 위해 기본권 제한에도 묵묵히 견뎌왔던 국민이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시적이 아니라 2년 동안 쌓인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12월27일 중국 후베이성 의사 장지셴은 중국 보건당국에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나흘 후인 31일 중국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다음 해(2020년) 1월 중국은 이 정체불명의 폐렴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잠정 판정했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의 시작이다. WHO는 2020년 2월11일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COVID-19이라고 칭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WHO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하는 상태)을 선언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전 세계적 사건이 된 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우한시에서 입국한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이다. 이후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중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금지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정부는 입국 금지 대신 특별입국 절차 확대 카드를 제시했다. 입국자의 증상 여부를 추적하는 절차다.

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명 가까이 동의를 표하는 등 여론도 좋지 않았다. 정부는 방역의 실효적 측면과 국민의 이익을 고려해 결정했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K-방역 자찬
현실은 실망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국 금지의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후 대구 신천지 종교를 중심으로 1차 확산이 시작됐다. 확진자 수 폭증과 함께 문제가 된 부분은 의료체계였다. 확진자 수가 갑자기 크게 늘어나면서 병상 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국금지를 주장한 전문가는 그 기간 동안 의료체계 확충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확진자 수가 순식간에 세 자리 숫자로 불어나면서 정부 차원의 정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WHO는 물리적 거리두기로 표현 권장)는 사람 사이의 접촉을 감소시켜 질병의 전파를 늦추고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감염 관리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두 달 만인 2020년 3월22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에 대한 영업 제한을 골자로 했다. 이후 사적모임 인원 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구체적 지침이 더해졌다.

자영업자에 가장 큰 타격이 갈 수 있는 정책이라 확실한 기준과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정책이 혼란을 야기했다. 수도권을 조이자 비수도권으로 ‘원정’을 가는 사람이 늘면서 실효성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여기에 영업제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까지 일어났다.

적용 단계에 대한 개편안도 이미 수차례에 걸쳐 나온 상태다. 개편안이 나올 때마다 혼란은 덤이었다.

들쭉날쭉
혼란만 가중

특히 지난해 7~8월 정부는 4차 대유행을 막기 위한 가장 강력한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4단계)를 시행했다. 4단계 시행에 앞서 정부는 2주가량이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수도권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두 달 가까이 지속됐다.

그럼에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실효성 논란에 또 다시 휩싸였다. 

적용 시기도 문제로 떠올랐다. 여러 가지 방역 지표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난 뒤에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할 때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미 늦었다’ ‘한 주 빨랐어야 한다’는 탄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비판은 위드 코로나 시행에 있어서도 똑같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1일 위드 코로나, 즉 단계적 일상회복을 천명했다. 자영업자의 상황이 한계에 다다랐고, 국민의 피로도 역시 임계치를 넘어선 상태에서 시행한 조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의료체계가 확진자 수 1만명까지 버틸 수 있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공언이 식언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5일. 확진자 수가 1만명이 되기도 전에 의료체계는 붕괴 직전에 몰렸고, 일부 전문가는 이미 붕괴됐다는 암울한 지적을 내놨다. 하루 단위로 몇 천명씩 증가하는 확진자 수에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었다.

이전과 비교해 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카드를 꺼내든 것.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박미경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되돌아간 방역 조치에 대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환자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1년10개월 만에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국민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위드 코로나 실패 사과 
차기 대선의 화두도 방역?

백신 접종과 관련해서도 정부 대응이 오락가락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백신 도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 현재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있는 기모란 당시 국립암센터 교수는 ‘백신 미리 맞을 필요 없다’ ‘화이자와 모더나를 선구매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가별로 백신 확보 전쟁이 활발하던 때였다. 우리 정부가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한정된 백신 물량은 다른 나라 차지가 되면서 연일 백신 물량 도입과 관련한 비판이 나왔다. 백신 도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접종 주기가 들쭉날쭉 조정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부랴부랴 백신을 들여온 정부는 국민에게 접종을 강하게 독려했다. 지난해 추석 이전에 백신 1차 접종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초반의 느긋한 태도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위드 코로나 실패 이후 확진자 수가 폭증한 이후부터는 마치 ‘백신 만능론’을 펼치듯 독려 수준이 더 높아졌다.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성인이 90%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3차 부스터샷 접종을 강조하고 있는 것. 청소년도 백신을 맞으라는 권고가 나오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방역 실패를 백신 미접종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방역패스가 또 다른 논란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기본권 제한이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방역패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음성을 확인한 일종의 증명서를 뜻한다. 식당, 카페, 영화관 등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 들어가려면 이 증명서를 확인시켜 줘야 한다. 

종교 시설은 예외로 두면서 학원, 독서실 등까지 방역패스 적용 시설로 지정한 점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는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이상무 ‘함께하는 사교육 연합’ 대표 등 5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특별방역대책후속조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서 일부 인용한 것. 

재판부는 방역패스라는 방식이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며, 이는 충분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으로도 백신 접종률 상승이라는 법익을 획득할 수 있다고 봤다.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은 법원 판결과 동시에 즉시 정지됐다.

이번 판결로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이 식당·카페·대형마트 등 17종에 적용되고 있는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사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 항고한 상태다. 정부는 일상회복을 위해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국민 반발
법원 제동

코로나19의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2개월 남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여야 대선후보들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등 국민에 지원금을 쓰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선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문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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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