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본지 김홍기 화백이 꼽은 2021 최고의 한 컷

촌철살인 주간 만평 “개운함보다 아쉽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종이 신문의 한 귀퉁이에 자리한 손바닥만한 크기의 그림.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 사회의 희로애락을 담은 ‘한 컷’. 풍자와 해학 그리고 저항의 상징. 그 이름 만평.

시사만화가들이 창립한 ‘전국시사만화협회’가 지난해 20주년을 맞았다. <민중의소리>에 ‘최민의 시사만평’을 연재 중인 최승호 <민중의소리> 논설위원은 지난해 11월 협회의 20년 역사를 담은 책을 펴냈다. 제목은 <인간, 사회 그리고 시대를 그리다>. 

네모 안 그림

만평, 4컷 만화 등 시사만화는 기사, 사진과 함께 신문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꼭지다. 하루, 한 주를 관통하는 주제를 한 컷 혹은 네 컷에 담아야 하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과거 시사만화에 대한 관심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책 제목처럼 인간과 사회 그리고 시대를 표현한 그림이기 때문. 

시사만화의 역사는 종이 신문의 역사와 그 흐름을 같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군부독재 시절 신문이 엄혹한 탄압을 받았을 때 시사만화는 그 표적이었다. 정권에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만평이 누락되거나 표현의 수위를 낮추는 방향으로 수정되는 등 수난을 겪은 것이다. 


이후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종이 신문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동시에 시사만화의 영향력도 줄어들었다. 제한 없는 소재와 직설적이고 강도 높은 수위의 이미지가 온라인 세상에 넘쳐났다. 은유적인 표현으로 권력자를 비판했던 시사만화가 종이 신문의 한계에 부딪쳐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사만화의 명맥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다. 시사만화가들은 여전히 일간지, 주간지 등 종이 신문, 잡지, 온라인 공간, 출판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주 <일요시사>에 만평을 연재하고 있는 김홍기 화백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서면을 통해 김 화백의 이야기를 들었다. 

2013년부터 <일요시사> 연재
2016년 시사만화 우수상 수상

경북 문경 출생의 김 화백은 어린 시절 집에서 구독한 일간 신문을 보면서 TV프로그램 편성표와 함께 만화에 흥미를 느꼈다.

어린이신문의 만화보다 시사만화의 알 듯 모를 듯한 재미에 빠졌던 그는 현재 <일요시사> <기호일보> <농민신문> 등 세 곳의 언론사에 만평과 일러스트를 연재하고 있다. 

김 화백은 이원석 화백에 이어 2013년부터 <일요시사>에 만평을 연재 중이다. 김 화백의 만평은 뚜렷한 주제의식, 친숙한 그림, 촌철살인의 대사 등으로 <일요시사>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화백이 만평을 그릴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은 주제의 선정이다. 그는 “주요 사안을 여러 개 뽑아 놓고 그중에 가장 만화로 표현하기 좋은 소재를 택해 몇 가지 시안을 습작해본다. 습작 중에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 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화백은 신문에 실리는 만평이나 만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런 그가 재미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바로 ‘시대정신’이다. 그는 자신이 그린 만평이 시대정신에 부합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만평이)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를 제시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지만 문제적 사안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8년여 동안 <일요시사>에 만평을 연재한 김 화백은 그동안의 작품 중 <일요시사> 1086호(2016년 10월30일 발행)에 게재한 ‘나라꼴’을 첫손에 꼽았다. ‘2016 올해의 시사만화상’ 우수상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한창 불거질 무렵 ‘비선 실세’의 존재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하로 표현된 대통령의 참모들이 곤룡포를 입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받치고 있고 그 위에 무속인, 가장 정점에 비선 실세 최순실을 그렸다. 김 화백은 “대통령에게 비선 실세가 있고, 그와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 비리가 있던 국정 농단의 단면을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영향력 줄었지만…
“초심 그대로 노력”

<일요시사> 941호(2014년 1월19일 발행)에 실린 ‘야스쿠니 전범 참배 후…’ 만평은 인정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2013년 12월26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이후 7년4개월 만의 일이다.

당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김 화백의 만평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아베 전 총리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을 풍자한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군복을 입은 아베 전 총리가 누군가한테 얻어맞아 잔뜩 멍이 든 상태로 신문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야스쿠니 참배 이후 전 세계에서 큰 비판을 받았지만 자국에서는 지지를 받는 상황을 표현했다.  

김 화백은 올 한해 <일요시사>에 연재한 만평 중 ‘뭐 불만 있냐?’를 최고의 작품으로 골랐다.(1328호, 2021년 6월20일 발행) 검찰, 언론 등이 군사독재 시절 침묵하다가 지금은 날뛰는 모습을 풍자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언론 등이)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군사독재 시절)한테는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아무 말 못하다가 부처님 반 토막 같은 선생님 앞에서 까불고 예의 없게 행동하는 철없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세상을 담다

김 화백은 “만평 마감을 하면 대부분 개운한 게 아니라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좋은 작품을 그리지 못했다는 자책과 미련 때문인 것 같다”며 “처음 만평 연재를 시작할 때 실험적이고 창의적이면서 재미있는 만평을 그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가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노력하겠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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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