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년…' 문정부 헛발질 순간들

줏대 없는 방역에 국민만 피 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차기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 정부의 5년간 국정 운영에 대한 성적표가 속속 나오는 시기다. 이번 정부를 관통한 사건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K-방역’을 강조하며 정부의 성공적인 대응을 자찬했다. 실상은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운영 지지율은 전례 없이 높은 편이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직전 지지율이 4%까지 떨어졌고, 이전 대통령 역시 레임덕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짙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문 대통령은 그 공식을 깨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지지율 유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지난해 마지막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7%로 나타났다. 지난달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은 결과다. 비토율은 54%, 유보율은 4%였다.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린 셈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런 경향이 고착된 수준이다. 

지난 한 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1%~39%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비토율 역시 51%~60% 사이를 오갔다. 직선제 부활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움직이는 요소는 부동산 정책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다. 

실제 한국갤럽의 12월3주(14~16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 ‘코로나19 대처’를 뽑은 비율은 21%였다. 반면 부정 평가 이유에서도 코로나19 대처는 18%로 부동산 정책(27%)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이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정부 대응 긍정률은 64%(2020년 2월)로 시작해 최고 85%(2020년 5월)까지 치솟았다. 

2020년 2월 대구 신천지 종교를 중심으로 1차 확산이 시작됐을 무렵(41%),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지난해 4월(43%), 4차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7~8월(47%)에는 부정률이 긍정률보다 높았다. 그 외 시기엔 줄곧 긍정률이 부정률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이 같은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달(7~9일) 조사에서 긍정률은 44%, 부정률은 47%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1일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확진자 폭증으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할 무렵이다. 전달(11월)과 비교해 긍정률은 13%포인트(57%→44%) 폭락했고, 부정률은 15%포인트(32%→47%) 폭증했다.

코로나19 1차 확산 당시(51%)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비마다 늑장 대책
실효성 논란 계속돼

문 대통령과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줄곧 강조해온 K-방역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 백신 접종 등 예방 정책을 충실히 따랐던 국민이 반발하고 있는 것. 특히 경제적인 타격을 심하게 입은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이미 조직적인 움직임이 나타난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누적된 정부의 정책 실패가 국민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회 안정을 위해 기본권 제한에도 묵묵히 견뎌왔던 국민이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시적이 아니라 2년 동안 쌓인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12월27일 중국 후베이성 의사 장지셴은 중국 보건당국에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나흘 후인 31일 중국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다음 해(2020년) 1월 중국은 이 정체불명의 폐렴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잠정 판정했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의 시작이다. WHO는 2020년 2월11일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COVID-19이라고 칭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WHO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하는 상태)을 선언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전 세계적 사건이 된 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우한시에서 입국한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이다. 이후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중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금지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정부는 입국 금지 대신 특별입국 절차 확대 카드를 제시했다. 입국자의 증상 여부를 추적하는 절차다.

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명 가까이 동의를 표하는 등 여론도 좋지 않았다. 정부는 방역의 실효적 측면과 국민의 이익을 고려해 결정했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K-방역 자찬
현실은 실망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국 금지의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후 대구 신천지 종교를 중심으로 1차 확산이 시작됐다. 확진자 수 폭증과 함께 문제가 된 부분은 의료체계였다. 확진자 수가 갑자기 크게 늘어나면서 병상 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국금지를 주장한 전문가는 그 기간 동안 의료체계 확충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확진자 수가 순식간에 세 자리 숫자로 불어나면서 정부 차원의 정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WHO는 물리적 거리두기로 표현 권장)는 사람 사이의 접촉을 감소시켜 질병의 전파를 늦추고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감염 관리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두 달 만인 2020년 3월22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에 대한 영업 제한을 골자로 했다. 이후 사적모임 인원 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구체적 지침이 더해졌다.

자영업자에 가장 큰 타격이 갈 수 있는 정책이라 확실한 기준과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정책이 혼란을 야기했다. 수도권을 조이자 비수도권으로 ‘원정’을 가는 사람이 늘면서 실효성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여기에 영업제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까지 일어났다.

적용 단계에 대한 개편안도 이미 수차례에 걸쳐 나온 상태다. 개편안이 나올 때마다 혼란은 덤이었다.

들쭉날쭉
혼란만 가중

특히 지난해 7~8월 정부는 4차 대유행을 막기 위한 가장 강력한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4단계)를 시행했다. 4단계 시행에 앞서 정부는 2주가량이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수도권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두 달 가까이 지속됐다.

그럼에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실효성 논란에 또 다시 휩싸였다. 

적용 시기도 문제로 떠올랐다. 여러 가지 방역 지표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난 뒤에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할 때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미 늦었다’ ‘한 주 빨랐어야 한다’는 탄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비판은 위드 코로나 시행에 있어서도 똑같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1일 위드 코로나, 즉 단계적 일상회복을 천명했다. 자영업자의 상황이 한계에 다다랐고, 국민의 피로도 역시 임계치를 넘어선 상태에서 시행한 조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의료체계가 확진자 수 1만명까지 버틸 수 있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공언이 식언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5일. 확진자 수가 1만명이 되기도 전에 의료체계는 붕괴 직전에 몰렸고, 일부 전문가는 이미 붕괴됐다는 암울한 지적을 내놨다. 하루 단위로 몇 천명씩 증가하는 확진자 수에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었다.

이전과 비교해 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카드를 꺼내든 것.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박미경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되돌아간 방역 조치에 대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환자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1년10개월 만에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국민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위드 코로나 실패 사과 
차기 대선의 화두도 방역?

백신 접종과 관련해서도 정부 대응이 오락가락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백신 도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 현재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있는 기모란 당시 국립암센터 교수는 ‘백신 미리 맞을 필요 없다’ ‘화이자와 모더나를 선구매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가별로 백신 확보 전쟁이 활발하던 때였다. 우리 정부가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한정된 백신 물량은 다른 나라 차지가 되면서 연일 백신 물량 도입과 관련한 비판이 나왔다. 백신 도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접종 주기가 들쭉날쭉 조정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부랴부랴 백신을 들여온 정부는 국민에게 접종을 강하게 독려했다. 지난해 추석 이전에 백신 1차 접종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초반의 느긋한 태도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위드 코로나 실패 이후 확진자 수가 폭증한 이후부터는 마치 ‘백신 만능론’을 펼치듯 독려 수준이 더 높아졌다.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성인이 90%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3차 부스터샷 접종을 강조하고 있는 것. 청소년도 백신을 맞으라는 권고가 나오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방역 실패를 백신 미접종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방역패스가 또 다른 논란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기본권 제한이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방역패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음성을 확인한 일종의 증명서를 뜻한다. 식당, 카페, 영화관 등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 들어가려면 이 증명서를 확인시켜 줘야 한다. 

종교 시설은 예외로 두면서 학원, 독서실 등까지 방역패스 적용 시설로 지정한 점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는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이상무 ‘함께하는 사교육 연합’ 대표 등 5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특별방역대책후속조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서 일부 인용한 것. 

재판부는 방역패스라는 방식이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며, 이는 충분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으로도 백신 접종률 상승이라는 법익을 획득할 수 있다고 봤다.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은 법원 판결과 동시에 즉시 정지됐다.

이번 판결로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이 식당·카페·대형마트 등 17종에 적용되고 있는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사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 항고한 상태다. 정부는 일상회복을 위해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국민 반발
법원 제동

코로나19의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2개월 남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여야 대선후보들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등 국민에 지원금을 쓰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선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문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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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