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 친문?' 기로 선 이재명 딜레마

문 박차고 나와야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달 민주당 최종 후보로 확정될 때까지만 해도 지지율 난항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과반 득표한 그가 본선에서 맹활약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이들의 예상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후보의 위기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3주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를 비판하는 제각각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딱 이 문장이 떠오른다. 

목소리 
제각각

지지율이 매우 높게 나오는 국민의힘 윤석열 선대위가 행복한 가정이라면, 불행한 가정은 지지율에 부침을 겪는 이재명 선대위일 것이다. 박스권 지지율을 뚫지 못하는 이 후보의 부진을 분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민주당의 ‘불행’이 선대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10명의 초선 의원들은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 민주당이 비대하고 느리며 현장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며 “20대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당 선대위가 국회의원, 선수 중심으로 구성돼 현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청년, 여성, 서민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 등 각계각층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구조”라고 선대위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사회 각계각층의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외부 인재를 영입해 전면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선 우상호 의원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나도 공동총괄본부장 중 한 명이지만 민주당의 대응이 너무 늦다. 상근 체제를 실시해 하루에도 몇 번씩 저쪽 대응에 대응하고 비판할 것 있으면 비판해야 한다”며 “선대위가 정신 차려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민주당 선대위에서 절박함이나 절실함을 찾을 수 없다. 후보만 죽어라 뛰고,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다음 대선이나 자기 자리 욕심만 채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전 원장은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후보가 중심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 하면 승리가 어렵다”고도 비판했다.

이들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현재의 이재명 선대위는 현장성이 부족하고 대응이 느리며, 절박하지도 않다. 지난 3주간 행태를 볼 때 이 같은 비판들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지난 9일 새벽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는 산책하던 중 낙상 사고를 당했다. 이 후보는 곧바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배우자 병간호에 들어갔는데, 이를 두고 인터넷에는 “둘이 싸운 것 아니냐”는 악의적인 루머가 떠돌았다.

선대위는 하루가 지난 10일에 최초 유포자로 추측되는 네티즌 2명을 고발하고, 3일이 지난 12일에는 앰뷸런스 CCTV 사진을 공개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루머가 퍼질 대로 퍼진 시점이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CCTV 사진 공개가 3일이나 걸린 점은 비판의 주요 대상이 됐다. 


윤과 지지율 격차…선대위 문제?
“느리고 느슨” 머릿속엔 투트랙?

이 후보의 부산 비하 발언 논란도 비슷한 경우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지방 정부의 재정 문제를 논의하던 중 “부산은 재미없잖아, 솔직히”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복수의 언론들은 “부산을 비하했다”며 이 후보를 향한 비판 보도를 쏟아냈다. 이번에도 선대위는 즉각 반박하지 못하고 하루 뒤인 14일에서야 뒤늦은 논평을 냈다.

반복되는 선대위의 헛발질에 이 후보가 결국 참지 못하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이낙연계 의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지금 선대위에는 기민함이 필요하다”며 “별동대를 구성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수 정예의 인사를 중심으로 별도의 팀을 꾸려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의견을 두고 당내에서는 “원팀 정신이 있긴 한 것이냐” “별동대로만 선거를 치르겠다는 소리냐” 등 이 후보의 ‘원팀 정신’을 두고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경선의 아픔을 딛고 간신히 꾸려놓은 원팀을 후보 스스로 깨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의 ‘별동대 발언’은 선대위에 답답함을 느낀 후보가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의견 피력이었으나,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그동안 의심해왔던 속내를 이를 계기로 드러냈다.

바로 이 후보의 머릿속에는 ‘투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민주당 경선이 끝난 후, 이 후보는 곧바로 친문(친 문재인) 행보를 펼친 바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는 당 차원의 노력도 있었지만, 이 후보의 머리 한 쪽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찝찝함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둘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에도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로 뛰던 이 후보는 올해 경선서 이낙연 후보와 대립했던 것처럼 문재인 당시 후보와 거센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은 바 있다.

뼛속 비문
친문인 척?

토론 내내 ‘문재인 때리기’에 열중했던 이 후보는 조세제도, 정체성 논란, 재벌 개혁 의지, 심지어 문 후보가 군 시절 받았던 ‘전두환 표창장’에 대해서도 수위 높은 비판을 했다. 경선 토론 중 질의 시간 대부분을 문 후보에게 썼고, 그때마다 문 후보가 아플만한 말들을 쏟아냈다.


갈등의 정점을 찍은 건 혜경궁 김씨 관련 논란이었다. 당시 08_hkkim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트위터리안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한 독설가였다.

그는 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전해철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를 비난했는데, 공교롭게도 비난의 대상 모두 이 후보의 선거 상대들이었다. 이는 자연스레 해당 트위터리안은 이 후보 측근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바뀌었다.

더 나아가, 아이디의 이니셜이 이 후보의 배우자 김씨와 똑같은 점을 들어 누리꾼들은 측근을 그의 배우자 김씨로 특정했다. 그리고 누리꾼들은 문제의 트위터리안에게 김씨의 이름에서 착안한 ‘혜경궁 김씨’란 별칭을 붙였다. 

