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뭉친 국힘 '불안한 삼각편대' 막전막후

붕대로 감쌌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패싱’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윤 후보가 먼저 나서 이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며 손을 내민 덕분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며 겉으로는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이 해결된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여전히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잖은 탓이다. 

국민의힘 입당 초기부터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겪어왔던 윤석열 대선후보 간의 기싸움은 최근까지 이어져왔다. 본격적인 갈등이 격화된 시기는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때로, 이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원인이었다. 앞서 윤 후보는 권성동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을 밀어붙인 바 있다. 

당무 거부
초유 사태

당시엔 ‘강원랜드 채용 청탁’ 의혹으로 잠시 논란이 일었지만 이 대표가 한 발 물러났다. 자연스럽게 권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는 갈등의 시작점이었다. 1차 선대위 인선 발표는 두 인물 사이에서 더 큰 갈등을 낳는 계기가 됐다. 

윤 후보 측에서 1차 선대위 인선 발표 당시 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비워둔 채, 김병준 국민대학교 교수를 상임선대위원장(이하 김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발표해서다. 이 과정에서 재차 대표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비서실장으로 장제원 의원이 물망에 오르면서 추가 갈등이 이어졌다. 윤 후보와 장 의원은 과거 서울중앙지검 시절에 연을 맺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국민의힘 경선 기간 동안 장 의원이 윤 후보를 적극 지원해왔던 만큼 그의 선대위 비서실장직은 유력하게 거론됐다.


비서실장에 장 의원의 임명을 염두에 둔 것은 김 전 위원장의 합류 불발 원인 중 하나다. 현재 장 의원의 아들인 장용준(래퍼 노엘)씨가 음주운전과 경찰 폭행 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김 전 위원장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서다. 결국 장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며 선대위에서 스스로 하차했다. 

또 다른 실세로 불린 윤한홍 의원의 경우, 캠프 때부터 핵심 실무를 담당하며 윤 후보의 본선 진출을 도운 인물이다. 현재는 윤 후보 선대위에서 전략기획부총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같은 당 홍준표 의원의 최측근으로 불린 인물이었으나 경선 직전 윤 캠프로 건너온 것으로 전해진다.

권 의원과 장 의원, 윤 의원은 윤 후보 선대위에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도 불린다. 특히 장 의원의 경우는 선대위에서 하차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윤 후보 선대위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윤 후보 선대위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계속 과시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 밖의 실세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선대위에서 직능총괄본부장직을 맡기로 예정돼있던 김성태 전 의원이다. 직능총괄본부장직은 윤 후보가 정책 메시지를 내거나 공약을 제시할 경우 수많은 직능단체와 캠프의 가교역할을 하는 주요 직책 중 하나다. 

집안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른다
큰 밥그릇 놓고 ‘삼중 플레이’ 

하지만 김 전 의원 역시 딸의 KT 채용 비리 의혹에 발목이 잡히며 스스로 직을 내려놨다. 앞서 권 의원의 임명을 강행했던 것과는 다르게 윤 후보 측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이 시기까지만 해도 이 대표와 윤 후보 간의 갈등은 봉합되는 듯 보였다. 

장 의원과 김 전 의원이 선대위서 하차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전히 실세로 불린다. 선대위 인선 과정에 관여했다는 말이 나와서다. <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는 장 의원이 선대위 인선작업을 주도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온다고 저격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후보 측근이 자신들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탓에 이 대표와 윤 후보 간의 갈등이 점차 깊어져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결정적으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이 폭발한 데에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영입과 충청 방문 일정 미공지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현재 상황에 비춰볼 때 정가에선 이 대표가 주도권을 윤 후보에게 뺏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당초 이 교수의 영입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앞서 그는 지난달 24일, <조선일보> 공식 유튜브 채널인 ‘팩폭시스터’에 출연해 “(이수정 교수를)영입한다면 확실히 반대한다. 만약 그런 영입이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 당이 선거를 위해 준비했던 과정과 방향이 반대되는 것이고, 후보가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제가 얘기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던 바 있다.

이 교수 영입이 청년 여성층의 표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데 반해 청년 남성층 표심은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이 대표는 이 교수의 영입을 본인은 보고받지 못했으며 ‘대표 패싱’이 맞다고 인정했다. 언론을 통해서 접했다는 충청 일정 역시 그가 잠행에 돌입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샅바 잡고 
날 샐라∼

이 대표는 같은 달 29일 자신의 SNS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게시글을 올린 뒤 잠행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는 선대위 출범 과정에서 이 대표의 뜻과 달리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자리를 비워둔 채 선대위를 출범한 것 등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출이었다. 

