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LPGA 투어 결산

치열했던 경쟁
풍성했던 기록

역대 최고 상금 규모로 치러진 2021 시즌 KLPGA 투어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최고의 선수들이 최상의 퍼포먼스로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각종 이슈와 기록을 통해 이번 시즌을 총정리 한다.

 

올해 가장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인 선수는 박민지(23)였다. 박민지는 29개 대회 중 25개 대회에 참가해 6개 대회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며 ‘대세’로 거듭났다. 두 번째 대회였던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을 시작으로, 지난 5월 개최된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을 이뤘다.

성황리 종료

박민지는 지난 6월에 열린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또 다시 연속 우승하는 저력을 보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7월에 새롭게 열린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초대 챔피언이 된 박민지는 시즌 6승과 통산 1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는 쾌거를 달성했다.

박민지는 우승 6회, 준우승 2회를 포함해 총 14회 ‘톱10’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것을 바탕으로 결국 올 시즌 대상을 비롯해 상금왕, 다승왕 타이틀까지 섭렵했다. 또한 올 시즌 상금 15억2137만4313원을 기록하며 2016년 박성현(28)이 세운 시즌 최다 상금(13억3309만667원) 기록도 갈아치웠다.

올 시즌 KLPGA 투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 오픈’에서 축포를 쏘아 올린 이소미(22)는 ‘대유위니아-MBN 여자 오픈’에서 시즌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KLPGA 통산 3승을 기록했다. 김수지(25)는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이뤘고,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또 한 번 승수를 추가했다.


박민지, 가장 빛났던 필드의 지배자
송가은, 첫 승 신고하며 신인왕 등극

2012년부터 KLPGA와 LPGA 무대를 넘나들며 매년 우승컵을 들어 올린 장하나(29)는 ‘롯데 오픈’에서 우승하며 우승 행보를 이어갔다. 연장 끝에 정상에 오른 장하나는 KLPGA 역대 최초로 통산 상금 50억원을 넘기며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이후 장하나는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을 기록하면서 정규 투어 통산 15승을 달성했다.

올해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26)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KLPGA 통산 12승을 달성했다.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시즌 2승을 만들어냈다.

유해란(20)은 신생 대회 ‘엘크루-TV조선 프로 셀러브리티’,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유해란은 시즌 2승과 함께 KLPGA 통산 상금 15억원을 돌파했다. 유해란은 신지애 이후 최초로 60개 대회 미만 출전해 상금 15억원을 벌었다.

올 시즌에는 총 4명의 선수가 생애 첫 우승에 성공했다. 투어 11년 차인 곽보미(29)는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첫 우승을 기록하며 선수 생활의 끈을 다시 굳게 잡았다.

임진희(23)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깜짝 우승하며 자신의 이름을 골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임진희가 올해 벌어들인 상금액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규 투어에서 활동하며 번 상금보다 많다.

올해 시드 순위 8위로 다시 정규 투어 무대에 서게 된 전예성(19)은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첫 승을 거뒀다. 지난해 정규 투어에서 상금 랭킹 61위를 기록했던 전예성은 시드 순위전을 통해 올 시즌 출전권을 확보한 바 있다.

 


신인상 레이스를 펼치고 있던 송가은(21)은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베테랑 이민지(25)를 꺾고 생애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 시즌 신인 선수 중 승수를 추가한 건 송가은뿐이다.

올해도 오랜만에 우승한 선수가 다수 등장했다. 투어 12년 차 베테랑 이정민(29)은 신생 대회인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약 5년7개월 만에 리더보드 최상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우승자 중 4명의 선수가 약 3년 만에 우승을 기록했다. ‘제9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한 지한솔(25)이 3년6개월 만에 트로피에 입을 맞췄고, 김해림(32)은 ‘맥콜-모나파크 오픈 with SBS Golf’에서 3년2개월 만에 통산 7승을 신고했다.

오지현(25)은 3년 전 우승했던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박지영(25)은 데뷔 2년11개월 만에 첫 우승을 기록했던 대회인 ‘S-OIL 챔피언십’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장하나, 통산 상금 50억원 돌파 쾌거
유해란, 시즌 2승…상금 12억 겹경사

이다연(24)은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또 하나의 메이저대회 우승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3승을 쌓고 한국에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고진영(26)은 부산에서 열린 ‘BMW Ladies Championship’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최고 선수의 면모를 보였다.

올해 디펜딩 챔피언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는 단 두 명이었다. ‘크리스 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하게 된 메이저 퀸 박현경(21)과 2년 만에 열린 ‘국민쉼터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거둔 임희정(21)이 그 주인공이다.

송가은과 홍정민(19)은 신인상 타이틀을 놓고 최종전까지 레이스를 펼쳤다.‘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까지 두 선수의 신인상 포인트 차이는 겨우 34점으로 최종전 성적에 의해 신인상 타이틀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최종전에서 송가은은 최종합계 1언더파 215타를 기록해 공동 14위에 올랐다. 반면 추격자 홍정민은 3오버파 219타를 만들어 공동 22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올 시즌 버디는 총 2만4482개가 나왔고 유해란이 ‘버디퀸’에 등극했다. 331개 버디를 기록한 유해란은 지난해 ‘버디퀸’ 임희정(329개)과 박현경(328개)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별들의 잔치

이글은 총 192개가 나왔다. 가장 많은 이글을 기록한 선수는 성유진(21), 이다연, 조아연(21)으로, 각각 5개의 이글을 쏘아 올렸다.
2021시즌 ‘장타퀸’은 드라이브 비거리 평균 250.9737야드를 기록한 이승연(23)에게 돌아갔다. 홀인원은 총 20개가 나오며 골프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KLPGA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신규 대회가 4개 개최되는 등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며 “선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최고의 모습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