‘혜경궁 김씨’는 전 후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손잡은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다. 여의도나 가라”고 하거나, 문 대통령에 대해선 “문 후보가 대통령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보자. 대통령 병 걸린 놈”이라고 하는 등 사자 조롱과 문 후보를 모욕하는 발언을 동시에 했다.

결국, 전 후보는 해당 계정의 사용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전 후보는 “트위터 내용에 고인과 문 대통령에 대한 패륜적 비난이 담겼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경기도 남부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지만, 미국 트위터 본사가 해당 계정의 정보공개를 거부해 혜경궁 김씨의 정체는 끝내 밝혀지지 못했다.


이 후보는 이 수사가 자신을 향한 문정부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목표를 정하고 증거를 짜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경찰은 진실보다 권력을 택했다. 그들이 지금 이재명 부부에 기울이는 노력의 10분의 1만 기득권의 부정부패에 집중했더라면 아마 나라가 지금보다 10배는 좋아졌을 것”이라고 문정부를 맹렬히 비판했다.

혜경궁 김씨 논란 후 얼마 뒤 결국 ‘이재명의 난’이 일어났다. 이 후보가 혜경궁 김씨를 수사하려면 문 대통령의 아들 문주용씨에 대한 특혜취업 의혹 수사부터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진흙탕 싸움
상처는 아직…

이는 문 대통령과 완전히 척을 지는 행보였다.

그는 “변호인으로서는 부인이 계정주가 아니며, 특혜 의혹 글을 쓰지 않았음을 밝히는 동시에 그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법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며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선 먼저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이 후보는 민주당 최대 계파인 ‘친문(친 문재인)’과의 사이가 걷잡을 수 없이 멀어졌다. 후에 “둘 다 무혐의 결론을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정계 전문가들은 이 행보가 당시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둘의 사이가 개선될 조짐을 보였던 건 이 후보의 최종 경선 이후다. 민주당의 최종 대선후보로서, 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서 힘을 합해야 하는 둘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억지로’라도 관계를 개선해야 했다. 

지난달 26일 이 후보와 문 대통령은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관례에 따라 여권 후보로 정해진 이 후보가 문 대통령을 예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후보는 치열하게 대립했던 과거가 생각난 듯 멋쩍게 “지난 대선 때 좀 모질게 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한다”며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문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며 웃으면서 화답했다.

4년 만에 두 손을 맞잡게 된 둘은 회동 내내 따뜻한 분위기를 이어가려 애썼다. 이 후보는 “대통령과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 대통령이 민주당의 핵심가치라고 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를 정말 잘 수행했다”며 문정부의 업적을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로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기에 말을 조심했지만 “이 후보와 지난 대선 때 저와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고, 경쟁을 마친 후에도 다시 함께 힘을 모아서 함께 정권교체를 해냈다”며 “그동안 대통령으로서, 경기도지사로서 함께 국정을 이끌어왔는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이 후보가 새로운 후보가 돼 여러 모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오래된 인연과 악연
불편한 동거 깨지나?

회동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뒤, 민주당 선대위 출범식에 등장한 이 후보의 목에는 당시 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가 매어 있었다. 하나의 민주당을 표방하는 자리서 그는 공개적으로 청와대와도 관계가 개선됐다는 시그널을 낸 것이다.

4년 만에 화해한 둘의 평화는 채 두 달을 가지 못했다. 이 후보가 결국 다시 문정부를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인데 원인은 다름 아닌 지지율 부진이었다. 경선 전, 이 후보의 지지율은 윤 후보와 4~5%대의 격차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 격차는 국민의힘 최종 경선을 기점으로 급격히 벌어졌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12~13일 동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는 지지율 45.4%를 기록했고, 이 후보는 34.1%를 기록했다.

몇 주 사이 11%가량 벌어진 것이다.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최종 경선이었던 지난 5일 이후 조사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평균 10% 이상 윤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경각심을 느낀 이 후보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여러 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 후보에게 매주 일대일 회동을 하자고 한 ‘토론 카드’와 대장동과 고발사주를 동시에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특검 카드’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별다른 반전이 일어나지 않자 결국 이 후보는 마지막 한 수인 ‘비문 카드’를 꺼냈다. 그는 지난 15일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정부와 민주당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문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국가 경제의 총량은 좋아진다고 하지만 지금의 서민경제가 현장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해보라”고 운을 뗀 뒤 “다수의 국민,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현장감각도 없이 필요한 예산들을 삭감하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의 경제 정책이 탁상공론만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민주당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해줬지만, 지금은 그 높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질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비문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친문의 가면을 벗는 시점이 대선이 끝난 후가 될지, 전이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비문 카드를 꺼낸 이 후보지만, 이 방법으로도 먹히지 않으면 다시 친문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사상 유일하게 레임덕을 겪지 않고 있는 문 대통령의 인기를 이대로 완전히 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지지율에 따라 자신의 노선을 결정하는 기회주의자라는 비판 또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경선 때 필요했던 친문 표심이 이제는 필요 없으니 버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가면
언제 벗나

한 마디로 이 후보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비문으로 가자니 기회주의자가 되고, 친문으로 가자니 지지율은 계속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곧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 후보는 현재 어느 쪽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 필사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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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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