심지어 당 대표직 사퇴도 고려 중이라는 말까지 떠돌았다. 후보와 대표 간 주도권 싸움이 결국 내부 분열까지 이어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대표로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잠행을 통한 여론전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풀이된다. 

행방이 묘연했던 이 대표는 같은 달 30일, 부산을 방문해 지역 현안을 파악한 뒤, 장 의원의 사무실을 기습 방문하며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윤 후보만큼 갈등을 겪던 장 의원의 얼굴이 나온 현수막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는 장 의원 사무실 방문을 통해 장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한편으로는 권 의원이 이 대표 사무실을 찾아간 뒤 기다렸다가 돌아간 것에 대한 맞불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부산을 찾은 이 대표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 국민의힘이 마주한 현안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조언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당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사무실 기습 방문을 당한 장 의원은 강한 어조로 “대선후보 앞에서 세력 싸움은 부적절하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반면 홍 의원은 “(이 대표가)선대위에서 나오는 게 맞다”며 이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다만 권 의원의 경우 후보와 대표 간 불거진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이 대표에게 섭섭한 게 무엇인지 알고 싶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지만 이 대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결국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김 선대위원장이 직접 나섰지만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잇속 챙기기

그 역시 해당 논란을 단순 해프닝으로만 진단했는데 본인도 “일정을 나중에 전달받았다”며 “대표 패싱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겠다”면서도 이 대표의 선대위 배제 가능성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 이는 잠행이 길어질 경우 이 대표를 선대위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김 선대위원장은 선대위 원톱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려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불거진 사퇴설에 대해서 분명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원톱인 점을 강조하면서도 김 전 위원장의 합류를 지속적으로 촉구하며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비워둔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내서도 사실상 김 선대위원장 체제로 출발하겠다는 기류가 흘렀다. 

이런 탓에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 갈등의 골도 더욱 깊어졌다.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선대위와도 거리를 두는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자리에서 그는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갈등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김 전 위원장과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으나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대표적인 당외 세력 중 영향력 있는 인물인 김 전 위원장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김 선대위원장의 영입이 강행되자 국민의힘 선대위 합류 요청을 지속적으로 거절해왔다. 

이 때문에 당 외에서도 상대 진영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창달 전 의원이다. 

박 전 의원은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보수색을 지켜온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었지만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에 둥지를 틀었다. 그가 내세운 이탈 배경은 당의 정체성 소실이었다. 

주도권 놓고 반목·대립 끝내 폭발
극적인 갈등 봉합…3인 각자도생?

박 전 의원은 조직의 달인으로 불릴 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불린다. 민주당 선대위에서는 TK(대구·경북)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을 예정이며, 그의 이탈로 국민의힘은 적잖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그는 최근까지 홍 의원의 대선캠프에서 일했다. 그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밝힌 홍 의원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의원이 이탈하는 과정에서 홍 의원과 상의했고, 그가 동의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 대표의 잠행이 길어졌음에도 윤 후보는 다급함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게 굳이 무리하게 연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윤 후보 역시 자신이 가진 주도권을 쉽게 내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윤 후보는 자신은 일정에 충실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해 갈등의 골은 점차 깊어졌다. 이 대표 본인의 의중이 강한 잠행인 만큼 윤 후보 본인과 무관하다고 여긴 셈이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갈등을 봉합할만한 인물이 당사자인 윤 후보 외에는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거론되면서 직접 갈등을 봉합하고, 균열 조짐마저 보이는 국민의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는 않았다. 윤 후보는 사전조율이라는 조건을 내건 뒤 만남을 시도했지만, 이 대표는 조건 없는 만남을 원한다며 만남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당 대표와의 지속적인 갈등이 본인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인지하고 직접 갈등 봉합에 나섰다. 

실제로 윤 후보는 이 대표와 울산에서 만나 발등의 불은 일단 껐다. 그는 이 대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김 전 위원장의 합류마저 극적으로 이뤄졌다. 이 대표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김 전 위원장의 합류를 수용한 셈이다. 

이대로 
끝까지?

한 정치 전문가는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은 일정 부분 해소됐다. 하지만 과거에 끊임없이 갈등을 벌여왔기 때문에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후보와 대표 간 갈등이 또 다시 발생한다면 그때는 봉합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최대의 적은 말실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또다시 말실수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충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시급제를 폐지하겠다는 발언 때문이다.

윤 후보는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시급제라는 게 단순기능직이 아니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 탓에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강선우 대변인은 “저임금 사회를 부추기는 격”이라며 “노동계와 산업계의 노력으로 이뤄진 제도라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현장 목소리 반영한 정책을 대책을 세우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에 나섰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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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